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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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76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4권 - 1화
Chapter 1 위기의 프레타 성!
끼야아오오옷-!!
“히이익-!!”
“으허억!”
“으아아아…….”
바질리스크가 내는 커다란 괴성에 대부분의 병사들이 몸을 흠칫 떨었다.
“음…….”
미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에 히덴 가르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가 느끼기에 바질리스크의 괴성엔 인간의 신경을 자극시키고, 공포를 느끼게끔 만드는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히덴 가르시아는 자신의 생각이 일부 틀렸다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꾸이이이익-!!
쉬익! 쉬익! 쉭쉭!!
켁켁!! 케에엑!!
오크, 리저드맨, 고블린을 비롯한 트롤, 심지어 일부지만 미노타우로스까지도 바질리스크의 괴성에 몸 전체를 부들부들 떨었던 것이다. 개중엔 머리를 땅에 처박고 일어날 줄 모르는 몬스터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가운데 바질리스크만이 거만하게 서서 자신의 괴성에 신음하는 몬스터들을 번들거리는 노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왕!
지금의 장면으로만 본다면 바질리스크는 몬스터들의 왕처럼 보였다.
그때, 또 다른 방향에서 고막을 자극하는 괴음이 들려왔다.
쉬아아악! 쉬아아악! 쉬아아악!!
바질리스크의 괴성처럼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효과는 없었지만 듣기에 따라선 더욱더 소름과 섬뜩함을 심어주는 소리였다.
더구나 하나, 둘도 아닌 무려 아홉 개의 머리를 사방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혀를 날름거리는 히드라의 모습은 시각적인 효과만으론 충분히 바질리스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으으으…….”
“아아…….”
몇몇 병사들은 히드라의 모습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신음했다.
보통 사람들은 뱀이라면 작은 실뱀마저도 징그러워하고, 무서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10미르(m)가 훨씬 넘는 크기의 거대한 뱀이 몸 상체를 세우고 다가오고 있으니 어떻겠는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잃게 만들던가, 심지어는 죽음에 이르게까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질리스크 주변의 몬스터들이 그를 왕처럼 떠받든다면 히드라 주변의 몬스터들은 마치 파도가 갈리는 것처럼 그 주변 공간을 비워놓고 있었다. 접근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마로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폰트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폰트의 물음에 마로크가 그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에이드 공작의 그라다 왕국군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가 수십 마리나 나타났다고 하지 않았나. 그에 비해 우리는 한 마리씩 밖에 나타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 또, 이번 전투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파악해 놓을 수도 있으니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라고 할 수도 있겠지.”
“아!”
마로크의 말에 물음을 건넸던 폰트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전쟁, 전투에 있어서 적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으면 그 만큼 승리할 확률이 오르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이번 전투로 인해서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에 대해서 알 수만 있다면 앞으로 이보다 많은 수가 공격을 해오더라도 그 만큼 방어를 해내기가 쉬울 것이다.
“마로크 단장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 방어전을 기회로 알려지지 않은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의 약점이라도 알아낸다면 앞으로 있을 몬스터들의 공격도 막아내기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히덴 가르시아의 말에 위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어렵겠지만 프레타 기사단은 히드라를 상대하도록 하세요. 바질리스크는 나와 피에나, 오브라이언 님과 아일린 님을 비롯해서 트랜트 아머를 소유하고 있는 용병분들과 상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르시아 님과 마법사 분들은 적절하게 히드라와 바질리스크에게 마법 공격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위드는 말을 끝내고 오브라이언과 아일린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견을 동의했다.
물론, 히덴 가르시아와 그린 형제 역시도 방법이 그것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적극 동조했다.
“젊은 영주님! 저도 싸우겠습니다!”
가일의 외침에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가일 경은 성벽에 남아 병사들을 도와주세요.”
위드의 단호한 거절에 가일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은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인 그라다 왕국의 에이드 공작조차 잡지 못한 히드라다! 그런 히드라와의 싸움이야 말로 앞으로 프라디아 대륙이 전설이 될 자신의 첫 번째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요! 나도 싸울 수 있다고요! 저따위 뱀 대가리는 내가 단숨에…… 큭!”
빠각!
루카의 거친 손길에 가일의 불만은 끊어졌다.
“야! 트랜트 아머도 없는 놈이 뭘 싸우겠다는 거야? 트랜트 아머가 없으면 너 따위는 히드라의 꼬리도 못 잘라! 너, 소드 마스터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냐? 너 따위는 30명, 40명이 달라붙어도 소드 마스터의 손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해! 그런 소드 마스터조차도 죽이지 못한 히드라를 상대로 네가 뭘 하겠다는 건데? 까불지 말고 성벽이나 지켜!”
루카를 향해서 화를 내려던 가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는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 10명과 싸워도 쉽게 지지 않는 존재다. 그런 소드 마스터가 포기한 히드라를 상대로 고작 익스퍼트 하급인 자신이 뭘 할 수 있겠는가?
트랜트 아머라도 있었다면 싸움에 끼어줬을 것이다. 아니, 말하지 않아도 같이 싸워달라고 요청을 했을 것이다.
“제기랄!”
가일이 거칠게 욕설을 뱉어내며 고개를 돌리자 루카는 이제 됐다는 듯 위드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위드는 고맙다는 듯 희미하게 웃고는 오브라이언을 향해서 물었다.
“트랜트 아머를 지닌 용병들이 몇 분이나 됩니까?”
위드의 물음에 오브라이언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일곱 명이오.”
