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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99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6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99화

신룡전설 4권 - 24화

 

 

 

 

 

“호북진가(湖北秦家)입니다. 하북팽가에 이어서 이번에는 호북진가가 멸문을 당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이곳, 호북성입니다. 저희 무림맹이 있고, 검의 본산인 무당파와 오검파의 연합체인 검파전이 있는 호북입니다! 팔대세가는 어느새 사대세가가 되어버렸고, 무림 삼십 대 고수들 중 넷이나 죽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흉수가 누구인지 밝혀내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 이상은 정파끼리 힘을 분산시켜봐야 좋을 것이 없다 판단됩니다.”

 

무림맹의 군사 쌍절서생 오경의 말에 청색과 백색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듯 기묘하게 조화를 이룬 도복(道服)을 입은 50대 후반의 도인(道人)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 무당파의 장문인이자, 검파전의 전주(殿主)이기도 한 무당신검(武當神劍) 청진 진인(淸眞眞人)이었다.

 

“오 대협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나, 힘을 어찌 합친단 말입니까? 오 대협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정파 무림은 무림맹, 검파전, 도천맹, 세가맹으로 각기 서로 다른 세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로의 뜻을 가장 잘 알아주는 이들의 연합입니다. 한데, 이제 와서 서로 다른 세력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인의 말씀이 맞소! 우리 도천맹만 하더라도 이미 그 힘을 극대화시킨 상태요. 다시 말하면, 도천맹이 결성되고 지금까지 가장 최적의 상태로 도천맹의 무인들은 훈련을 해왔다는 소리요. 한데, 이제 와서 하나로 세력을 모은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이 얼마나 부질없어지겠소. 내 생각도 각기 다른 세력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동맹을 맺어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 어떨까 하오.”

 

도천맹의 맹주이자 남도파(南刀派)의 문주인 벽력신도(霹靂神刀) 육중산이 청진 진인의 말에 동조를 하고 나서자 오경은 보일 듯 말 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나같이 남의 밑으로는 갈 수 없다는 말이로군.’

 

이미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한 문파의 문주이자 연합체의 가장 위에서 군림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타인의 아래 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두 사람과 같은 위치에 있음에도 50대 중반의 중년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강직함 속에 깃들어 있는 자애로움은 중년인에게 절로 호감이 가게 만들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백설과도 같은 눈썹이었다.

 

백미검군(白眉劍君) 남궁성. 현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세가맹의 맹주직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오경은 남궁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남궁 가주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궁성은 잠시 오경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청진 진인과 육중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가맹은 어느 곳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

 

“……!”

 

남궁성의 말에 오경은 물론, 육중산과 청진 진인이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무림제일세가라 불려도 부족하지 않을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세가맹의 맹주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 말이 사실이오?”

 

“무량수불!”

 

남궁성은 대답 대신 침묵을 지켰다.

 

세가맹이 존재함에도 하북팽가와 호북진가가 멸문을 당했다. 그것도 흔한 표현으로 개미 한 마리 남기지 않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흉수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다. 세가맹은 하북팽가와 호북진가가 멸문을 당함에도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떠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세가맹은 있으나 마나 한 장님이라며 놀려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가맹엔 무림을 대표하는 무림세가가 4곳이나 모여 있었고, 그들이 움직이면 무림이 진동할 정도로 큰 힘을 지니고 있었다. 단지 예측할 수 없는 적들로 인해 그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런데…….

 

남궁성은 스스로 가진 큰 힘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지쳐 쓰러졌다. 남궁성의 말은 맹주의 말이자, 세가맹 전체의 말이나 마찬가지.

 

세가맹은 자신들의 힘으로 흉수에 대한 그 어느 것도 알 길이 없었기에 도움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하북팽가가 멸문을 당했던 때부터 세가맹은 흔들렸을 것이고, 호북진가가 멸문을 당함으로써 그들은 쓰러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세가맹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오경은 최소한 세가맹만이라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만족했다.

 

사실, 이번 회합은 단순히 지금의 무림이 심상치 않으니 서로 조심하고, 되도록 서로서로 언제든 연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검파전 역시도 언제든 세가맹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청진 진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중산이 말했다.

 

“도천맹 역시도 세가맹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테니 언제든지 도움만 요청하도록 하시오!”

 

검파전이나 도천맹이나 세가맹의 힘을 얻게 되면 무림맹의 힘도 넘볼 수 있었으니,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려 할 것인지…….’

 

오경은 검파전이나 도천맹이나 그저 그들의 행동이 한심할 뿐이었다.

 

그러한 심정이 부끄럽기 때문일까? 청전 진인이 화제를 돌려 오경에 물음을 건넸다.

 

“그런데 듣자니 괴소문 하나가 돌고 있던데… 혹시 오 대협께서도 알고 계십니까?”

 

청진 진인의 물음에 오경, 육중산과 남궁성은 물론이고,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던 무림맹 맹주 천우생까지도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신도황 왕무적과 비룡(秘龍) 왕무적이 같은 자라고 합니다.”

