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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100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100화

신룡전설 4권 - 25화

 

 

 

 

 

第十五章. 시작부터 어긋나다

 

 

 

 

 

열흘은 빠르게 흘러갔다.

 

왕무적은 그 열흘 동안 백서린과 진평남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들리는 말로는 그들 두 사람이 혁련가에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서 갔다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왕무적이 아니었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

 

왕무적은 굳게 다짐했다.

 

혈천대전의 시작은 너무나 간단했다.

 

현 혈천신교의 교주가 혈천대 위에 올라 혈천대전의 시작을 선포하자, 천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북소리와 함께 공식적으로 혈천대전이 시작되었다.

 

“누구든! 혈천대에 올라 일곱 명의 도전자를 물리치면 교주님으로 모실 테니, 자신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혈천대로 오르도록 하시오!”

 

특단석에서 한 인물이 내공을 사용하여 커다랗게 소리쳤다. 고작 해야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은 주변의 11명의 혈천신교의 장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총령(總領) 염천악님이시군!”

 

총령, 혈천신교 내의 율법(律法)과 대소사를 일차적으로 관장(管掌)하는 직위로, 제아무리 장로원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물론 그렇다고 총령이 장로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탁!

 

20대 후반의 사내가 가장 먼저 혈천대 위에 올랐다.

 

“…….”

 

말없이 주변을 돌아보는 눈빛이나, 자연스레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기세, 혈천대로 오를 때 펼쳤던 신법은 그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저자는 흑랑화혈단(黑狼火血團)의 정위한 아닌가?”

 

왕무적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군! 설마 정위한이 교주의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었을 줄이야!”

 

“혈천대에 오르면 최소한 중상을 입는다는 걸 몰라서 저러는 건가?”

 

“흑랑화혈단에서도 그리 주목받는 고수는 아니잖아?”

 

“그렇지? 흑랑화혈단하면 아무래도… 진조위 아닌가?”

 

주변의 웅성거림을 무시하고 정위한은 짧게 외쳤다.

 

“흑랑화혈단의 정위한이오. 누구라도 좋으니 혈천대로 오르시오!”

 

정위한의 외침이 끝나자 하단석에서 30대 초반의 사내가 사뿐히 몸을 날려 혈천대로 올랐다.

 

“마강진천단(魔鋼振天團)의 위룡학이오.”

 

이미 빼든 한 자루의 검이 차가운 빛을 뿌리고 있었다.

 

정위한은 자신의 도를 꺼내들며 말했다.

 

“오시오!”

 

“그럼!”

 

정위한과 위룡학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시작이군.”

 

누군가의 음성이 허공에 울렸다. 그리고 동시에 불꽃과 함께 정위한의 도와 위룡학의 검이 거세게 충돌을 일으켰다.

 

허례허식 없이 곧바로 교주를 뽑기 위한 비무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까앙!

 

“차핫-!”

 

“하압!”

 

혈천대 이곳저곳으로 불꽃이 튀며 두 사람의 신형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거리를 벌리는 듯싶더니 다시 지척으로 붙고, 다시 앞뒤로 튕겨져 나가고.

 

정위한과 위룡학의 치열한 대결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백발의 북궁휘. 그의 곁에서 북궁연이 의문스런 얼굴로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북궁연의 물음에 북궁휘가 생각을 털어내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북궁연은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북궁휘의 모습에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자신의 괜한 우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혈천대전…….’

 

북궁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혈천대 위의 정위한과 위룡학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특단석의 교주위(敎主位)였다.

 

‘교주… 교주가 된다면…….’

 

북궁휘는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꿈인지 알면서도 좀처럼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교주위보다 아주 약간 낮은 곳에 일렬로 앉아 있는 혈천신교의 장로들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뱀의 눈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함이 풍겨지는 60대 초반의 노인이었는데, 그가 바로 혈천신교의 3장로이자 강경파의 모든 것들을 통괄하고 있는 현인정 장로였다.

 

북궁휘는 현인정과 눈이 마주치자 급히 시선을 돌렸다.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이다…….’

 

다시 혈천대 위로 시선을 고정시킨 북궁휘의 눈이 미묘하게 이채를 띠기 시작했다.

 

‘나도 혈천신교의 교인이다…….’

 

 

 

 

 

“왜 그러십니까?”

 

현인정은 자신의 곁에 앉은 풍소동의 물음에 뱀과 같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저놈 말이오.”

 

풍소동은 현인정이 말하는 자를 바라봤다. 요 근래 강경파에 커다란 힘을 보태주고 있는 북궁휘였다.

 

“북궁휘 말입니까?”

 

“눈빛이 살아 있소.”

 

대수롭지 않다는 듯 풍소동이 대꾸했다.

