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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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30화
신룡전설 6권 - 5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왕무적은 약속대로 교주위를 부교주인 풍도백에게 넘겼다. 풍도백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면 거칠게 거절했지만, 그 역시도 어쩔 수 없는 혈천신교의 교인이었기에 결국은 교주인 왕무적의 명령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왕무적에게서 풍도백에게로 교주의 권한이 모두 넘어가는 데 불과 한 시진도 걸리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었고, 풍도백은 교주위에 앉아 모든 혈천신교 교인으로부터 충성을 맹세 받았다. 그리고 새로운 교주의 등극에 혈천신교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반면, 왕무적은 혈천신교를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제 가도록 하죠.”
왕무적의 말에 진평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앞장섰다. 그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겉모습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두 눈을 통해 흘러나오는 기세와 사람 자체의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삼류 무인이 일류 고수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왕무적의 곁에는 백서린과 북궁연이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광한파파까지도 함께 있다는 사실이다. 광한파파는 북궁연이 왕무적을 따라 혈천신교를 떠난다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그녀를 따르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북궁연은 그런 광한파파를 만류했지만, 결국 고집을 꺾지 못했다.
“벌써… 가시는 것입니까?”
왕무적 일행 앞에 새롭게 교주가 된 풍도백이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앞으로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보필할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가 있었다.
“누군가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야 한다고 했소.”
왕무적의 말에 풍도백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짧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교주위를 받지 않으려고 했었다. 아니, 왕무적이 교주로서 혈천신교를 계속해서 다스려주길 진심으로 원했다.
하지만 어떠한 방법도 왕무적의 결심을 돌릴 수 없었다. 그건 혈천좌사와 혈천우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돌아오시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이건 전대 교주에 대한 예의가 아닌, 한 명의 무인으로서의 물음이었다. 언제고 다시 한 번 맞붙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왕무적이기 때문이다.
풍도백의 물음에 왕무적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것 같소.”
그 대답에 풍도백은 물론이고, 뒤에 시립한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까지도 실망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짧지만 정말로 따르고 싶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목적을 위해 교주가 되었다고 하지만…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눈을 사납게 빛내는 풍도백의 모습에 왕무적과 광한파파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대 교주라고는 하지만 현 교주인 풍도백의 말 한마디면 끝난다.
그러나 풍도백의 사나운 눈빛에도 왕무적은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점은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왕무적에게선 더 이상의 변명도 없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후우…….”
풍도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면, 제가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왕무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이내 풍도백은 등을 돌렸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기분도 아니고,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배웅은 못해드립니다. 잘… 가십시오.”
풍도백이 몸을 돌려 걸어가는데도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쉽습니다.”
혈천좌사가 말했다.
“잊지 못할 것입니다.”
혈천우사의 말에 왕무적이 포권을 취했다.
“혈천좌사와 혈천우사의 도움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고마웠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지금 할 수 있어서 다행이오.”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포권을 취했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들 역시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마지막으로 왕무적을 바라보고는 이내 신법을 펼쳐 풍도백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가죠.”
“예.”
왕무적은 그렇게 혈천신교를 떠났다.
“학 형님!”(맞습니다. ^^)
혁련학은 자신을 부르는 다급한 음성에 그렇지 않아도 별로 내켜하지 않던 자리인지라 얼른 몸을 일으켰다. 혁련신도 아니고 풍도백의 교주 취임 축하 자리에 앉아서 속과 다르게 행동하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
혁련가에서 나름대로 그 위치를 견고하게 지니고 있는 혁련추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혁련학의 소매를 잡아 이끌어 사람들의 이목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왜 그러느냐?”
혁련추한의 모습에 혁련학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크게 흥분하지 않는 혁련추한이었기에 혁련학은 다급히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 것이냐?”
“신이가… 혁련가의 정예를 이끌고 나가버렸습니다!”
“혁련가의 정예를?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니, 무슨 이유로 지금 이런 시기에 교를 나갔단 말이냐?”
