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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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10화
신룡전설 5권 - 10화
왕무적은 슬쩍 혈천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백서린과 진평남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내공을 한껏 개방했다.
‘조금도 지체해선 안 된다!’
내공을 한껏 개방한 왕무적의 기세에 혁련신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어째서…….’
이 대결은 이미 그 승패가 결정되어 있는 대결. 왕무적의 무위를 이미 모든 이들이 똑똑히 확인했기에, 혁련신은 자신이 이긴다는 것이 억지라는 걸 알지만 충분한 변명거리가 있었다.
왕무적은 이미 풍도백과의 대결에서 내상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혈천대전에서 중요한 것은 승자일 뿐. 비록 정상적인 상태에선 상대가 되지 않을지라도 그건 그의 운일 뿐이다.
혁련신의 단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내공이 빠르게 기경팔맥을 한 바퀴 휘돌았다.
후우우우우웅!!
곧게 앞으로 뻗은 혁련신의 검이 크게 흔들리며 묵직한 검명이 크게 울렸다. 그리고 검신 전체에서 우윳빛 기류가 부챗살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혁련가의 비전절학인 천붕십이절(天鵬十二絶)의 일초식인 천붕비상(天鵬飛上)!
장가의 팔연환비도공과 풍가의 혈왕진혼권에 결코 뒤지지 않는 혁련가의 절기인 만큼 그 위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그런 위력적인 공격에 맞서 왕무적은 거침없이 신형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 방향이 기이하게도 혁련신이 펼친 공격의 영향권 안쪽이었다. 마치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격!
‘이런!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그런 식으로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네!’
혁련신은 왕무적이 깨끗하게 자신의 공격에 당해 쓰러지려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토록 무모하게 자신에게로 달려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아무리 왕무적의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목숨까지는 돌볼 수 없는 상황!
“미안합니다.”
“……?”
혁련신은 들었다. 자신의 공격권 안으로 막 들어서며 작게 중얼거리는 왕무적의 음성을. 그리고…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도대체 무슨……!’
왕무적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주먹이 아니다. 손바닥이다. 그런데… 손바닥이 이상하다. 손바닥이… 아주 붉다. 너무 붉다. 마치 핏물에 번들거리는 것처럼 너무나도 붉다!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 제사초(第四招)!
회선혈풍(回旋血風)!
후아아아앙-!
핏물에 번들거리는 붉은 손바닥, 혈장에서 엄청난 적광(赤光)과 적풍(赤風)이 불었다. 그리고 곧바로 혈천대를 비롯한 주변이 붉디붉은 적광과 적풍에 휩싸였다. 감히 눈을 뜰 수 없는 너무나도 진한 광채와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강렬한 바람!
“헉!”
“윽!”
“뭐, 뭐야!”
사방을 집어 삼킨 붉은 적광과 적풍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오로지 한 사람! 그 한 사람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검을 기묘한 방향으로 날려버렸다.
쇄애애애액-!
“컥!”
“크악!”
“으아악!”
연속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자신의 앞에 넋을 잃고 서 있는 사람을 향해서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내 붉은 장력이 벼락처럼 그 사람의 신형을 훑고 지나갔다.
“크윽!”
털썩!
검의 주인인 듯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러는 사이 그는 어디론가 신형을 움직였다. 너무나도 빨라서 육안으로는 도저히 쫓기가 힘들었다.
“누구?”
“아악!”
두 사람의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서서히 적광과 적풍이 걷혔다.
“……!”
“……!”
“……!”
혈천대를 바라본 이들은 모두가 경악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나도 놀라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적광과 적풍이 주변을 집어 삼켰던 시간은 불과 호흡을 두어 차례도 들이쉬고 내쉬기도 전!
그러나 그 짧은 순간 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벌떡!
“가, 감히!”
석당진은 몸을 일으키며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로 혈천대 위를 바라봤다. 아니, 그 위에 오연하게 서 있는 왕무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혁련신은 가슴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고 있었으며, 왕무적의 곁에는 뭐가 어떻게 된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진평남과 백서린이 서 있었다.
교주는 한참 동안 물끄러미 왕무적을 바라봤다. 교주의 눈에는 묘한 안도감과 기쁨이 일렁거렸다. 그리고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혈천좌․우사는 새로운 교주를 맞이하라.”
“존명!”
26년간이나 교주를 보필해온 혈천좌․우사는 단지 그 말을 끝으로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곁을 떠났다.
“혈천좌사, 새로운 교주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혈천우사, 새로운 교주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왕무적의 발 아래 혈천좌․우사가 동시에 오체투지하며 외쳤다. 그 외침은 작았지만 그 뜻은 너무나도 컸다.
