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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88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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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3화

 

 

룰루- 랄라- 룰룰- 랄랄- 룰룰 랄랄!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자유기사!

프라디아 대륙 최고의 천재 기사!

프라디아 대륙을 빛낼 위대한 기사!

모든 이들의 꿈과 희망, 사랑의 대상이 될 기사!

그게 바로 나! 가일 님이시다!

못생기고, 멍청하고, 약해빠진 몬스터는 길을 비켜라!

비열하고, 재수 없고, 탐욕스런 인간들은 길을 비켜라!

자유기사! 천재 기사! 위대한 기사! 가일! 가일!

가일 님이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흥에 겨워 자신의 주제곡을 부르며 앞으로 걸어가는 가일의 모습에 주변 병사들과 용병들이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이봐, 우리 지금 전쟁하러 가는 거 맞지?”

“몰라서 묻는 거냐?”

“그런데 저 인간은 뭐야?”

“낸들 알아! 소풍이라도 가는 줄 아나보지 뭐.”

“그때도 그러더니 저 인간은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저렇게 노래를 불러대네.”

“냅둬라. 뭐, 우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병사들과 용병들은 서로 수군덕거리며 가일을 바라보기 바빴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한 걱정들뿐인데 홀로 즐거운 소풍이라도 가는 사람마냥, 노래를 불러대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과 용병들의 수군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일은 개의치 않고 노래를 불렀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오오-! 나의 사랑 에리카 양-!!’

가일의 두 눈은 히덴 가르시아와 함께 걷고 있는 에리카에게 온통 쏠려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어디론가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일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으하하하핫-!!”

갑작스런 가일의 웃음에 병사들과 용병들은 드디어 그가 미쳤다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루카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루카는 움직이지 않았다. 은근히 루카와 가일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기대했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에리카 양은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서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목표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네.”

흐뭇하게 웃으며 말하는 히덴 가르시아의 칭찬에 에리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르시아 님께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제가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내 나름대로 많은 이들을 가르쳐봤지만 에리카 양 만큼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네. 마법은 마법 개념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발전을 할 수 있지. 그런 면에서 에리카 양은 타고난 마법사라네. 허허허!”

곁에서 슈비츠 그린까지도 거들었다.

“가르시아 님께선 좀처럼 칭찬을 하시는 법이 없었으니 에리카 양은 자신의 재능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네. 하지만, 조급하게 클래스를 높이려고 하지 말게. 마법사에게 있어서 조급한 마음가짐은 오히려 발전에 방해가 되는 법이니.”

“예, 잘 알겠습니다.”

공손하게 대답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슈비츠 그린은 빙긋 웃었다. 누구나 그렇듯 자신과 같은 길로 들어선 후학이 젊고, 재능이 뛰어나다면 마땅히 기쁜 법이다.

“이런 질문이 실례일지는 모르겠지만 궁금해서 그러는 것이니 에리카 양이 이해를 해주게. 카일러 준남작과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슈란츠 그린의 질문에 적지 않게 당황한 에리카.

“그, 그게…….”

 

‘그냥, 같은 아카데미에 다니는 사이일 뿐이야.’

 

예전의 일이 떠오른 에리카는 우울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네드벨 아카데미를 함께 다니면서 알게 된 친구 사이일 뿐입니다.”

“친구라…… 그렇군.”

뭔가 의심쩍어하는 슈란츠 그린의 모습에 에리카는 희미하게 웃고는 앞에서 피에나와 함께 다정하게 걸어가는 위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나는 항상 네 뒷모습만 바라보는구나…….’

에리카의 얼굴에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알레이스 후작이 이끄는 페르만 왕국군이 브리자스 성을 떠났다고 합니다.”

부하의 보고에 허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중년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예상 경로와 그들이 머물 장소를 예측해서 날이 밝기 바로 전에 전투를 벌이도록.”

“알겠습니다!”

부하가 등을 돌려 달려가자 중년 사내가 여전히 감정 없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새해 아침을 피로 물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사내의 오른쪽 가슴에 새하얀 독수리가 높은 절벽에서 그 아래를 거만하게 바라보고 있는 문장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다.

 

***

 

제국력 1385년 1월 1일.

페르만 왕국 브리자스 동부 영내.

10만 명이라는 페르만 왕국군이 머물기 위해서는 그 야영지도 거대할 수밖에 없었다. 왕국군의 주둔지에는 천막이 줄지어 쳐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 횃불은 겨울의 차가움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서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해가 뜨진 않았지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병사들이 잠을 설치고 있었다. 다른 때라면 각자의 집에서 가족들과 파티를 벌이던가, 친분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놀고 즐겨야 할 시간이었지만 전쟁이라는 소용돌이는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어 쓸쓸하고, 우울한 새해를 맞이하게 만들었다.

“미치겠군.”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보지만 정신이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으니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 작년에만 해도 밤새 술 마시며,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웃고 떠들었었는데. 올해는 완전 시작부터 우울하구만.”

한 병사의 한탄어린 신세타령에 잠을 자려고 눈을 감고 있던 또 다른 병사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그러게 말이야. 빌어먹을! 이게 뭐야!”

