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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85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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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5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0화

 

 

“예상이 조금 엇나갔습니다. 페르만 왕국에서 지금까지 준비 중이던 제2군이 아닌 약 10만의 왕국군을 편성해서 파견한다고 합니다. 군단장은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며, 그의 휘하로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직접 요청한 귀족들로 대부분 알아주는 명장들입니다.”

부하의 보고에 루스티 히에브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지금까지 준비 중이던 제2군이 아닌 새롭게 편성한 왕국군이라고? 거기에 총사령관이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

“예!”

“그렇단 말이지.”

루스티 히에브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것이 아주 재밌는 일을 기대하는 그만의 특징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부하는 잘 알고 있었다.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을 내세웠다면 페르만 왕국으로서는 최소한 그라다 왕국과 같은 꼴은 당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루스티 히에브의 얼굴에 웃음이 짙게 퍼져 나갔다.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

페르만 왕국에 있는 두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한 사람으로서 정치보다는 자신의 수련과 군에 모든 것을 바친 인물로서 얻고자 했다면 충분히 공작의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았을 인물이다.

특히, 열 차례가 넘는 키에브 제국과의 국지전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을 만큼 명장 중의 명장이라 불리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다. 우스갯소리로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사령관으로 출전하는 전쟁은 이미 그의 승리로 끝난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을 이번 페르만 왕국군의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에 걱정은커녕, 루스티 히에브는 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10만의 병력에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라…….”

루스티 히에브의 음성에 부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 웨인 공작이 이끄는 그라다 왕국의 제1군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거기에 페르만 왕국에서조차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을 사령관으로 10만의 병력을 파견하게 되었으니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다는 듯 루스티 히에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지. 하지만, 이제야 좀 전쟁다운 전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무언가 뒷말을 더 하고 싶어 했지만 루스티 히에브의 부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굳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해서 혹시라도 모를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결정은 그가 내리는 것. 앞으로의 상황이 좋게 변하든, 나쁘게 변하든 모든 책임은 루스티 히에브가 지는 것이다.

“우선은 재밌는 전쟁이 될 것 같으니 두고 보도록 하지.”

결정은 내려졌다.

“예.”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

 

제국력 1384년 12월 23일.

페르만 왕국 브리자스 성.

불규칙적으로 이뤄지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브리자스 성은 그야 말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조금만 바람이 강해져도 그대로 꺼져버릴 것만 같은 그런 위기였지만 이도 앞으로 3일 정도만 더 버티면 끝이다.

10만의 페르만 왕국군!

앞으로 정확하게 3일 뒤에 10만 명이라는 대규모의 왕국군이 지원을 오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바람에 흔들리는 불빛이 아니라 바람을 잠재워버릴 빛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10만의 왕국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이 누구던가! 명장 중의 명장! 페르만 왕국 두 명의 소드 마스터 중의 한 명이자, 백발의 폭풍이라 불리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다.

어떤 전장이든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 나서면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버리는 명장이었다.

브리자스 성은 남은 3일이 아무런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도하고 기도할 뿐이었다.

그렇게 3일을 숨죽이며 지내려는 브리자스 성을 향해서 일단의 병력이 다가왔다.

약 500명이 조금 넘는 병력이었는데 나름대로 잘 갖춰 입은 병사들과 다르게 각각 제멋대로 옷을 차려입은 용병들도 무리를 이루며 뒤섞여 있었다.

성문을 지키는 브리자스의 성문대장이 도개교 앞에 정렬한 병력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정체를 밝히시오!”

500명의 병력 앞으로 한 젊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크게 외쳤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오!”

 

“반갑네! 갈레오 카모라네시 백작일세.”

전체적으로 상당히 날카로운 인상과는 다르게 위드를 바라보는 갈레오 카모라네시 백작의 눈빛과 음성엔 정겨움이 가득했다.

“위드 카일러입니다.”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하는 위드의 모습에 카모라네시 백작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위로의 말을 건넸다.

“프레타 영지의 일은 들어서 알고 있네. 도와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네.”

“아닙니다.”

위드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모습에 카모라네시 백작은 속으로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든 기반을 잃고도 저렇게 담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 어리기에 그 만큼 시간이 많아 여유를 부릴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었다.

“왕국군은 언제쯤 도착하는 것입니까?”

“앞으로 3일 후라네.”

대답을 하는 카모라네시 백작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위드가 다시 물었다.

“이번 왕국군은 그동안 잃었던 페르만 왕국의 영지를 수복할 것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당연하다는 듯 카모라네시 백작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다.

“물론이네! 그렇지 않다면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님께서 굳이 총사령관으로 10만의 왕국군을 이끌고 오시지도 않았을 걸세! 이번이 우리 페르만 왕국의 힘을 모든 대륙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네!”

자신 있게 외치는 카모라네시 백작의 모습에 위드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위드, 괜찮아?”

카모라네시 백작을 만나고 안내받은 방으로 걸어가는 위드의 곁에서 피에나가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 동안 삶의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지내던 위드가 한순간에 돌변한 것이 내심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걱정하지마. 난 괜찮으니까. 그 동안 걱정을 끼치게 만들어서 미안해, 피에나.”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피에나는 도저히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복수.

