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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121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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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룡전설 121화

신룡전설 5권 - 21화

 

 

 

 

 

금침충혈지법이나 현천무상금침술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두 비급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백서린은 너무 오래 방 안에만 있어서 머리가 흐린 것 같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왔다

 

“날씨 좋다!”

 

눈부시게 맑은 하늘은 잠시나마 백서린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향긋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느끼던 백서린은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왕 소협 얼굴을 너무 못 봤네.”

 

두 비급에 빠져서 그간 왕무적에게 너무 소홀했다고 생각하자 백서린은 괜히 그에게 미안해졌다.

 

“날도 좋은데 산책이라도 가자고 해야겠다.”

 

활짝 웃으며 왕무적의 처소로 신법을 펼쳐 달려 나간 백서린은 일각도 걸리지 않아 그가 머물고 있는 천룡각(天龍閣)에 도착했다.

 

천룡각은 3층 구조로 만들어진 전각으로, 가장 상층인 3층에는 교주인 왕무적이 머무는 방이 있었고, 중간 층인 2층은 혈천신교의 수뇌부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이고, 1층은 교주의 손님이 머물 수 있는 방과 접견실이 있었다.

 

천룡각은 그 주변을 은밀히 보호하는 30여 명의 무인들이 주변에 은신해 있었고, 천룡각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엔 혈천신교 팔대무력 세력의 실력자들과 겨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천룡단(天龍團)의 무인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왕 소협… 아니, 교주님 계신가요?”

 

“예.”

 

“그럼 수고하세요.”

 

살짝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천룡각으로 들어가는 백서린을 천룡단 무인들은 막지 않았다.

 

이미 천룡단 무인이라면 백서린과 진평남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었다. 설사 장로라 하더라도 교주의 직접적인 허락이 없을 시에는 함부로 천룡각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그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이미 왕무적이 말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천룡각으로 들어간 백서린은 곧바로 가장 상층인 3층으로 향했다. 천룡각 곳곳에 천룡단 무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백서린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3층으로 오른 백서린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왕무적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처음으로 천룡단 무인이 막아섰다.

 

“교주님께서는 현재 손님과 함께 계십니다.”

 

“손님이요?”

 

보통 교주의 손님이라면 방이 아닌 1층의 접견실에서 맞아야 정상이다. 왕무적이 자신의 방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다는 것은 꽤나 의외였다.

 

“손님이 누구죠?”

 

아무리 백서린이라고 하더라도 손님을 만나고 있다니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북궁 소저입니다.”

 

“……!”

 

천룡단 무인의 대답에 백서린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날도 좋고 해서 오랜만에 왕무적을 설득해 둘이 오붓하게 산책이라도 하려던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 연적이라 여기는 북궁연이 왕무적과 단둘이 그이 방에 있다고 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백서린은 천룡단 무인의 곁을 지나치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녀의 앞을 또 다른 천룡단 무인이 막았다.

 

“교주님은 손님과 함께 계십니다. 잠시 후에 다시 방문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방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백서린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었다. 그녀는 매섭게 눈을 뜨며 말했다.

 

“비켜요.”

 

“…….”

 

백서린의 앞을 가로막은 천룡단 무인은 그녀의 얼굴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표정이 매서워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넋을 잃을 만큼 귀여웠기 때문이다.

 

백서린은 재빨리 천룡단 무인의 곁을 지나쳐 방문을 열었다.

 

“백 소저!”

 

뒤늦게 천룡단 무인이 백서린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방 안에 있던 왕무적과 북궁연이 동시에 시선을 돌린 후였다.

 

“백 소저,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갑작스런 침입이었지만 이미 방문 밖에 백서린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왕무적이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빙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북궁연은 약간 놀랐지만 금방 그런 표정을 감추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흥! 내가 잠시 없다고 둘이 이러고 있었단 말이지?’

 

백서린은 매섭게 왕무적을 노려보고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걸음을 내딛어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자연 어색해진 사람은 백서린을 저지하려던 천룡단 무인이었다. 그는 잠시 어색하게 서 있다 재빨리 방문을 닫음과 동시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백 소저, 비급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백서린은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북궁연을 바라보며 답했다.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듯한 백서린의 모습에 왕무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와 다르게 북궁연은 자신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뭔가 어렴풋이 짐작 가는 바가 있었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 소저는 언제 봐도 항상 활기차시네요.”

 

백서린이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그건 제가 여자답지 못하는 건가요?”

 

“네? 그게 아니라…….”

 

북궁연이 당황하는 사이, 백서린은 왕무적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톡 쏘듯 말했다.

 

“왕 소협은 아주 좋으시겠네요.”

 

“예?”

 

영문 모를 말에 왕무적이 멀뚱히 백서린을 바라보자, 그녀가 ‘흥!’ 하는 코웃음과 함께 말했다.

 

“얌전하고 조신하며 얼굴까지도 아름다운 북궁 소저와 함께 단둘이 방 안에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

 

왕무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북궁연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는 뭔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치! 저럴 줄 알았어!’

 

자신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북궁연의 모습에 백서린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여자의 직감이 아니더라도 지금 북궁연의 모습에서 왕무적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문제는 그런 것에 둔한 왕무적만 모를 뿐!

 

‘둔한 사람!’

 

백서린은 아직까지도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왕무적의 모습에 가볍게 눈을 흘겼다.

