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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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2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2화
위드는 당당하게 일로니아 성을 떠날 것을 밝혔다. 영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 이곳에 더 이상 남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로니아 성에 남은 이유도 혹시라도 자신이 섣부르게 움직이면 프레타 영지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필립스와 그의 동료들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몸의 한 부분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아공간을 통해 트랜트 아머가 그들의 몸에 착용되었다.
철컥! 철컥! 철컥!
익스퍼트 중급의 기사 3명이 모두 중가의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으니 이제는 피에나라고 해도 섣부르게 그들을 상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피에나는 혼자가 아니다.
번쩍!
위드의 심장 부근에서 빛이 폭사되며 아공간을 통해 대마도사 칸의 트랜트 아머가 나타났다.
철컥! 철컥! 철컥!
검붉은 색의 트랜트 아머.
겉모습은 필립스와 그의 동료들처럼 비슷했지만 색은 너무 달랐다.
보통 트랜트 아머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은색, 강철로 만들어진 검은색, 동으로 만들어진 구릿빛 색이 있을 뿐이다.
위드가 착용한 트랜트 아머처럼 검붉은 색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문득, 필립스와 그의 동료들의 머릿속에 위드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들었어?’
‘뭘?’
‘이번에 빌라노비치를 죽인 카일러 준남작 이야기.’
‘듣기는 했지만…… 뭐, 믿을 수가 있어야지.’
‘셀립의 목걸이에 영상이 분명히 저장되었다고 하던데?’
‘나도 그래서 더 믿을 수 없다는 거야. 어떻게 리피트 상급의 검사가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 4명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울 수 있냔 말이야!’
‘빌라노비치를 호위하는 녀석들 말이야, 정말로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가 맞기는 한 거야? 이거, 부풀려진 소문 아니야?’
‘그놈들 익스퍼트 중급이 분명해. 제2중대 소속인 얀이 보증한다고 하더군.’
‘얀? 그 녀석 말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나중에는 밝혀지지도 않은 마법까지 사용해서 그놈들뿐만 아니라 빌라노비치를 밀착 호위하는 트엔과 슐린까지 죽여 버렸다고 하니. 이걸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군.’
그 이야기를 떠올리자 필립스와 그의 동료들은 문득, 위드가 피에나보다도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 그는 익스퍼트 하급의 검사일 뿐이다. 하지만, 그는 리피스 상급의 경지로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 4명을 죽인 것도 모자라 익스퍼트 상급의 검사 2명까지 죽인 전력이 있었다.
피에나가 있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얻은 마도사의 마법문신과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직접 보게 되니 자신들도 모르게 몸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트랜트 아머…….”
라이너도 위드의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그 역시도 검붉은 색으로 이뤄진 트랜트 아머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스르릉!
위드는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어차피 강철의 기사단 한 명을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서로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채 검까지 뽑아 들었으니 더 이상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시기가 지나고 말았다.
라이너와 레인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후작가와 카르타 제국 5대 상회인 벨르트 상회를 적으로 돌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모든 캐스팅을 끝마친 베르토는 재빨리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나와 피에나를 곱게 보내주기만 한다면 굳이 싸울 생각은 없다.”
“공작님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머물러 계셔야 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겠군.”
위드의 말이 끝나자 베르토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겠군요.”
베르토는 로브 안쪽에서 마법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낮게 마법주문을 외쳤다.
“모든 힘의 근원이여, 하늘과 땅을 스쳐가는 자유로운 바람이여, 지금 그대의 힘을 빌려 내 앞의 적을 상대하려 하니 그대의 힘을…….”
“그만하도록 하세요.”
카인의 목소리에 베르토는 마법주문을 외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위드와 피에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영주님.”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카인은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사람이 위드임을 알고는 그에게 말했다.
“카인 클라우드다. 위드 카일러 준남작이겠지?”
위드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은 위드의 검붉은 트랜트 아머를 쓰윽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관심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꽤 특이한 트랜트 아머로군. 마도사의 던전에서 얻은 것인가?”
위드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차피 자신의 트랜트 아머는 색뿐이라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분명했기에 거짓말을 해봐야 소용없었다.
“대충 상황을 보니 영지로 돌아가려고 하는 모양이군.”
“영주니까.”
간단한 대답에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는 듯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위드는 어쩌면 그가 자신을 보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고 보면 카인은 모르지만 위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네드벨 시에서 그가 한 평민을 도와주었던 때였다.
보통의 귀족들과 비교해 봤을 때, 카인의 행동은 분명 특별했다.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건가?”
위드의 물음에 카인은 간단하게 답했다.
“날 이긴다면.”
카인의 입가에 자신감 가득한 미소가 걸렸다.
Chapter 6 자유!
위드와 카인은 수련장에서 정면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대치하고 있었다. 트랜트 아머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소영주님, 카일러 준남작은 이미 익스퍼트 하급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더욱이 중급을 바로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전에 필립스와도 대등하게 대결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카일러 준남작과 그를 보호하는 타이먼 족 여성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을 잡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가실 필요가…….’
하지만, 카인은 자신을 극구 말렸던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단 3인에게 간단하게 말했었다.
‘우리가 힘으로 저들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둔다고 하죠. 그럼, 얻는 것이 무엇인가요? 또, 저들을 가둔다고 해서 이 일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미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죠.’
