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폐급장교 56화 | 판타지 소설 | 무료소설.com

성인소설, 음성야설, 무협소설, 판타지소설등 최신소설 업데이트 확인
무료소설 검색

무료소설 고정주소 안내 👉 무료소설.com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56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5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56화

56화 어둠의 시간 (6)

 

 

"지금 그게 무슨 소리요?"

 

처칠은 공군부 장관 아치볼드 싱클레어 의원의 말에 버럭 성을 내며 말했다.

 

"우리 공군이 적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힌 것은 그대도 잘 알지 않소! 그런데 공습을 중지하자니?!"

"각하, 공습을 중지하자는 뜻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싱클레어는 성난 처칠을 상대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물론 우리 공군이 독일의 전쟁수행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만, 피해가 너무 큽니다. 매주마다 상실하는 폭격기들의 숫자도 무시 못할 뿐더러, 가장 큰 문제는 조종사들의 피해입니다. 폭격기야 공장에서 만들면 되지만, 조종사들의 보충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독일 본토 공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이......."

"듣기 싫소.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라 생각하오? 원래 승리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오! 자랑스러운 왕립 공군이 적들에게 날마다 타격을 줌으로써 놈들의 전쟁수행 능력을 깎아내고 있는데 공습을 덜컥 중지한다면, 독일은 그동안 입은 피해를 복구할 수 있게 되오. 분명이 적들은 다시 예전처럼 대규모로 공습을 가해오겠지. 독일군이 폭격을 줄였다고 해서, 우리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오!"

 

사실, 처칠도 싱클레어가 말하는 바를 전혀 모르는 게 아니었다.

 

분명 RAF의 피해는 갈수록 누적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무시해도 좋은 수준(어디까지나 처칠 본인의 생각이었지만)'이지만, 이 피해가 계속 된다면 분명 나중에 문제가 생기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습을 줄이거나 중지한다면, 독일은 금방 그동안 입었던 피해를 복구하고 다시 예전처럼 공습을 가해오리라.

 

적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공세를 멈춰서는 안 된다.

아군의 피해를 겁내서 공습을 중지한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각하, 적어도 공습 시기라도 조정을 해야 합니다. 주간 공습을 중지하고 야간 공습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조종사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랬다간 폭격기들의 명중률이 바닥을 치게 될 거요. 다소 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주간에 공습을 감행하는 것이 적들에게 더 크고, 효율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소."

 

주간폭격은 지상의 목표물들을 더 자세히 타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적 전투기들과 대공포 부대에 발견 당하기 쉽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반면 야간폭격은 지상의 목표물들이 잘 보이지 않아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적들에게 발각당할 위험성이 줄어들어 생존률이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렇듯 주간폭격과 야간폭격은 양날의 검이었다.

 

처칠은 당장의 효과를 위해 앞면을 택했고, 싱클레어는 훗날의 위기에 대비해 뒷면을 택했다.

 

하지만 결정권은 오직 처칠에게 있었다.

 

***

 

"제군들, 오늘 우리의 목표는 바로 베를린이다."

 

단장의 입에서 베를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폭격기 조종사들 사이에선 소리 없는 비명이 퍼져나갔다.

 

베를린. 나치 제국의 수도.

 

계속된 폭격으로 독일 전역 도시들의 방비가 강화된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물며 수도인 베를린은 어떻겠는가.

 

이미 독일군은 베를린을 지키기 위해 각종 대공포들과 레이더, 방공기구들로 도배를 해둔 상태였다.

 

더군다나 거리도 매우 멀었다.

베를린까지 가는 것도 문제였지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 많은 폭격기들이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적의 요격을 받아 격추당했다.

목적지까지 가다가 도중에 격추당한 수는 셀 수 없을 정도였고.

 

그런 곳을, 그것도 야간이 아닌 주간에 공습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 임무나 다름없었다.

