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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95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8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95화

신룡전설 4권 - 20화

 

 

 

 

 

“웬 놈이냐?”

 

남자의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

 

“저, 저는…….”

 

월상의 말을 듣지도 않고 남자는 그의 복장을 살피더니 눈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천외당? 네놈이 이곳엔 무슨 일로 왔느냐?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던 것이냐? 당장 말을 해라!”

 

한눈에 보기에도 남자의 나이는 월상보다도 한참이나 적었다. 그렇지만 남자의 행동과 말투, 심지어 눈빛조차도 월상을 능숙하게 아랫사람으로 대하며 호통을 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저리 태어났으리라.

 

남자의 호통에 기가 죽은 월상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저는 단지… 장작을 패다가 두 분의 음성을 듣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호기심에…….”

 

“감히 천외당 무인 주제에 내 이야기를 엿들어?”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월상을 바라봤다. 그 눈빛이 조금씩 살의에 물들어갈 때, 여인이 천천히 다가와선 조용히 말했다.

 

“나쁜 의도로 들은 것도 아닌데 그냥 보내드리시죠.”

 

“부, 북궁 소저! 이, 이놈은 자신의 주제도 모르고 감히 우리의 이야기를 머, 멋대로 들은 놈입니다. 이런 놈들은 따끔하게 혼을…….”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인이 다시 말했다.

 

“저 역시 따지고 보면 보잘것없는 여인에 불과한데, 그렇다면 저 역시도 장 공자님께 불경을 저지른 것인가요?”

 

여인의 말에 남자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허겁지겁 손사래를 쳤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부, 북궁 소저가 어찌 보잘것없는 여인입니까? 북궁 소저는 처, 천상의 선녀보다도 더욱 존귀한 존재이거늘.”

 

남자의 아부에도 여인은 됐다는 듯 월상에게로 다가와 말했다.

 

“돌아가서 하던 일 하도록 하세요.”

 

여인의 말에 월상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이놈이 어디서!”

 

남자의 눈에서 다시 한 번 살기가 피어오르자 월상은 급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부, 북궁 소저…….”

 

“장 공자님과는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월상은 그렇게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를 들으며 장작을 패던 곳으로 돌아왔다.

 

월상이 장작더미 위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북궁연…….”

 

혈천신교 혈외원의 내원 잡일을 도맡은 천외당 무인 오월상. 아니, 오월상으로서 그 역할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왕무적!

 

그렇게 왕무적은 약 3년 만에 북궁연을 다시 만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왜 천외당 무인들만 모이라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예감이 별로 좋지 않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무인이 소곤거리듯 대답했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장 공자의 성격이 좀 더러워야지. 나는 아무래도 그가 우리를 모두 불렀다는 것부터 뭔가 조짐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네.”

 

“그렇다고 별일이야 있으려고?”

 

“모르는 일이지…….”

 

혈외원의 외원에 모인 천외당 무인들.

 

[혹시 무슨 일인지 알고 있나요?]

 

신경질적인 얼굴의 여인이 자신의 곁에 서 있는, 큰 키에 다소 뚱뚱한 체격의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전음을 날렸다.

 

[잘 모릅니다.]

 

[그런데 왕 소협은 어디에 있죠?]

 

여인의 물음에 남자 역시도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은공의 모습이 안 보이는군요.]

 

[이상하군요.]

 

여인의 이름은 초미량이고, 남자의 이름은 막건의였다. 두 사람 모두 왕무적처럼 역용술로 다른 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백서린과 진평남이었다.

 

갑자기 천외당 무인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혈외원 외원으로 모이라는 장 공자, 즉 혈천신교 삼 가문인 장가(張家)의 후계자인 장추진의 명에, 모두 영문도 모른 채 모여 있었다.

 

약 1각이 지난 후에야 장추진이 나타났다.

 

장추진은 의문스런 얼굴로 그저 자신만 바라보는 천외당 무인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흥!”

