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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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18화
신룡전설 5권 - 18화
홍안 노인은 청안 노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서로만이 알 수 있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가 어떻게 사 대 교주의 천마혈풍장을 익히게 되었는지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 다만, 너는 우리에게 천마혈풍장의 비급을 내놓아야만 한다.”
비급을 내놓으라는 홍안 노인의 말에 왕무적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답했다.
“비급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강제로 취할 수밖에!”
“강제로 취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비급을 이미 어딘가에 숨겼군.”
청안 노인의 싸늘한 말에 왕무적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애초부터 천마혈풍장의 비급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드릴 수도 없으며, 강제로 취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놈! 감히 거짓말을!”
홍안 노인이 불같이 화를 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정말로 천마혈풍장의 비급은 없었습니다.”
청안 노인이 한쪽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놈은 어찌 천마혈풍장을 익혔단 말이냐? 설마 사 대 교주가 직접 네게 가르침을 주었다고 할 셈이냐?”
“그건…….”
용이 머릿속에 강제로 주입을 시켰다고 말을 해야 할까?
왕무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어쨌든 천마혈풍장의 비급은 없습니다.”
왕무적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홍안 노인은 비급이 없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비급이 없다면 어찌 천마혈풍장을 익혔단 말인가? 설마 누군가 직접 왕무적에게 천마혈풍장을 가르쳤단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홍안 노인은 강하게 부정했다.
4대 교주 오자량은 무림뿐만 아니라 혈천신교 내에서도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마지막에는 미쳐서 교내의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던 그다. 그를 겨우 막아낸 이들이 바로 천혈원의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천혈원 고수들조차도 오자량을 죽일 수는 없었다. 그의 무공이 이미 넘을 수 없는 벽에 이르렀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그의 신변을 철통같이 지켰던 혈천좌사와 혈천우사 때문이었다.
끝내 혈천좌․우사의 도움으로 혈천신교를 빠져나간 오자량은 그대로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안 노인이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천혈원 고수들은 당시 그가 완전히 미쳤다는 걸 확인했었다.
비사(秘事).
혈천신교 4대 교주인 오자량의 일은 비사다. 외부에는 절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교내에서도 천혈원의 고수가 아니고는 알지 못하는 비사!
‘당시 미쳐 있었던 오자량이 후인을 남겼을 리 없지.’
홍안 노인은 완전 미쳐버린 오자량이 후인을 남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오로지 단 하나! 천마혈풍장의 비급!
혈천신교의 무인들은 물론이고, 천혈원의 고수들조차도 공포에 떨었던 천마혈풍장! 그것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
홍안, 청안 노인은 어떻게든 천마혈풍장의 비급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무공 요결과 초식 등의 모든 것들을 왕무적의 입으로 직접 토해내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천마혈풍장은 명실상부 무림 4대 금기 수공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위력을 지닌 무공. 혈천신교 내에서는 따로 신공절학이라 부를 만큼 경외시하는 무공. 굳이 자신들이 익히지 못하더라도 혈천신교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는 무공이기에 반드시 필요했다.
“비급이 없다면 네놈이 만들어야지.”
말을 마친 홍안 노인은 곧바로 청안 노인과 현인정에게 전음을 보냈다.
[놈을 죽여서는 안 되네. 반드시 사로잡아서 천마혈풍장의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네.]
청안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현인정은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죽이는 것도 어려운데, 어찌 사로잡자는 말인가!’
천마혈풍장 따위는 잊고 당장 놈을 죽이자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두 노인은 현인정에게 너무나 어려운 존재들이었다.
왕무적은 다시금 싸울 자세를 취하는 두 노인에게 과감히 달려들었다. 어차피 그들의 공격을 기다리기만 했다가는 연신 방어만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혈수가 허공을 휘젓자 피바람과 같은 장력, 천마혈강(天魔血罡)이 홍안 노인을 향해 날아갔다.
꽝!
“크윽!”
쌍장을 방출해냈지만 충돌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난 홍안 노인. 초풍건룡권과는 확실히 그 위력에서부터 큰 차이를 지닌 천마혈풍장에 홍안 노인은 더욱더 자신의 결심을 굳혔다.
홍안 노인이 밀려난 틈에 청안 노인이 왕무적의 뒤를 노리고 쌍장을 방출했다. 웬만하면 쉬지 않고 홍안 노인에게 연이어 장력을 날리려던 왕무적은, 그랬다간 그대로 청안 노인의 장력에 등을 내어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빙글 돌리며 혈수를 털어냈다.
콰강!
“…음!”
청안 노인 역시 홍안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 제이초(第二招)!
혈풍폭(血風爆)!
밀려난 청안 노인을 향해 왕무적은 재빨리 혈수를 내밀었다. 양손에서 뿜어져 나온 서너 개의 천마혈강이 청안 노인을 격하기도 전에 그 주변에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서너 개의 천마혈강이 서로 충돌하자 그것들이 잘게 쪼개져서 사방을 뒤덮을 정도의 핏빛 강기가 퍼져 나갔다. 마치 실제로 피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청안 노인은 놀란 얼굴로 급급히 신색을 회복하기도 전에 장력을 뿜어야만 했고, 막 왕무적의 좌측을 노리던 현인정은 갑작스럽게 덮쳐오는 핏빛 강기에 기겁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강!
검신을 통해 고스란히 흘러드는 핏빛 강기의 강맹한 힘 앞에 현인정은 온갖 인상을 다 찌푸렸다.
‘이런 놈을 사로잡으라니! 도대체 그 머리통 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 건지!’
불가능!
자칫 잘못했다가는 죽이는 것조차도 힘겹다. 죽이는 것보다 서너 배는, 아니 최소 두 배 이상은 힘이 있어야 가능한 포획은 확실히 불가능이었다.
