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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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3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16화
신룡전설 5권 - 16화
펑펑펑펑!!
퍼퍼퍽!
방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왕무적과 홍안, 청안의 두 노인이 뿜어내는 장력과 권력이 충돌하고, 세 사람의 기세가 뒤엉켜 현인정의 모든 물건들을 산산이 부숴놓고 있었다.
“클클!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이더냐!”
홍안의 노인은 연신 즐거운 탄성을 터트리며 양손을 놀렸다. 앞으로 내밀고, 옆으로 휘두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등의 동작이 행해질 때마다 방 안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런 것도 잠시뿐. 곁에서 청안의 노인이 똑같이 양손을 놀리면 방 안의 열기는 금세 식어버렸고, 오히려 피부를 따끔거리게 만들 정도의 한기가 휘몰아쳤다.
양과 음이 서로 뒤엉키는 방 안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제대로 버티지도 못할 정도로 생지옥을 방불케 했다.
아무리 단단한 쇠라고 하더라도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지길 반복하면 그 강도가 약해져서 절로 부러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쇠보다도 약한 인간의 몸이 어찌 그런 환경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으음…….’
현인정은 당장이라도 방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워낙에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져 섣부르게 움직일 수도 없거니와 이 싸움의 승패가 자신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화르르르르륵!
“큭!”
또다시 방 안을 뜨겁게 만드는 열기가 현인정을 덮쳐왔다.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이미 경지에 이른 그로서도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툭.
현인정은 등 뒤에 닿는 벽의 감촉에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자신은 단순히 두 노인이 뿜어내는 양기와 음기에 조금씩 밀려 어느새 방의 끝에 이르러 있었지만, 왕무적은 여전히 한 발자국도 뒤로 밀려나지 않은 상태로 연신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어찌 저런 무위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풍도백의 무위 역시도 경악스러웠지만 왕무적은 그 이상! 한낱 인간이 어찌 저런 무위를, 그것도 자신의 반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파파파팡!
주먹이 허공을 때릴 적마다 작은 파문이 일어나며 푸른 기류가 상대를 노렸다. 웬만한 검기 따위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위력에, 두 노인은 각자 자신을 노리고 밀려드는 권력을 향해서 장력을 떨쳐냈다.
퍼퍼퍼퍼펑!
콰강!
권력과 장력의 충돌은 방 안을 크게 뒤흔들었고, 그 여파로 인해 생겨난 기의 파장은 두 노인을 살짝 뒤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클클! 세월의 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군.”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선 왕무적을 바라보며 홍안의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즉, 자신이 왕무적처럼 젊었다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었을 거란 소리.
뭐라고 대꾸라도 할 줄 알았던 왕무적에게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홍안의 노인은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곤 다시 양손을 뻗어냈다.
공기가 타들어갈 정도의 강력한 양강지기(陽剛之氣)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질 수 없지!’
왕무적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한 번에 서너 차례 허공을 격하자 그 권력이 좀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콰가가강!
방 안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충돌이 일어났다.
홍안의 노인은 잠시 호흡을 고를 틈을 얻었지만, 왕무적은 그럴 틈이 없었다. 홍안의 노인을 대신해서 곧바로 청안의 노인이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미리 손발을 맞추기라도 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두 노인의 연계(連繫)는 왕무적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굳이 쉬려면 강한 반격으로 두 노인을 모두 물러나게 만들어야 했다.
지금처럼!
파파파파파파팡!
그림자를 만들어내듯 이리저리 보법을 밟으며 허공에 대고 주먹을 쉬지 않고 내지르자 엄청난 양의 권영이 방 안을 빼곡히 메웠다.
“클클! 젊다는 건 좋은 거지!”
홍안의 노인은 호흡을 고르기가 무섭게 양손을 미친 듯이 떨쳐냈다. 자신이 손 놓고 쉬었다가는 청안의 노인이 힘들어 질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퍼퍼퍼퍼퍼퍼펑!
원단(元旦)에 폭죽놀이를 하듯 방 안엔 흡사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동시에 열기와 한기가 방 안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크음……!”
현인정은 숨이 막히고, 피부를 찢을 듯한 방 안 공기에 급급히 내공을 개방했다. 그럼에도 왕무적과 홍안, 청안의 노인들이 뿜어내는 기세로 인해 좀처럼 편해지질 않아 얼굴을 잔뜩 찌푸리기만 했다.
폭죽 터지는 소리가 끝나자 보다 얼굴이 붉어진 홍안 노인과 얼굴이 더욱 파리해진 청안의 노인은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반면, 두 노인과 대치하고 있는 왕무적은 처음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가볍게 호흡을 조절하며 서 있을 뿐이었다. 방금 그토록 세차게 공격을 한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클클! 대단하구나, 대단해!”
진심으로 감탄한 듯 홍안 노인이 말했다.
“과찬입니다.”
간단하게 대꾸한 왕무적은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어느새 그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기세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과는 또 다를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왕무적은 곧바로 신형을 움직였다.
소수의 인원이 다수와 싸울 때 장소가 좁다는 것은 그만큼 큰 이득을 취하고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라도 하듯 왕무적은 홀로 방 안을 누비며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눈으로 좇기 어지러울 정도로 움직이며 주먹을 내지르는 왕무적의 공격에 홍안의 노인은 연신 무어라 투덜거리며 양손을 털어냈고, 그의 곁에 선 청안의 노인은 입을 꾹! 다물고 장력을 방출시켰다.
