위드 카일러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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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9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7화
이 상태라면 향후의 목표를 바꿔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마법병단의 피해는 어떤가?”
마법병단장을 맡고 있는 콜러 백작이 대답했다.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대신, 마나 고갈로 앞으로 열흘 정도는 전투에 참가하지 못할 마법사들이 40명가량 됩니다.”
다행이 마법사의 피해는 없다고 하니 알레이스 후작의 얼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보급 부대는 언제쯤 도착한다고 했나?”
사비에르 백작이 대답했다.
“지금의 상황을 알리면 3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일이라…….”
보통 보급부대는 보급만을 위해 이뤄진 부대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했다. 혹시라도 몬스터들의 저항이 거세 수세에 밀릴 수 있다는 귀족들의 여론에 8만 명으로 이뤄진 보급부대는 실제로는 이번 페르만 왕국군에 합류하게 될 또 다른 지원부대였다.
다시 말하면 10만의 병력을 이용해 라네시 영지로 길을 트고, 영지에 도착해서는 뒤를 이어 합류할 8만의 보급부대로 보충을 해 공략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보급물자는 브리자스 성의 성주인 카모라네시 백작이 맡을 예정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느낀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모두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의 전투로 인해서 몬스터 혈풍으로 인한 몬스터들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똑똑히 느낀 것이다. 그라다 왕국군과 연합군을 은근히 비웃었던 이들로서는 그 생각을 정정해야만 했다.
“특히,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얼마나 위험한 몬스터인지 모두 똑똑히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앞으로의 전투에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등장하거든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기사들과 마법병단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그들만을 상대할 수 있도록 하게. 그리고 카일러 준남작!”
“예.”
위드가 대답했다.
알레이스 후작은 몸을 일으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전투에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함에 있어서 카일러 준남작과 프레타 병의 기사, 용병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쉬운 승리가 될 수 없었을 것이네. 고맙네!”
알레이스 후작이 손수 칭찬에 박수까지 쳐주자 막사 안의 모든 지휘관들도 웃는 얼굴로 박수를 쳐주었다.
하지만, 개 중 사비에르 백작을 비롯한 니드먼 후작의 측근들은 마지못해 박수를 치고는 있었지만,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앞으로도 카일러 준남작과 프레타 병의 활약을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위드의 얼굴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페바난 남작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당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지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카일러 준남작은 지금 상황이 별로 달갑지 않은 모양이오?”
“또 무슨 말인가?”
알레이스 후작이 눈을 찌푸리며 묻자 페바난 남작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면서도 한쪽 가슴에선 무언가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총사령관님께서 직접 공을 치하하는 자리에서 카일러 준남작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누구라도 마땅히 기뻐해야 할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별로 마땅치는 않았지만 상황이 그러했기에 알레이스 후작도 더 이상은 페바난 남작을 다그칠 수 없었다. 그리고 위드를 바라보며 상황 설명을 원했다.
“어디 다친 곳이라도 있는 건가?”
“제가 다친 것이 아니라, 피에나가 다쳐서 그렇습니다.”
“피에나 양이?”
“예.”
타이먼 족에 대해선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알레이스 후작이었기에 그는 제법 심각해진 얼굴로 물었다.
“얼마나 다친 건가? 상태가 심각한 편인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충격으로 인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니 총사령관님께서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네! 괜한 일을 들춘 것이 잘못이지!”
은근히 페바난 남작을 꾸짖는 알레이스 후작이었다.
‘두 놈이 날 가지고 노는구나!’
자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알레이스 후작이 오히려 위드를 두둔하자 페바난 남작은 두 눈을 잔뜩 찌푸렸다.
***
“좀 어떻습니까?”
위드의 물음에 히덴 가르시아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위로의 말을 했다.
“외부에서 너무 강한 충격을 받아 그런 것일 뿐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피에나 양이라면 아무런 탈 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히덴 가르시아가 의사는 아니었지만 마법을 하다보면 가끔 의술에 관심을 갖는 마법사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마법사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히덴 가르시아였다.
“피에나.”
위드는 잠을 자고 있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 피에나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깨어 있다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을 그녀였고, 그냥 잠을 자는 거라면 자신의 손길임을 알고 기분 좋게 미소를 그리며 꼼지락 거렸을 그녀였다.
“나 때문에 피에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힘들어 지는 건 아닌지…….”
“영주님,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영주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희를 대신해서 희생한 다른 분들께 실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스파의 말에 위드는 피에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피에나가 죽거나, 다른 분들이 죽기라도 했다면 정말로 견딜 수가 없었을 거예요.”
“영주님…….”
“도대체 왜 모두가 죽어야 했는지, 그들이 왜 나를 살리기 위해서 희생해야만 했는지……. 아마 이번에 왕국군이 몬스터와 전쟁을 벌인다고 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멍하니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있었겠죠. 어쩌면 그것이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그랬다면, 최소한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저로 인해서 또 다시 희생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
위드의 말에 루카가 고개를 저었다.
“영주님이기 때문에 기꺼이 희생을 한 것입니다. 영주님은 반드시 살아야 하기에 희생을 받아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주님은 우리에게 희망입니다. 16년 전, 프레타 성으로 어린 영주님과 함께 왔을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주님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영주님은 어느 순간부터 저희와 프레타 성의 희망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단장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기에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신 것일 겁니다.”