 

그제야 모두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황 왕무적이야 워낙에 유명한 인물이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한데, 문제는 강서성 혈림 무인이었던 동명의 왕무적이라는 사내에 대한 소문이었다.

 

비룡 왕무적!

 

강서성의 유가보와 묘가장의 싸움에 홀연히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남도왕 단목초를 죽인 신진고수(新進高手)!

 

“나 역시 그 소문을 들었소만, 신도황 왕무적과 비룡 왕무적은 그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고 하더이다. 또한 신도황 왕무적은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를 익힌 도황의 전인이며, 비룡 왕무적은 독비검성 조무학의 절학인 비산분영검을 익혔다고 하던데 이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이오? 내 생각에는 그저 헛소문일 뿐이오.”

 

육중산의 말에 청진 진인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 동조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소문이 그리 돌고 있으니 혹시나 오 대협이라면 뭔가 조금 더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묻는 것일 뿐입니다.”

 

오경이 과찬이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진인께서는 제 능력을 과분하게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소문을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만, 신도황 왕무적과 비룡 왕무적이 같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며, 육 대협의 말처럼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허튼소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만 있습니다.”

 

청진 진인은 그러냐는 듯 희미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천우생을 향해서 물었다.

 

“천 대협께서는 어찌 생각 하십니까?”

 

맹주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으려는 청진 진인의 모습에 천우생은 속으로 가볍게 웃고는 대답했다.

 

“무림맹에 앉아 놀고먹기만 하는 제가 뭘 알겠습니까? 다만, 신도황과 비룡은 그저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각기 최고의 경지에 오르신 분들이 아닙니까? 모두들 아시겠지만, 하나의 절기를 익혀 경지에 오르는 것만 하더라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한데, 한 사람이 각기 다른 절기를 동시에 익힌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입니다.”

 

“그렇소! 더군다나 오도무적도와 비산분영검이 어디 보통 무학들이오? 절학 중의 절학이라 불리는 것들이니 하나만 익히는 것도 극히 어려운 일! 아무리 생각해도 신도황과 비룡은 전혀 다른 사람임이 분명하오!”

 

육중산은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듯 외쳤고, 어느 누구도 부인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 그들은 신도황 왕무적과 비룡 왕무적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느냐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무림 정세를 걱정하는 듯 몇 마디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모두가 돌아가고 나서야 천우생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오경은 천우생이 무엇 때문에 저리 웃는지 알고 있었다.

 

한참을 웃던 천우생이 오경에게 말했다.

 

“내 말하지 않았던가. 이번 회합을 하고 나면 자네의 그런 근심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하하하하!”

 

오경이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부터는 무슨 일을 벌이기보다는 맹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맹주님께서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지니고 계시지 않습니까.”

 

“선견지명? 하하하하!! 그거 괜찮군!”

 

천우생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고, 오경 역시도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러다가 오경이 먼저 웃음을 멈추고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세가맹이 그렇게까지 위축되어 있을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천우생 역시도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건 의외였네.”

 

“하북팽가에 이어서 호북진가까지 멸문을 당하자 흉수가 두려워진 모양입니다.”

 

“충분히 두려워할 수 있지. 하북팽가라면 남궁세가, 사천당문과 함께 천하제일세가의 자리를 다투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 곳이 진주언가나 모용세가처럼 하룻밤 만에 깨끗하게 사라져버렸으니 세가맹으로서는 큰 타격이 되었을 테지.”

 

오경도 충분히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가맹이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니 어쨌든 저로서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천우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군사의 그 말은, 마치 세가맹을 이미 무림맹에 끌어들이기라도 했다는 것 같군.”

 

오경은 희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뭐, 어려울 것 있겠습니까?”

 

“호오~ 군사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검파전이나 도천맹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가?”

 

“그들이 무림맹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군사의 그 자신감은 대단하군!”

 

“맹주님, 마치 남의 이야기 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그런가?”

 

또다시 맹주실에 웃음이 맴돌았다.

 

“그건 그렇고, 군사는 정말로 신도황과 비룡이 아무런 상관도 없다 여기는가?”

 

오경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대답했다.

 

“솔직히 단언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신도황 왕무적이란 존재 자체가 워낙에 신비로운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비룡 왕무적이라는 자가 나타났다는 건… 아무래도 연관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연관이 되어서 말입니다.”

 

오경의 대답에 천우생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지. 하지만 말일세, 내가 말했듯이 각기 다른 절기를, 그것도 검법과 도법이라는 전혀 다른 무공을 극성으로 익힌다는 건 정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네. 그건 자네 역시도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비룡 왕무적이 검법이 아닌 또 다른 도법을 펼쳤다면 저는 그가 신도황 왕무적임이 분명하다고 확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검법, 그것도 독비검성 조무학의 비산분영검을 익혔으니… 제가 이리 혼란을 겪는 것입니다.”

 

“음… 아직도 두 사람의 행방은 찾아내질 못했나?”

 

“그렇습니다.”

 

“허! 아무래도 왕무적이라는 이름이 무언가 특별한 힘을 지닌 것 같네!”

 

천우생의 말에 오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참에 저도 오무적으로 개명(改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무적? 하하하하! 그거 괜찮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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