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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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28화
신룡전설 6권 - 3화
웬만한 무인이라면 가까이 접근하기도 힘들겠지만, 장력을 방사하고 도기를 뿜어내는 이진군과 장위표.
왕무적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추대광의 권경에도 모자라 이진군과 장위표까지 좌우에서 압박을 가해오자 급급히 기이한 방향으로 보법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오식(第五式)!
오룡회선무(五龍回旋武)!
번쩍!
푸른 기류와 함께 터져 나온 다섯 마리의 용은 곧바로 왕무적을 감싸 안듯 주변을 맴돌았다. 흡사 소용돌이가 왕무적의 전신을 보호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쾅쾅쾅! 콰아앙!
“큭!”
커다란 충격에 뒤로 세 발자국 밀려난 추대광은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며 잠시 호흡을 골랐다.
“하앗!”
“흐압!”
이진군의 절기인 무영금강장(無影金剛掌)과 장위표의 수많은 도기들은 왕무적 주변을 맴도는 다섯 마리의 용을 향해 맹렬하게 나아갔지만, 모두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하게 막혀버리고 말았다.
쾅! 따라랑!
장력과 도기가 사라지기가 무섭게 왕무적의 검이 변했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삼식(第三式)!
삼룡난풍무(三龍亂風武)!
검신 전체에서 청광이 폭사되어 나오며, 왕무적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온 강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진군과 장위표를 휘감았다.
“흐읍!”
“타앗!”
바람과 함께 나타난 세 마리 용의 공격에 이진군은 양손을 쉴 새 없이 교차해나가며 장력을 방사했고, 장위표는 기이하다 싶을 정도로 도를 밀착시켜 몸 주변으로 휘둘렀는데, 그 방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견고했다.
쾅! 쾅! 쾅!
쩌정! 쩡!
장력이 터지고, 도기 그 이상의 것들이 무수히 휘날리며 왕무적의 삼룡난풍무는 이진군과 장위표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
“으하아압!”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추대광이 돌진해왔다.
파아앙! 파아앙!
주먹으로 허공을 때릴 적마다 강맹한 권경이 왕무적을 향해 밀려나갔고, 왕무적은 그것을 향해 마주 주먹을 내질렀다.
폭음이 터지며 두 사람 사이에 또다시 기의 폭풍이 작게 생성되었지만 추대광은 아무렇지도 않게 더욱더 거리를 좁히고 들어와선 주먹을 휘두르고, 찌르고, 내지르는 공격을 반복적으로 쉬지 않고 펼쳤다.
쾅! 퍼퍼펑!
파파파팡!
왕무적 역시도 쉬지 않고 초풍건룡권을 펼치며 추대광의 공격에 맞섰다. 내공의 우위나 순수하게 서로 익힌 무공의 우위에서 추대광은 왕무적의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는 근성 하나만으로 버티며 더욱 거리를 좁혀나갔다.
원하는 거리까지 접근했는지 추대광은 다시 우렁차게 기합을 내뱉으며 주먹이 아닌 발을 차올리기 시작했다.
“이야압!”
철인각(鐵人脚)!
추대광이 익힌 포영철권과 함께 사용하면 그 위력이 배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조합을 이룬 각법. 포영철권만을 놓고 보자면 결코 절기라고까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철인각과 함께 보면 능히 절기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포영철권과 철인각은 서로를 훌륭하게 상호 보완하고 있었다.
발끝에서 뿜어져 나온 경기가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자 왕무적은 급히 몸을 비틀었다. 그리곤 그대로 추대광의 가슴을 노리고 주먹을 내질렀다.
팡팡팡팡!
사연격(四聯格)!
하지만 4번의 주먹질 중 그 어떤 주먹질도 추대광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추대광은 왕무적의 공격을 방어하기가 무섭게 다시 주먹을 내질렀고, 그 주먹을 회수함과 동시에 신형을 기이하게 비틀며 발을 차올렸다.
주먹과 발.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무기. 추대광은 이 두 가지 무기만으로 천혈원 고수가 되었다. 근접 박투에 있어서라면 어떻게 주먹을 뻗고, 발을 차올려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도 결코 자만이 아닐 것이다.
퍽! 퍼퍽!
왕무적은 추대광의 주먹과 발질을 막아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 압도적인 기세를 뿜어내 추대광에게 수치를 안겨주었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평가하기엔 무리였다.
폭풍처럼 사납게 몰아쳐오는 추대광의 주먹과 발질에 왕무적은 늘어트렸던 검을 다시금 들어올렸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이식(第二式)!
이룡진천뢰(二龍震天雷)!
콰르릉! 콰르릉!
푸른 기류가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용의 형상으로 변해 추대광을 향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심!”
이진군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추대광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 마리의 용에 미간을 찌푸리며 양 주먹에 내공을 잔뜩 쏟아 붓고 있었다.
“으하아앗!”
뇌성과도 같은 기합성이 터짐과 동시에 추대광의 두 주먹에서 뿜어진 거대한 강기 덩어리는 곧바로 두 마리의 용과 거센 충돌을 일으켰다.