오브라이언의 대답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웬만한 중앙 기사단 소속의 기사가 아니고서야 트랜트 아머를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용병단의 용병 중 일곱 명이나 트랜트 아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실력은 어떻습니까?”
“익스퍼트 중급 이상이오.”
오브라이언의 대답에 위드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오브라이언, 트랜트 아머가 없다고 하지만 순수 전투력으로만 따지면 누구보다 뛰어난 피에나,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자인 아일린을 비롯해서 상황에 따라서는 소드 마스터 급의 실력까지도 발휘할 수 있는 위드와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일곱 용병에 마법사들까지!
아무리 바질리스크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인원의 집단 공격을 받고도 무사할 순 없을 것이 분명했다.
위드는 마로크를 비롯한 프레타 기사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루카 경의 말대로 소드 마스터인 에이드 공작조차도 이기지 못한 히드라입니다. 여러분의 실력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입니다. 무리해서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히드라를 죽이는 것보다도 여러분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마법 지원이 있으니 최대한 시간을 끌도록 하세요. 바질리스크를 상대하고 나서 곧바로 여러분을 지원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영주님!”
단 여덟 뿐인 프레타 기사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대답했다.
예전 베케일 백작 앞에서는 히드라를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그땐 히드라의 진정한 힘을 몰랐을 때였다.
소드 마스터인 에이드 공작조차 죽이지 못한 히드라를 단 여덟 명뿐인 프레타 기사단이 상대한다는 건 말 그대로 죽여 달라고 달려드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지원 공격이 있다면 죽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시간은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상대하기 위한 계획을 짜놓기가 무섭게 곧바로 몬스터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몬스터들과의 싸움은 너무 처절했다.
그리고 5일 후…….
***
제국력 1384년 11월 26일.
페르만 왕국 프레타 성.
지옥!!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프레타 성은 지옥이었다. 보는 이들의 눈을 믿기 힘들게 만들었고, 듣는 이들의 귀를 찢어 놓았으며, 머리카락부터 손가락, 발끝까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병사의 눈은 공포로 얼룩져 있었고, 입에선 듣기 힘든 비명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병사의 머리를 부여잡은 트롤의 팔에 힘줄이 돋아났다.
꽈직!
뇌수와 함께 사방으로 튀는 붉은 핏물.
할짝, 할짝.
트롤은 자신의 손에 묻은 뇌수와 핏물을 정성스럽게 핥았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병사의 몸을 뜯어 먹었다.
와드득, 와드득…….
이런 장면은 성벽 곳곳에서 흔하게 보였다. 성벽에 오른 몬스터, 성벽 아래에서 성벽을 향해 기어오르는 몬스터, 성벽을 향해서 달려오는 몬스터, 성벽 위를 비행하는 몬스터!
몬스터! 몬스터! 몬스터! 몬스터!!
그 수가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더 이상 살아 움직이는 병사들이 없자 모든 몬스터들은 승리의 괴성을 터트렸다.
꾸이이익!!
므우우우우우우!!
크와아아아악!!
끼야아오오옷-!!
크아아아앙!!
프레타 성은 그날 그렇게 무너졌다.
***
제국력 1384년 11월 24일.
페르만 왕국 프레타 성.
“마, 막아!!”
쉬익! 쉬익!
성벽을 기어 오른 리저드맨은 곧바로 손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병사의 장창을 후려쳐버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반대 손을 휘둘러 병사의 머리를 가격했다.
퍼억!
“크아아악!”
비명과 함께 성벽 한쪽으로 나뒹구는 병사의 머리에서는 붉은 핏물이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이 즉사는 면했지만 당장 응급처치를 하기엔 눈을 희번덕거리며, 병사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살피는 리저드맨의 존재가 너무 위험스러웠다.
“막아야해!! 무조건 막아아아!!”
악을 써대며 병사들을 독촉하는 제1창병대의 대장.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쉬어 있었고, 입술은 가뭄에 메마른 대지처럼 갈라져 있었다.
“우아아아아-!!”
“죽어라아아!!”
두 명의 창병이 리저드맨을 향해서 내달렸다.
쉬익! 쉬익!
리저드맨은 자신을 향해서 달려드는 창병들을 향해서 마주 달렸다. 곧바로 한 마리의 몬스터와 두 명의 인간이 맞부딪쳤다.
예전 아니, 불과 2, 3일 전만 하더라도 리저드맨이 중형 몬스터일지라도 고된 훈련과 빈번했던 전투의 경험을 토대로 어렵지 않게 리저드맨을 죽였을 병사들이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고된 훈련으로 쌓인 강인한 체력과 기술, 오랜 전투로 인한 경험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그간 쌓인 피로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물먹은 솜처럼 힘겹게 움직이는 몸으로 인해서 어떠한 효과도 발휘되지 못했다.
지난 3일간 이어진 쉼 없는 전투로 인해서 몸도 마음도 잔뜩 지쳐 있었던 것이다. 발걸음은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느리기만 했고, 창끝은 예전만큼 날카롭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커억!”
쉭쉭!! 쉬이익!!
한 명의 창병이 죽고, 남은 창병이 겨우 리저드맨을 성벽 아래로 떨어트리는 것으로 급한 위기는 넘겼다.
“하악, 하악…… 아아아…….”
하지만, 살아남은 창병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를 물리쳤음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프레타 성을 향해서 끝없이 꾸역꾸역 달려오는 몬스터들. 그 모습이 그의 모든 전의와 사기, 승리의 기쁨은 앗아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