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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의 폐급장교 24화

무료소설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영제국의 폐급장교 24화

24화 몰타 공방전 (2)

 

 

"좋아, 아주 좋아!"

 

무기와 탄약이 담긴 컨테이너를 발견한 라머스 대위는 빙긋 웃었다.

 

컨테이너를 열자 기름을 칠해 반짝반짝 윤이 나는 MP40 기관단총들과 여분의 탄약들이 그를 반겼다.

 

라머스는 MP40 한 정과 자기 몫의 탄약을 챙긴 뒤 서둘러 총성이 이는 곳으로 뛰어갔다. 10여 명의 부하가 함께 따라 뛰었다.

 

곧 그들의 앞에 영국군의 대공포 진지가 나타났다.

40mm 대공포의 포구에서 섬광이 일 때마다 펑펑 소리가 났다.

 

라머스 대위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섣불리 공격을 감행했다가 역으로 포위당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진다.

 

대공포는 총 3문이고, 적들의 수는 어림잡아 20명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대공포 진지 주변에는 다른 병력은 없는 듯했다.

 

라머스 대위는 손짓으로 부하들을 좌우로 이동시켰다.

병사들은 말없이 대공포 진지의 좌우로 이동했다.

 

대공포 진지의 영국군들은 독일군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하늘을 수놓은 수송기 행렬을 향해 포를 쏘는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임무에 열중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변 경계를 게을리한 것은 최악의 실수였다.

 

그 실수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지금이다!'

 

라머스 대위는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가며 기관단총을 갈겨댔다.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영국군 중위가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탄 클립을 들고 서 있던 병사들도 벌집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라머스 대위의 중대원들도 기관단총을 난사해 영국군 병사들을 고꾸라뜨렸다.

 

진지의 모든 영국군이 쓰러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30초. 이로써 3문의 대공포는 침묵했다.

 

반면, 독일군의 피해는 0.

완벽한 승리였다.

 

허나 아직 기뻐하기엔 이른 시기였다.

 

인근 진지의 영국군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들이 옵니다!"

"젠장, 더럽게 빨리 알아차리는군."

 

라머스 대위는 영국군이 촉이 너무 좋다고 툴툴대며 진지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부하들에게 쓰러진 영국군이 사용하던 소총과 탄약을 긁어모으라고 지시했다.

 

10분도 되지 않아 영국군 1개 소대가 진지를 향해 올라왔다.

 

라머스 대위는 숨죽인 채 영국군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거리가 60m 안으로 접어들자 그는 큰소리로 발포 명령을 내렸다.

 

"사격 개시!"

 

그 즉시 강렬한 총격이 영국군을 덮쳤다.

 

라머스 대위는 족히 10명이 넘는 영국군이 고꾸라지는 것을 봤다. 하지만 적은 아직 많았다.

 

독일군은 수류탄을 던져 영국군은 한곳으로 몰아넣었다.

 

예상대로 영국군은 수류탄을 피해 우측으로 움직였고, 기다리고 있던 기관총 사수가 덫에 걸린 사냥감들을 향해 발포했다.

 

영국군으로부터 노획한 브렌 경기관총이 불을 토하자 영국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요대에 찬 수류탄에 총알이 맞는 바람에 폭발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나는 병사도 있었다.

 

1개 소대 30명의 영국군은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적들은 1개 소대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좌측에서 적들이 나타났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기 중이던 예비부대였다.

 

"좌측에 적입니다!"

"이런, X발!"

 

라머스 대위는 욕을 내뱉으며 MP40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몰타섬에 있는 모든 영국군이 이곳으로 몰려든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적은 끝없이 나타났다.

 

"이 작은 섬에 토미(영국인의 멸칭)들이 대체 몇이나 있던 거야?"

 

라머스 대위는 방아쇠를 당겨 맨 앞줄에 있던 얼뻥한 표정의 영국군 소위를 벌집으로 만들었다.

이어 수류탄을 던져 3명의 적을 날려버렸다.

 

정신없이 총을 쏘는데, 무한궤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정체를 본 독일 병사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덩달아 라머스 대위도 당황했다.

 

"제기랄, 전차다! 전차!"

 

MK.6 경전차 2대가 궤도를 굴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비록 크기는 승용차보다 조금 더 큰 수준에 무장은 빅커스 기관총 1정이 전부지만 전차는 전차였다.