그렇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당황스런 상황에 넋을 잃고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주님! 저자는, 저자는… 가짜입니다!”
석당진의 커다란 외침에 모두가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왕무적은 더 이상 숨길 필요 없다는 듯 천환역형공을 풀었다.
왕무적 본연의 모습!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환골탈태를 이룬 신체와 너무 아름다워 눈이 부시는 얼굴. 이 모습이 바로 왕무적이다.
“……!”
“……!”
왕무적의 진실한 모습에 모든 이들이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시, 신도황 왕무적?”
“신도황 왕무적이다!”
누군가 왕무적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왕무적은 아무런 말도 없이 처음과 같은 오연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서 석당진이 목이 찢어져라 날카롭게 외쳤다.
“혈천살혼대(血天殺魂隊)는 당장 놈을 척살하라!!”
파파파파파팟-!
혈천대 주변을 보호하고 있던 혈천살혼대 무인들이 한꺼번에 신형을 날려 왕무적을 둥그렇게 둘러쌌다. 그 모습을 보고 왕무적이 손을 뻗자 어디선가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척.
왕무적의 손에 핏물이 번들거리는 혁련신의 검이 들렸다. 검에 묻은 핏물의 주인은 백서린과 진평남을 은연중에 포위하고 있던 혈천살혼대 무인들.
왕무적이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였다. 2개의 그림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혈천좌사와 혈천우사였다.
“…….”
“…….”
두 사람은 왕무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혈천좌사가 둥그렇게 포위를 하고 있는 혈천살혼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교주님 앞에서 검을 드는가?”
혈천우사가 이어 말했다.
“죽고 싶은 자, 검을 들어라.”
고오오오오……!!
혈천좌․우사의 전신에서 엄청난… 너무나도 엄청난 기세가 폭풍처럼 일었다.
따스한 햇살과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푸른 하늘. 그리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순백의 뭉게구름과 코끝을 살랑살랑 스쳐지나가는 기분 좋은 바람.
얼굴 가득 절로 미소가 피어날 만큼 화창한 날씨였다.
“에잉!”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한지 연신 얼굴 근육을 씰룩거리며 혀를 차고 있었다.
“에잉!”
노인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은 제법 널찍한 공터. 아니, 그 공터에 각각 자리를 잡고 온몸에 땀을 흠뻑 적신 채, 쉬지 않고 도를 휘두르는 6인의 사내들.
“하앗-!”
“차합!”
“야아압!!”
각가지 기합성이 터짐과 동시에 6인의 사내들은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일도를 휘두르고, 휘둘렀다. 한눈에 보기에도 일류의 극에 이른 그들의 실력은 훌륭하단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에잉! 그따위 도에 맞아 죽을 멍청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노인, 학천우는 누가 봐도 칭찬할 만한 사내들의 실력에 여전히 쓴 소리만을 해댔다. 그러나 그가 어떤 소리를 하든지 6인의 사내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무공 수련에만 정신을 집중할 뿐이었다.
무공… 무공… 무공…….
6인의 사내들, 진중악을 비롯한 신왕대 무인들은 하루하루를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매달렸다. 왕무적의 은혜로 엄청나게 상승한 내공만이라도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벌써 몇 달째 이어진 무공 수련. 예전과 비교해 꽤나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이르기엔 너무나도 멀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학천우가 자신들의 무공 수련을 지켜보며 ‘그따위로 도를 휘둘러 산적이라도 잡겠냐?’, ‘그런 눈먼 도에 맞아 죽을 무림인이 있겠냐?’, ‘당장 다 때려쳐라!’, ‘그런 수련 백 년, 천 년 해봐야 발전도 없을 테니, 차라리 혀를 물고 자결을 해라!’ 등등 온갖 악담을 퍼붓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가 잘 걸렸다는 듯 흠씬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기에 신왕대 무인들은 더 이상 학천우가 어떤 말을 하건 간에 시선도 한 번 주지 않았다.
“으아압!”
기합성과 함께 몸을 비틀며 도를 휘두르는 진중악. ‘후아아아앙!’ 하는 엄청난 바람을 동반한 도는 이미 그의 실력이 절정에 근접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
이 정도의 실력으로는 왕무적에게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진중악은 자신의 실력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백 년, 천 년 도만 휘둘러 댄다고 네놈들 실력이 늘어날 것 같으냐? 그따위로는 백 년, 천 년 고작 그 수준에서 빌빌거릴 거다!”
학천우는 아무리 자신이 뭐라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신왕대 무인들의 모습에 얼굴을 더욱더 일그러트렸다.
‘이놈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