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61화
무료소설 위드 카일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1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1화
“기간이 너무 짧아서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카인의 말에 베르토는 슬쩍 웃고는 물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대륙 용병계도 바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특히, 그라다 왕국에선 황금 사자 용병단, 검은 표범 용병단, 붉은 독수리 용병단과 제가 속해 있던 붉은 사자 용병단까지 모두 고용했다고 하더군요.”
“하나 같이 대륙에 이름난 10대 용병단들이군요.”
“페르만 왕국에서도 푸른 매 용병단, 붉은 레몬 용병단, 황금 사과 용병단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그야 말로 몬스터 땅을 중심으로 대륙 10대 용병단들이 거의 모두 모인다고 할 수 있죠. 듣자니 이번에 프레타 영지에서도 요즘 한창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오브라이언 용병단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오브라이언 용병단이면 보통 그 전통이 100년은 된 다른 용병단들과 다르게 이제 고작 10년도 되지 않은 신생 용병단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벌써 대륙 10대 용병단이 될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오브라이언이 소드 마스터란 소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확인된 적이 없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런 오브라이언 용병단을 프레타 영지에서 고용했다는 소리에 베르토는 나름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영주님 말씀처럼 정말로 베르나르 용병단과 붉은 체리 용병단을 제외하면 대륙 10대 용병단이 모두 모인 셈이로군요. 그러고 보면 프레타 영지만이 유일하게 이번 몬스터 혈풍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셈이군요.”
“위드 카일러 준남작…….”
베르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카인은 네드벨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위드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런저런 소문으로 꽤나 유명했던 그였기에 카인으로서도 당연히 그를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그라다의 명장인 바이저 플로렌 백작도 막아내지 못한 몬스터들의 공격을 아직까지도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다니 대단하단 생각뿐이었다.
물론, 마법사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는 소문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아직까지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카인과 베르토는 잠시 대륙의 정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영주관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자 자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다 경비병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슨 일인가?”
베르토의 물음에 경비병이 답했다.
“에드만 후작의 자제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에드만 후작이라면…… 콜 에드만 후작?”
“예!”
콜 에드만 후작이라면 카르타 제국에서 나름대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권력가였다. 무엇보다도 콜 에드만 후작이 맥케이 라인하르트 공작과 밀접한 사이라는 것은 제국 내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즉, 에드만 후작가와 클라우드 공작가는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 만큼 교류도 없었다.
카인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에드만 후작의 아들이 일로니아 영지에 방문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에드만 후작의 자제라면 정중하게 모실 것이지 왜 이리 소란이냐?”
베르토의 다그침에 경비병이 난색을 표했다.
“그것이…… 에드만 후작의 자제분께선 다른 사람은 볼 필요 없이 카일러 준남작님에게 볼일이 있다면서…….”
“카일러 준남작? 위드 카일러 준남작?”
카인은 놀란 얼굴로 경비병을 바라봤다. 그러다 베르토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것이…….”
어떻게 에드만 후작가에서 위드 카일러의 일을 알고 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어쨌든 카인에게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애초부터 숨기려고 한 일도 아니었기에 사실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전해들은 카인은 잠시 생각을 하다 경비병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에드만 후작의 자제를 정중히 모시도록. 베르토 님도 위드 카일러 준남작을 모시고 오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경비병과 베르토가 각각 발걸음을 돌려 걸어가자 홀로 남은 카인 역시 지저분한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너무 막무가내로 들어온 것 아냐?”
“막무가내라니? 공작가에서 우릴 정중하게 안내했잖아?”
“난 그 이전을 말하는 거야.”
“괜찮아. 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하면 그게 어디 공작가냐?”
“말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내 말이 위험해? 흐흐흐, 괜찮아. 뭐, 나도 엄연히 후작의 아들인데 뭐.”
“후작이랑 공작은 틀리잖아.”
“어차피 거기서 거기야.”
“……앞으로 너랑 다니는 거 생각 좀 해봐야겠다.”
금발 청년의 말에 보라색 머리카락의 청년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금발 청년은 졌다는 듯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이곳입니다.”
딸깍.
중년인의 음성이 들리더니 동시에 영주관의 접견실의 문이 열리며 7명이나 되는 인물들이 들어섰다.
“어!”
접견실로 들어서던 위드와 피에나는 놀란 눈으로 방 안의 두 청년을 바라봤다.
“여! 위드!!”
“위드 카일러 준남작님! 무사하셨군요!”
“레인, 지금 그 말은 대 카르타 제국 공작가가 힘없는 사람 잡아다가 어떻게 한다는 소리로도 들리는 것 같은데?”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라이너의 말에 레인은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위드, 피에나와 함께 접견실로 들어선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혹시라도 라이너의 말대로 오해하고 듣는다면 이는 정말로 큰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들은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듯했다.
킥킥거리며 웃은 라이너는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그러는데 자리를 좀 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라이너의 말에 베르토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라인하르트 공작가와는 확실히 다르군.”
중얼거리듯 그러나 들으라는 듯 말을 하는 라이너의 모습에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은 절로 눈을 치켜떴다.
클라우드 공작과 라인하르트 공작은 라이벌이다.
어떤 일이든 비교를 당하고, 무엇보다 지금처럼 자신들이 아래로 평가를 받으면 참기 힘들었다.