그 말에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단 3인은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카인의 말대로 이미 힘으로 위드와 피에나를 가둬두기엔 늦은 것이다.
라이너와 레인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 둘마저 가둘 수는 없는 노릇. 한 눈에 보기에도 라이너와 레인은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해서인지 이미 모종의 안전장치를 깔아 놓은 듯싶었다.
또, 실질적으로도 그들의 생각대로 라이너와 레인은 각각 자신들이 언제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공작가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걸로 간주하란 말을 남긴 상태였다.
“아카데미에서 네가 테일을 상대하는 것을 봤다. 확실히 테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력이더군.”
카인의 말에 위드는 대답 대신 검을 들어 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영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간단해서 좋군.”
카인도 검을 뽑아 들었다.
치릉!
카인의 바스타드 소드는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명검이었다. 이미 그의 검을 본 적이 있는 위드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지만 라이너와 레인은 감탄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기면 돌아가는 걸 막지 마라.”
위드는 확인을 하고 싶어 했고, 카인은 마땅히 그러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그 모습에 베르토는 이마를 짚었다. 자신으로써는 어떻게 막고 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었지만 카인과의 대결을 조건으로 위드를 보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음…….”
필립스는 위드보다도 카인을 눈여겨봤다.
분명, 카인의 실력도 익스퍼트 하급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위드와 비교했을 때는 승리하기 힘든 상태였다.
익스퍼트 급에 먼저 오른 것은 카인이라고 하더라도 위드는 기형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무엇보다도 그는 프레타 영지에서 살았기에 실전에 강했다.
카인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수련을 쌓아왔지만 실질적으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을 위드와는 비교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게 둘을 비교하는 사이 위드의 선제공격으로 대결이 시작되었다.
“차하앗-!”
기합성과 함께 위드는 필립스와 싸웠을 때처럼 자신의 검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살려 찌르기를 시도했다.
카인은 기형적인 위드의 검을 유심히 살피며 적절하게 방어했다.
챠앙!
불꽃이 튀며 두 사람의 검은 각각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위드는 튕겨져 나간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연속해서 찌르기를 이어나갔다.
“호오.”
이어지는 위드의 찌르기는 라이너와 레인을 감탄시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카인을 쓰러트리기엔 부족했는지 카인은 큰 무리 없이 찌르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챵! 챠앙! 챠앙!
쉬지 않고 이어진 위드의 찌르기를 모조리 막아낸 카인. 그의 모습에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단 3인은 마치 자신이 해낸 일인마냥 자랑스러워했다.
소위 말해서 카인은 천재다.
검과 체술에 있어서 카인은 천재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해왔다. 한 번 가르친 것은 결코 잊질 않았고, 무엇보다도 이해력이 높아 가르치는 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그런 존재였다.
게다가 카인의 대단한 점은 노력형 천재라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알면서도 그는 항상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카인은 검을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단 하루도 수련을 거르지 않았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아가면서 수련을 이어나갔다.
카인의 나이 이제 고작 19살.
지금의 나이로 익스퍼트 하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재능보다도 끊임없이 이어진 노력 때문이다. 이는 대륙의 집중 관심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대대로 소드 마스터를 배출한 클라우드 가문을 다시 한 번 대륙에 널리 알리는 일이었다.
챠앙!
“하아앗-!”
위드의 공격은 맹렬했고, 카인의 방어는 견고했다.
어떤 방향에서 어떤 형태로 공격을 하더라도 카인은 모조리 막아냈다.
필립스마저도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의 힘을 지닌 위드였지만, 카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별다른 내색도 없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하다.”
레인은 작게 중얼거리듯 라이너에게 말했다.
“…….”
라이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자신과 같은 또래가 저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나이에 비해서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라이너였다. 하지만, 위드와 카인을 보니 자신이 얼마나 자만하고 살았는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라이너! 라이너! 이 바보 같은 놈!’
라이너의 두 눈동자가 붉어졌다.
채앵-!
카인은 위드의 검을 크게 튕겨내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천천히 검을 쥐고 있던 손을 풀어 가볍게 손목을 돌렸다.
“힘이 굉장하군.”
표현하진 않았지만 카인에게도 위드의 검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버티지 못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처음 검을 잡았을 때, 클라우드 공작이 가장 먼저 했던 말.
‘검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검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검사가 검을 놓치면 그건 곧 죽음이다! 어떤 충격이 전해져도 검을 놓쳐선 안 된다!’
그 말에 따라서 카인은 검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항상 손아귀, 손목의 힘을 길러왔다. 그래서 웬만한 익스퍼트 급 기사들보다 이 두 방면의 힘이 강한 그였다.
다시 검을 쥔 카인이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야지?”
말과 동시에 카인은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에 마나를 주입했다. 최고급 미스릴과 소량의 오리하르콘을 섞어 만든 검이기에 받아들이는 마나량과 강도가 여타의 검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위드 역시 검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 모습을 보고 카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지! 하아압-!”
조금 전과는 다르게 카인이 선제공격을 펼쳤다.
챠아앙!
검과 검의 충돌은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냈고, 두 사람의 몸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카인은 조금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고, 내지르고, 찌르며 위드를 압박했지만, 어떤 공격도 위드에겐 통하지 않았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소드 댄싱처럼 카인과 위드는 서로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