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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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31화
신룡전설 6권 - 6화
第四章. 왕무적을 쫓는 사람들 (1)
“혀, 형님!”
방 안을 뒤흔들 정도의 다급한 음성에 북궁휘는 명상에 잠겨 있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아 수련할 시간이 부족한 그였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 수련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방해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냐?”
별일 아니면 한차례 호통이라도 치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북궁휘는 뒤이어 들린 북궁중산의 음성에 두 눈을 치켜떠야만 했다.
“와, 왕무적이 교주위를 풍도백에게 넘기고 현재 혈천신교를 나왔다고 합니다!”
“뭐!”
북궁휘 개인적인 생각으로 혈천신교의 교주위는 까놓고 말해 황제의 자리보다도 대단하다 여기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혈천신교의 교주위에 오르기만 한다면 무림은 물론이고, 황궁까지도 자신의 손에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자리에서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스스로 물러났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세히 말을 해봐라! 왕무적이 정말로 혈천신교 교주위를 풍도백에게 그냥 넘겼다는 말이냐?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기에 그 같은 멍청한 짓을 했단 말이냐? 혹, 혈천신교 내에서 그를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도 있었더냐?”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북궁휘였기에 북궁중산은 자신이 가져온 정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왕무적은 교주위에 관심이 없었다 합니다. 그가 혈천신교에 잡입한 이유도 혈천신교의 신물인 백령구를 노렸기 때문이라 합니다. 교주가 되어 백령구를 손에 넣었기에 순순히 교주위를 풍도백에 넘긴 것이죠. 형님도 알고 계시는 것처럼 이미 왕무적은 교주위에 오르면서 곧바로 혈천좌사, 혈천우사와 함께 현인정 장로와 풍소동, 장대성 장로를 제거해버렸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더 이상 왕무적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 타의에 의한 퇴임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북궁중산의 설명에 북궁휘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뱉어냈다.
“멍청한 놈! 원하는 바를 얻었다고 교주위에서 스스로 물러나다니!”
만약 자신이 왕무적과 같은 목적으로 혈천신교에 잠입하고 교주가 되었다면 결코! 교주위를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백령구는 백령구고 교주는 교주다. 백령구를 얻었다고 굳이 교주위를 물러나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무적이 백령구를 원한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북궁휘의 물음에 북궁중산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왕무적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다고 했으니, 백령구가 그가 찾던 물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
북궁휘는 어째서 왕무적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는 것도 불분명했기에 북궁휘로서는 왕무적의 행동이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북궁중산은 뭔가 하고자 하는 말이 더 있는 듯 입을 열었지만 우연찮게 북궁휘의 방으로 들어선 북궁명운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연 누이가 왕무적과 함께 있다 합니다.”
“…….”
의외로 북궁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북궁휘를 가만히 바라보던 북궁명운이 다시 말했다.
“형님, 연 누이를 찾으러 가실 거죠?”
당연하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던 북궁명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북궁휘의 모습에 보일 듯 말 듯 눈을 찌푸렸다.
‘형님께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연 누이의 일이라면 그 어떤 일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궁명운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북궁휘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가맹의 일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쪽을 은근히 살피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언제고 세가맹에서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북궁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누군가 우리의 정보를 세가맹에 흘렸다. 그렇지 않다면 세가맹 따위가 우리의 움직임을 이렇게까지 일찍 알아차릴 수 없지. 무림맹인가? 아니면 누구지?’
차근차근 세가맹의 힘을 소모시키고 나중에 가서 통째로 집어 삼키고, 그 이후 사파와 마지막에는 무림맹까지 먹어 언제고 반드시 있을 혈천신교와의 싸움을 대비하려고 했던 북궁휘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자신들의 움직임이 세가맹에 알려져 여간 곤란한 상태가 아니었다.
“형님.”
북궁명운의 부름에 북궁휘는 왜 부르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북궁연의 일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북궁휘는 북궁명운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 왕무적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거기에 세가맹과 또 다른 곳까지도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솔직히 말하면 무리해서까지 북궁연을 구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북궁연이 왕무적에게 붙잡혀 있는지, 아니면 순순히 그와 함께 동행을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지금의 나는 결코 왕무적을 이길 수 없다.’
결론은 그것이었다.
자신이 왕무적을 이길 수 없다는 것.
“현재로서는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우리의 정체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연이를 구한다는 것도 우리의 착각일 수 있다. 연이가 왕무적과 함께 동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북궁휘의 말에 북궁명운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뭐?”
“저희들 걱정을 하고 있을 연 누이를 찾으러 가는 길일뿐입니다. 어째서 형님께선 구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까?”
“…….”
북궁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예전부터 묻고 싶었습니다만… 형님께서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왕무적이라는 이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시고 계십니다. 혹, 형님께서는 왕무적과 개인적인 관계라도 있는 것입니까?”
“휘 형님이?”
북궁명운의 말에 북궁중산은 그랬냐는 듯,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눈으로 그와 북궁휘를 번갈아봤다.
“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언제 왕무적이라는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냐? 네 착각일 뿐이다.”
