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9화
쉬익!
“그만!!”
뚝!
사르빌의 외침과 동시에 위드의 목검이 정확하게 테일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만 되었다. 물러나라.”
위드는 목검을 회수하곤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테일이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축 늘어트리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썩.
“하악, 하악, 하악…….”
턱까지 차오른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테일의 전신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 반면 위드는 호흡이 처음보다 약간 흐트러지고,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몇 방울의 땀이 전부였다.
“모두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위드의 공격은 너희가 한 달 동안 죽어라 수련한 가장 기본이 되는 공격들뿐이었다. 그리고 테일의 방어 역시 기본에 충실한 훌륭한 방어였다. 고급 기술이라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본을 얼마나 탄탄히 익혔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배울 고급 기술들도 위력적으로 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르빌은 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이야기의 요점은 불평불만 없이 기본기 수련에 더욱더 힘을 쏟으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잠시 휴식 후, 수업을 다시 이어나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르빌은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검술 수련장을 나갔다.
“여! 위드! 대단하던 걸!”
“정말이지 네가 그렇게 대단한 실력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위드의 곁으로 라이너와 트레제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3반 학생들이 하나둘 위드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위드가 준남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보다도 그가 펼친 검술이 워낙 강렬했기에 대부분 위드의 검술 실력을 칭찬하는 말들뿐이었다.
“우쭐해하지 마라. 진검으로 펼친 승부였다면 승패는 달라졌을 거다. 카일러 준남작.”
테일은 분한 듯한 얼굴로 다가와 그렇게 말하다 마지막엔 비릿한 웃음과 함께 등을 돌렸다.
“아! 준남작이었지…….”
누군가의 작은 음성은 들떠있던 3반 학생들을 한순간에 잠재웠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위드는 씁쓸하게 웃으며 테일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진검이었으면 넌 처음에 어깨부터 베어 검을 들고 있지도 못했을 테지.’
아무도 모른다. 위드가 지금까지 수련해온 검은 현재 들고 있는 롱소드의 규격대로 만든 목검보다 무려 70세르(cm)나 길다는 사실을!
Chapter 4 에리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심하잖아!”
라이너의 불만스런 음성에 곁에 있던 트레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전처럼 편하게만 대할 수는 없으니까.”
트레제의 말에 라이너가 발끈해서 대꾸했다.
“어째서? 너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그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트레제의 모습에 처음부터 지켜보았는지 아니면, 라이너의 음성이 너무 컸기 때문인지 흑발이 인상적인 제론이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니라 그러려고 하는 거 아닌가?”
“뭐?”
라이너의 반문에 제론이 대답했다.
“솔직히 너희 두 사람도 위드가 준남작이라는 사실이 충격이긴 하잖아? 설마, 처음부터 알고 있지는 않았겠지?”
“당연하잖아!”
발작적으로 외치는 라이너의 모습에 제론은 피식 웃고는 슬금슬금 피하는 학생들 곁을 지나가는 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위드가 우리와 같은 학년이라고 하지만 그는 엄연히 작위를 받은 귀족이야. 당장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준남작으로서 행세를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지. 그리고 그에겐 영지도 있으니 작위는 물론이고, 영지조차 없는 귀족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 솔직히 말해서 너희도 위드가 준남작이라서 조심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내 생각이 틀린 건가?”
“당연히 틀리지!”
곧바로 대답을 하는 라이너와 다르게 트레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모습에 라이너가 눈을 찌푸렸다.
“트레제! 너 설마 위드가 준남작이라서 대하기 어려운거야?”
트레제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고,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라이너는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리 알려지게 될 줄이야.”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체술 수련장으로 향하는 위드.
준남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이후부터는 반 학생들은 물론이고, 다른 학부와 심지어는 일부일 뿐이지만 2학년 선배들조차도 위드를 피하기 시작했다.
준남작.
준남작은 귀족의 작위 중 기사를 제외하곤 가장 최하위에 속하는 작위이다. 해서 봉작 귀족이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작위를 받은 귀족들에게 무시를 당하기 일쑤인 위치였다.
물론 처음부터 준남작이 그러한 작위는 아니었다. 다른 작위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군데 부족할 면 없이 떳떳했지만 언제부턴가 부를 쌓은 평민들이 고위 작위를 지닌 귀족에게 돈을 주고 신분을 사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준남작이라는 작위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한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준남작이라는 작위는 서서히 세습에서 제외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 내에서도 일부 고위 작위 귀족의 자식들은 노골적으로 위드를 비웃거나, 비아냥거리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있어도 위드는 쉽게 시비에 응하지 않았고, 여전히 처음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아카데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들로 인해 학교생활은 편할 수가 없었고, 그 덕분에 위드는 입학을 하고 난 이후부터 유난히 체술과 검술에 열을 올리게 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
갑작스런 비명소리, 그리고 콰당! 하는 충돌음에 위드는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소리가 들린 곳은 체술 수련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발견 할 수 없는 조금은 비밀스러운 그런 장소였다.
