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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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29화
신룡전설 6권 - 4화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칠식(第七式)!
칠룡파천무(七龍破天武)!
번- 쩌어억-!!
빛이 터져 나왔다.
세상을 온통 집어삼킬 정도의 빛!
콰우우우우우!!
거대한 용의 울음이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
“……!”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빛과 용명을 터트리며 태어난 7마리의 용은 압도적이었다! 단순히 7마리 용의 모습만으로도 두 사람은 전신에 세찬 떨림을 느껴야 했다.
7마리의 용은 그대로 도기와 도강의 벼락들을 움켜쥐어 터트렸고, 해일처럼 밀려드는 장력을 꼬리를 휘둘러 그대로 갈기갈기 흩트려 버렸다.
이진군과 장위표를 향해서 7마리의 용이 달려들었다. 다급함과 경악, 그리고 공포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미친 사람들처럼 도를 휘두르고 손을 털었다.
콰가가강! 콰가강!
“쿨럭!”
“컥!”
이진군과 장위표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핏물을 뱉어내며 튕기듯 뒤로 날아갔다. 그런 그들을 향해서 몸을 날리려던 왕무적.
쇄- 액!
“……!”
왕무적은 고막을 아주 미세하게 파고든 바람 소리와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한 미약한 예기에 급히 허리를 비틀었다.
슈악-!
“교주님!”
“교주님!”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신형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왕무적이 손을 들어 제지하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갈라진 앞섬 사이로 붉은빛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피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검을 늘어트리고 있는 사람은 방대상이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번들거릴 정도로 많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위험했군.”
왕무적은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 그러나 그러한 진심도 방대상에겐 위로가 될 수 없었다. 음혼유령검(陰魂幽靈劍)을 전력으로 펼쳤음에도 왕무적에게 그저 가벼운 생채기 하나밖에 남길 수 없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디 살수로 키워진 방대상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일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완벽했던 기록에 오점이 생긴 것이다.
왕무적은 방대상을 향해 검을 들었다. 하지만 휘두를 수 없었다. 이미 방대상은 검을 늘어트리고 싸움을 포기한 사람처럼 서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인가?”
그 물음에 방대상은 가만히 왕무적을 바라보다 힘없이 대답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소. 죽이겠다면 죽는 수밖에.”
단 한 번의 공격이었지만 그것으로 방대상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왕무적은 검을 회수하며 이내 시선을 돌렸다.
꼴사납게 땅바닥에 처박혀서 몸을 일으키려는 이진군과 장위표, 운기요상에 빠져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나 있을지 모를 추대광.
“…….”
천하의 천혈원 고수라 불리던 이들의 모습치고는 너무나 비참했다.
사실, 앞서 어렵게 싸웠던 청노, 홍노의 경우를 생각하면 왕무적이 오늘 이처럼 손쉽게 천혈원 고수 4명을 홀로 상대해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건 다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왕무적은 느끼고 있었다. 이들 4명은 결코 홍노, 청노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물론 개개인의 실력을 따지면 누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홍노와 청노의 합격술은 이들 4명과 맞상대를 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승리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거기에 왕무적이 병기를 들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었으니, 오늘의 어렵지 않은 승리는 그에게나 다른 이들에게나 다소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왕무적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혈원은 오늘부터 교주의 명에 복종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진군과 장위표가 몸을 일으키며 반박했지만 왕무적은 그들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태연하게 검을 검집에 넣으며 자신의 말만을 이어나갔다.
“명령에 불복할 경,우 천혈원을 더 이상 혈천신교의 울타리에 두지 않는다.”
놀란 표정의 이진군과 장위표를 바라보며 왕무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혈원으로 계속해서 남고 싶은 자만 차후의 명에 따르도록.”
그 말을 끝으로 왕무적은 등을 돌리고는 천혈원을 빠져나가버렸다.
第三章. 혈천교를 떠나다
천혈원의 일은 당연하다는 듯 곧장 반발이 생기지 않았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두 가지를 들자면, 그 하나가 바로 그들 4명이 완벽하게 왕무적에게 패배했다는 것과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그가 스스로 교주의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왕무적이 교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 언제든 천혈원을 다시금 예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혈천신교 최초로 혈천대전도 없이 교주의 자리를 물려받게 돼버린 부교주 풍도백. 그의 무공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천혈원을 왕무적처럼 혼자서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천혈원 내에 한 사람도 없었기에 그들로서는 조급함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천혈원의 일이 아니더라도 혈천신교는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왕무적의 조기 퇴임. 혈천신교 대대로 내려져 온 혈천대전 없이 교주위에 오르게 생긴 부교주 풍도백. 교주의 개인적인 일로 교의 신물인 백령구를 사사로이 이용하고 있다는 소문과 혈천신교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백서린, 진평남의 교주 연공실 사용에 관한 수많은 의혹들.