입을 벌리고 있는 늑대에 머리를 들이미는 격이다.

 

조종사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떠돌고 있었다.

'프랑스와 베네룩스는 천국, 브레멘과 하노버, 함부르크는 보통, 베를린과 뮌헨은 지옥 그 자체'라고.

 

하지만 상부에서 오늘 목표로 베를린을 점찍은 이상, 일개 조종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1시간 뒤, 활주로에선 수십 대에 달하는 쇼트 스털링 폭격기들이 줄줄이 이륙했다.

 

적의 심장부, 베를린을 향해서.

 

***

 

"환장하겠군. 일주일 뒤면 모처럼의 휴가인데, 하필이면 베를린이라니."

 

제레미 스코필드 대위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휴가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임무가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했다.

 

베를린에 주간폭격이라니!

이럴 줄 알았다면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빠지는 거였는데.

 

"그래도 힘내십쇼, 대위님. 저는 다음 휴가까지 3개월이나 남았습니다."

 

부조종사 닐 라이언 중위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지금 그 어떤 말도 스코필드에겐 위로가 되질 않았다.

 

"야, 너는 그래도 크리스마스 때 특별휴가를 다녀왔잖냐. 나는 작년 여름부터 한 번도 휴가를 나가지 못했다고."

"대신 외출, 외박은 잘만 나가셨지 않습니까. 게다가 전 크리스마스에 3일 밖에 못 나갔다 왔습니다."

"그래도 고향 땅 밟아본 게 어디냐? 우리 부모님은 이미 내 얼굴을 잊으셨을걸?"

"또, 또 오버하십니다. 밑에 애들이 대위님을 보고 뭘 배우겠습니까, 예?"

"어어? 이 새끼가 말하는 꼬라지 봐라? 니가 지난번 외박 때 술 처먹고 사고 친 걸 누가 수습해줬는지 알기는 하냐?"

"헤헤, 그래서 제가 여자 소개해 드렸잖습니까?"

 

라이언은 씩 웃으며 입술을 매만졌다.

 

비행단 최고의 미남인 라이언에겐 늘 여자들이 많았고, 스코필드 라이언 덕분에 진귀한 경험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게다가 그 여자랑 소식 끊긴 지 오래됐거든?"

"아니, 2주 전에 편지 왔다고 자랑하실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런 소릴 하십니까? 기다려보시면 편지 올 겁니다."

"야, 사흘 뒤에 새로 편지 보낸다고 해놓고선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잖아. 이 정도면 빼박이지."

 

둘이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편대는 어느새 하노버를 지나 볼프스부르크 상공에 도달했다.

 

이제 베를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참, 그 여자랑은 어떻게 됐냐?"

"누구 말씀이십니까?"

"지난번 외박 때 만났다던 여자 말이야."

"죄송합니다만 한 명이 아니라서 정확히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새끼가?

 

라이언의 말에 스코필드는 가슴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여자 많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공부 머리는 몰라도, 외모는 그닥이었던 탓에 여자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스코필드는 울화가 치밀었다.

 

"가만 보니 은근히 여자 많다고 자랑한다? 죽고 싶냐?"

"하하, 죄송합니다."

 

스코필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원래 세상은 불공평한 법이다. 누구는 평생을 추남으로 사는 반면, 누구는 타고난 외모 덕분에 글을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인생이라는 게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정말이지 이렇게 씁쓸하게 인정해야 하는 자신의 꼴에 더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최대한 현실을 잊기로 했다.

 

"안경 쓰고, 머리카락이 갈색이라던 여자 말이야."

"아~."

"아는 무슨. 어때? 사귀기로 했냐?"

"지난번에 찼습니다."

"뭐? 찼다고? 이런 사치스러운 놈을 봤나. 야, 그 정도면 충분히 미인이더구만. 대체 왜?"