싸움의 주도권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방어에만 치중하던 왕무적이 본격적으로 공격으로 전환하면서 홍안, 청안 노인들은 제자리에서 굳건하게 버티고 서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왕무적이 우세에 놓였다거나, 두 노인이 열세에 놓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잠시 흐름이 뒤바뀐 것뿐이었다.
‘설마 저 두 사람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대등하게 싸움을 벌일 줄이야!’
현인정은 믿을 수가 없었다.
왕무적의 무위가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했지만, 설마하니 자신에게 있어서는 최강이라 자부할 수 있는 홍안, 청안 노인들이 합공을 하고도 저렇게 대등하게 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강의 무인!
이대로 몇 년이 지나면 왕무적을 상대할 무인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이미 그를 상대로 홀로 대적할 수 있는 무인은 없으리라!
‘죽여야 한다… 반드시!’
여기서 왕무적을 죽이지 못하면 반드시 훗날 그가 복수를 해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현인정은 어느새 눈을 번뜩이며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第十章. 선공(先攻) (2)
“혈천좌사!”
풍소동은 느닷없이 나타나 손을 쓰기 시작하는 혈천좌사의 모습에 비명처럼 그를 부르짖었다. 이미 그의 손에 죽은 혈천도수대의 무인들만 하더라도 10여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퍼억!
또다시 한 명의 혈천도수대 무인의 머리통을 박살낸 혈천좌사는 거짓말처럼 움직이던 몸을 우뚝! 멈추고는 풍소동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무슨 이유로 혈천도수대를 공격하는 것입니까!”
흥분하며 소리치는 풍소동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혈천좌사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혈천신교 사 장로 풍소동. 그대는 반란을 꾀했다. 내 말이 틀렸는가?”
“……!”
“……!”
풍소동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혈천도수대 무인들 역시도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혈천좌사는 잡아떼도 소용없다는 듯 다시 똑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반란을 꾀한 죄는 피의 율법으로 다스린다.”
말을 마친 혈천좌사의 신형에서 가공할 기세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주변의 혈천도수대 무인들은 저마다 나지막이 신음성을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야만 했다.
“도대체 무슨 증거로 그런 말도 안 되는……!”
항변을 하듯 외치는 풍소동은 이어서 들려온 혈천좌사의 말에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교주님께서 친히 반역 수괴인 현인정을 죽이러 가셨다. 지금이라도 죄를 뉘우친다면 지금까지 본교를 위해 일해 온 점을 감안해서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겠다.”
풍소동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넋 나간 표정으로 서 있었다.
혈천좌사가 혈천도수대를,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왔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음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들의 계획을 알고 있는 줄은 몰랐다.
‘아니! 우리가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 이미 강경파가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정도는 교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들의 그 힘의 크기가 월등했기에 교주로서는 알면서도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 자신한 자신들의 자만이었다.
풍소동은 천천히 혈천도수대 무인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놀란 얼굴로, 혈천좌사의 말대로 반역의 뜻을 품고 있었냐고 묻는 듯한 물음을 띤 눈빛들이었다.
“혈천신교 사 장로 풍소동은 당장 죄를 인정하고 무릎을 꿇어라!”
혈천좌사의 호통에 풍소동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교주 홀로 삼 장로님을 죽일 수 있다 생각하시오?”
풍소동의 물음에 혈천좌사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교주님은 혈천신교 최강의 무인! 고작 반역 수괴인 현인정 따위가 대항할 만한 분이 아니다!”
혈천좌사의 말에 풍소동이 희미하게 웃었다.
“물론 삼 장로님 혼자라면 힘들 것이오.”
“…….”
“천혈원(天血院)의 두 선배님들과 함께 있는 삼 장로님이오. 과연 교주… 아니, 그놈에게 승산이 있으리라 생각하시오?”
“…….”
혈천좌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양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척척!
혈천좌사의 양 소매에서 똑같은 모양의 호조(虎爪)가 튀어나왔다.
‘호조?’
알려진 것에 의하면, 혈천좌․우사는 십팔반병기는 물론이고, 적수공권에도 능했기에 그들의 진정한 절기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혈천도수대는 지금 이 시간부로 더 이상 풍소동 휘하의 세력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자는 죽이지 않겠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모두 반역자로 간주한다.”
혈천좌사는 호조를 낀 양손을 늘어트린 자세로 그렇게 말했다. 마치 사신의 마지막 경고와도 같은 느낌이었지만 혈천도수대의 무인 중 어느 누구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혈천좌사가 피식 웃었다.
“반역자는… 죽인다.”
“……!”
“……!”
말과 동시에 혈천좌사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푸아악-!
“커억!”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누구도 보지 못했다.
혈천좌사는 어느새 우측으로 움직여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혈천도수대 무인의 가슴을 호조로 긁어냈고, 피와 살점이 뭉텅이로 뜯긴 무인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막아라! 아니, 죽여도 무방하다!”
풍소동의 명령이 떨어지자 혈천도수대 무인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천혈원의 노마들에게까지 손을 썼을 줄이야…….’
현인정을 상대하기로 한 왕무적이 걱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쪽으로 자리를 옮길 수는 없었다. 자신이 그쪽으로 가는 게 더욱더 그를 힘들게 한다는 걸 잘 알기에 혈천좌사의 두 눈에선 더욱더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때부터 혈천좌사의 움직임은 더욱더 잔인해졌다. 날아드는 도를 호조로 쳐내고, 반대편 호조를 들어 혈천도수대의 안면을 그대로 긁어내리는 것은 물론, 목덜미를 그대로 뜯어버리고, 때로는 신묘한 솜씨로 각법을 펼쳐 가슴, 허리, 목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뭉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