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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카일러 83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7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8화

 

 

“가르시아 님, 이런 말은 염치가 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영주님을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로크의 말에 히덴 가르시아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네.”

“아닙니다. 가르시아 님의 도움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허허허…….”

히덴 가르시아의 웃음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에 슬프게 맴돌았다.

“어서 가보십시오.”

웃으며 말하는 마로크의 모습에 히덴 가르시아는 숨을 깊게 뱉어내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잊지 못할 걸세.”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가 용병들의 뒤를 쫓아가자 마로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루카, 커닝, 가스파!”

마로크의 부름에 세 사람이 다가왔다. 마치, 억지로 이끌려가는 사람들처럼 발걸음엔 힘이 없었다.

“영주님을 부탁하네.”

“왜 저희들입니까?”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는 가스파의 물음에 마로크가 빙긋 웃었다.

“우리 중 자네들 셋 만큼 손발이 맞는 사람들이 없지 않나? 부탁하네.”

“빌어먹을! 우리만 살아서 도망가라고요!”

루카가 흥분한 어조로 외치자 커닝이 그를 말렸다.

“루카, 그만해.”

“그만하라고? 넌 살아서 돌아가니까 좋냐? 동료의 시체를 밟고 살아갈 생각을 하니까 좋냐고!”

“이 새끼야! 누가 좋다고 했어! 나는 마음이 편한 줄 알아!”

커닝마저 목소리를 높이자 마로크가 호통을 쳤다.

“둘 다 그만하도록!”

“…….”

“…….”

루카와 커닝이 입을 다물자 마로크가 달래듯 말했다.

“여기서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네. 앞으로 영주님의 곁에서 힘이 되어야 하는 것이 더 힘든 일. 자네들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떠안겨서 미안하네.”

마로크의 말에 루카, 커닝, 가스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마로크는 다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며 말했다.

“아직 어리신 분이니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항상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오브라이언을 따라서 가게!”

가라는 말에도 우물쭈물하던 세 사람은 마로크의 호통이 다시 한 번 이어지자 억지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고, 한 발, 한 발 내딛을 적마다 그 속도가 빨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마로크가 주변에 남은 프레타 기사단원들을 보며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남도록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로크를 탓하지 않았다.

어차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자신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기로 한 병사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우르르르…….

콰앙! 콰아앙!!

후두두두둑-!

때 아닌 빗방울이 전장의 뜨거운 피와 열기를 차갑게 식혀주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끝내는 바로 앞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남은 사람들의 마지막 불꽃이 그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주 밝게.

그리고…… 찬란하게!

 

***

 

쏴아아아아-!!

처벅, 처벅, 처벅, 처벅…….

“제기랄, 웬 비가 이렇게 내리는 거야.”

엄청난 비에 땅바닥은 순식간에 질퍽해졌다. 때문에 달리는 발걸음을 더욱더 더디게 만들고 있었다. 또,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다보니 체력 소모도 평상시보다 훨씬 심했다.

그나마 용병들과 커닝, 루카, 가스파 등은 견딜 수 있었지만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덕분에 자꾸만 뒤처지는 것을 용병들의 도움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었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는 건가? 이거 앞이 보여야 목적지를 제대로 가던가 하지.”

연신 쉬지 않고 떠드는 가일의 모습에 루카가 눈을 부라렸다.

“닥치지 못해!!”

루카의 모습에 가일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다른 때라면 반항이라도 한 번 해보겠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길이 맞기는 하는 겁니까?”

가스파의 물음에 곁에서 위드를 안고 뛰는 오브라이언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맞네.”

그때였다.

빗속을 뚫고 무언가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오브라이언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

“위드!!”

빗속을 뚫고 나타난 무언가는 다름 아닌 피에나였다. 

그녀는 오브라이언의 품에 안겨 있는 위드를 빼앗듯이 낚아채고는 작은 체구임에도 두 손으로 소중한 보물처럼 끌어안았다.

위드의 부탁으로 인해서 에리카를 보호하며 가장 먼저 프레타 성을 탈출했던 피에나였다. 영지민들과 함께 앞장서서 레켄 성으로 가고 있어야 할 그녀가 되돌아왔지만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에 흠뻑 젖은 에리카와 월터가 나타났다.