“이런 곳도 있었네.”
위드는 천천히 그곳으로 다가갔다.
“으으…….”
너무나도 민망한 자세로 자빠져 있는 여학생.
얼굴을 맨땅에 대고, 양팔은 축 늘어트린 반면, 엉덩이는 하늘로 날아오를 듯 치솟아 있는 자세는 위드의 걸음걸이를 자연스레 멈추게 만들었다.
“…….”
더욱이 여학생의 엉덩이 라인이 너무나도 자세히 들어났기 때문에 위드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위드가 머뭇거리는 사이 여학생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문질렀다.
“으으…… 아파.”
웅얼거리듯 중얼거린 여학생은 이내 잔뜩 성난 목소리로 땅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팍팍팍팍!
“쳇! 내가 왜 체술을 해야 하는 거야! 난 마법사가 될 거란 말이야! 쳇! 어떤 멍청이가 체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죽어버려라! 죽어버려!!”
“헉!”
난폭한 여학생의 말투에 위드는 너무 놀라 헛바람이 튀어나왔고, 순간 그 소리를 들은 여학생의 몸이 움찔! 거리더니 획 하고 고개가 돌려졌다.
눈부신 금발에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너무나 청순한 모습이라 방금 전 난폭하게 땅을 걷어차며, 체술을 만든 사람을 저주하던 이와 동일인이 맞는가 의심마저 들었다.
“……에리카?”
“…….”
위드의 말에 여학생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간 침묵이 흘렸다.
어색함. 그리고 민망함이 두 사람의 얼굴에 동시에 떠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있던 두 사람 중 위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
위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학생의 눈이 일그러졌다.
“쳇! 다 봤냐?”
신경질적으로 외친 여학생은 지금까지 떠올랐던 어색함과 민망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위드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여학생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아니, 그건…….
“오늘 본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 녀석의 몸을 시커멓게 태워버리겠어!”
협박이었다.
청순함, 순수함, 저절로 자극시키는 보호본능의 외모와는 너무나도 다른 여학생, 에라카의 협박!
에리카의 살벌한 협박에 위드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해야만 했다.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에리카는 환한 미소로 벌떼처럼 달려들던 남학생들을 짜증스런 기색 하나 없이 일일이 상대해 줄 정도로 상냥하고, 예의바르며, 다정하게만 보였던 여학생이었다.
그런 에리카의 모습을 떠올리던 위드는 정신을 차리고는 슬쩍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부탁이라면 모를까…… 협박이라면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말을 하는 위드의 모습에 에리카의 눈가가 다시금 일그러졌다.
“내 말이 장난으로 듣는 모양인데 난 정말로 너를 시커멓게 태워…….”
“가능할까?”
“뭐?”
위드는 이어서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날 시커멓게 태워 죽이려면 최소한 파이어 볼(Fire Ball)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1학년이 3클래스 초보마법사나 되어야 구현할 수 있는 파이어 볼을 쓸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최소 3학년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
그 말에 에리카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곧바로 제법 무섭게 웃으며 말했다.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내가 사실…… 3클래스 초보마법사가 되어서야 입학을 하게 돼서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을 의심하지 않는 편이 네 녀석 신상에 좋을 거야. 이제 알겠지?”
“풉! 하하하하하!”
에리카의 말에 위드는 이내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그 모습에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소리쳤다.
“뭐, 뭐가 웃겨! 이 자식! 정말로 내가 너 시커멓게 태워 죽인다! 나 한다면 한다! 너 정말로 시커멓게 타서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 웃음부터 그쳐!”
씩씩거리며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에리카의 모습에 위드는 알겠다는 듯 손으로 그녀를 진정시키며 스스로도 웃음을 그쳤다.
협박에 이은 공갈.
에리카는 스스로 3클래스 초보마법사라는 말을 하였지만, 위드는 말을 하는 에리카의 눈동자가 미미하게 떨리는 것을 봤다.
누구에게나 거짓말을 할 때는 특유의 버릇이 나오기 마련인데, 위드는 떨리는 눈동자가 그녀만의 버릇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남들에게 네 본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뭐, 굳이 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의 일은 말하지 않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한 후, 위드가 몸을 돌리자 에리카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자, 잠깐!”
고개만 뒤로 돌린 위드가 에리카를 바라보자 그녀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
“저, 정말로 말 안할 거지?”
“약속하지.”
가볍게 말을 하고는 위드가 끝내 사라져버리자 에리카는 멀뚱히 혼자 서 있다가 또 다시 신경질적으로 땅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팍팍팍팍!
“쳇! 하필이면 저딴 놈에게……. 도대체 그 자식은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온갖 신경질을 잔뜩 부리던 에리카가 돌연 모든 행동을 뚝! 그치고는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자식을 믿을 수 있을까?”
위드의 모습을 차근히 기억해내던 에리카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졌다. 그리고는 불안한 듯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데…… 그딴 자식 때문에 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순 없어! 더군다나 이제 아카데미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