 

특성상 제대로 된 대전차화기 같은 중화기를 휴대할 수 없는 공수부대에겐 전차는 최악의 상대였다.

 

하다못해 대전차소총이라도 있었다면!

 

라머스 대위는 이를 악물었다.

 

부하들은 사력을 다해 총격을 가했지만, 당연하게도 전차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MK.6 전차의 기관총이 불을 뿜자 노획한 브렌 기관총을 쏴대던 병사가 피곤죽이 되었다.

독일군은 총탄을 피해 몸을 숙였다.

 

전차를 앞세운 영국군은 의기양양하게 진지를 향해 달려왔다.

 

라머스 대위가 후퇴를 고민하던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거침없이 달려오던 영국군들이 수박처럼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난데없는 포성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4명의 병사가 대공포에 달라붙어 포를 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라머스 대위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렇지!"

 

그래, 내가 왜 그걸 몰랐지?

대전차소총이 없어도, 대공포가 있었는데!

 

대공포에는 영국군의 피가 좀 튄 것만 빼면 전체적으로 멀쩡한 상태였다. 게다가 주변엔 탄약도 가득 쌓여있었다.

 

40mm 유탄에 난타당한 MK.6 전차가 화염을 내뿜으며 주저앉았다.

 

남은 1대는 급히 선회했지만, 근처에 있던 도랑에 궤도가 빠져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발이 묶인 전차를 향해 40mm 유탄이 날아들었다.

 

유탄은 4mm밖에 되지 않는 측면장갑을 관통했고, 폭발의 화염과 파편이 전차 내부를 휩쓸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전차들까지 허무하게 격파당하자, 영국군은 전의를 잃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치는 길도 쉽지 않았다.

 

독일군은 퇴각하는 영국군을 향해 40mm 유탄 세례를 퍼부어댔다. 허겁지겁 도망치던 2명의 병사가 포탄에 맞아 다진고기로 변했다.

 

영국군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물러난 후에야 독일군은 사격을 멈추었다.

 

전투는 독일군의 대승으로 끝났다.

 

라머스 대위는 미소를 지으며 들판에 널린 적들의 시체를 바라봤다.

 

"자, 서두르자! 아직 할 일이 많다!"

 

독일군들은 전사한 전우와 적들의 시체에서 무기와 탄약을 챙겼다. 그리고 대공포를 다시 이용할 수 없도록 폭약을 설치했다.

 

라머스 대위는 대공포 포구 안에 수류탄을 있는 대로 떨어뜨린 뒤, 폭약을 설치해서 터뜨렸다.

 

요란한 폭음이 일었고, 3문의 대공포는 고철 더미로 변했다.

 

임무를 완수한 라머스 대위는 부하들을 이끌고 다음 임무 수행을 위해 진지를 떠났다.

 

1시간 뒤 병력과 장비를 보충해 다시 진지를 찾은 영국군을 반긴 것은 형편없이 망가진 대공포와 주변에 즐비한 시체들뿐이었다.

 

***

 

"이런, 제임스! 안 돼!"

 

이안 버클러 중위는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그의 절친이자 윙맨인 제임스 스타 중위의 호커 허리케인은 긴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하는 중이었다.

 

"이 개자식!"

 

분노한 이안은 제임스 중위를 격추한 피아트 CR. 42 전투기를 노려보았다.

 

이안에게서 절친을 앗아간 이탈리아 조종사는 그를 약 올리려는 듯 날개를 상하로 흔들어댔다.

 

이안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상대가 구식 복엽기라고 만만하게 봤던 것이 실수였다.

 

제임스 중위가 다가가자, 놈은 예상치 못한 급선회로 제임스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녀석은 제임스의 뒤에 있었다.

 

당황한 제임스는 황급히 회피기동을 시도했지만, CR. 42는 인정사정없이 기총소사를 퍼부어 상대를 격추했다.

 

여러 번 사선을 넘나들었던 베테랑의 허무한 최후였다.

 

이안은 직감적으로 상대가 만만찮은 실력의 소유자임을 알아차렸다.

 

틀림없이 스페인의 전장에서 수십 번의 실전을 경험한 고참 조종사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실력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이안은 동료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놈이 사냥에 성공해 방심한 틈을 타 재빨리 녀석의 사각으로 접근했다.

