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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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8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1권 - 8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지만, 난 별로 생각이 없어.”
위드의 거절에 남학생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어째서?”
“굳이 벌써부터 그런 일에 신경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할까? 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거든. 그런 일로 시간을 빼앗길 순 없어서 말이야.”
“너도 결국은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페르만 왕국을 위해서 일을 하게 될 건데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뭐가 나쁘다는 거지?”
“그건 그때 일이고.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난 아직 내 실력에 만족을 하지도 못할뿐더러, 방금 말했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편이라……. 어쨌든 나는 내 생각을 확실하게 전했으니 알린 선배에게도 그렇게 전해주길 바래.”
그렇게 말을 마친 위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남학생은 못마땅하다는 듯 노려봤다.
“내가 끼어들긴 그렇지만…… 위드는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으니 이만 가줬으면 좋겠는데.”
라이너의 말에 남학생은 네놈이 뭔데 나서냐는 듯 사납게 노려봤다. 하지만, 그런다고 겁을 먹을 라이너가 아니었다. 오히려 피식 웃으며 고갯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선생님들이 오시거든. 뭐, 정 원한다면 계속해서 서 있다가 잔소리라도 듣던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검술 수련장으로 들어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바라본 남학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라이너를 노려보고는 코웃음과 함께 몸을 돌렸다.
“흥!”
“트레제! 방금 저놈이 나한테 콧물을 뿌린 거야?”
“……콧물이 아니라 그냥 코웃음이야.”
“분명히 뭔가가 튀었는데…….”
트레제는 한심하다는 듯 라이너를 바라보다 라파엘의 외침에 다시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모두 멈추도록!”
“후-하! 이제야 살 것 같네!”
라파엘의 음성에 쉬지 않고 목검을 휘두르던 라이너는 살았다는 듯 크게 숨을 뱉어내며 웃음을 흘렸다.
“위드! 앞으로 나오도록!”
“에?”
“무슨 일이지?”
위드는 라파엘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라파엘은 자신의 앞으로 나온 위드를 가만히 바라보고는 이내 의문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검술학부 3반 학생들을 향해서 말했다.
“내가 봐온 눈이 정확하다면 3반에서 가장 기본이 탄탄한 사람이 바로 위드다.”
라파엘의 말에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3반 학생들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지난 1달이라는 아카데미 생활 중 위드의 성실함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그의 기본기가 훌륭하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었다.
“너희는 의문스러울 것이다. 어째서 한 달이 지나도록 기본기만 수련하도록 하고 있는지. 해서 보여주도록 하겠다. 기본기가 탄탄한 검술이야말로 얼마나 큰 위력을 지니는지.”
라파엘은 말이 끝나자 위드를 포함한 3반 학생들 전부를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검술 수련장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이미 그곳에는 검술학부 2반과 4반 학생들과 담당 검술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다.
“그 학생인가?”
2반의 검술 선생님인 푸엘이 위드를 바라보며 묻자 라파엘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4반을 담당하고 있는 라이토 역시 위드를 유심히 바라봤다.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군.’
마치, 자신이 무슨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유심히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위드는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기에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검술학부 1반 학생과 담당 선생님도 중앙으로 모였다.
“3반의 위드와 4반의 테일은 앞으로 나오도록!”
1반 검술 담당 선생님인 사르빌의 뜬금없는 외침에 라파엘은 위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가봐라.”
위드는 잠시 라파엘을 바라보다 이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4반 쪽에서도 제법 덩치가 커다란 남학생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는 휴식 시간에 위드를 찾아왔던 5명의 학생들 중의 한 명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던 위드는 테일의 입가에 걸린 작은 미소에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뭔가를 생각하던 위드는 이내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생각을 떨쳐버렸다.
“두 사람은 검술학부 3반과 4반을 대표해서 나온 기본기가 가장 튼튼한 학생들이다. 두 사람의 대결을 자세히 보고 그들의 실력이 지금의 자신과는 얼마나 다른지 확실하게 깨닫도록!”
사르빌의 외침에 위드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대결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어째서 제가 대결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위드의 불만스런 표정에도 사르빌은 여전히 태연하게 대답했다.
“라파엘 선생님이 널 추천했기 때문이다.”
위드는 이어 라파엘을 바라봤지만 그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일이 목검을 들어 올리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제법 커다랗게 말했다.
“대륙 최연소이신 카일러 준남작님과 이렇게 대결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누가 봐도 비아냥거리는 것임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테일의 비아냥거림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기엔 그가 한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카일러 준남작?!”
“설마, 위드가 그 준남작이란 말이야?”
“들은 적 있는 것 같아! 페르만 왕국에서 갓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남작의 작위와 영지를 하사했다는 소문을…….”
“남작? 그런데 왜 준남작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건 직접적으로 작위를 수여한 국왕이 죽은 다음에 그 작위를 한 단계 낮추고 영지도 형편없는 곳으로 바꾸었다고 하더군.”
“세상에! 그런 일도 있었단 말이야?”
“쳇! 보나마나 페르만 왕국 귀족들이 앞장서서 그렇게 일을 만들었겠지!”
“그나저나 위드가 준남작이라니…….”
삽시간에 주변은 시끄러워졌다.
