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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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4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9화
신룡전설 5권 - 9화
전신을 내공으로 보호하고 있음에도 주먹이 미세하게 저려온다는 것은 그만큼 풍도백의 권법이 극강하다는 것! 실질적으로 왕무적이 익힌 초풍건룡권으로는 폭렬멸황권을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왕무적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말 그대로 왕무적이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내공과 무공을 위해 새롭게 변한 신체를 지니고 있기에 초풍건룡권만으로 폭렬멸황권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다.
폭렬멸황권!
이는 권법에 새로운 역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지막 오권(五拳) 멸천일권(滅天一拳)이오!”
스윽.
지금까지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차분하게 주먹을 내지르는 풍도백. 차분한 주먹 끝에서 아니!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기류가 곧바로 하나의 거대한 주먹이 되어 왕무적에게로 느릿한 속도로 나아갔다.
보는 사람이 지루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지만, 왕무적은 자신의 힘으로 쉽게 피할 수 없음을 알고는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풍건룡권으로 될까?’
아주 짧은 순간 과연 초풍건룡권으로 풍도백의 마지막 공격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분명히 팔로용비검이나 오도무적도, 뇌정칠절창, 천마혈풍장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꾸욱!
순간, 왕무적의 눈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릴 정도의 파란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의 신형이 수십 개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각각 다른 초풍건룡권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팡! 파팡! 파파파파팡! 파파팡!
수십 명의 왕무적! 그 수십 명이 펼쳐내는 초풍건룡권!
폭렬멸황권의 마지막 오권 멸천일권과 수십 명의 왕무적이 펼쳐내는 초풍건룡권이 천지를 뒤흔들며 거세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쿠콰가가가가가강!!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면 날 법한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지닌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내공이 약한 수십 명의 무인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틀거렸다.
“대단하구나! 대단해!!”
교주는 의자에 깊숙이 파묻었던 몸을 벌떡! 일으키며 커다랗게 소리쳤다. 그의 곁에서는 혈천좌사와 혈천우사가 내공으로 교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저런 자들이 본교의 미래다! 본교의 미래야!!”
크게 흥분해서 소리치는 교주. 곧바로 그를 따라 일어나듯 장로들이 하나 둘 일어나며 소리쳤다.
“모든 것이 교주님의 은덕입니다!”
“하늘이 본교에 내리는 복이옵니다!”
“머지않아 본교는 천하를 질타할 것입니다!”
장로들의 말에 교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천지를 뒤흔들던 소리가 잦아들고, 혈천대를 휘감고 있던 기의 폭풍이 잔잔해졌다.
“대단하오! 대단해! 내가… 졌소.”
희미한 미소와 함께 혼절하는 풍도백. 그의 신형이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왕무적이 그를 부축했다. 막대한 내공 소모로 인해 쓰러진 풍도백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왕무적이 말했다.
“대단한 무공이었습니다.”
풍도백과 왕무적의 모습을 보고 모든 이들이 흥분한 얼굴들로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왕무적은 풍도백까지 총 6명의 도전자를 물리쳤다.
달빛은 차갑게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차가운 달빛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사내의 곁으로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다가갔다.
“네게 그런 얼굴도 있었더냐?”
노인의 음성에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딜 가더라도 결코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사내의 얼굴엔 어떠한 패기도 없었고, 사내다운 고집스러움도 없었으며, 여유로움도 없었다.
씁쓸함. 그저 처량하게까지 보이는 씁쓸함만이 가득했다.
사내의 이름은 혁련신.
혈천신교 삼 가문인 혁련가의 후계자 혁련신은 혁련가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정도로 무에 대한 재능도 뛰어났으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오만하거나 자만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어떠한 상대라 하더라도 진심으로 대하여 혈천신교의 삼 가문 후계자들 중에서는 가장 인망이 두터웠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좋게 생각하며 여유를 잃지 않았던 혁련신이 지금은 전혀 그답지 않은 얼굴로 서 있었다.
노인, 혈천신교의 10장로인 혁련학은 혁련신이 어떠한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고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최고가 될 수 있다 생각을 했기에……. 하지만 오늘 전 제 능력으로는 감히 넘을 수 없는 두 벽을 보았습니다. 오늘처럼… 오늘처럼 제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진 적은 없었습니다.”
씁쓸하게 내뱉는 혁련신의 음성에 혁련학은 그를 이해하면서도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러기엔 자신을 비롯한 가문과 온건파의 기대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거라! 네가 생각하는 최고란 고작 무공이었더냐? 고작 무공만으로 최고가 되어 세상에 서려고 했단 말이냐?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말거라! 무공은 네 스스로를 지킬 만큼만 되어도 상관없다! 너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다.”
“…….”
“혈천신교는 네 것이다. 네가 교주가 되면 그들의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널 보필하는 수하에 불과할 뿐이다. 넌 그들을 네 품으로 끌어안으면 되는 것이다.”
“…….”
혁련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신아.”
“예.”
“네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아니, 하늘이 네게 내려준 재능이 무엇인지 아느냐?”