 

조준선 안으로 놈이 들어오자, 망설이지 않고 격발기를 눌러 7.7mm 총탄을 퍼부어댔다.

 

펑 소리가 나면서 기체 후미에서 붉은 화염이 일었다.

 

제임스를 격추한 CR. 42는 그대로 지중해 바다로 추락했다.

 

"해냈다!"

 

니시 소좌는 그 기세로 다른 적기들을 상대해나갔다.

 

몰타의 하늘은 독일과 이탈리아 전투기들 천지였다. 이에 맞서는 영국군의 전투기들은 겨우 십수 대가 전부였다.

 

하지만 영국군 조종사들은 수적 열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웠다.

 

또 한 대의 CR. 42가 이안의 허리케인이 퍼붓는 7.7mm 총탄 세례를 받아 격추되었다.

 

이로써 이안의 전과는 이번 전투에서만 3대가 되었다.

이제까지의 전투에서 올린 전과까지 치면 자그마치 14대였다.

 

적기 5대를 잡으면 에이스 칭호를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전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안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그가 또 다른 적기를 노리고 다가갈 때, 두 대의 C. 200 사에타 전투기가 나타나 전투에 가세한 것이다.

 

"이런!"

 

베테랑 중의 베테랑답게 그는 적기를 보자마자 좌측으로 방향을 돌렸다.

 

간발의 차이로 적기가 쏜 총탄을 피할 수 있었다.

적기가 쏜 12.7mm 총탄은 허공을 가르며 허연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이안은 적기의 후미를 잡기 위해 기수를 옆으로 올렸다. 그러나 그가 향한 곳에는 또 한 대의 적기가 있었다.

 

그가 놈을 보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리케인과 CR. 42가 공중에서 충돌해 폭발을 일으켰다.

 

화염에 삼켜지기 전, 이안은 볼 수 있었다.

 

자신처럼 당황한 얼굴의 이탈리아군 조종사를, 그의 두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

 

몰타의 수도이자 섬에서 가장 큰 항구인 발레타 항구는 독일과 이탈리아 연합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항구에 정박해 있던 구축함들은 대공포로 필사적인 저항에 나섰지만, 적기가 너무 많았다.

 

폴란드와 노르웨이, 프랑스에서 수많은 전투를 거치며 에이스로 거듭난 슈투카 조종사들은 구축함들의 머리 위로 폭탄을 떨어뜨린 뒤, 기수를 올려 달아났다.

 

슈투카가 투하한 폭탄에 직격당한 H급 구축함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폭발의 충격으로 선체 위에 있던 승조원들은 바다로 튕겨 나갔다. 육지 쪽으로 떨어진 이들은 딱딱한 지면에 처박혀 문자 그대로 곤죽이 되었다.

 

"오, 온다!"

"쏴! 계속 쏴!"

 

동료 구축함의 처참한 최후를 지켜본 승조원들은 필사적으로 40mm 대공포를 발사했다.

 

그렇잖아도 기체에 큼지막한 폭탄을 장착한 슈투카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적기가 맞길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기도가 통한 것일까?

 

하늘을 향해 불을 토해내던 40mm 기관포의 유탄이 슈투카의 우측 날개에 명중했다.

날개를 잃은 강철의 독수리는 균형을 잃고 바다로 추락했다.

 

슈투카가 추락한 바다에서 폭발이 일면서 물기둥이 솟구쳤다.

 

적기 격추에 성공한 승조원들은 기쁨에 휩싸여 서로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해냈다!"

"맛이 어떠냐, 이 더러운 소시지 새끼야!"

 

하지만 그들이 착각한 게 있었다.

 

지금까지 격추된 적기의 수는 아직 격추당하지 않고 날아다니는 적기들의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것과, 그들을 노리는 사냥꾼은 방금 격추한 슈투카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

 

만세를 외치던 승조원들의 뒤로 슈투카가 나타났다.

 

목에 철십자 훈장을 건 조종사는 능숙하게 기체를 조작해 구축함의 위로 폭탄을 투하했다.

 

폭탄은 구축함의 탄약고 바로 위로 떨어졌다.

 

곧이어 귀청을 찢을 듯한 괴성과 함께 또 한 대의 구축함이 지중해 바다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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