“이참에라도 몬스터란 몬스터는 보이는 족족 다 죽여 없애 버려야해! 그 빌어먹을 몬스터들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맞는 소리! 염병!”

“알레이스 후작님은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했나? 이왕이면 새해 아침은 즐겁게 브리자스 성에서 보냈어도 되는 거 아니야?”

한 병사가 알레이스 후작을 원망하자 평소 그를 존경하던 병사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존경하는 알레이스 후작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새해 아침을 이렇게 쓸쓸하고, 우울하게 보내도록 한 것은 너무하단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병사들이 너도나도 알레이스 후작을 원망하며, 몬스터들을 욕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동안 그들을 향해서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우울하다!”

가일 역시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새해 아침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살짝 취해서 맞이해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없다.

“시끄러우니까 잠이나 자!”

루카의 외침에 가일이 그를 향해서 물었다.

“루카 형님! 혹시 술 없습니까?”

“뭐라고?”

“루카 형님이라면 숨겨 놓은 술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가일의 의심스런 음성에 루카가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가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무슨 말입니까?”

“나라면 숨겨 놓은 술 정도는 있을 거라며? 그게 무슨 뜻이냐고!”

그제야 가일이 무슨 그런 걸로 그러냐는 듯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말 그대로 루카 형님이라면 술 정도는 얼마든지 숨겨 놓고 혼자서라도 몰래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이 말이죠. 뭐.”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가일의 모습에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있지 못하던 커닝이 키득거렸다.

“루카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킥킥!”

“시끄러! 너 일로 와!”

“술 있습니까?”

순진하게 묻는 가일의 모습에 커닝은 재밌다는 듯 더욱더 크게 웃었고, 루카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가일을 죽일 듯 노려봤다.

“술은 없지만 술을 먹은 것처럼 네놈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들어 줄 뜨거운 주먹은 있다!”

루카의 외침에 가일이 슬쩍 몸을 피할 준비를 하며 대꾸했다.

“새해부터 왜 그럽니까? 제발 올해 한해는 그 폭력적이고, 지랄…… 아니, 다급한 성격부터 어떻게 고쳐보십시오. 그래서 결혼이라도 하겠습니까?”

“푸하하하핫!!”

“큭큭!!”

잠을 자고 있던 가스파까지 소란스러움에 깨어나 신경질을 부리려다 가일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연 가일의 말에 루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튕기듯 몸을 솟구쳤다.

“오냐! 난 폭력적이고, 성격도 아주 개지랄 같아서 결혼도 못했다! 그래서! 그래서 니가 뭐 보태준 거라도 있냐!!”

“제기랄! 그래서 내가 충고해드리는 것 아닙니까!”

가일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루카가 고함치며 따랐다.

뿌우우우우우-!!

그때 울리는 고요한 밤하늘을 흔들어 놓는 나팔소리!

천막을 빠져 나갔던 루카와 가일이 사이좋게 동시에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빌어먹을! 몬스터다!!”

“제기랄! 일어나십시오! 몬스터가 쳐들어옵니다!!”

루카와 가일의 외침이 시작이라도 된 듯 10만의 페르만 왕국군이 떠들썩해졌다.

크와아아아악!!

므우우우우우!!

꾸이이익!! 케에엑! 케에엑-!!

새카맣게 몰려오는 몬스터들 사이, 사이에 몇 마리의 공포스런 존재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루카의 눈이 잔인하게 일그러졌다. 

일그러진 눈동자 속엔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눈에 보더라도 오크와 고블린의 숫자만 족히 3만은 넘어 보였다. 게다가 그 사이에 있는 중, 대형 몬스터들까지 더하면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난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많은 몬스터들을 본 적이 없는 페르만 왕국군이었기에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모습만으로도 기가 질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위드가 이끄는 프레타 병은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엄청난 몬스터들의 기습!

하지만, 놀랍게도 페르만 왕국군은 생각만큼의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

알레이스 후작이 어째서 페르만 왕국 내에서 명장 중의 명장이라고 불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몬스터가 쳐들어오자 곧바로 방패병과 창병, 궁병을 체계적이고도 신속하게 운용해 몬스터들의 일차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냄과 동시에 대부분의 병력을 조금씩 뒤로 물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일사분란하게 병력을 조율함으로써 이차 공격에 대비를 해나갔다.

한편으로는 기사단과 기병을 앞세워서 몬스터 무리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질서정연하던 몬스터들의 대열이 뒤죽박죽으로 흐트러졌고, 그 사이 알레이스 후작은 보다 견고하게 진형을 구축하여 몬스터와 대치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몬스터의 기습에 우왕좌왕하다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알레이스 후작이 침착하고도, 아주 훌륭하게 대응했기에 병력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차 방어선은 문제가 없습니다!”

“궁병과 창병의 사상자가 생각보다 적어 당장 추가 지원은 필요 없을 듯싶습니다!”

“일차 방어에 나간 방패병들 중 고르곤의 돌격에 피해를 입은 이들을 제외하곤 아직까진 버틸만 할 것 같습니다!”

“제1, 2, 3기사단이 제1, 2, 3, 4기병대와 함께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망자 수는 많지 않지만, 부상자는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전체 보병대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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