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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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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3화

신룡전설 5권 - 3화

 

 

 

 

 

第二章. 왕무적 대 장추진! (2)

 

 

 

 

 

후아앙-!

 

퍼엉! 퍼펑!

 

무섭게 몰아쳐오는 철혈신도를 이리저리 피하며 쉬지 않고 주먹을 내지르는 왕무적의 모습은 장추진의 얼굴을 잔뜩 일그러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팔연환비도공을 펼쳤으니 자연 허둥지둥하며 방어를 하거나, 최소한 당황한 기색으로 공격을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예상은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좌측으로 몸을 비틀며 기이한 각도에서 주먹을 내지르는 왕무적의 모습에, 오히려 그가 당황한 기색으로 철혈신도를 휘둘러야만 했다.

 

펑!

 

“크…….”

 

권력과 도기가 중간에서 충돌하자 장추진의 얼굴은 절로 일그러졌다. 손끝을 타고 손목과 팔 전체로 이어지는 통증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팔연환비도공을 이렇게까지 잘 막아냈던 사람이 있었던가?

 

적어도 장추진의 기억 속에 자신의 팔연환비도공을 왕무적만큼이나 잘 막아낸 사람은 결코 없었다. 그건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혁력신이나, 그보다도 더 뛰어난 무공을 자랑하는 풍도백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물론 풍도백과 겨룬 지는 벌써 5년도 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장추진은 왕무적이 은근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시선조차 주기 아까울 천외당 무인으로서 어찌 저런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천외당 무인이 확실하다는 것과 현재 그의 무공은 은연중에 자신보다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놈이 천외당 무인이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천외당 무인이라 인정하기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충격이고,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벌써 그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지금이 대결을 방해했겠지.’

 

혈천신교의 본단에 존재하는 비혈당(秘血堂)의 눈을 가리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 이미 천외당 무인 왕무적이 혈천대에 올라온 순간, 비혈당은 소리 없이 움직여 그의 모든 것들을 파헤쳤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은 그의 정체가 의심스럽지 않다는 것! 즉, 천외당 무인이 맞다는 소리다.

 

‘설마 때를 기다렸단 말인가?’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왕무적이 천외당에서 갖은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지금의 순간을 기다렸다면 이는 대단히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었다.

 

왕무적은 여전히 호흡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장추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팔연환비도공은 대단한 도법임에 분명했다.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하며 무섭도록 큰 압박으로 사납게 펼쳐지는 팔연환비도공은 절기 중의 절기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왕무적이 익히고 있는 ‘오도무적도’보다는 부족함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실력 차가 워낙에 컸기에 애초부터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확실하게 끝을 봐야겠다. 그날의 수모도 톡톡히 갚아주고!’

 

더 이상은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왕무적은 그대로 장추진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파파팡!

 

연속으로 세 번 허공을 격하자 각기 다른 권력이 둥그렇게 뭉쳐지며 장추진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어느 하나도 결코 간단히 생각할 수 없는 위력적인 공격!

 

초풍건룡권을 펼치면 펼칠수록 왕무적은 마음에 들었다. 101개의 초식으로 이뤄져 있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속에 무수한 변초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어떠한 방법으로 주먹을 뻗어내도 그것 자체가 하나의 초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경지에 이른 무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유초식(有招式)의 단계를 넘어서야만 그때부터 무초식(無招式)의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무초식이야말로 완전한 유초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어떠한 수법으로 공격을 펼쳐내도 그것이 초식으로 변하니, 이 어찌 진정한 무초식이라 할 수 있겠는가?

 

초풍건룡권처럼 101가지의 초식에 수백 가지의 변초가 섞이면 그야말로 경지에 이른 무인들이 말하는 무초식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 초풍건룡권을 펼치는 왕무적의 공격은 장추진에게 있어서는 여간 까다롭고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위력 또한 섣부르게 받아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 이 얼마나 난감한 상황이겠는가?

 

펑펑퍼- 엉!

 

“큭!”

