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카일러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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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위드 카일러 60화
위드 카일러
위드 카일러 3권 - 10화
제국력 1384년 10월 5일.
위드는 아침에 베르토를 만나고, 저녁마다 피에나에게 글을 가르쳤고, 그 외의 시간에는 그녀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을 통해 점점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익스퍼트 하급에 들어서기 전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지만 달라진 것이라면 피에나가 엄청난 속도로 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과 위드의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이상 그녀도 땀 몇 방울 흘리는 것으로 대련을 마칠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두 사람의 대련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필립스가 갑자기 홀로 수련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에 그의 동료들은 덩달아 수련을 했다.
오늘도 여전히 베르토는 대마도사 칸의 마법문신을 연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순 없었다.
매일 같이 느끼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인지 베르토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베르토에게 있어서 대마도사 칸의 마법문신은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욱 깊이 빠져버리는 수령과도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빠져나가지도, 풀 수도 없는 그런.
“수고하셨습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지 베르토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근래 들어 더욱더 나빠져 있었다.
이유는 클라우드 공작이 성을 비우면서 그가 해오던 일들 중 일부를 베르토가 떠맡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마법문신 연구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는데 다른 일까지 병행해야 하니 베르토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클라우드 공작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만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위드가 방을 나가려는 베르토를 붙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베르토는 그렇지 않아도 바쁜 업무로 인해서 시간이 부족한데 위드가 말을 걸자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그를 돌아봤다.
위드가 물었다.
“제 심장의 마나가 어느 정도입니까?”
“카일러 준남작님의 마나량은…… 솔직히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 능력으론 판단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6클래스 상급마법사 이상의 마나량인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마나량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저 궁금함에 물어본 것이지만 그런 물음에 답을 해야 하는 베르토는 자신의 무능함을 더욱더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괴로운 심정이었다.
베르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또 다시 위드의 목소리로 인해서 그 뜻을 고이 접어야만 했다.
“6클래스 상급마법사 정도의 마나량이라면 트랜트 아머를 얼마나 오래 착용하고 있을 수 있는 것입니까?”
위드의 물음에 베르토는 여전히 짜증스럽다는 눈으로 대답했다.
“제가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어보지 못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통계적으로 따져보면…….”
베르토는 잠시 뭔가를 계산하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대략 10시간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카일러 준남작님도 아시겠지만 트랜트 아머는 단순히 마나량으로만 착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체력적인 면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0시간은 인간의 체력으로 버틸 수 없습니다.”
위드는 베르토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트랜트 아머를 착용하게 되면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이 된다. 제아무리 대단한 체력을 소유한 기사라 하더라도 트랜트 아머를 5시간 이상 착용하고 있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마지막이라니 들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베르토는 물어보라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용하는 블링크 마법은 어느 정도의 마나량을 소모합니까?”
“그때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으니 지금 한 번 사용해 보십시오. 측정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베르토는 위드의 마나량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블링크.”
블링크를 외치자 위드의 몸은 방의 가장 끝에서 나타났다.
“카일러 준남작님께서 보유하신 마나량의 5퍼센트 가량을……!!”
말을 하다 말고 베르토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까지 귀찮은 것을 억지로 대답하던 그의 모습이 한 순간에 달아났다.
“왜 그러는 것입니까?”
자신을 바라보며 입까지 쩍! 벌리고 있는 베르토의 모습에 위드는 당연히 이런 물음을 건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어떻게…… 이, 이게 무슨…….”
베르토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위드를 바라보던 베르토가 정신을 차리곤 물었다.
마치, 다그치듯.
“알고 계셨습니까?”
“무슨 말입니까?”
“카일러 준남작님의 마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회복?”
베르토는 잔뜩 흥분해서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대륙의 그 어떤 마법사도 이렇게까지 빨리 마나를 회복하진 못합니다! 본래 마나라는 것이 저절로 회복되기는 하지만 그 양은 솔직히 기대할 정도로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카일러 준남작님의 마나 회복량과 속도는 상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습니다!!”
베르토의 말을 듣자 위드의 머릿속엔 많은 것들이 뒤엉키며 떠올랐지만 겉으로는 그러냐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처음 트랜트 아머를 착용했을 때, 위드는 남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동안 트랜트 아머를 입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트랜트 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블링크를 수도 없이 사용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위드는 마나의 고갈이나, 체력 저하를 느끼지 못했었다. 이 이야기를 베트로에게 털어 놓으면 그는 부리나케 클라우드 공작에게 전할 것이고, 그러면 또 머리 아플 일들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위드가 어떤 반응을 보이던 상관하지 않고 베르토는 또 다시 뭔가를 탐하는 사람처럼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는 위드의 마나량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허억! 마나량이 이렇게 짧은 순간에 회복되다니……. 이것 역시 마법문신의 힘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 마법문신엔 얼마나 많은 힘이 숨겨져 있는 건지…….”
베르토는 그렇게 오랜 시간 봐왔음에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위드의 마법문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또 귀찮은 일을 만들어버렸군.’
위드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려다가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되려 또 다른 귀찮은 일을 만들어 버렸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마법문신에 관한 일이었기에 이내 체념하고 말았다.
‘이, 이건 반드시 얻어야 한다!’
마나량을 순식간에 회복하는 마법문신의 힘!