“아무리 콜 에드만 후작님의 자제분이라 하더라도 여긴 엄연히 공작가입니다. 그런 말씀은 에드만 후작님께도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베르토의 말에 라이너는 물끄러미 그를 마주보다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러죠.”
라이너의 행동들이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을 계속해서 자극했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었다.
위드는 라이너가 카르타 제국 후작의 아들이라는 소리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가 귀족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후작가 출신일 줄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이너 에드만?”
위드의 물음에 라이너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리 말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뭐, 그런 걸로 날 돋보이고 싶다거나, 뭔가 내 후광을 보고 달려드는 날파리들이 싫어서. 어쨌든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됐다.”
“미안하긴. 네드벨 아카데미 규칙 잘 알잖아?”
“그렇기는 하지! 하하하하!!”
밝게 웃은 라이너가 갑자기 얼굴 표정을 바꾸며 위드를 바라봤다.
그리곤 뭔가를 말하려다 이내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을 바라봤다.
씨익.
베르토는 라이너의 웃는 모습에서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불길한 느낌은 라이너의 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위드, 네가 아직 여기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한 가지겠지?”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위드는 라이너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이너와 레인이 어떻게 자신이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찾아왔는지도 궁금했고, 자신이 여길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중의 한 가지라는 말은 더더욱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라이너를 바라봤다.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네가 아직도 클라우드 공작가에 있는 그 첫 번째 이유! 위드 너는 아직 네 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라이너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베르토를 바라봤다.
“영지가 위기에 처했는데 그 영지의 영주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소?”
영지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에 위드는 순간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떤 위기가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너가 저렇게 다그칠 정도까지 말을 하는 걸 보면 보통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베르토는 눈을 꾹! 감아버렸다.
어설프게 변명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작정하고 덤벼드는 라이너를 이길 상황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입을 다물고 상대하지 않는 편이 최선이었다.
라이너는 베르토와 강철의 기사들을 비릿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위드에게 말했다.
“위드, 네가 영주로 있는 프레타 영지에 아주 큰일이 벌어졌다. 지금 네 모습을 보니 하나도 모르는 것 같으니 이야기 해주도록 하지.”
라이너는 프라디아 대륙에 벌어진 몬스터 혈풍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프레타 영지가 현재 얼마나 위태롭게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지도 알려주었다.
쾅!
라이너의 설명을 들은 위드는 잔뜩 분노한 얼굴로 접견실에 마련된 탁자를 단숨에 부숴버렸다.
화가 치밀어 올라 내려친 것이 탁자를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헉! 위드 녀석 어쩐지 느낌이 좀 다르다 했더니…… 설마 익스퍼트 하급?’
라이너는 경악한 얼굴로 위드를 바라봤다.
“모두 사실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베르토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피에나 역시도 살기와 투기를 뿜어내자 강철의 기사들은 혹시라도 모를 일에 대비해 검 자루를 손에 쥐었다.
긴장감이 흘렀다.
피에나는 강철의 기사들에겐 분명 버거운 상대였다. 또한, 거기에 위드까지 돕고 나선다면?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었다.
“알면서도…… 알고 있었음에도 내게 한 마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
위드의 말투가 바뀌었다.
베르토는 물론이고, 강철의 기사들 역시도 위드의 말투보다는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와 살기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됨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래도 쉽게 넘어가긴 틀렸군.’
이대로 위드가 화를 삭히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베르토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베르토는 오른손을 로브 안쪽으로 살짝 집어넣었다.
손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법사가 잡혔다. 그는 조용히 미리 메모라이즈 해두었던 마법들을 떠올렸고, 몇 가지는 곧바로 펼칠 수 있도록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렇게 탐이 났던 건가? 제국의 공작이! 한낱 보잘것없는 준남작의 것이 그렇게도 탐이 났던 건가!!”
위드의 외침에 강철의 기사들 중의 한 기사가 호통 치듯 대꾸했다.
“감히 단장님을 모욕하는 것이오?”
“모욕? 좋지.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테지? 당신이 한 번 내게 잘 설명해 보도록. 날 설득할 수 있다면 당신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도록 하지.”
“그, 그건…….”
기사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위드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상황이 그러했다. 이 상황은 어떠한 말로도 위드를 설득할 수 없었다.
“왜? 할 말이 없나? 그럼 제국의 공작이 보잘것없는 준남작의 것을 탐했다고 소문내고 다녀도 되겠군?”
“닥치시오!!”
치르릉!
또 다른 기사가 얼굴을 붉히며 바스타드 소드를 빼어들었다.
그러자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피에나가 순식간에 공간을 좁히고 이동했다.
퍼억!
“커억!”
작정하고 틈을 노린 피에나의 일격에 기사는 코가 뭉개져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서 뒤로 나뒹굴었다.
“던!!”
“감히 제국의 공작가에 도전을 하겠다는 거요?”
치르릉! 치릉! 치릉!
현재 클라우드 공작가에서 피에나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것이 클라우드 공작이나, 몬테로 백작이 아니면 피에나를 저지할 수 있는 실력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드와 피에나가 안전하게 일로니아 성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강철의 기사단은 이들 4명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일반 기사 후보생들이 수십 명이나 있었고, 일로니아 성의 병사들만 하더라도 1만 명이 넘으니 실질적으로 성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영지로 돌아가겠으니 공작님께는 그리 알리도록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