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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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1화
왕궁 회의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못하고 하는 알레이스 후작이었다. 상대가 공작이라 하더라도 잘못됐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반박하며 질책하는 성격이었기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알레이스 후작을 섣부르게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페르만 왕국 내의 두 소드 마스터 중의 한 사람이었고, 페르만 많은 군부의 인물들 중 가장 존경받는 이였기 때문이다.
알레이스 후작 정도라면 마땅히 페르만 왕국의 제1군이라 하더라도 책임지고 맡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하나의 군을 맡기보다는 페르만 왕국의 모든 군을 돌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전쟁이 있는 곳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이렇다 할 군대도 없는 지휘관이었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레이스 후작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병사들이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군 내부에서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카일러 준남작이 3일 전에 브리자스 성으로 들어와 성 방어에 도움을 주었기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사실, 카일러 준남작은 이번에 알레이스 후작님께서 이끄는 왕국군에 가담하고 싶다고 합니다.”
카모라네시 백작의 말에 알레이스 후작이 위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인가? 이번 왕국군에 가담하고 싶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위드의 대답에 알레이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땅히 그래야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기뻐하는 알레이스 후작에게 위드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던 한 젊은 귀족이 말했다.
“뭔가 바라는 것이 있으니 이번 왕국군에 가담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왕국군에 가담을 하고자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알레이스 후작은 자신에게 말한 젊은 귀족을 바라봤다. 이번 왕국군을 편성함에 있어서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페바난 남작! 본국의 위험을 알고 스스로 전장으로 나가고자 찾아온 카일러 준남작에게 그 무슨 무례인가! 또한, 이제 시작될 전쟁에 왜 괜한 반목을 만드려고 하는 건가? 도대체 페바난 남작이야 말로 이 전쟁에 어떤 목적을 지니고 이번 왕국군에 나선 것인가? 이번 전쟁에서 패배라도 하라고 니드먼 후작이 시켰는가?”
“그, 그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 앞에서 질책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함과 황당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페바난 남작이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려고 하자 알레이스 후작이 매몰차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네!”
결국, 페바난 남작은 괜히 나섰다가 망신만 제대로 당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세 명의 귀족들이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들 역시도 페바난 남작과 마찬가지로 알레이스 후작의 뜻과는 상관없이 이번 왕국군에 가담하게 된 귀족들로 니드먼 후작과 깊은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카모라네시 백작과 카일러 준남작은 잠시 나 좀 보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Chapter 4 전쟁에 참여하다
“솔직히 말을 해보도록 하게.”
알레이스 후작의 물음에 카모라네시 백작이 더욱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야기 좀 하자고 하더니 영주실로 들어오기기 무섭게 죄인을 추궁하듯 따져 묻는 알레이스 후작의 모습이 당연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알레이스 후작의 눈동자가 향하고 있는 위드는 담담했다. 아니,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들끓고 있었다.
“위드…….”
강자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인해서 피에나는 위드의 곁에서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위드는 피에나의 손을 힘주어 잡아주고는 알레이스 후작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숙였다.
“프레타 성을 되찾고 싶습니다.”
알레이스 후작은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딱! 잘라서 말했다.
“우리는 프레타 성을 되찾기 위해서 브리자스 성으로 온 것이 아니네.”
“당장 되찾게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왕국군에 합류해서 싸우겠습니다. 프레타 성도 페르만 왕국 소유입니다. 언제고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일을 시키셔도 좋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위드의 부탁에 알레이스 후작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지막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10만의 병력으로 얼마나 많은 영토를 되찾을지 알 수 없네. 그라다 왕국군과 연합군의 경우만 보더라도 몬스터 땅의 몬스터들은 결코 간단한 상대가 아니야. 그건 카일러 준남작도 잘 알고 있을 테니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네. 현재 내 목표는 라네시 영지네. 솔직히 그것도 과한 욕심일지도 모르지. 프레타 영지는 그 이후네. 그래도 괜찮겠나?”
위드는 얼굴을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알레이스 후작은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프레타 영지는 되찾지 못할 수도 있네. 어쩌면 자네는 왕국군을 위해서 싸우다가 죽을 수도 있네. 알겠지만 왕국군의 지휘관들 중에 자네보다 작위가 낮은 이들은 없네. 그러다보면 자네가 선봉에 서야 할지도 모르네.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을 수 있단 말이네. 그래도 괜찮나?”
“괜찮습니다.”
위드의 굳건한 대답에 알레이스 후작은 희미하게 웃었다.
“좋네!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감사합니다!”
“단! 자네에게 따로 배치시켜 줄 병력은 없네. 이미 왕국군은 각 지휘관에 맞춰서 병력을 나눠놓은 상태라네. 자네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지휘관의 산하에 들어가야 하네.”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카모라네시 백작은 안타깝다는 듯 위드를 바라봤다. 한 영지의 영주로써, 성을 책임지고 있던 최고 지휘관이 누군가의 휘하에 들어가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제게 프레타 영지의 병사들과 오브라이언 용병단이 있습니다. 그들만 이끌고 별도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위드의 말에 알레이스 후작이 물었다.