 

뒤로 두 발자국 밀려난 장추진의 얼굴은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잔뜩 일그러진, 말 그대로 악마의 얼굴이나 다름이 없었다.

 

팡팡! 파- 아앙!

 

또다시 주먹을 털어내며 사방에서 공격을 해오는 왕무적의 모습에 장추진은 아랫입술이 터질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내공이 얼마나 깊기에 이렇게 공격을 퍼부어댄단 말이냐!’

 

위력에 비해 내공 소모가 심해 보였기에 제풀에 지쳐 쓰러지리라 여겼던 왕무적이 처음처럼 쌩쌩한 모습으로 권력과 권풍을 날려대자 장추진은 답답함 마음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도대체 네놈의 내공이 얼마나 심후하기에 이토록 강맹한 공격을 끊임없이 퍼부어댈 수 있는 것이냐!’라고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하나, 장추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쉬지 않고 팔연환비도공을 맹렬하게 풀어내는 것뿐이었다.

 

 

 

 

 

“본교에 저런 인재가 있었단 말인가?”

 

중얼거리는 교주의 두 눈은 쉬지 않고 장추진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왕무적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왕무적은 장추진을 압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로 단번에 끝을 내지 않고 있는지는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이미 이 대결의 승패는 뚜렷하게 갈렸다고 할 수 있었다.

 

“천외당이라……. 우사.”

 

“예.”

 

무미건조한 음성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절대적 충성심.

 

“대단하지 않은가?”

 

교주의 물음에 그의 오른편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혈천우사가 곧바로 대답했다.

 

“대단한 실력입니다.”

 

“좌사도 그리 보는가?”

 

“그렇습니다.”

 

혈천좌사의 대답에 교주는 더욱더 감탄한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이미 그의 공격은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으며, 주춤주춤 밀려나는 장추진은 여지없이 패배 직전에 내몰린 자의 모습이었다.

 

“누구인가?”

 

교주의 물음에 혈천우사가 대답했다.

 

“천외당 무인 오월상이라는 자입니다.”

 

“오월상… 천외당 무인이 저런 실력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다는 게 의아스럽군.”

 

“비혈당에서는 한 점의 의심도 없다 전해왔습니다.”

 

“그렇겠지.”

 

교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26년 전, 교주는 저 위에서 7명의 도전자를 모두 물리치고 지금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도전자였던 혁련맹과의 대결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어, 결국 어렵게 26년을 버틴 후 그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만약 혁련맹과의 싸움에서 내상을 입지만 않았다면 그 역시도 전대 교주들처럼 30년 이상의 세월을 교주로 보냈을 것이고, 어쩌면 혈천신교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어 지금쯤 치열하게 중원 무림을 손에 넣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이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내상을 입어가면서 교주위를 얻은 후, 그는 한 시도 이 생각을 떨쳐본 적이 없었다. 허울뿐인 교주… 그것이 그의 삶 자체를 허무하게 만들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혈천신교의 교주위는 결코 함부로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천명(天命)을 타고나야만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억지로 얻으려다가는… 그 만큼의 큰 희생이 뒤따르게 될 거다.’

 

 

 

 

 

부들부들.

 

백발의 사내가 두 주먹을 움켜쥐고 떨고 있었다. 백미 아래 자리 잡은 두 눈은 혈천대 위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피가 뜨겁게 달아오를 만큼 흥분되는 이 묘한 감정.

 

북궁휘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왕무적이었다. 그가 뿜어내는 권풍과 권력은 당장이라도 혈천대 위로 뛰어올라 자신이 익힌 한빙백골소혼마장과 겨뤄보고 싶을 정도였다.

 

왕무적이 장추진의 앞에 설 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가 주먹을 떨치며 뿜어낸 강맹한 권풍이 비록 놀랍기는 했지만, 커다란 자극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한빙백골소혼마장!

 

무림 10대 마공 중에서도 그 수위에 올라 있는 무서운 마공! 가문의 복수라는 이름 아래 찾아간 무림 30대 고수들은 한빙백골소혼마장에 변변한 대응도 해보지 못하고 죽어나갈 뿐이었다.

