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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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52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19화
신룡전설 5권 - 19화
예도준은 민소희, 모연화와 함께 허겁지겁 검혼원으로 향했다. 그들의 뒤로는 그들이 이끌고 있는 각각 1백 명의 혈천마형대)血天魔形隊), 혈천신녀대(血天神女隊), 혈천암영대(血天暗影隊) 총 3백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서둘러야 하오!”
예도준은 장대성과 풍소동은 물론이고, 그들이 이끌고 있던 혈천도수대와 혈천추혼대마저 전멸을 당했다는 사실에 현인정 역시도 이미 죽거나 커다란 위기에 빠졌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3명의 장로와 그들이 이끄는 무력대가 한밤중에 소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들을 제외한 그 누구도 궁금해 하거나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적막.
급한 발걸음으로 움직이는 이들의 소리를 제외하곤 혈천신교에는 이상할 정도로 아주 진한 적막감이 흘렀다. 마치… 너희들 일에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아니, 숨죽이고 있었다.
검혼원에 도착한 예도준을 비롯한 두 장로는 현인정의 처소를 중심으로 단단히 포위를 하고 있는 혈천검혼대 무인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물러나라!”
예도준의 외침에 물샐틈없이 포위를 하고 있던 혈천검혼대 무인들이 그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나머지는 검혼원 전체를 포위하고,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도록 방비하라 이르시오.”
“알겠습니다.”
“예.”
민소희와 모연화는 각각 혈천신녀대와 혈천암영대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들은 마치 제집인 양 자신의 위치를 찾아 검혼원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예도준이 민소희, 모연화와 함께 현인정의 처소로 들어가려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귀신처럼 나타나 세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나라.”
온몸에 피를 흠뻑 뒤집어쓴 혈천좌사의 서늘한 음성에 예도준을 비롯한 두 사람은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순 없는 노릇!
예도준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그의 눈에 무언가 크게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풍 장로님!”
혈천좌사의 왼손에 들려 있는… 풍소동의 머리.
부릅뜬 눈과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머리카락.
“장 장로!”
혈천좌사의 곁에 서 있는 혈천우사의 왼손에는 장대성의 머리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들려 있었다.
“물러나지 않는 자는…….”
혈천우사는 거기까지 말을 하고는 가볍게 오른손을 털었다.
서걱! 서걱! 서걱!
“헉!”
“흡!”
모습을 드러낸 달빛에 무언가 반짝였다 싶더니 혈천우사의 오른편에 서 있던 3명의 혈천검혼대 무인들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목숨을 잃고야 말았다.
혈천신교 최정예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혈천검혼대의 허망한 죽음! 그들의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혈천우사의 무공이… 너무나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죽인다.”
같은 식구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혈천우사의 말에 예도준은 한쪽 가슴이 서늘해졌다. 서늘? 아니, 이건… 공포라고 해도 무방했다.
예도준이 슬쩍 자신의 곁에 있는 모연화와 민소희를 바라보니 그녀들 역시도 두려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이대로 물러나야 하나?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자니 현재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모르는 현인정이 걱정되었고, 그렇다고 힘으로 밀고 나가자니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가 두려웠다.
수적인 우세?
의미 없다. 물론 승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승리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 후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예도준이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들 정도의 거대한 폭음과 함께 현인정의 처소가 사방으로 박살나며 4개의 그림자가 각각 그 속에서 튀어나왔다. 아니, 하나의 그림자는 튀어나왔다는 표현이 맞지만, 나머지는 튕겨져 나왔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했다.
튀어나온 하나의 그림자를 달빛이 비추어주었다.
가슴과 허리, 어깨에 각각 검상과 장력에 의한 상처를 입은 왕무적이었다. 그의 얼굴엔 다소 피로감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아주 여유로운 태도로 주변을 돌아봤다.
“많이도 왔네.”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는 왕무적.
“…….”
“…….”
“…….”
예도준을 비롯한… 아니, 혈천좌․우사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멍한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세상 어디에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을까?
적. 그래, 적!
수백 명의 적들에게 포위를 당하고도 고작 한다는 소리가 ‘많이도 왔네’란다. 그의 무공이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어떤 인물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예도준 일행을 막고 있던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가 왕무적의 양옆으로 나란히 섰다.
세 사람. 단지 세 사람이다.
하지만 예도준과 모연화, 민소희는 그들과 싸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아니… 가슴 깊은 곳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쿨럭! 쿨럭!”