 

백서린은 절대로 이대로 왕무적을 북궁연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어떻게 얻은 신랑감이던가? 생사를 넘나들며 함께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절대로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왕 소협, 오늘 날도 좋은데 이렇게 방 안에만 있지 말고 산책이라도 해요.”

 

“백 소저?”

 

“……!”

 

왕무적의 곁에 바짝 붙으며 오른팔을 양팔로 감싸듯 매달리는 백서린의 행동에 가장 놀란 사람은 북궁연이었다. 자신으로서는 감히 흉내도 내보지 못할 적극적인 애정 행각에 그녀는 마치 자신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급히 돌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하게 부럽다는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백서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는 북궁연의 모습에 희미하게 웃고는 얼떨떨해 하는 왕무적을 잡아끌 듯이 일으켰다.

 

“빨리 가요.”

 

환하게 웃으며 팔을 잡아끄는 백서린의 모습에 왕무적은 도저히 매몰차게 뿌리칠 수 없기도 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방 안에만 있기엔 답답하기도 했기에 흔쾌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왕무적의 대답에 백서린은 좋아서 얼굴 가득 환하디환한 웃음을 잔뜩 머금었다. 하지만 그 웃움은 곧바로 이어진 왕무적의 말에 일그러지고 말았다.

 

“북궁 소저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북궁연은 왕무적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네.”

 

그녀의 대답에 왕무적은 환하게 웃으며 앞서서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방을 나서는 왕무적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북궁연과 백서린은 우연찮게 시선이 마주쳤다.

 

‘치!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거지?’

 

백서린의 눈초리에 북궁연은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가지 말았어야 했나? 하지만…….’

 

북궁연은 왠지 이대로 그냥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냥 조금만 더 왕무적과 함께 있고 싶었다.

 

 

 

 

 

第十三章. 징조(徵兆)

 

 

 

 

 

혈천신교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극화원(極花院)을 말한다. 역대 교주 중 장문산이란 인물이 유난히 꽃을 좋아했는데, 그는 그런 자신의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 천룡각 뒤편에 방원 120장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극화원을 만들었다.

 

커다란 규모만큼이나 극화원엔 온갖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장문산이 교주로 있을 적만 하더라도 그런 극화원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기 위해서 무려 1백 명에 이르는 관리인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교주의 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극화원은 자연히 관리가 소홀해졌고, 극화원의 관리인들 역시도 최소 인원인 10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화원은 아름다웠다. 극화원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장문산 이후 교주들도 한차례 극화원을 둘러보고 나면 차마 없애지 못할 정도였다.

 

극화원은 본래 교주 외엔 누구도 출입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공개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극화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연인들이거나 여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러한 여인들을 노리고 극화원을 찾는 일부 사내들도 있었지만.

 

그런 극화원이 때 아닌 소동에 휩싸였다.

 

“지금 이 시간부로 극화원은 잠시 폐쇄를 하겠으니, 모두 나가도록 하시오.”

 

극화원에 일단의 무인들이 들어서며 사랑에 빠진 연인들과 홀로 사색에 잠겨 있던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한 사내는 귀중한 자신의 시간을 방해하는 일단의 무인들을 향해서 인상을 찌푸리다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붉은 장포. 머리에 두른 금색 영웅건. 허리에 착용한 붉은 장검. 그리고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세를 뿜어내는 무인들.

 

혈천신교의 무인들은 대부분 장포가 아닌 무복을 입는다. 더욱이 저들처럼 무력 단체는 어느 곳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단 한 곳만이 예외다.

 

천룡단!

 

교주의 직속 무력단체로서 혈천신교 팔대무력 세력과는 또 다른 존재들.

 

그들이 이처럼 극화원을 통제한다는 것은 교주가 오고 있다는 말. 많은 여인들이 흥분한 얼굴로 극화원에서 쫓겨나면서 주변을 살피는 눈에 힘을 줬다.

 

천하제일의 절세미남!

 

혈천신교 내에 퍼진 왕무적에 관한 소문이다. 그의 외모를 한 번이라도 본 여인이라면 넋을 잃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여인이 보기에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왕무적의 외모는 흠모의 대상이었다.

 

거기에 홀로 강경파 장로들을 잠재운 고금제일의 고수!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으니 여인들에게 있어서 왕무적은 꿈속에서나 그려봤을 법한 사내였다.

 

“교주님이다!”

 

“어머! 어머!”

 

“세상에!”

 

활짝 웃는 얼굴로 극화원을 들어서는 왕무적의 모습에 수많은 여인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물론 곁에 연인이 있어도 그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여자가 다른 사내를 보고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힘으로라도 상대를 눌러버리고 싶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니, 사내들은 그저 눈을 부라리며 곁에 있는 여인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백서린은 수많은 여인들의 환호성에 환하게 웃으며 왕무적의 한쪽 팔을 끌어당겼다.

 

순간!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왕무적을 향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환호성을 내지르던 여인들이 단체로 석상처럼 굳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윽고 여인들의 악감정 담긴 온갖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저 계집이 감히 교주님을!”

 

“저런 방자한 계집! 감히 시종 주제에 저런 짓을 하다니!”

 

“흥! 보나마나 교주님에게 온갖 아양을 부리는 년이겠지!”

 

“재수 없는 년!”

 

태어나서 이런 악담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다소 큰 목소리로 들려오는 여인들의 욕설에 백서린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이고 착한 성격의 그녀라 하더라도 저런 악담을 들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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