"미인인 건 잘 모르겠고, 사람 귀찮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폭격기 조종사라고 했더니 바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고, 다른 보직으로 바꾸는 게 어떻냐고 계속 그러는 겁니다. 무슨 꼬꼬마도 아니고."

"귀엽기만 하구만. 다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거 아니겠냐?"

"어우, 저는 별롭니다. 진의가 어떻든 간에, 다 큰 성인이 6살짜리 꼬마들이나 하는 짓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쇼. 토 나옵니다."

 

스코필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겨우 그런 이유로 미인을 차다니.

이놈은 대체 눈이 얼마나 높은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만나는 여자 있냐?"

"예. 저저번 달 외박 때 알게 된 여자인데, 제법 괜찮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괜찮은데?"

"에이~ 아시잖습니까?"

 

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던 다른 승무원들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빌어먹을 놈.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도 계속 그런 식으로 살다간 언제가 칼 맞는─."

 

하지만 스코필드는 하던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시야에 Bf109 한 무리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광경이 잡힌 것이다.

 

"적이다! 비상!"

 

기체 전방의 브라우닝 기관총이 서둘러 불을 뿜었지만, 총탄은 적기를 피해갔다.

애먼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예광탄 줄기를 본 스코필드는 이를 악물었다.

 

독일군도 영국군을 향해 공격을 개시함으로서 평화롭던 하늘은 목숨을 건 싸움터로 돌변했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순식간에 스털링 폭격기 2대가 격추당했다.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동료들을 본 스코필드는 몸이 공포와 분노로 굳어졌다.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뇌리를 지배했다.

 

"기수 올려!"

"하지만 그랬다간 편대가 흐트려집니다!"

"병신아, 편대는 이미 흐트려졌어!"

 

스코필드가 모는 기체 뒤에 Bf109 1기가 따라붙어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후방터렛이 적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지만, 적은 가뿐하게 회피했다.

설상가상으로 기관총에 잼까지 걸렸다.

 

그 틈을 타 적기는 기총소사를 가했고, 후방터렛을 완전히 침묵시켰다.

 

녀석은 이번엔 좌측으로 날아와 공격을 가했다.

 

미치겠군, 정말!

스코필드는 귀청을 때리는 총성과 적기의 소음을 들으며 1m라도 더 고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때, 갑자기 기체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라이언의 다급한 외침.

 

"우측 날개에 불이 붙었습니다!"

 

우측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 2개 중 한 개는 멈춰 있고, 다른 하나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어 폭격기는 서서히 기수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코필드는 어떻게든 기체를 조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이미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적기가 다시 나타나 정면에서 공격해왔다.

창문이 깨지면서 날카로운 파편들이 쏟아졌다.

 

"크악!"

 

스코필드는 뺨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동전만 한 크기의 파편이 뺨에 박혀 있었다.

 

하지만 스코필드의 손은 조종간을 잡고 있었기에 뺨에 박힌 파편을 빼낼 수 없었다.

 

"빌어처먹을 제리 놈들......! 아니, 라이언! 이봐!"

 

라이언의 몸에 난 무수히 많은 구멍으로부터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라이언은 눈을 반쯤 감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라이언, 인마! 정신차려!"

 

당황한 스코필드는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그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3분 뒤, 스코필드의 기체는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뒤이어 3대의 스털링 폭격기들도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했다.

 

판타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조회
4458 신룡전설 5560
4457 신룡전설 5553
4456 신룡전설 5361
4455 신룡전설 5369
4454 신룡전설 5417
4453 신룡전설 5695
4452 신룡전설 5509
4451 신룡전설 5371
4450 신룡전설 5406
4449 신룡전설 5604
4448 신룡전설 5256
4447 신룡전설 5455
4446 신룡전설 5368
4445 신룡전설 5531
4444 신룡전설 5313
4443 신룡전설 5426
4442 신룡전설 5328
4441 신룡전설 5471
4440 신룡전설 5325
4439 신룡전설 5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