위드의 소문에 대해서 알고 있던 이들은 저마다 그 주인공이 위드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한, 위드가 남작에서 준남작으로 작위가 내려갔다는 사실에는 불쌍하다는 표정과 일부는 은연중에 꼴좋다는 듯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위드와 같은 반인 3반 학생들은 그가 작위까지 하사받은 귀족이라는 사실에 대부분은 얼떨떨해 했지만 일부는 화를 내거나, 그저 놀랍다는 듯 감탄을 터트리기에 바빴다.
‘알겠군.’
위드는 별다른 표정변화 없는 선생님들의 모습과 여전히 비아냥거리듯 웃음을 짓고 있는 테일의 모습에 그제야 왜 자신이 이런 자리에 서야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시작하도록 해라!”
사르빌의 재촉에 테일은 목검을 가슴어림으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발을 크게 내딛으며 빠르게 앞으로 내질렀다.
“타핫!”
가슴으로 빠르게 찔러 들어오는 테일의 목검을 바라보며 위드는 왼쪽으로 피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손에 쥐고 있던 목검을 크게 휘둘러 테일의 어깨를 내려쳤다.
휙!
‘짧다!’
위드가 애초에 노린 테일의 어깨에 목검은 20세르(cm)나 짧았다. 그런 위드의 공격에 테일은 우습다는 듯 목검을 휘둘러왔다.
탁!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며 둔탁한 음향이 울렸다.
‘힘이 세군.’
상대의 목검을 통해 손목에 느껴지는 테일의 힘은 확실히 자신보다 위에 있었다. 위드의 그런 생각을 테일도 느꼈는지 더욱더 강한 힘으로 목검을 휘둘러오기 시작했다.
탁탁탁!
한 발 뒤로 밀려난 위드는 손목이 얼얼해짐을 느끼고는 천천히 호흡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물끄러미 테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테일의 머리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그의 어깨와 허리, 발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가 위드의 눈에 들어왔다.
‘검술이든 체술이든 일단 상대와 싸움이 벌어지면 그 상대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 발끝을 보면 그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으며, 어깨를 보면 그가 어떤 공격을 해올지, 눈을 보면 그가 어딜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경지에 오른 사람일수록 그 움직임은 빨라지고, 예측할 수 없는 변칙적인 공격을 펼치기도 하지만 우선은 네 시선 속에 상대의 전체를 담아야만 보다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스윽.
‘오른쪽!’
테일의 오른발이 먼저 지면에서 떨어졌다. 이어서 그의 어깨가 살짝 들렸다. 동시에 테일의 눈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바라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위드는 곧바로 앞으로 크게 발을 내딛으며 목검을 내질렀다.
쇄액!
“……!”
막 기합과 함께 목검을 들어 올려 위드의 왼쪽 어깨를 내려치려던 테일은 자신의 가슴을 찔러오는 위드의 목검에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목검을 휘둘렀다.
탁!
위에서 내려쳐진 테일의 목검에 위드의 목검이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아니, 떨어져 내렸다 싶은 순간 어느새 머리 위로 올라가 테일의 머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헉!”
탁!
상대적으로 테일의 힘이 강할 뿐이지 그렇다고 위드의 힘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위에서 내려치는 목검에 실린 무게는 제아무리 힘이 강한 테일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받아낼 수가 없었다.
“윽!”
손목에 살짝 꺾인 테일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 사이 위드의 목검은 어느새 테일의 오른쪽 허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가슴을 내지르고, 다시 머리를 내려치고, 허리를 노리기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테일도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목검으로 재빨리 방어를 했다.
탁!
“크윽!”
‘어, 어떻게?’
테일은 자신의 손목을 시큰하게 만들 정도의 힘에 의문스런 표정으로 위드를 바라봤다. 위드는 테일의 시선에 희미하게 웃고는 다시 목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고, 좌에서 우로 휘두르고, 아래서 위로 올려치고, 사선으로 내려 긋고, 때론 날카롭게 찌르고!
위드는 검술학부 선생님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검술의 가장 기본적인 공격법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격에 맞서 방어를 하는 테일 역시도 기본이 훌륭하게 닦여 있는지 훌륭하게 목검을 들어 위드의 공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막아내고 있었다.
탁탁탁- 탁!
“큭! 크윽!”
178세르(cm)의 위드가 190세르(cm)에 가까운 테일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은 검술학부 학생들에게 있어선 충격이었다. 물론, 그들이 체격으로 상대를 폄하할 만큼 어리석진 않았지만 문제는 상대가 테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검술학부 입학생들 중에서 소위 10강이라 불리는 실력자 중의 한 명이 바로 테일이기 때문이다.
“위드의 실력이 저 정도였냐?”
멍하니 위드를 바라보는 라이너. 그의 곁에 선 트레제 또한 놀라긴 마찬가지였기에 눈도 제대로 깜빡거리지 못하고 위드와 테일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게…….”
탁탁! 탁탁탁-!
쉬지 않고 이어지는 위드의 공격에 테일은 급기야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위드의 공격을 막을 때마다 손목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충격은 테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힘과 속도 어느 것 하나도 나무랄 때 없군.’
라파엘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위드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살폈다.
127등.
위드가 네드벨 아카데미 검술학부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 보았던 검술 시험의 성적이다.
그 반면 테일은 9등이었다. 입학시험의 평가로만 따지자면 위드는 테일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결의 승패는 굳이 더 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압도적이라는 말까지는 사용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라는 말은 어울렸다. 위드는 테일을 상대로 승리를 충분히 얻어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