 

“처음부터 그랬었죠. 어디서 어떻게 그런 막대한 내공을 얻어왔는지 모르지만, 북궁휘는 한빙백골소혼마장을 익히기에 최상의 신체를 지니고 있었지요. 무에 대한 재능도 뛰어나서 불과 반년 사이에 팔 성의 경지까지 이룩할 줄은 솔직히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는 풍소동과 다르게 현인정의 눈은 여전히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명을 충실하게 따를 인형이 필요한 것이지, 저놈처럼 눈빛이 살아 있는 놈이 필요한 것이 아니오. 아무래도 놈의 눈빛이 마음에 걸리는군.”

 

“하면?”

 

“저런 놈은 야망도 큰 편이니, 아무래도 약간의 제재를 가하도록 해야겠소.”

 

그렇게 말을 마친 현인정은 전음으로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고, 그 말을 모두 듣고 난 후에 풍소동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일으켰다.

 

“어디를 가는 거요?”

 

풍소동이 몸을 일으키자 교주가 물었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곧 처리하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교주님.”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혈천대전이니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미루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풍소동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혈천대 위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정위한이 피가 잔뜩 묻은 도를 늘어트리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도 아래엔 숨을 헐떡이며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위룡학이 쓰러져 있었다.

 

정위한은 자신의 발 아래에 쓰러져 있는 위룡학을 슬쩍 바라보고는 도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다음 도전자는 올라오시오!”

 

정위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명이 사내가 혈천대로 올랐다. 그런데 그 사내를 바라보며 모든 이들이 놀란 경악성을 내뱉었다.

 

“그 도전, 내가 하지!”

 

“그, 그게…….”

 

너무 놀라 말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위한을 바라보며 사내는 피식 웃으며 신형을 날렸다.

 

“도전자이니 내가 먼저 손을 쓰겠다.”

 

“……!”

 

정위한이 너무 놀라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는 사이, 그에게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사내의 허리춤에서 검붉은 광채가 사정없이 터져 나왔다.

 

번- 쩍!!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정위한의 상체가 비스듬히 미끄러져 내려와 혈천대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혈천대 바닥을 물들인 핏물과는 또 다른 검붉은 색의 도!

 

도신의 한쪽 면에 섬뜩하게 새겨져 있는 악마의 상(像)!

 

천하이십육병 팔 도의 하나인 철혈신도(鐵血神刀)!

 

“도전자는 올라오시오.”

 

말과 함께 짙은 살기 어린 미소를 짓는 사내는 다름 아닌 장추진이었다.

 

 

 

 

 

혈천대 위에 오른 장추진으로 인해서 강경파 쪽의 장로들과 수뇌부들은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특히 현인정은 누구보다 놀란 얼굴로 7장로인 장대성에게 급히 전음을 날렸다.

 

[장 장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장대성 역시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현인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장추진은 분명 온건파 쪽에서 혁련신을 올려보내면 그때 올리기로 되어 있지 않았소? 지금 이렇게 갑작스럽게 혈천대에 오르면 어쩌자는 거요!]

 

[그, 그것이… 장추진이 독단적으로 불만을 품고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장대성의 말에 현인정이 눈을 매섭게 빛내며 물었다.

 

[불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잠시 주춤하던 장대성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아무래도 풍도백에게 교주위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뭐라? 감히! 그렇다면 그런 불만을 알고 있었음에도 장추진을 저토록 멋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하고 있었던 말이오?]

 

[저렇게까지 행동할 줄은…….]

 

현인정은 기가 막힌다는 듯 장대성을 바라보다가 혈천대 위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처럼 아래를 굽어보는 장추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다 말했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시오.]

 

죽여서라도 혈천대 위에서 끌어내리라는 현인정의 말에 장대성은 침음성을 흘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장대성은 불같은 성격을 자제하지 못하고 일을 저질러버린 장추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어쩌자고 그러는 것이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왜 벌써 장추진이 혈천대에 오른 것이오? 이건 우리가 예상한 것이 아니지 않소!]

 

대장로 용당운은 곁에 앉은 석당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하나, 놀라기는 석당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현 장로는 무슨 생각으로…….]

 

전음을 보내며 슬쩍 현인정 쪽을 바라본 석당진은 그가 크게 분노한 얼굴로 장대성과 전음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는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호기(好機)가 찾아온 듯싶습니다.]

 

용당운이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돌리다가 우연찮게 현인정의 분노에 찬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석당진과 마찬가지로 눈에 이채를 발했다.

 

석당진은 용당운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기쁜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대로라면 혁련 공자를 교주로 추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싶습니다.]

 

[하나, 벌써부터 좋아하진 맙시다. 혁련 공자가 교주가 되고 난 후에 좋아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오.]

 

[물론입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용당운과 석당진.

 

그러는 사이, 누군가가 겁 없이 혈천대로 올랐고, 그자는 장추진의 일 초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몸통이 반으로 쪼개져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죽어버린 상대의 시체가 치워지는 사이, 장추진은 혈천대의 가장자리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 장추진의 귓가로 장대성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진아! 도대체 무슨 짓이냐?]