커닝이 곁에서 거들었다.
“맞습니다. 영주님께서는 그들의 희생과 앞으로 있을 저희들의 희생을 뒤돌아보며 주저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프레타 성을 일으켰을 때, 그 어떤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키웠을 때, 그때 영주님을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을 한 번쯤 생각해 주십시오. 그것이 저희와 저희보다 앞서 떠난 이들이 바라는 것입니다.”
“루카 경, 커닝 경…….”
위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앞에서 또 다시 눈물을 보일 수도 없었다.
“이거 뭐야? 나도 은근슬쩍 끼어들었잖아?”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너처럼 쓸모없는 놈을 끼워줬으면 좋다고 감사해야지 어디서 인상질이야? 죽고 싶냐?”
가일은 어이가 없었다.
“하!”
어이가 없으니 할 말도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오크 새끼들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제기랄! 나 가일이 맹세하건데! 프라디아 대륙에서 내 눈에 띄는 오크란 오크는 모조리 죽여버리겠다!!’
그 이후, 200여 년이 지난 훗날, 역사학자들은 프라디아 대륙에 절대적으로 오크들의 수를 줄어들게끔 만든 ‘오크 헌터 킹’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지금 가일의 이 결심은 향후, 그를 ‘오크 헌터 킹’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
새해의 5일이 되는 날 점심 무렵에 8만의 보급부대가 도착했다. 명칭만 보급부대일 뿐이지 8만 명의 병력이 보충되자 페르만 왕국군의 사기는 다시금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았다.
게다가 보급부대을 이끈 카모라네시 백작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엄청난 양의 술과 고기를 가져 왔기에 그날 저녁은 병사들과 지휘관들 모두가 전장에 나선 이후로 처음으로 즐겁게 웃고, 떠들며,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서 더욱 사기가 높아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위드와 프레타 병의 주요 전력들도 위드의 막사에 모여서 즐겁게 먹고, 마시며 떠들었다.
물론, 피에나가 깨어났기에 이토록 마음껏 즐길 수 있기도 했다.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술을 마시던 오브라이언이 진중한 어조로 제법 고민했다는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피에나와 함께 잔에 담긴 와인을 즐기던 위드는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예.”
그러자 곁에 있던 아일린,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에리카 등이 모두 궁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카일러 준남작이 소유한 트랜트 아머에 대한 것이오.”
오브라이언의 물음에 위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것인지, 혹은 이들이라면 믿을 수 있기 때문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다른 트랜트 아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능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소. 고가의 미스릴 트랜트 아머라고 하더라도 카일러 준남작의 트랜트 아머와 같은 능력은 발휘할 수 없소. 솔직히 내가 보기엔 미스릴 트랜트 아머의 2차 성장 능력 정도를 발휘하는 것 같소만…….”
“헉!”
“흡!!”
오브라이언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그의 트랜트 아머가 약간 특이하기는 했지만 설마 고가의 미스릴 트랜트 아머가 2차 성장을 했을 때와 비슷한 능력이라니!
이건 정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는 이미 위드의 트랜트 아머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오브라이언이 말하는 정도까지인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그, 그렇습니까?”
놀라긴 위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트랜트 아머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지만 설마하니 그 능력이 그렇게까지 뛰어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판단이 정확하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대충 그 정도는 되어 보인다고 할 수 있소. 어쨌든 내가 지닌 트랜트 아머보다는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오.”
오브라이언의 트랜트 아머는 2차 성장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것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신을 하니 완전히 무시할 소리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위드는 트랜트 아머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물론, 트랜트 아머가 카르티탄움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단지, 대마도사 칸이 직접 제작한 최초의 트랜트 아머라고만 설명을 했다.
“최, 최초의 트랜트 아머라니…….”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는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감격한 상태였다.
트랜트 아머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금술사와 마법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니, 그들 두 사람의 손에 의해서 트랜트 아머가 만들어지니 자연 트랜트 아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오브라이언처럼 직접 그 성능을 확인할 수 없기에 위드의 트랜트 아머가 그처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몰랐을 뿐이었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소?”
오브라이언의 물음에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대마도사 칸에 의해 대륙 최초로 만들어진 트랜트 아머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 그 외에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위드의 말에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줘서 고맙소.”
정확하게 자신의 궁금증을 풀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위드의 트랜트 아머가 대륙 최초의 트랜트 아머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어낸 셈이다.
‘대륙 최초니 분명 카일러 준남작이 모르는 특별함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당시 트랜트 아머들은 지금의 것들보다 더 강력했을지도 모르고…….’
역사를 살펴보면 트랜트 아머는 100년 전이나, 200년 전이나, 혹은 300년 전에도 변함이 없었다. 같은 재료에 같은 방법으로 똑같이 만들어져 왔다.
발전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역으로 생각하면 트랜트 아머의 제작법은 알더라도, 실질적으로 어떤 원리로 트랜트 아머가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알지 못한단 소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최초의 트랜트 아머가 자신들의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니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가 호기심과 마법사적 탐구심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