“삼 장로님!”
격한 기침소리에 예도준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변하고, 입과 코에서는 연신 핏물을 흘리는 현인정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하이십육병과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여겨졌던 현인정의 검은 처참하게 이가 나가 있었다. 이제는 동네 대장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철검보다도 못한 신세.
“클… 클……!”
가래 끊는 소리와 함께 웃음을 흘리는 홍안 노인은 현인정과 다르지 않았다.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었고, 오른팔은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기이한 각도로 꺾여 다시는 사용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반면, 현인정, 홍안 노인과 마찬가지로 튕겨져 나온 또 하나의 그림자 청안 노인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홍안 노인은 슬쩍 청안 노인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클… 클……!”
털썩.
웃음을 흘리던 홍안 노인의 신형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리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기경팔맥이 처참하게 끊기고 일그러졌으며, 내장이 산산조각 난 그가 청안 노인처럼 곧바로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천혈원의 두 고수.
홍안 노인과 청안 노인의 죽음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예도준과 민소희, 모연화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과 현인정의 합공 속에서도 당당히 살아남은 왕무적에 대한 두려움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갔다.
혈천좌사는 슬쩍 혈천우사를 바라봤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혈천우사가 아무도 모르게 손을 움직였다.
“삼 장로님!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예도준은 무언가 날아드는 아주 미세한 기척에 기겁을 하며 장력을 방사했지만 허공만을 때리고 말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서걱!
“……!”
현인정의 머리가 너무나 쉽게 목에서 떨어져 내렸다. 바로 코앞에서 일어난 일에 예도준을 비롯해 민소희, 모연화는 그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때를 맞춰 혈천좌사가 손을 뻗자 땅바닥에 떨어진 현인정의 머리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왕무적 역시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는 각각 손에 든 현인정, 풍소동, 장대성의 머리를 왕무적의 발 아래 놓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혈천좌사가 외쳤다.
“반역을 꾀한 수괴 풍소동의 수급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그의 휘하에 있던 반역도들인 혈천도수대 전원을 피의 율법에 따라 처단하였습니다.”
이어서 혈천우사가 외쳤다.
“반역을 꾀한 수괴 장대성의 수급을 가져왔습니다. 또한 그의 휘하에 있던 반역도들인 혈천추혼대 전원을 피의 율법에 따라 처단하였습니다.”
혈천좌사와 혈천우사의 말에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혈천검혼대와 혈천신녀대, 혈천암영대 무인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혈천좌사는 홀로 풍소동과 그 휘하의 혈천도수대를 몰살시켰다. 또한 혈천우사는 역시 혼자서 장대성과 그 휘하의 혈천추혼대를 몰살시켰다. 마찬가지로 왕무적은 현인정과 천혈원 고수인 홍안, 청안 노인을 혼자서 격퇴시켰다.
인원은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많을지 몰라도 막상 붙어서 이길 자신이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더군다나 예도준과 모연화, 민소희마저도 두려운 얼굴로 서 있으니 더욱더 싸울 의욕이 생겨나지 않았다.
왕무적은 혈천좌사와 혈천우사를 바라봤다.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현재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이들로 때문에 조금도 내색하고 있지 않지만, 얼굴 가득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자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내상도 입은 상태였고, 내공을 끌어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정도로 홍안, 청안 노인과 현인정의 합공은 위력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수고했습니다.”
왕무적은 웃는 얼굴로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자 곧바로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가 하나같이 답했다.
“아직 반역을 꾀하는 무리가 남아 있습니다. 당장 명을 내려주십시오. 모두 피의 율법으로 다스리겠습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누구 하나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왕무적은 시선을 돌려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곤 이내 예도준과 그 곁에 있는 민소희, 모연화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세 장로들도 제가 교주라는 것이 마땅치 않으십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민소희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감히… 감히 어찌 반역을 꿈꾸겠습니까? 속하는 결코 그런 생각을 꿈에도 꿔보지 않았습니다.”
민소희의 말에 모연화 역시도 무릎을 꿇으며 똑같이 외쳤다.
“…….”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두 손을 들어버린 민소희와 모연화의 모습에 예도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삼 장로님…….’
털썩!
“이미 교주님께 충성을 맹세한 몸입니다.”
예도준의 말에 민소희와 모연화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모습에 왕무적은 그저 씁쓸한 웃음을 머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