 

장추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진아! 왜 괜한 욕심을 부려 화를 자초하려 하는 것이냐?]

 

욕심이라는 말이 거슬렸던 것일까?

 

장추진은 걸음을 멈추고 특단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심 어린 장대성의 얼굴과 분노에 가득 찬 현인정의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담담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교주의 모습도 보였다.

 

[욕심인지 아닌지는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큰 아버님.]

 

장추진의 말에 장대성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현인정 장로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다. 너는… 너는…….’

 

그렇게 특단석을 바라보던 장추진은 다시금 걸음을 옮겼고, 어느 한곳을 바라보며 커다랗게 소리쳤다.

 

“혁련신! 올라와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장추진의 음성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앉아 있던 혁련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대꾸했다.

 

“나는 아직 혈천대에 오르고 싶은 생각이 없네만?”

 

혁련신의 말에 장추진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날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혁련신, 네놈뿐이다! 너와 나! 둘 중의 하나는 언제고 반드시 여기, 혈천대 위에서 쓰러져야 할 운명이다! 지금 그 운명을 깨끗하게 결정짓도록 하자!”

 

다른 사람은 안중에 두지도 않는 장추진의 광오함에도 어느 누구 한 사람 반박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장추진의 무공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혁련신은 여전히 여유 만만했다.

 

“운명이라… 설사 자네의 말대로 우리가 그런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난 아직까진 그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네.”

 

한마디로 괜히 나서서 기운이 팔팔한 장추진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교활하다고 하면 교활할 수 있겠지만, 지극히 실리적인 행동이었다.

 

그런 것을 모를 장추진이 아니었다. 그리고 혁련신의 뜻대로 그를 마지막 일곱 번째 도전자로 맞이하게 되면 그때는 확실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에 여기서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멍청한 놈! 풍도백을 잊은 것이냐?]

 

장추진의 전음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기에 혁련신 역시도 전음으로 대답했다.

 

[네 말대로라면 도백 역시도 너와 나처럼 반드시 혈천대 위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같은 운명의 남자! 굳이 그를 제쳐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교주가 되더라도 정당하게 풍도백까지 상대하고 떳떳하게 교주가 되겠다는 혁련신의 전음에 장추진은 잔뜩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풍도백은 너나 나나 상대할 수 없는 놈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한 성격의 장추진이 풍도백을 인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두렵기도 하다는 의미. 그러나 혁련신은 여전했다.

 

[상대가 안 된다면 그가 교주가 되어야겠지.]

 

장추진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멍청한! 어째서 그렇게 멍청한 소리만 지껄이는 거냐! 네놈과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게 된다면, 굳이 풍도백을 상대하지 않고 교주가 될 수 있다는 걸 몰라서 그따위 헛소리만 지껄이는 것이냐? 손쉽게 교주가 될 수 있는 방법이 네놈의 눈앞에 있음에도 어째서 그리 멍청한 소리만 해대는 거냐!]

 

[나는 진정으로 모든 교인들의 존경을 받는 교주가 되고 싶을 뿐이다.]

 

혁련신의 말에 장추진은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온갖 욕만 해대며, 죽일 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네놈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가장 마지막에 네놈을 처참하게 죽이고 당당하게 교주가 되겠다!’

 

장추진은 이어서 혈천대 가운데로 신형을 날려 크게 외쳤다.

 

“도전자는 당장 혈천대 위로 올라라!!”

 

사방을 짓누르는 강한 기세를 뿜어내는 장추진의 모습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혈천대로 오르지 못하던 차에 누군가가 몸을 날려 그의 맞은편에 당당히 섰다.

 

“……!”

 

장추진은 자신의 맞은편에 당당히 선 사내의 모습에 두 눈을 부릅떴다.

 

“네, 네놈은!”

 

놀란 것은 장추진뿐만이 아니었다. 혈천대에 시선을 고정시킨 모든 사람들은 새롭게 올라온 도전자의 모습에 한결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푸른색 무복. 등에 붉은색으로 수놓아져 있는 혈(血)자. 그리고 왼쪽 심장 부근에 검은색으로 수놓아져 있는 천외(天外)자.

 

“저, 저거 월상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같은데가 아니라 월상이 맞아!”

 

“세상에!!”

 

“저놈이 미쳤군! 미쳤어!!”

 

혈천대에서 제법 떨어진 구석진 곳에서 천외당 무인들이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오랜만이오, 장 공자.”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오월상, 아니! 왕무적의 모습에 장추진은 귀까지 벌겋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네놈이 뒈지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장추진의 고함소리에도 왕무적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진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올라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도전자를 박대하는 겁니까?”

 

왕무적의 웃음 속엔 날카로운, 너무나도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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