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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89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9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4화

 

 

이차 방어선의 안쪽 깊숙이 마련된 총사령관 막사에서 현 상황의 보고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피해 상황은?”

알레이스 후작의 물음에 그 곁에 있던 왕국군 참모장 바스틱 백작이 곧바로 대답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사망자의 수가 4천 명에 이르고, 부상자의 수가 1만 명 이상 될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10만의 병력 중 사망자가 4천 명이고, 부상자가 1만 명이라면 뼈아픈 손실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알레이스 후작의 빠르고, 정확한 대응책이 없었다면 피해는 이보다 족히 두 배 이상은 더 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레이스 후작의 입장에서는 또 달랐다.

“피해가 심하군.”

지금까지 어떤 전쟁에서도 한 번의 기습으로 이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없는 알레이스 후작이었다. 어쩌면 인간들이 아닌 몬스터들이기 때문에 피해가 더 심한 것인지도 몰랐다.

알레이스 후작의 대응책은 인간들에게는 제대로 먹히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보통 기사단과 기병대가 목숨을 걸고 적의 측면을 뚫고 대열을 흐트려 놓으면, 기습을 하던 적들이 주춤하며 진열을 가다듬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는 몬스터!

대열이 흐트러져서 우왕좌왕하기는 했지만 선두에서 기습에 나선 몬스터들은 후방이 어찌 되던 아무런 상관하지 않고 여전히 밀고 들어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피해를 더 이상은 줄일 수가 없었다.

탁!

탁자를 치며 일어난 알레이스 후작은 자신을 바라보는 각 지휘관들을 바라보며 힘 있게 말했다.

“오래 끌면 그 만큼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전투라는 것을 모두 명심하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전투를 마쳐야만 하네. 지금부터는 1차 방어선에 모든 병력을 투입하도록! 준비가 끝난 기사단과 기병들은 다시 한 번 몬스터들의 측면을 뚫고 최대한 그 대열을 흐트려 놓도록! 다시 말하지만! 이 전투는 인간과의 전투가 아니다! 상대는 이성이 없는 몬스터다! 모두 죽여야 끝나는 전투라고 생각하도록! 이상!!”

“페르만에 가호를!!”

지휘관들은 그렇게 외치고는 각자 서둘러서 막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카일러 준남작!”

알레이스 후작의 부름에 위드가 그에게로 가다갔다.

“예.”

“기사단, 기병대와 함께 하도록 하게.”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일반 병사들은 말 그대로 가서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말뜻을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이행할 수 없는 명령이다. 자신과 프레타 기사들이라면 충분히 따를 수 있는 지시였지만 일반 병사들까지 기사단과 기병들을 따라 몬스터들의 측면을 파고들어 그 중앙을 뒤흔들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명령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알레이스 후작은 위드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모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일반 병사들은 당장 싸우지 않아도 상관없네. 자네와 기사들, 그리고 실력 있는 용병들만 전투에 나서도록 하게.”

그제야 위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짤막한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위드는 막사를 나가려다 그를 한 차례 바라보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푸르릉! 푸릉!

히이이이잉!!

말들이 저마다 투레질을 해대며 울었다. 수없이 많은 전장을 다닌 노련한 말들조차도 엄청난 수의 몬스터와 감히 보기도 두려운 중, 대형 몬스터의 모습에 좀처럼 진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페르만 왕국군들 가운데 기사단은 총 10개의 부대로 나뉘어져 각각 100명씩 이뤄져 있었다. 총원은 1천 명이다. 기병은 그보다 열배가 많은 1만 명이다. 역시 10개의 부대로 나뉘어져 있다.

처음 몬스터들의 측면을 뚫으며 대열을 흐트려 놓은 기사단과 기병들은 각각 그 절반씩이었다. 그리고 남은 절반이 이제 또 다시 돌파를 준비 중에 있었다.

“선두 앞으로!!”

이번 돌파의 총 책임을 맡은 제5기사단의 대장인 중년의 기사가 소리를 치자 약 50명에 이르는 기사들이 앞으로 말을 몰고 나왔다.

“트랜트 아머 착용!!”

대장의 말에 50명의 기사들이 저마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중가의 트랜트 아머였다. 그리고 말을 마친 대장도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다.

투구 양쪽으로 솟아 난 날카로운 뿔과 가슴 부근이 유난히 부풀어져 있는 트랜트 아머는 2차 성장을 마친 상태였다.

치릉!

“남김없이 벤다! 선두우- 돌겨어어억-!!”

대장이 말을 허리를 차며 앞으로 달려 나가자 그 뒤를 따라서 50명의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들과 나머지 기사단과 기병들이 각각 랜스(Lance : 기병용 창)를 손에 쥐고 내달렸다. 

지금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랜스는 일반적인 랜스에 비해 그 끝 부분이 다소 특이했다. 창날이 입을 벌리듯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손잡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톱날처럼 울퉁불퉁 날이 서 있었다. 모양으로만 본다면 랜스라고 부르기에도 이상할 정도였다.

이는 페르만 왕국에서 특별히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만든 랜스였다. 뛰어난 재생능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들을 갈기갈기 찢어놓기 위함이었다.

두두두두두-!!

기병대의 끝머리에는 위드, 피에나, 루카, 커닝, 가스파, 가일, 월터, 오브라이언과 트랜트 아머를 소유한 용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사단과 기병대의 돌격에 눈이 벌겋게 변한 몬스터들은 저마다 괴상을 내지르며 마주 달려들었다.

꾸이이이익!!

쉭쉭쉭!!

