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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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32화
신룡전설 6권 - 7화
“무림맹과 세가맹까지도 저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합니다.”
“상관없소.”
무림맹과 세가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왕무적을 쫓는 혁련신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표는 왕무적일 뿐이다. 만에 하나라도 무림맹과 세가맹이 귀찮게 굴면 그들 역시도 가만두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코 광오한 자신감이 아니다. 그만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혈천현마대의 부대주인 강학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현재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혁련신이었기에 그의 뜻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공격하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이라면 원거리에서 공격도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무리하게 싸움을 벌였다가 왕무적 전대 교주에 의해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벌어진 일,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교내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학이었다. 물론 이미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면 그렇게 늦지 않은 상태였다.
“포양호에 도착하면 공격하도록 하겠소.”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혁련신의 말.
강학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혁련 공자님께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변하신 건지…….’
혈천신교 내의 삼 가문 후계자들 중 가장 신망이 두텁고, 행실이 바른 사람이라 알려진 혁련신이다. 무공에 대한 재능만 풍도백에게 밀릴 뿐이지, 오히려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풍도백은 결코 혁련신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의 혁련신은 그런 모습과 너무나도 달랐다.
강학은 이내 고개를 조아리고는 물러났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지금 이 자리에 혁련학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이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혁련신의 뜻대로 따라야만 한다.
촤아아아아악-
배가 앞으로 나아갈 적마다 시원스럽게 갈라지는 물줄기.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혁련학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북궁 소저!’
‘무슨 일이시죠?’
냉담하기만 한 북궁연의 모습.
‘그, 그게 사실입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왕무적, 그자를 따라 혈천신교를 떠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어,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도대체 왕무적 그자가 무엇이기에 북궁 소저께서 혈천신교를 떠나신다는 것입니까?’
북궁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는 혁련 공자님께서는 왜 그렇게 제 일에 관심을 두시는 것입니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놀란 눈의 북궁연.
‘그, 그게 무, 무슨…….’
‘북궁 소저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오래전부터 북궁 소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북궁연.
‘저는 혁련 공자님께 어떠한 마음도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혁련 공자님은 혁련 공자님의 마음만을 중요시하시나요? 절 사랑하신다면서 어떻게 제 마음은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게 혁련 공자님의 사랑입니까? 제가 보기에 그건…….’
잠시 말을 멈춘 북궁연.
‘집착일 뿐입니다.’
‘지, 집착이라도 좋습니다! 떠나지 마십시오!’
‘그동안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리는 북궁연.
‘떠나지 마십시오! 사랑합니다! 집착이라고 하더라도 좋습니다! 제 곁에만 있어주십시오! 누구보다 북궁 소저를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북궁 소저! 북궁 소저!’
매정하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 북궁연.
“보내지 않습니다.”
눈을 뜬 혁련신은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들보다 앞서서 가고 있는 왕무적 일행의 배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사랑과 집착… 나는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북궁 소저가 없으면 나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절대로… 절대로 당신을 보내지 않겠소.”
第五章. 왕무적을 쫓는 사람들 (2)
왕무적 일행은 포양호에 도착해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그 다음날 다시 길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혁련신에 의해 발이 묶이고 말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왕무적은 자신들을 감싸고 있는 5장로 혁련학의 무력 부대인 혈천현마대 무인들과 혁련가의 무인들을 바라보곤 혁련신을 향해서 물었다.
“오랜만에 뵙겠소.”
혁련신의 대꾸에 백서린이 나서서 말했다.
“혁련 공자님은 어째서 왕 교주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거죠?”
“왕 교주라니? 그가 어찌 교주요? 이미 교주위에서 물러나지 않았소?”
“그렇다 하더라도 전대 교주에 대한 예의는 차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 당신은 빠지시오.”
“……!”
혁련신의 말에 백서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자신이 아는 한 그는 결코 저렇게 무례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왕무적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것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들을 쫓아온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 터였다. 배를 타고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을 뿐인데, 설마 혁련신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왕무적이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약간 얼떨떨했다.
지금 자신들을 감싸듯 포위하고 있는 혈천현마대와 혁련가 무인들의 모습에서 결코 좋은 목적임은 아니란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왕무적은 은근슬쩍 앞으로 나서며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즉각 대비할 수 있도록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혁련신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싸움이 시작되면 걸림돌이 될 사람은 왕무적뿐이었다. 물론 뒤에 북궁연을 보호하듯 자리를 잡고 자신을 쏘아보는 광한파파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 진평남도 눈에 들어왔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왕무적을 처리하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제압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혁련신의 입장에서는 왕무적이 앞으로 나서서 일행들을 보호하는 듯한 자세를 잡을수록 고마울 뿐이었다.