북궁휘는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그 모습조차도 자연스럽지 못해 북궁명운은 물론이고, 북궁중산에게까지도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더 길어지면 북궁명운에 의해서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북궁휘는 그만 물러가라는 듯 몸을 돌렸다.
“너희의 착각일 뿐이다. 그리고 연이의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자.”
북궁명운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몸까지 돌려버린 북궁휘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다음으로 기회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형님과 왕무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님께서 진정 연 누이를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저 역시 더 이상은 형님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배신.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북궁’이라는 성을 쓰는 자신들뿐이었다. 그런데 북궁휘가 자신의 친동생인 북궁연까지도 냉정하게 버릴 정도라면 북궁명운은 그의 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여겼다.
한 번이면 족했다. 그 한 번으로 가족을 잃었고, 어려서부터 모진 고생을 해왔다. 더 이상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배신을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사는 사람이 북궁명운이었다.
“태상 문주님!”
학천우는 침소에 들려던 순간 유령처럼 나타난 환영 1호의 모습에 눈을 찌푸렸다.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이런 밤중에 나타난 거냐?”
짜증이 덕지덕지 붙은 음성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의 실력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라 학천우로서도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었다.
대련이라는 명목 아래 구타는 해야겠는데, 그러자니 그들의 실력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서 이젠 꽤나 신경 쓰지 않으면 체면에 먹칠을 할 판이었다. 거기에 혼자서 6명을 하루 종일 상대하려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가장 커다란 문제였다.
체력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이다. 그런 귀중한 잠을 환영 일 호가 방해하니, 학천우의 눈에 그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 학천우의 성격과 생활을 알면서도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소리!
환영 1호가 기뻐하라는 듯 말했다.
“찾아냈습니다.”
그 말에 학천우의 짜증스러웠던 눈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번뜩였다.
“놈을 말하는 것이겠지?”
“예!”
“어디냐!”
행방을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왕무적을 찾아냈다는 환영 1호의 말에 학천우는 당장이라도 육소빈의 침소로 달려가서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현재 배를 타고 포양호로 향하고 있습니다.”
“포양호?”
“예.”
포양호면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확실한 것이겠지?”
“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환영 1호의 대답이 더없이 믿음직스런 학천우였다.
‘드디어 그 빌어먹을 놈을 찾아냈군! 이놈…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이기에 우리 빈이를 그토록 마음고생 시켰는지,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주마!’
속으로 이를 박박 갈고 있을 때, 환영 일 호가 입을 열었다.
“한데 왕무적을 쫓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쫓고 있는 자들이라니? 그 말은 그놈이 현재 쫓기고 있다는 소리냐?”
“예.”
오랜 시간 끝에 겨우 찾았다 싶었더니 쫓기고 있다니!
학천우는 벌써부터 왕무적이 싫어지려는 느낌이었다. 사내가 되어서 쫓기기나 한다니, 이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가!
“멍청한 놈 같으니!”
욕설을 뱉어내고 학천우는 환영 1호를 바라봤다. 자세히 이야기해보라는 뜻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입니다. 놀라운 점은 그들 하나하나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놈들이냐?”
학천우는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림에서 버젓이 활동하는 실력 있는 놈들은 어디서 뭘 하기에 머리카락도 안 보이고, 이제까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놈들만 걸핏하면 나타나서 설쳐대니, 학천우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총 2백 여명가량 되는데…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절정의 경지를 넘어선 실력자들이라 합니다.”
“……!”
환영 1호의 보고에 학천우는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떴다. 그리고는 자신이 잘못 들었냐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환영 십 호의 보고입니다.”
믿을 수 있는 보고라는 말이다.
“절정고수가 이십 명도 아니고 2백 명?”
학천우는 허탈하다는 듯 숨을 뱉어냈다. 작금의 무림에서 절정 고수 2백 명을 보유한 곳이 얼마나 될까? 자신이 몸담은 환영문은 물론이고, 무림맹이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수치였다.
“저 역시 믿을 수 없었습니다만, 환영 십 호가 몇 번이나 확인을 한 후에야 전해온 소식입니다.”
“기가 막히는군.”
더 이상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절정고수가 2백 명이나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도대체 그놈은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2백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들에게 쫓기는 거야!”
절정고수 200명이 나타난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엄청난 자들에게 쫓기는 왕무적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환영 1호는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고, 학천우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학천우가 입을 열었다.
“당장 무림맹과 세가맹에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해라. 그리고 환영단을 전원 준비시키도록 해라.”
“예.”
고개를 끄덕이며 환영 1호가 사라지자 학천우은 이 사실을 육소빈에게 어떻게 전해야 하나 머리를 감싸 쥐었다.
“빌어먹을 놈! 겨우 찾았다 싶었더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혈천신교의 본거지라도 털은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말을 하다 말고 학천우는 두 눈을 부릅떴다.
혈천신교!
절정고수를 2백 명이나 키워낼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뿐이다. 비록 아직까지 그들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아니라면 그 어떤 곳도 불가능했다.
“…아니겠지.”
학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지만, 미미하게 떨리는 눈가가 그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