마법사는 마나량에 따른 소모성 적인 존재다. 아무리 위대한 마법사라도 마나가 고갈되면 한낱 힘없는 인간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위드의 마법문신의 힘을 이용해 계속해서 마나가 회복된다면?
마법사의 가치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것이다!
베르토의 눈은 어느새 탐구열보다 탐욕으로 이글거렸다.
베트로가 돌아간 후, 위드는 오랜만에 신전을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당분간 신전 출입은 어렵습니다.”
위드와 피에나를 감시하는 강철의 기사들 중의 한 기사가 신전 방문을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의 행동에 가장 먼저 화를 낸 건 피에나였다.
피에나의 살기와 투기에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은 기사는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꿀꺽…….”
단장인 클라우드 공작과 부단장인 몬테로 백작이라면 모를까, 일반 기사단원은 피에나의 살기와 투기를 받을 만한 실력들이 아니었다.
“피에나.”
위드는 피에나를 진정시키며 기사를 바라봤다.
“어째서 갈 수 없다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신전 출입엔 어떤 문제도 없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
위드의 물음에 기사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단장님의 명령입니다.”
“클라우드 공작님께서 신전 출입을 통제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희는 모릅니다. 후에 단장님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이유를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기사의 대답에 위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신전을 수차례나 출입했던 위드와 피에나였다. 아무런 말도 없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출입을 통제하는 건 무슨 이유란 말인가?
‘이유야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지.’
당장은 클라우드 공작이 일로니아 성에 없으니 위드는 확실한 이유를 듣기 전까지는 신전 출입을 그만 두기로 했다. 괜히 억지로 가려다 서로 감정이 상할 필요는 없었다.
“피에나, 신전은 나중에 가도록 하자.”
위드의 말에 피에나는 입을 삐쭉 내밀며 싫은 티를 드러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 위드는 피에나를 살짝 안아주었고, 그녀는 더욱더 품으로 파고들어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크흠…….”
바로 코앞에서 벌어진 둘의 애정행각에 길을 막던 기사들만이 언짢은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몬스터 혈풍으로 인해서 프라디아 대륙은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위드와 피에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알 지 못했다.
그 만큼 두 사람의 이목은 철저하게 통제되어 있었다.
최소한 두 사람을 밀착해서 감시할 수 있는 동안은 몬스터 혈풍에 관한 소식을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신전을 찾았다가 신관에게서 그 소식을 듣게 된다면? 클라우드 공작은 그 사실을 염려해 위드와 피에나의 신전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기로 한 것이었다.
Chapter 5 일로니아 성의 방문객
제국력 1384년 10월 12일.
일로니아 성의 영주관.
영주관의 사람들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주관 전체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한편, 수련장을 다시 꼼꼼하게 점검하여 보수하기 시작했다.
카인 클라우드의 귀환.
네드벨 아카데미의 휴교령이 선포되고 가장 먼저 떠난 부류들 중엔 카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1학년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자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찍 떠났던 그가 이제야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 소영주님.”
베르토가 웃으며 맞이하자 카인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그리며 마주 답했다.
“그 동안 잘 계셨죠?”
“물론입니다! 소영주님.”
“아버지는 언제 돌아오신다 하셨나요?”
“정확하게 언제라고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알 수 없습니다. 소영주님도 소문은 들으셨겠지만 그 일로 한창 바쁜 상태라 공작님께선 당분간 수도에 머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베르토가 말하는 소문이 아니었다면 카인은 집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군요. 영지는 어떻습니까?”
베르토가 웃으며 답했다.
“소영주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베르토는 카인의 지저분한 옷을 바라보곤 작게 웃었다.
“소영주님께서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나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차림으로 돌아오시다니. 하하하!”
카인은 자신의 옷차림을 슬쩍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용병일이라는 것이 좀 그렇더군요.”
“소영주님도 대단하십니다. 신분까지 속여 가며 붉은 사자 용병단에 들어가셨으니 말입니다. 하긴, 그러고 보면 공작님도 대단하셨죠. 소영주님께서 붉은 사자 용병단에 들어갔다니 어떠셨는지 아십니까?”
“아버지라면 그냥 웃고 마셨겠죠.”
베르토는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공작님께선 껄껄 웃기만 하시더군요.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붉은 사자 용병단은 험한 일만 도맡아 하기로 유명한 곳이 아닙니까? 소영주님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저라면 불안해서 밤잠을 설쳤을 겁니다.”
카인은 몸까지 부르르 떨며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말하는 베르토의 모습에 조용히 웃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신분을 속였다고는 하지만 대륙 10대 용병단에 속하는 붉은 사자 용병단이다. 그런 곳에서 카인의 정체 하나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겠는가?
뒤에서 클라우드 공작이 손을 썼기에 카인이 붉은 사자 용병단에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알게 모르게 카인은 아버지의 후광으로 인해서 용병단에서도 다소 위험부담이 적은 임무만을 맡아왔다.
제국 공작의 후광이란 대륙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시간이 있으시다면 용병단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들 좀 이야기 해주십시오.”
몬스터 혈풍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네드벨 아카데미의 휴교령이 풀릴 때까지 최소 5년 정도는 용병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카인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대륙을 뒤흔든 사건으로 인해서 카인은 용병생활을 채 2달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