그렇게 홍안, 청안 두 노인과 현인정의 마음은 조금씩 틀어지고 있었으며, 그런 것을 알진 못하지만 지금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또다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왕무적은 쉬지 않고 천마혈풍장을 펼쳤다.
第十一章. 선공(先攻) (3)
“대장로님!”
한밤중에 대장로 용당운의 침소에 뛰어 들어온 사람은 10장로 혁련학이었다.
“대장로님?”
당연히 잠을 자고 있다가 자신으로 인해 놀라며 잠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았던 용당운이 오히려 이제야 오냐는 듯 자신을 바라보자 혁련학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봤다.
“조금 늦었군.”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네는 용당운의 모습에 혁련학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가 급히 신색을 회복하며 말했다.
“지금 신임 교주와 혈천좌․우사가 강경파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혁련학의 말에 용당운은 여전히 조금도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대장로님.”
“잠자리가 영 좋지 않아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네.”
용당운의 말에 혁련학은 이미 자신보다도 먼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긴 대장로의 능력으로 볼 때, 자신이 안 일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태연하게 묻는 용당운의 말에 혁련학이 되물었다.
“이대로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하면?”
혁련학이 재빨리 답했다.
“저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기회?”
자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면서 자꾸 물어오는 용당운의 모습에 혁련학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본교를 농락해서 교주위에 오른 왕무적을 제거할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호기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용당운은 혁련학의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 기회를 살려서 신임 교주를 공격한다고 하면, 분명히 자네의 말대로 신임 교주를 제거할 순 있을 것이네.”
“그렇습니다!”
“그 후는 어쩔 셈인가?”
용당운의 물음에 혁련학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그 질문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계획대로 혁련신을 교주로…….”
“현인정 장로가 가만히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이 기회에 현인정 장로도 같이 제거해버리는 것이 앞으로도 본교를 위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만 없다면 강경파의 세력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확신하듯 말하는 혁련학의 말에 용당운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이 결국은 긍정이라고 받아들인 혁련학은 재차 말을 이었다.
“그럼 그리 알고 다른 장로들에게도 급히 기별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막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던 혁련학을 용당운이 붙잡았다.
“자네의 말대로 현인정 장로만 없다면 강경파가 지금처럼 우리를 압도할 순 없을 것이네. 그렇다고 그를 죽이고, 혁련신을 교주위에 앉힐 수는 없네.”
“대장로님?”
“현인정을 죽인다고 하여 혁련신이 교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힘으로라도 교주에 앉힐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후는 어쩔 셈인가?”
용당운의 말에 혁련학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풍도백을 잊었는가?”
“하지만 그는 이미 왕무적에게…….”
혁련학은 도중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렇게 따지면 혁련신도 왕무적에게 패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두고 보세.”
“대장로님!”
“어차피 우리가 나선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현인정 장로가 왕무적을 죽이고 풍도백을 교주위에 앉히면 어쩌란 말입니까? 저는 절대로 그런 일을 방관할 수 없습니다!”
언성을 높이는 혁련학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용당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창밖을 바라봤다.
“대장로님!”
“자네의 뜻대로 지금 신임 교주와 현인정 장로를 죽이고 혁련신을 교주위에 앉힌다면, 그 뒤는 무엇인가? 풍도백을 죽이는 것인가? 그리고 또 무엇이 있나? 오늘의 일에 불만을 품고 있는 자가 있다면 남김없이 숙청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 역시 그중의 하나가 되겠군.”
용당운의 말에 혁련학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모두 죽이고 나면 본교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대장로님의 말씀은 억측입니다. 어찌 대장로님을…….”
용당운은 몸을 돌려 혁련학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혁련신을 교주위에 앉히고 나서 풍도백을 저대로 둘 생각인가?”
“그건 그가 하기 나름입니다.”
혁련학의 말에 용당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네. 이미 풍도백은 신임 교주를 제외한 모든 교인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고수이네. 그런 그가 아닌 혁련신이 교주위에 앉는다면 그것도 장로라는 자들의 힘에 그리 된다면 앞으로 혈천대전을 누가 믿겠나?”
“…….”
“그렇게 될 바에야 차라리 홀가분하게 본교를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네.”
“대장로님…….”
용당운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혁련학을 향해서 마저 말을 이었다.
“그렇게 본교가 분열될 바에야 차라리 나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겠네. 본교가 어째서 이름만으로도 무림인들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바로 단일 된 본교의 힘이 그들로서는 감히 대항할 수 없을 만큼 위력적이기 때문이네. 사분오열된 본교가 무림인들에게 통하리라 생각하나?”
혁련학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용당운의 말이 모두 맞다고는 인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히 인정해야 했다. 기회를 이용해 혁련신을 교주위에 앉히면 분명 그보다 능력이 뛰어난 풍도백으로 인해 혈천신교와 혈천대전에 실망하는 이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경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교주.
하지만 그 위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풍도백이 존재하는 한 교주는 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풍도백을 무조건 죽일 수도 없다. 그가 반란이라도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풍도백의 성격상 그럴 인물은 아니지.’
사실, 풍도백은 교주라는 자리엔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그가 최고로 생각하는 것은 무공이었다. 강경파의 뜻과 다르게 마음대로 혈천대전에 오른 이유도 왕무적에게 강한 호승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찌 어찌 해서 그가 교주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단지 그의 주변인 현인정을 비롯한 강경파 장로들이 문제였을 뿐이다.
“대장로님.”
“나는 내 뜻을 다 전했으니 이후는 자네와 다른 장로들이 알아서 행동하도록 하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문 용당운의 모습에 혁련학은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와야만 했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혁련학은 무언가 맥 빠진 발걸음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어두운 밤. 마치 혁련학의 마음처럼 너무나도 어두운 밤.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