쿠아앙! 쿠아앙!
흡사 벽력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 누구도 그 굉음 속에서 울리는 파앙, 파앙 하는 작은 소리는 듣지 못했다.
퍼엉!
“크으윽!”
“추 형!”
가슴을 얻어맞은 추대광의 신형이 비틀거리며 밀려나더니 끝내 철퍼덕!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그의 입가는 흘러나온 핏물들로 인해 보기 지저분할 정도로 붉은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급히 추대광의 곁으로 다가간 이진군은 일견하기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은 그에게 더 이상의 싸움은 불가능하단 판단이 들었다.
“추 형은 잠시 쉬시오.”
추대광은 이진군의 말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급히 운기요상에 들어갔다.
이진군은 운기요상에 들어간 추대광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추대광이 밀려났던 순간부터 왕무적을 상대로 도기와 도강을 난무하며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위표가 있었다.
“똑똑하다 싶었더니 꼭 그렇지도 않군.”
막 장위표를 돕기 위해 신형을 움직이려던 이진군은 혈천좌사의 음성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따져 묻지 않아도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이진군의 시선에 혈천좌사는 태연하게 마주 바라봤다.
“꽤 오래 쉬는군.”
“…….”
혈천좌사의 말에 이진군은 눈을 사납게 치켜뜨고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힘겹게 왕무적을 상대하고 있는 장위표를 돕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장위표가 펼치는 혈인천무도(血刃天舞刀)에 대해 말하자면 간단하게 깔끔하다 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초식에도 군더더기가 없었으며, 위력 역시 적당히 상대를 패배시킬 수 있을 정도만이 깃들어 있었다.
도를 휘두름에 있어서 조금도 낭비가 없다.
왕무적은 장위표의 혈인천무도를 보며 그 깔끔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압!”
도기가 세 갈래로 나눠지며 왕무적의 요혈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가볍게 허공을 격해 날려 보낸 권경에 도기들은 보기 좋게 튕겨져 나갔고, 장위표는 또다시 눈가를 찌푸려야만 했다.
깔끔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직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때론 지저분할 정도로 어지러울 필요가 있다. 물론 장위표에게 눈을 현혹시킬 정도의 초식도 있었지만, 그 역시도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깔끔했기에 왕무적에겐 어떠한 혼란도 안겨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장위표의 공격은 왕무적에게 어떠한 타격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내상을 입고 운기요상 중인 추대광의 주먹과 발이 어떤 면에서는 장위표보다 위라고 할 수 있었다.
퉁!
귓가에 스치듯 들린 가벼운 소음에 왕무적은 급히 몸을 뒤틀었다.
슈아앙!
혈선(血線)이 왕무적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혈선이 퍼엉! 하는 폭음과 함께 땅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사라졌다.
“역시 교주님이오.”
이진군이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왕무적의 시선에 이진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마마혈탄지(魔魔血彈指)라고 하오.”
말을 마친 이진군이 가볍게 중지 손가락을 튕겼다.
퉁!
그러자 손가락 끝에서 붉은 점이 빠른 속도로 왕무적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왕무적은 그대로 왼 주먹을 내질렀고, 주먹 끝에서 뿜어져 나간 권경과 이진군이 날려 보낸 붉은 점이 정중앙에서 쾅 하는 폭발음을 내며 사라졌다.
‘강맹한 탄지공(彈指功)이다.’
왕무적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이진군은 희미하게 웃고는 이어서 쉴 새 없이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퉁!
한 번 손가락을 튕길 적마다 정확하게 하나의 붉은 점이 쏘아졌다. 속도와 위력 어느 것 하나도 경시할 수 없었기에 왕무적 역시도 재차 초풍건룡권을 펼쳤다.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장위표의 혈인천무도가 파고들었다.
쾅! 콰가강!
퍼엉! 펑!
폭음, 폭음, 폭음, 폭음.
허공에 수십 개의 혈선이 그림을 그려나갔고, 그 그림을 중첩된 권경이 찢어발겼다. 동시에 공간을 비집고 도기와 도강이 어지럽게 흩날렸으며, 검기와 검풍이 회오리처럼 치솟아 주변 공간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어딜 가더라도 한 지역을 재패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지닌 이진군과 장위표, 그리고 이미 천하제일이라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왕무적의 싸움은 단순한 구경꾼들이 있다면 그들의 눈을 호강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뒤에서 마마혈탄지만 사용하던 이진군의 신형이 급히 앞으로 전진하며 양손을 위맹하게 털어내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각각 혈인천무도와 무영금강장의 맹공을 받음에도 왕무적은 여전히 건재했다. 아니, 얼핏 보면 오히려 맹공을 받고 있음에도 얼굴은 이진군과 장위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여유로웠다.
“하앗-!”
“찻!”
도기와 도강이 벼락처럼 솟구쳐 나오고, 장력이 해일처럼 밀려들자 왕무적은 침착하게 보법을 밟아나가며 한 번도 펼친 적이 없는 팔로용비검의 제칠식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