“그것이…….”
그는 대답하길 주저했고, 혁련학이 어서 말하라고 호통을 치자 그제야 조그맣게 대답했다.
“왕 교주를… 죽이겠다고…….”
“뭐, 뭐라!”
혁련학은 지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것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혁련추한을 바라봤다. 자신이 아는 혁련신은 결코 그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신이가 어째서 이미 교주위까지 버린 왕무적을 죽이겠다는 것이냐? 아니,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 정도로 신이는 멍청한 녀석이 아니다. 아마도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구나.”
혁련학은 자신이 말하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교주위는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혁련신이 아니다. 그의 실력과 재능이면 얼마든지 장로 자리 하나쯤은 머지않아 꿰찰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교주가 되지 못했더라도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혁련신이라면 이미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정도의 생각쯤은 해놨을 것이라고 혁련학은 철썩 같이 믿었다.
그런 그가 왕무적을 죽이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혁련추한의 말은 혁련학의 머리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형님께서 혹 신이에게 혈천현마대의 명령 권한을 내려주셨습니까?”
얼마 전이었다.
갑자기 혈천현마대의 명령 권한을 달라는 혁련신의 부탁에 혁련학은 깊게 묻지 않고 쉽게 허락을 해주었다. 워낙에 혁련신을 믿고 있기도 했지만, 앞으로 그가 장로가 되어서 훌륭하게 일을 해나가려면 미리부터 혈천현마대를 이끌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적이 있다.”
혁련학의 대답에 혁련추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역시 그렇군요. 이곳으로 오기 직전, 신이가 혁련가의 정예뿐만이 아니라 형님의 혈천현마대까지 대동하고 빠져나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 형님께서 신이에게 그런 권한을 주셨군요.”
“……!”
혁련가의 정예뿐만이 아니라 혈천현마대까지 이끌고 나갔다는 것은 정말로 왕무적을 죽이겠다는 의지였다.
물론 그들로 왕무적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의문이지만, 중요한 것은 믿었던 혁련신이 정말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설사 혁련신이 왕무적을 죽이더라도 그 후에 어찌 감당을 하겠는가?
풍도백과 혈천좌사, 혈천우사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풍도백은 왕무적에게 교주위를 물려받고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 정도로 왕무적에게 커다란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어떠한가?
풍도백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으니 혁련신이 왕무적을 죽이고 교내로 돌아오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문책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대로 혈천신교를 이끌었던 전대 교주들은 비록 교주위에서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최대의 예의로 대해야만 한다. 그것이 혈천신교의 법이다.
“형님?”
혁련추한의 부름에 잠시 멍해 있던 혁련학은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히 물었다.
“신이가 언제쯤 나갔느냐?”
“제가 보고를 받은 게 반 시진 후였으니… 약 한 시진 정도 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혁련학이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갔지?”
“왕무적은 이미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던 배를 타고 북으로 거슬러 올라 강서성의 포양호로 향한다고 들었습니다.”
혁련추한의 대답에 혁련학은 가만히 생각하다 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설마 신이도 배를 준비한 것은 아니겠지?”
“아직까지 그것에 대한 것까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왕무적이 배를 타고 포양호로 간다는 것을 조금 전에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풍도… 풍 교주님을 비롯한 극히 일부만이 왕무적과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신이도 왕무적이 배를 탔다는 것을 알면 제풀에 지칠 것입니다.”
다행이라는 듯 혁련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당장 혁련신이 왕무적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면,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얼마든지 그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신법에 능한 아이들 몇 명만 추려내도록 해라. 내가 직접 신이를 잡아끌고 와야겠다.”
“예!”
혁련추한이 급히 신법을 펼쳐 사라지자 홀로 남은 혁련학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신아! 도대체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혁련학은 곧바로 혁련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막기 위해 교를 빠져나갔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혁련신이 왕무적과 똑같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배를 타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는 사실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