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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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73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23화
Chapter 10 재회, 그리고……
“더 이상은 프레타 성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히덴 가르시아와 마법사 길드의 마법사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크루거 아크는 연탑의 최고 권력자인 베논 바이텐에게 결정을 종용했다.
“음…….”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고민을 하는 듯한 베논의 모습에 카르무 리엔이 입을 열어 크루거 아크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아크 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프레타 지방은 물론이고, 레켄 지방까지 손에 넣었어야 합니다. 히덴 가르시아로 인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겨 현재 그라다 왕국 쪽으로만 너무 몬스터의 힘이 치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마법사 길드와는 언젠가 싸워야 할 상대이니, 어쩌면 차라리 잘 된 것입니다. 마법사들이 프레타 성에 있을 때야 말로 마법사 길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
카르무 리엔의 말에 베논은 물끄러미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어떤가?”
“이번이야 말로 기회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나머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모두의 뜻이 그렇다면 그것이 맞는 것이겠지.”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내가 너무 가르시아 그 친구를 경계한 것 같군. 그리고 리엔의 말대로 지금이야 말로 우리에겐 기회일 수도 있고.”
베논은 아르마다를 바라봤다.
“키메라들의 상태는 어떠냐?”
“최상입니다. 통제력 역시 문제가 없어 어떤 곳이든 투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어떤 키메라를 투입하던 대형 몬스터를 제외한 몬스터들은 통제력을 잃고 날뛰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는 쉽게 고쳐질 것이 아니다. 나중엔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오히려 그 점이 우리에게 환영할 만한 입장이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해결점을 찾아보도록 해라.”
“예.”
베논과 아르마다의 대화를 듣는 이들은 남몰래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로 중요한 연구는 대부분 아르마다가 맡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뭔가 두 사람이 자신들을 따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키메라에 관한 일은 더욱 그러했다.
베논은 그런 불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신경을 꺼버렸다.
“히에브, 그라다 왕국 쪽의 움직임은 어떤가?”
루스티 히에브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라다 왕국의 제1군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총사령관인 웨인 공작의 움직임에 모두가 들뜬 모습입니다.”
“웨인 공작, 그자가 직접 움직인단 말인가?”
“예, 제1군의 총사령관이 웨인 공작이기도 하지만 에이드 공작조차 히드라를 물리치지 못했다는 것에 그라다 왕국의 국왕이 직접 웨인 공작에게 나서 줄 것을 부탁했다 합니다.”
베논이 물었다.
“웨인 공작이라…… 어떤 키메라가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나?”
“웨인 공작은 프라디아 대륙 10대 검사 중의 한 명입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런 웨인 공작을 상대하려면…… 레드 키메라로는 어렵습니다. 블랙 키메라가 제격입니다.”
“허!”
“블랙 키메라를 벌써!”
“레드 키메라로는 어림도 없단 말입니까?”
주변의 물음에 히에브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직 베논을 바라보며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베논은 그런 히에브를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그 정도인가?”
“페드로 웨인 공작입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대입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존경하는 듯한 히에브의 음성에 베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웨인 공작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상대하기 위해 연탑 최고의 키메라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블랙 키메라를 투입하면 승리할 확률은?”
“제 판단이 맞다면 90%이상입니다.”
“음…… 그렇다면 블랙 키메라의 투입은 잠시 보류시키도록 하지.”
“그 말씀은?”
“아직은 키메라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가 아니네. 설령, 드러낸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키메라의 존재를 본 이들을 모두 죽여야 하는데 제1군을 상대하자고 모든 키메라와 강력한 몬스터들만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선은 웨인 공작과 제1군이 지르모우 지방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막기만 하도록 하게. 어차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블랙 키메라를 투입해 상대할 수 있으니.”
“알겠습니다.”
히에브의 대답에 베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치 후작이 이끄는 연합군은 어떤가?”
이번에는 크루거 아크가 대답했다.
“연합군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연합군의 지휘부에 권력 다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총사령관인 마르치 후작이 어떻게든 중재를 해보려고 노력중이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오란 왕국과 하라 왕국이 연합군에서 빠져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베논이 약간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 정도란 말인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카르타 제국과 두 왕국의 사이가 틀어질 것이 뻔한데도?”
“말씀드렸듯이 최악의 경우입니다. 또,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두 왕국으로써는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만약, 카르타 제국이 압력을 가해오면 두 왕국으로써는 동맹을 맺으면 그만입니다.”
베논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크루거 아크를 바라봤다.
“오란 왕국이나, 하라 왕국이 동맹을 맺는다 하더라도 카르타 제국을 상대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란 왕국이나 하라 왕국이 힘을 합치면 카르타 제국으로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두 왕국이 키에브 제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카르타 제국은 더 이상 제국이라 불릴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제야 베논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란이나, 하라 왕국이 믿는 것이 키에브 제국이었군.”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두 제국.