혁련학은 천천히 차가운 빛을 뿌리는 달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사람을 이끄는 마음이다. 누구든 네 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다. 풍도백과 오월상이라는 자가 무에 대한 재능을 받았다면, 넌 그보다도 훨씬 큰, 사람을 이끌 수 있는 재능을 받았다.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백, 수천 명을 이끄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너는 네가 가진 능력에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
혁련신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것이 과연 어떠한 뜻인지는 모르지만 풀이 죽은 얼굴로 있는 것보다는 보기 좋다 여겼기에 혁련학도 더 이상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가만히 달을 바라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가운 새벽 공기가 두 사람을 휘감을 때, 혁련학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네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기에 혁련신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갖거라. 본교는 이제 네 것이다.”
혁련학은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물끄러미 혁련학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혁련신은 다시금 씁쓸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녕… 제가 본교의 교주로서 어울린다 생각하십니까?”
혁련신은 다시금 달을 바라봤다. 달 속에 아름다운, 그렇지만 너무나 가녀린 사람의 얼굴이 투영(投影)되었다.
2년 전, 처음으로 만났던 그녀는 너무나도 불쌍했다. 집을 잃고 힘없이 땅에 떨어진 작은 새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는 모습이 너무 가여웠다. 아니, 애써 그런 모습을 감추려는 그녀의 행동이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녀의 오빠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뜻을 지닌 강경파 쪽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알지만 혁련신은 포기할 수 없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힘없이 땅에 떨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를 꽉 안아주고 싶었다. 지켜주고 싶었다. 다시는 그 어떤 고통을 받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웃음을 주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어주어 하루도 쉬지 않고 항상 웃게 해주고 싶었다.
“북궁 소저…….”
북궁연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위해서라도…….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씁쓸한 얼굴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혁련신의 눈빛이 기이한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내게 자격이 없더라도… 내가 교주로서 어울리지 않더라도… 교주가 되리라! 반드시 교주가 되어… 북궁 소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소!’
第六章. 이변(異變)!
왕무적은 혈천대 위로 오른 혁련신을 가만히 바라봤다.
분명히 좋은 사람이다. 첫인상부터 해서 자신을 대해준 것들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혈천신교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는 혁련신에 대한 소문이 어떤지도 잘 알기에 더욱더 그가 좋게 보였다.
“이런 자리에서 자네와 마주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혁련신의 말투는 변함이 없었다. 이미 왕무적의 무위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를 대했다.
왕무적은 오히려 그런 혁련신의 태도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 대하듯 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이런 상황은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혁련신은 그저 빙긋 웃기만 했다.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하던 혁련신과 왕무적. 길지 않은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혁련신이었다.
“미안하네.”
씁쓸하게 말을 마친 혁련신은 허리춤에서 한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어차피 결정되어 있는 결과, 굳이 오래 이야기해봐야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
혁련신은 왕무적의 뜬금없는 소리에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미안한 것은 오히려 자신이 아니었던가?
‘무엇이 죄송하단 말인가?’
묻고 싶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럼 시작하겠네.”
“예.”
혁련신의 신형이 땅을 박차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왕무적은 그런 혁련신을 바라보며 가만히 주먹을 쥐었다.
‘당신에게는 정말로 미안합니다.’
왕무적을 향해 달려드는 혁련신은 볼 수 없었다. 왕무적의 눈에서 매섭게 빛났다가 사라진 빛을.
“잊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소.”
왕정의 말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풍 공자와의 대결은 잘 보았소.”
“…….”
꽤나 감탄한 듯한 왕정의 모습에 왕무적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어떠한 대꾸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왕정으로서는 머쓱해졌다.
“그럼.”
뭔가 알 수 없는 불편함에 왕정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왕무적의 목소리에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내일 두 사람을 혈천대 가장 근접한 곳으로 데려오도록 하시오.”
왕정이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요?”
“말 그대로요. 두 사람의 무사한 모습을 내 두 눈으로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을 뿐이오.”
왕정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설마 우리가 두 사람에게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봐 걱정되는 것이오? 그런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떳떳하다면 그냥 혈천대 근접한 곳까지 두 사람을 데려오면 되는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소?”
왕무적의 말에 왕정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그건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니…….”
“내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
싸늘하게까지 들리는 왕무적의 음성에 왕정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그, 그렇게 되면 당신과 다른 두 사람이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때는 세 사람 모두 죽, 죽음을 면치…….”
“혁련신부터 시작하지.”
입가에 작은 미소까지 그려내는 왕무적의 모습에 왕정은 놀란 눈을 뜨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차디찬 음성과 입가에 매달려 있는 작은 미소는 왕정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뭔지 모를 불안감이 잔뜩 치솟았다.
‘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머리가 혼란스러워진 왕정을 향해 왕무적은 쐐기를 박듯 말을 이었다.
“그 다음은 누가 될지 모른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특단석에 앉아 있는 석당진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될 수도 있고……. 어차피 두 사람이 안전하지 않다면 나도 더 이상은 거리낄 것이 없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하시오.”
“…….”
왕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왕무적의 무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었다. 스스로 그의 무공에 대해 측정이 불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목숨까지 버려가며 싸움을 벌이면 그 여파는 감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혈천신교의 장로들만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어렵지 않게 왕무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혁련신이 죽어버리면 그 다음 대 교주는 보지 않아도 풍도백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왕무적을 끌어들인 사람이 석당진 장로라는 것이 밝혀지면?
‘안 된다!’
왕정은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되, 되도록 말을 잘 해보도록 하겠소.”
그렇게 최대한 달래놓고 자리를 피하려던 왕정은 뒤이어 들린 왕무적의 음성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가장 근접한 곳이어야 한다는 걸 똑똑히 전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