이미 한 차례 기사단과 기병들의 무력과 기동력에 많은 피해를 입은 몬스터들이었기에 자연적으로 발생된 대응이었다.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가장 선두에서 빠르게 말을 몰고 달려 나가는 대장은 랜스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이랴아앗-!!”

가장 앞장서서 달려오는 것인지, 떠밀려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리저드맨의 머리가 대장의 랜스에 정확하게 꽂혔다.

콰드드드득!!

이렇다 할 비명도 못 질러보고 리저드맨은 대장이 내민 랜스에 머리가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리고 뒤이어서 달려든 기사들의 랜스에 온몸이 종잇조각 찢어지듯 찢겨져 사방으로 비산했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몬스터들의 측면을 파고드는 기사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개 중에는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인해서 말이 넘어지거나 죽는 바람에 랜스를 집어 던지고 검을 빼들고 내달리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웬만한 몬스터는 그 주변으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말을 타지 않고 달리며 검을 휘두르는 기사의 위력이 더욱 돋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으며 몬스터를 말 그대로 쓸어버리는 기사단과 기병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몬스터들의 대열은 물길이 열리듯 좌우로 공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아앗-!!”

퍼억!

기합이 터지면 어김없이 두, 세 마리의 몬스터가 머리, 팔 할 것 없이 떨어져 나갔다. 굳이 홀로 몬스터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필요는 없었다. 자신의 뒤를 쫓는 동료들이 나머지 부분을 친절하게도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놈들!!”

콰드드득!!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좌우앞뒤로 모닝스타를 휘둘러대니 루카의 주변 몬스터들은 눈으로 보기에 끔찍할 정도로 처참하게 머리와 가슴 등이 짓이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몬스터들은 루카를 향해서 겁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은 루카가 휘두르는 모닝스타에 어김없이 신체의 일부가 완전히 박살난 채 쓰러졌다.

“뒤를 쫓지 못하고 고립되면 그대로 죽는다! 완전히 죽이지 못해도 좋으니 어물거리지 말고 앞 사람을 바로바로 쫓아!!”

한 용병의 외침에 루카도 그제야 자신이 앞서 달리는 가스파와 거리가 제법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욕설을 뱉어내며, 달려드는 오크의 머리통을 모닝스타로 후려갈기며 루카는 부지런히 말을 몰았다.

 

크그그그…….

서걱! 서걱서걱!!

트롤의 몸이 흰 궤적에 의해 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퍼억!

히이이이잉-!!

언제 접근했는지 모를 고블린이 영악하게도 말의 한쪽 다리를 들고 있던 클럽으로 후려쳤다. 클럽에 맞은 말의 다리는 그대로 부러졌고, 말은 울부짖으며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위드!!”

피에나의 외침이 있기 전에 위드는 말안장을 박차고 뛰어 오르며 슬금슬금 뒤로 도망가던 고블린의 머리를 걷어찼다.

빠각!

머리가 완전히 뒤로 꺾였다.

땅으로 내려선 위드는 머리가 꺾이고도 클럽을 이리저리 휘둘러대는 고블린의 몸을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촤아악.

핏물이 튀어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더럽혔다. 역겨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지만 위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좌우로 몸을 움직여 오크와 리저드맨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켰다.

“위드!!”

피에나는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 위드의 곁으로 다가왔다.

“피에나 말을…….”

히이이잉!!

피에나가 내리기가 무섭게 말은 주변 몬스터들의 집중 공격에 한 줌의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위드는 입을 다물었다.

“영주님!!”

뒤에서 쫓아오던 가스파가 투 핸드 소드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말을 몰아왔다. 투 핸드 소드가 휘둘러질 적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오크와 고블린의 머리통은 마치 지옥의 길을 헤치고 달려오는 것만 같았다.

“비켜!!”

좌측과 우측에서도 각각 커닝과 가일, 월터가 달려오고 있었다. 위드와 피에나가 주변의 몬스터들을 대부분 쓰러트리는 동안 루카를 비롯해서 오브라이언과 그를 따르는 용병들까지도 한군데로 모여들었다.

“앞의 기병대와 거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가스파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기병대의 모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 사이에 있는 몬스터들이 문제였다. 

현재 그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사단과 기병대들이 앞을 따르던 이들과 약간씩 거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염두에 놓고 돌격을 했음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몬스터들의 저항이 예상보다 상당히 심했다는 소리다.

아무리 이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 번 기사단과 기병대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였다. 또 다시 같은 방향으로 같은 무리로 보이는 이들이 달려들었으니 몬스터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적극적으로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앞을 맡겠소.”

오브라이언이 나서자 그의 곁으로 당연하다는 듯 아일린과 용병들이 각각 위치를 잡았다.

“저희가 후방을 맡겠습니다.”

가스파와 루카, 커닝, 월터가 각자의 병기를 들어 올리며 자연스럽게 뒤로 이동했다. 그러다보니 위드와 피에나, 가일이 중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제기랄! 트랜트 아머가 없으니…….”

유일하게 아니, 피에나와 함께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지 못한 가일은 자신에게 트랜트 아머만 있었어도 이렇게 중간을 차지하며 다른 이들에게 보호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시다!!”

오브라이언이 크게 외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말을 타고 있다고 하지만 몬스터들이 밀집되어 있었기에 달린다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서거억! 촤아아악-!!

강력한 바스타드 소드로 인해서 길은 시원스럽게 트였다. 피와 살덩어리, 비명이 허공을 적셔 나갔다. 오브라이언이 휘두르는 바스타드 소드에 대항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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