어느 것 하나도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들이 아니었다.
일부 수뇌부들은 백령구와 그동안 참고 있었던 백서린, 진평남의 일에 관해서 수시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왕무적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들어주거나 그들의 뜻대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당연히 왕무적의 그러한 행동은 불만을 품은 수뇌부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그의 퇴임과 풍도백의 새로운 교주 등극을 환영하는 분위기 쪽으로 슬슬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예?”
왕무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북궁연을 바라봤다.
“교주님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왜 저를 따라가겠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북궁연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
되새기듯 중얼거리는 왕무적을 보며 북궁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왕무적이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만, 북궁 소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히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라버니 일로 항상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주제넘게 생각하실지 모르시겠지만, 제가 오라버니를 대신해서 그 죄를 갚아드리고 싶습니다.”
그제야 왕무적은 북궁연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북궁휘와 자신과의 은원이지, 결코 그녀와는 관계가 없기에 왕무적으로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런 뜻을 전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던 왕무적은 자신의 뜻을 알고 있다는 듯 먼저 말을 꺼내는 북궁연으로 인해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제 행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으니, 모쪼록 교주님께서는 제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왕무적은 머리를 조아리는 북궁연을 황급히 만류했다.
“북궁 소저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북궁 소저께서 그러신다고 제가 북궁휘에 대한 원한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게 있어서 은원은 어디까지나 당사자들끼리 풀어야 하는 일입니다.”
북궁연이 사죄의 행동을 하더라도 결코 북궁휘에 대한 원한은 잊지 않겠다는 듯한 단호한 말이었다. 그런 것쯤은 이미 감안하고 있었기에 북궁연은 조금의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오라버니의 죗값을 대신 치를 수 없다는 것쯤은. 그럼에도 제가 교주님을 따르려고 하는 이유는, 말씀드렸듯이 제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입니다. 오라버니의 잘못이라고는 하지만 저 역시 그 일을 방관했습니다. 교주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입니다.”
“그건…….”
“제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다시 고개를 숙이는 북궁연의 행동에 왕무적은 말없이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의외의 것에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왕무적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알겠습니다. 북궁 소저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왕무적의 허락이 떨어지자 북궁연은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 결정이 북궁 소저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알고 계십시오. 언제든 북궁 소저께서 원하시면 떠나십시오.”
“예.”
왕무적은 북궁연의 모습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 소협!”
방문이 벌컥! 열리며 백서린이 뛰어 들어왔다.
“백 소저?”
교내의 일을 정리하고 있던 왕무적은 무슨 일이냐는 듯 백서린을 바라봤다. 백서린은 살짝 붉어진 흥분한 얼굴로 바짝 다가와 급히 물었다.
“북궁 소저도 함께 간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북궁 소저도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야 당연히 문제가…….”
목소리를 높이던 백서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왕무적의 모습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그에게 좋아한단 말도 하지 않았기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백 소저?”
왕무적의 음성에 백서린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째서 북궁 소저가 함께 가야만 하는 거죠? 북궁 소저는 본래부터 혈천신교 사람이고, 그녀의 오라버니도…….”
말을 하던 백서린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미 북궁휘가 북궁연을 버리고 혈천신교를 배반했다는 소문은 퍼질 만큼 퍼진 상태였다.
“백 소저도 알고 계시겠지만 북궁휘는 북궁 소저와 혈천신교를 배반했습니다. 그리고 북궁 소저는 애초부터 혈천신교에 어떠한 미련도 없었습니다. 또 북궁 소저가 저와 함께 가게 된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이니, 백 소저께서는 아무 말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백서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왕 소협…….”
지금의 상황만 본다면 분명히 왕무적이 북궁연을 감싸고 있다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가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고, 그 사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친한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제 같이 가겠다고 하니 백서린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백 소저, 정리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시면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왕무적의 부탁에 백서린은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가볍게 붉히며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가버렸다.
“……?”
영문을 알 수 없는 백서린의 반응에 왕무적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하던 일을 마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교주로서 이 방에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울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는 편이 풍도백을 위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왕무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