“내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소.”
혁련신의 대답에 왕무적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설마 혁련 공자도 백령구를 원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백령구는 이미 제가 먼저 얻은 것이니, 물러나준다면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혁련신은 자신의 목적이 백령구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백령구가 아니오.”
“……?”
백령구가 아니라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혈천신교에 들어갈 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백령구를 얻었다는 것 하나뿐이다.
“혁련 공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혁련신은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서린이 답답하다는 듯 빨리 대답하라고 다그치려고 했지만, 곁에서 진평남이 말리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혁련신이 입을 열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왕무적 당신과 북궁 소저요.”
“……?”
모든 이들이 무슨 말이냐는 듯 혁련신을 바라봤다. 혁련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 북궁연조차도 그가 자신을 원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왕무적까지 원한다는 말은 무슨 소린지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백서린이 참지 못하고 묻자 혁련신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는 북궁 소저를 사랑하오. 그러니 내가 왜 북궁 소저를 필요로 하는지 알 것이오. 하지만 북궁 소저는 왕무적 당신을 사랑하오. 그래서 내겐 왕무적 당신, 즉 당신의 그 목이 필요한 것이오.”
“……!”
“……!”
“……!”
모든 이들이 경악한 얼굴로 혁련신을 바라봤다. 특히 왕무적의 놀람은 그 누구보다도 컸다. 혁련신이 북궁연을 사랑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었다.
자연적으로 왕무적은 북궁연을 돌아봤다.
왕무적의 시선에 북궁연은 빨갛게 변한 얼굴을 급히 아래로 떨구었다. 혁련신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이 들켜버린 것이 화도 났고, 부끄럽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미 북궁연이 왕무적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백서린과 광한파파는 그것에 대해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혁련신이 왕무적의 목숨을 원한다는 것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당신의 실력으로 그럴 수 있나요?”
백서린의 물음에 혁련신이 웃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오.”
그 말에 백서린은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그 한 명, 한 명이 절정고수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 수가 압도적이었기에 제아무리 왕무적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결코 상대할 수 없었다.
“이제 보니 당신은 꽤 뻔뻔하고 교활하며, 치졸한 사람이군요. 협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내가 사람 볼 줄 몰랐던 거였군요.”
혁련신은 조금의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사랑은 사람을 어떻게든 변화시키기 마련이오.”
“…….”
억지스런 변명이지만, 또 가장 그럴듯한 변명이기도 했기에 백서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왕무적의 앞을 진평남이 막아섰다.
“은공의 목숨을 원하거든 내 목을 먼저 가져가라.”
굵직한 진평남의 음성에 혁련신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왕무적의 목숨뿐. 당신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겐 어떠한 해도 주고 싶지 않으니 물러나시오. 물러만 난다면 아무런 문제 없을 것이오. 원한다면 지금 당장 떠난다 하더라도 좋소.”
“은공의 목숨을 원하거든 내 목을 먼저 가져가라.”
똑같은 말을 한 진평남은 여전히 왕무적의 앞에 태산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조금도 물러나지 않을 그의 기세에 혁련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기꺼이. 반항하면 죽여도 무방하다. 단! 북궁 소저만큼은 조금도 다쳐선 안 된다!”
그의 말이 끝나자 왕무적 일행을 포위하고 있던 혈천현마대와 혁력가의 정예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혁련 공자! 진심이신가요?”
북궁연의 외침에 혁련신이 대답했다.
“북궁 소저, 소저의 말대로 집착인지도 모르오. 하지만 집착이라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원하니 어쩌겠소?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
“혁련 공자! 당신이 이런다고 내가 당신과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소. 그리고 설사 북궁 소저가 날 평생 원망하며 살더라도 내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소.”
“혁련 공자!”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합시다.”
혁련학이 눈짓을 하자 잠시 멈추었던 무인들이 다시금 슬금슬금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서린이 다급히 무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대 교주님을 공격하겠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나요?”
멈칫.
백서린의 말에 일부의 무인들이 멈칫거렸다. 확실히 당장은 혁련신의 명령으로 왕무적을 공격하게 되었지만, 분명히 혈천신교로 돌아가면 자신들 역시 그 후환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