“에리카 양!”

에리카의 모습에 가일이 재빨리 다가왔다.

“어째서 돌아오신 겁니까?”

에리카는 가일의 물음에 답을 하기보다는 피에나의 품에 안겨 있는 위드를 바라보기에 바빴다. 그리고는 물었다.

“위드는 어떻게 된 거죠?”

“충격을 줘서 정신을 잃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보다도 어서 레켄 성으로 가야 합니다.”

가스파의 말에 오브라이언이 피에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카일러 준남작은 내가 보호하겠소.”

오브라이언의 말에 피에나는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위드의 몸을 안아들고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었다. 체구가 작은 피에나가 안아 들기엔 벅차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눈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

빗속을 뚫고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피에나를 쫓아서 남은 인원들은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야만 했다.

 

 

Chapter  3 페르만 왕국군

 

제국력 1384년 12월 13일.

페르만 왕국 레켄 성.

때 아닌 피난민들로 인해서 레켄 성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같은 페르만 국적을 갖고 있는 피난민들을 강제적으로 쫓아낼 수도 없었기에 레켄 성의 모든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들은 그야 말로 죽을 판이었다.

똑똑.

“들어와.”

영주실의 문이 열리자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40대 중반의 배불뚝이 사내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레켄 성의 영주인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을 향해서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손에 들린 서류 더미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툭.

“하!”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은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서류 더미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양이 항상 이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서류가 이렇게 많아!”

언제나처럼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은 불만을 터트렸고, 그의 앞에 선 레켄 성의 행정업무 총괄자인 바우만 티노비치는 항상 그렇듯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프레타 성의 피난민들과 병사들, 그리고 오브라이언 용병단으로 인해 벌어지는 행정업무들입니다. 제가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영주님의 허가가 있어야만 하는 일들입니다.”

“됐어! 됐어!”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은 됐다는 듯 손을 휘이휘이 저었다. 그것이 나가라는 뜻임을 잘 알기에 바우만 티노비치는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영주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은 서류 더미를 바라보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프레타 성의 피난민과 병사들이 레켄 성으로 들어온 것은 고작 1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과도한 업무가 부여될 때마다 데코 크리스티안 백작은 당장이라도 모두 쫓아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슨 수를 쓰던가 해야지 이래서는 도저히 내가 살 수가 없겠어!”

 

***

 

“위드…….”

“…….”

피에나의 부름에도 위드는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를 피에나가 살며시 안아주었다.

다른 이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마로크의 죽음은 위드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마로크는 위드에게 있어서 아버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3일 밤낮을 울고 나서야 울음을 그쳤지만 이후로도 위드는 항상 멍하니 앉아있기 일쑤였다. 그나마 곁에 있는 이들이 챙겨주지 않았다면 건강마저도 문제가 생겼을 정도였다.

“미안해.”

“응?”

“…….”

위드는 여전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피에나는 그런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위드…….”

“아가씨.”

월터의 음성에 에리카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뒤를 돌아보니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월터가 서 있었다.

“월터 경.”

“걱정되십니까?”

“예?”

“카일러 준남작이 걱정되시는 겁니까?”

“그야 당연히…….”

“왜 걱정되십니까? 카일러 준남작이 아가씨처럼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에 걱정되시는 겁니까? 아니면…… 아가씨께서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사람이라서 걱정되시는 겁니까?”

월터의 말에 에리카가 다시 한 번 깜짝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급히 변명이라도 하듯 말을 했다.

“그, 그야 당연히 소중한 사람을 잃었으니까 걱정되는 거죠.”

“그렇군요.”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말을 하고 넘어갔지만 에리카는 월터가 자신의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러고 있기엔 아까운 시간입니다.”

월터는 멍하니 앉아 있는 위드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었으니…….”

“아가씨. 그렇다고 해서 저러고 있으면 무엇이 해결되겠습니까? 저런 모습이 카일러 준남작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이들이 바라는 모습일 것 같습니까?”

“…….”

월터의 물음에 에리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월터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토록 커다란 슬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내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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