“병력이 얼마나 되나?”
“500명가량 됩니다.”
500명이라는 말에 알레이스 후작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너무 적군. 이왕이면 그 병력을 이끌고 다른 지휘관의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어떤가? 차라리 그 편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직 어린 위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속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프레타 성을 지켜냈었다고 하더라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한 상태였기에 알레이스 후작으로선 위드를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말씀만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정중한 거절에 알레이스 후작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가 이끄는 500의 병력을 프레타 병이라고 하겠네. 병력이 너무 적으니 선봉에 서는 것은 어렵겠고, 앞으로 있을 작전에 적절히 명령을 내리도록 하겠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전쟁이네. 내가 자네의 사정 따위를 봐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게. 괜찮겠나?”
“예,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알레이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에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타이먼 족은 근 20년 만에 보는군.”
“알레이스 후작님은 타이먼 족을 만나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카모라네시 백작의 물음에 알레이스 후작이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타이먼 족 남성을 만났었지. 이름은 캬류라고 했었던 것 같군. 굉장한 자였어. 당시 아슬아슬하게 이기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이겼다고는 할 수 없는 대결이었지. 결투가 끝나고 그가 그러더군. 일 년 후에 다시 대결을 벌이자고 그때는 나를 능가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 결국 약속을 했지.”
“그럼 일 년 후에 다시 재대결을 벌이셨습니까?”
궁금해 하는 카모라네시 백작을 바라보며 알레이스 후작이 고개를 저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더군. 나중에 알아보니 타이먼 족이 약속을 하고도 오지 못한 경우는 죽었을 때뿐이라고 하더군.”
“아아…….”
알레이스 후작은 피에나를 보며 자신이 예전에 만났었던 타이먼 족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빛에 피에나는 수줍은 아이처럼 위드의 등 뒤로 몸을 숨기려고 했다.
강자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만약, 알레이스 후작이 위드를 적대시 했다면 결코 몸을 숨기거나 하진 않았을 것이다.
“자네의 곁에 저토록 아름다운 타이먼 족 여성이 있다니 부럽군.”
사심 없는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위드는 웃으며 피에나를 돌아봤다. 피에나는 여전히 알레이스 후작의 시선을 피하려고 더욱더 몸을 숨기고 있었다.
***
“어차피 계약이니 상관은 없소.”
순순히 자신의 뜻에 따라서 행동하겠다는 오브라이언의 대답에 위드는 고맙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이어서 히덴 가르시아에게 말했다.
“가르시아 님께서는 어쩔 생각이십니까?”
위드의 물음에 히덴 가르시아가 곁에서 뭔가 불안한 얼굴로 서 있는 그린 형제를 바라보고는 미안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분간은 카일러 준남작님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불안한 얼굴로 서 있던 그린 형제는 히덴 가르시아의 대답에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길드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끝까지도 위드의 곁에 남겠다고 하니 앞으로의 일들로 인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알레이스 후작이 이끄는 10만의 페르만 왕국군과 함께 한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정말로 그러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히덴 가르시아가 곁에 있다면 정말로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는 프라디아 대륙에서 단 6인 밖에 없는 6클래스의 상급마법사가 아닌가.
“지금의 생각으로는 카일러 준남작님과 함께 프레타 성을 되찾을 때까지 곁에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만, 명색이 마법사 길드의 길드장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도중에 이탈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린 형제는 그 말을 듣자말자 환하게 웃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위드가 웃으며 말하자 히덴 가르시아가 허허 웃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의욕도 없이 시간만 보내던 그가 전과 다름없이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레이스 후작님께 말씀을 드려서 네가 무사히 그라다 왕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해줄게.”
이어서 위드는 에리카르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 언제부터 피가 튀는 전장으로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프레타 성을 빼앗긴 순간부터 그녀를 제대로 된 손님 대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기에 위드는 알레이스 후작이나, 카모라네시 백작에게 부탁을 해서 에리카를 그라다 왕국으로 무사히 보내줄 생각이었다.
“아니, 가지 않겠어.”
에리카의 단호한 대답에 위드는 물론이고, 방 안의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가장 놀라야 할 월터는 이미 예상한 일인지, 애초에 상의를 해 놓은 일인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가지 않겠다니? 에리카, 나는 더 이상 널 보호해줄 능력이 없어.”
“누가 보호해달라고 했어? 나도 싸울 거야.”
“뭐?”
위드가 무슨 소리냐는 듯 에리카를 바라보자 그녀가 당당하게 눈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은 나도 도망가지 않아. 위드 너처럼 나도 당당하게 싸울 거야. 아버지와 르완 성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싸울 거야.”
에리카의 뜻은 충분히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녀와 자신은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위드는 잘 알고 있었다.
“에리카. 미안하지만, 네 실력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도움이 되지 못하면 차라리…….”
“마법사는 중요한 인재야. 그리고 나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하더라도 월터 경이라면 큰 도움이 되잖아?”
“…….”
위드는 말없이 월터를 바라봤다.
분명 그는 커다란 도움이 되는 존재다. 트랜트 아머를 가진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