서로 자신이 최고가 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제국이다. 한쪽이 조금이라도 방심하거나, 틈을 보이면 제국 간에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마르치 후작이 머리 좀 아프겠군. 허허허!”
베논은 뜻하지 않은 일들이 자신들을 돕는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유쾌해졌다.
“그래, 그 외의 나라들은 상황이 어떠한가?”
이번에도 대답은 크루거 아크가 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그라다 왕국과 다르게 저희가 페르만 왕국 쪽엔 힘을 약하게 가해서 그런지 큰 동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키에브 제국이나 코노 왕국도 언제든지 페르만 왕국 쪽으로 병력을 움직일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페르만 왕국 또한 마찬가지로 제2군을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비상전시체제로 대기 상태에 있습니다.”
“여유롭군.”
베논이 빙긋 웃었다.
이제 프레타 성을 시작으로 거센 공격을 시작하면 페르만 왕국도 그라다 왕국과 마찬가지로 바빠질 것이다. 아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될 것이다.
“프레타 성엔 어떤 키메라를 투입하면 되겠습니까?”
카르무 리엔의 물음에 베논이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모를 일이니 키메라는 투입하지 말게. 대신, 히드라와 바질리스크를 투입하도록 하게. 그 정도만 하더라도 프레타 성 정도는 아무리 가르시아와 마법사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을 버리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
제국력 1384년 11월 20일.
페르만 왕국 프레타 성 외곽 지역.
몬스터들의 괴성. 악에 바친 인간의 고성. 살이 갈라지고,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
“크아아악!”
크그그그…….
한 손에 인간의 머리를 움켜쥔 트롤은 자신의 앞에 검을 빼들고 있는 인간들을 스윽 훑어보고는 그대로 손에 들린 인간의 머리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와드득! 와드득!
“으아아아아-!!”
동료의 처참한 죽음에 중년 기사는 붉어진 눈으로 트롤을 향해서 내달렸다.
“루휀!!”
다른 동료들의 외침에도 중년 기사는 트롤의 앞까지 바짝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손질을 하지 못해 피딱지가 더덕더덕 달라붙어 있는 검으로 보아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치열하게 싸워 왔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서걱!
트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중년 기사의 검은 허리를 반쯤 파고들었다.
“빌어먹을…….”
다른 때라면 단숨에 허리를 갈라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거듭된 싸움으로 인해서 피로감이 쌓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크그그그!
트롤은 자신의 허리를 반쯤 파고 든 검을 바라보다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끼이익!
아슬아슬하게 상체를 비틀었다. 우그러지고, 더러워진 플레이트 아머에 트롤의 손톱이 갈리며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렸다.
중년 기사는 손목을 비틀어 검을 빼냈다.
츄아악!
살가죽이 뜯겨져 나가며 핏물이 분수의 물처럼 뿜어져 나왔다. 트롤은 화끈한 통증이 전해지자 괴성을 내지르며 중년 기사를 향해서 양손을 휘저었다.
“루휀! 조심……!”
퍼억!
중년 기사는 검을 들어 올려 트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힘에서 당해내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튕겨져 나갔다.
쾅!
“쿨럭! 쿨럭!”
커다란 나무에 몸을 부딪친 루휀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기침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런 그를 향해서 펄쩍 뛰는 트롤.
어느새 허리의 상처는 대부분 아물어가고 있었다.
“루휀을 구해!!”
“루휀!!”
동료 기사들이 서둘러 몸을 날렸지만 트롤의 움직임을 따라갈 순 없었다.
트롤이 막 루휀의 머리를 잡아채려는 순간.
“모든 힘의 근원이여, 하늘과 땅을 스쳐가는 자유로운 바람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보여라! 윈드 피스트(Wind Fist)!”
날카로운 여인의 외침에 트롤의 정면으로 바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주먹이 나타났다.
퍼어엉!
크그그그극!!
얼굴을 정확하게 강타당한 트롤의 몸이 뒤로 휘청거리며 흔들렸다. 그 사이에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죽어랏!!”
“차하앗!!”
살이 베이고, 뼈가 갈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트롤의 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바닥을 더럽혔다.
트롤의 역겨운 피냄새가 기사들의 갑옷과 얼굴을 적셨지만 누구 하나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루휀!”
“괜찮아…… 쿨럭!!”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에 강한 충격을 받았기에 아머가 일그러지며 몸속의 장기가 틀어지고,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부축하도록! 휴식 없이 서둘러 이동한다!!”
루휀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왔던 기사들은 서둘러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 사이 이동 명령을 내린 기사는 숨을 몰아쉬는 창백한 혈색의 여인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