 

적이 없었다. 진정으로 모든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었지만 그걸 받아줄 적이 없었다. 물론 혈천신교 내에 그보다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싸울 수는 없는 노릇.

 

장추진이나 혁련신이 제아무리 혈천신교 삼 가문의 후계자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 여겼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풍도백의 무공은 그 두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무엇보다도 풍가의 절기인 혈왕진혼권이 적수공권이라는 사실에 나름대로 기대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나타난 천외당 무인의 권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북궁휘를 자극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십 차례나 주먹을 내질렀지만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주먹을 내지르고, 회수하는 것이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 싶겠지만, 자세히 살피면 한 번, 한 번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목의 각도를 조금만 바꿔도 그 힘과 빠르기가 변하기 마련이고, 손목이나 팔꿈치에 어느 정도 힘을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주먹질이 되는 법이다.

 

더군다나 주먹을 뻗을 적마다 각기 다른 권풍과 권력은 그의 권법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혈천신교 삼 가문의 후계자인 장추진이 맥없이 밀리고 있지 않은가!

 

‘혈천신교 내에서 가장 하급 무인으로 분류되는 천외당 무인 중에 저런 실력을 지닌 숨은 고수가 있을 줄이야!’

 

북궁휘는 진정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장추진이 진 후에 자신이 달려들어 상대해보고 싶지만, 자신이 혈천대에 오르는 것은 위에서 바라지 않는 일. 북궁휘는 그저 안타까워할 뿐이다.

 

“저런 실력이 있으면서 어째서…….”

 

“흥! 처음부터 수상하다 싶었는데, 역시 뭔가를 감추고 있던 놈이었군요.”

 

북궁연의 의문스런 음성과 광한파파의 싸늘한 음성에 북궁휘가 어렵게 시선을 돌렸다.

 

“알고 있는 자더냐?”

 

북궁휘의 물음에 북궁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혈천대전이 벌어지기 전에 장 공자에게 죽을 뻔한 위기를 구해준 적이 있었어요.”

 

“장 공자에게?”

 

“예.”

 

북궁연의 대답에 북궁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 혈천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만 보더라도 장추진은 결코 왕무적을 죽일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설마 한 달 사이에 장추진을 저토록 맥없이 만들 정도로 변할 수 있겠는가?

 

북궁휘는 당연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엄청난 기연을 얻었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외당 무인이 무슨 일을 하고, 혈천대전이 일어나기 한 달 전부터 오늘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도편수와 목공, 석공들을 도와 막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을 거다. 기연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러한 생각을 떨치며 북궁휘가 다시 물었다.

 

“어째서 장 공자가 저자를 죽이려 했단 말이냐?”

 

북궁휘의 관심에 북궁연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대답을 해주었다. 어째서 왕무적이 장추진의 손에 죽을 뻔했는지와 그 이후의 일까지 자세히.

 

“네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실력을 드러냈을 거다.”

 

북궁휘는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북궁연이 뭐라고 말을 하기 이전에 광한파파가 곁에서 입을 열었다.

 

“사갈(蛇蝎) 같은 놈입니다. 어째서 장 공자에게 그리 맞고도 내상을 입지 않았나 싶었더니, 저 꼴을 보니 이제야 그 답을 알겠군요. 웃는 얼굴 속에 시퍼런 독기를 품고 있는 놈입니다.”

 

광한파파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에 화가 나는지 혈천대 위에서 연신 장추진을 몰아붙이는 왕무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지금의 상황만 아니라면 팔 하나와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트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요?”

 

“흥! 그건 아가씨가 모르셔서 하는 말씀입니다. 저런 놈이야말로 장 공자보다도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인간입니다. 언제 어떻게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파파, 그건 너무…….”

 

“파파의 말이 맞다. 연아, 벌써 우리가 당한 일을 잊었더냐?”

 

“…….”

 

북궁휘의 말에 북궁연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바라봤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오라버니는 당한 일만 기억나나요?’

 

왕무적을 바라보는 북궁연의 눈빛은 여전히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제가 보기에 결코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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