몬스터에게 복수를 하려는 위드의 마음을 잘 알기에 혹시라도 그가 무리해서 잘못 되기라도 할까봐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위드를 말릴 수도 없었으니 피에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곁에서 그를 지켜주는 것뿐이었다.

 

***

 

제국력 1384년 12월 26일.

페르만 왕국 브리자스 성.

성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동안 몬스터의 공격으로 인해서 피로에 쩌 들고, 상처를 입어 기운이 없던 모든 병사들과 성민들이 모두 들떠 있었다.

이유는 오직 하나!

브리자스 성을 향해서 질서정연하게 다가오는 10만 명의 페르만 왕국군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움직일 때마다 땅이 진동하는 듯한 그 장관에 사람들의 마음 역시도 흔들렸다.

“드디어…… 드디어 왕국군이 온다!!”

“이제야 좀 살겠군!”

“후우…… 살았어!!”

“하하하하!!”

성벽에서 10만의 왕국군을 바라보는 병사들의 얼굴엔 안도의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일부에선 그 동안의 긴장감이 사라지는지 저도 모르게 주저앉는 자들도 있었다.

“지긋지긋한 몬스터 놈들도 이제는 끝이구나!”

“그렇지! 이제는 끝이지!”

“오늘 부터는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겠어!”

“그런데 그라다 왕국군은 15만 명으로도 몬스터들을 토벌하지 못했다잔아? 우리는 그보다도 작은 10만 명인데 정말로 괜찮을까?”

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묻자 곁에 있던 동료 병사가 버럭 화를 냈다.

“지금 우리 10만의 페르만 왕국군을 이끄는 총사령관이 누구야! 바로 백발의 폭풍이라 불리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님이야! 지금까지 어떤 전투에서도 패배하지 않으신 알레이스 후작님이 이끄는 10만 페르만 왕국군이 15만의 그라다 왕국군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15만의 그라다 왕국군을 이끌었던 총사령관도 소드 마스터인 에이드 공작이었다고. 알레이스 후작님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소드 마스터라면 5만 명의 병력은 굉장히 큰 차이가 될 것 같은데?”

“바보 같은 소리! 같은 소드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그 실력은 분명 차이가 있어! 또, 같다 하더라도 알레이스 후작님은 평생을 군에서 살아오신 분이다. 그런 알레이스 후작님이 에이드 공작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리고 왕궁에서도 그라다 왕국의 일을 잘 알고 있는데 설마 멍청하게 똑같은 일을 당하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왔겠냐!”

“…….”

흥분해서 외치는 동료 병사의 모습에 반박을 하려던 병사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생각을 해보니 그렇게 틀린 말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라다 왕국의 에이드 공작이 소드 마스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국의 알레이스 후작은 평생을 군에서 생활하며 누구보다 야전지휘가 뛰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명장 중의 명장이라 불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10만의 페르만 왕국군이 선두를 시작으로 브리자스 성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페르만 왕국 만세! 만세! 만세!!”

“알레이스 후작님! 만세! 만세! 만세!!”

병사들과 성민들의 기쁨의 환호성이 브리자스 성을 뒤흔들었다.

 

“정말로 잘 오셨습니다! 알레이스 후작님!”

카모라네시 백작은 지워지지 않는 미소로 자신의 앞에 선 백발의 중년인을 향해서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이 많았네. 카모라네시 백작.”

백발의 중년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카모라네시 백작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백발이라는 흔하지 않은 머리카락 색. 거기에 금빛 눈동자는 백발과 어우러져 묘한 신비로움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대략 2미르(m)에 가까운 커다란 키에 잘 단련되어 있는 근육질의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강인함이 뿜어져 나왔다. 

60세를 바라보고 있는 58세의 중년인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젊어 보이기까지 하는 도네이 알레이스 후작이다.

알레이스 후작은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 위드와 피에나를 바라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카모라네시 백작에게 물었다.

“젊은 영웅에 타이먼 족 여성이라……. 카모라네시 백작에게 저런 인복이 있는 줄 몰랐네.”

그제야 카모라네시 백작이 위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왕국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널리 알려진 위드 카일러 준남작과 그를 수호하는 피에나 양입니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라는 소리에 알레이스 후작과 그의 곁에 있던 귀족들이 저마다 놀랍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위드 카일러입니다. 알레이스 후작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위드의 인사에 알레이스 후작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한 눈에 봐도 좋은 재목이었다. 그런 그가 그 유명한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라고 하니 더욱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문이 과장된 것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보니 과연 그럴 만하군.”

“과찬이십니다.”

“아니지! 내가 카일러 준남작 때엔 그 만한 실력을 갖추지도 못했었네. 앞으로 나보다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보게 되었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나? 더욱이 그런 인재가 본국의 사람이라면 마땅히 기뻐해야할 일이지!”

알레이스 후작의 기쁜 음성에 주변의 귀족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 귀족들은 알게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프레타 성의 일은 정말로 안 되었네. 사실, 프레타 성 만큼 중요한 곳도 없지만 워낙에 정치랍시고 하는 작자들이 제 잇속만 챙기니……. 그렇다 하더라도 카일러 준남작은 본국에 실망감을 가져서는 안 되네. 알겠나?”

알레이스 후작의 말에 위드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곧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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