 

천외당의 무인들은 말 그대로 혈천신교 내에서 잡일이나 건물의 경비나 서는 하류 무인들이었다. 그들의 무공이 일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대우였지만, 문제는 그들이 천외당 무인이라는 것이다.

 

천외당 무인은 우선 혈천신교의 본단(本團) 무인이 아니다. 그들은 혈천신교의 본단에서 직접 기른 무인이 아닌, 무림에 널리 퍼져 있는 비밀 분타(分舵)의 무인이라는 것과 그 능력의 한계가 일류라 점 찍힌 이들로서 성장 가능성이 없다 여겨지기에 적어도 본단에서만큼은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한 사람도 빠짐이 없겠지?”

 

장추진의 물음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천외당 무인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구 안 온 사람 없나?”

 

“글쎄? 다 오지 않았을까?”

 

“잘 확인해봐.”

 

“어디 보자…….”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며 가끔씩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장추진의 얼굴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쓰레기 같은 것들!’

 

본단의 무인들과 천외당 무인들과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본단에선 그 어떤 무인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장추진은 혈천신교 삼 가문인 장가의 후계자로, 차후 교주가 될지도 모르는 막강한 힘을 지닌 인물이니, 그의 앞에서 이런 모자란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죽여 달라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저… 월상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월상이 없네?”

 

“이놈은 어디 간 거야?”

 

“이 자식, 어디서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있는 것 아냐?”

 

“큭큭! 죽으려고 아주 발악을 해대는군!”

 

“하하하하!”

 

저잣거리의 상인과 행인들처럼 서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천외당 무인들의 모습에 장추진의 눈에서 살기가 폭출되었다. 실질적으로도 그의 마음은 할 수만 있다면 이들 전부를 죽여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이 쓰레기 같은 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 것도 모자라서 삼류 문파의 삼류 무인들처럼 떠들어대는 거냐! 네놈들이 그러고도 혈천신교의 무인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모두 죽고 싶은 게냐!!”

 

“……!”

 

“……!”

 

장추진의 살기 어린 음성에 그제야 천외당 무인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세를 바로 잡고 입을 꾹! 다물었다. 본단으로 오기 이전부터 누누이 들었던 말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긴장(緊張)을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본단은 결코 분타처럼 함부로 행동할 곳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그대로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살얼음판이라는 소리를 줄곧 들어왔기 때문이다.

 

“네놈들처럼 쓸모없는 것들 때문에 본교가 아직까지도 무림을 발 아래에 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저 모자란 무림인들의 손에 무림을 맡기고 있을 것이냐? 정녕 이대로 평생을 무림의 그늘 아래 웅크리고 있을 생각이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추진의 모습을 보고도 멍청한 행동을 할 무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 그대로 목숨을 잃을 것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뿜어내는 기세가 너무나도 강렬해 감히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모습으로 마른침만 삼켜대는 천외당 무인들의 모습에 장추진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놈을 데려와라!”

 

실질적으로 혈외원을 지키는 혈외단(血外團)의 무인 3명이 잔뜩 겁먹은 표정의 오월상, 아니 왕무적을 끌고 왔다.

 

[어, 어떻게 된 일이죠?]

 

굳이 대답을 원해서 한 질문은 아니었다. 놀랍고 걱정스럽기에 진평남에게 전음을 보냈을 뿐이었다.

 

[으음…….]

 

진평남 역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잔뜩 겁먹은 표정의 왕무적을 보고 놀란 것은 비단 백서린과 진평남뿐만이 아니었다. 장추진으로 인해 잔뜩 긴장한 상태의 천외당 무인들도 마찬가지로, 이 영문 모를 상황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장추진은 자신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는 왕무적을 보곤 말보다 먼저 주먹을 날렸다.

 

퍽!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는 왕무적!

 

“……!”

 

진평남이 흥분해서 몸을 움직이려고 하자 곁에서 백서린이 급히 그의 팔을 잡았다.

 

[왕 소협에게도 어떤 생각이 있을 테니 함부로 나서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우선은 왕 소협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황을 살피도록 하죠.]

 

[…….]

 

진평남은 순간적으로 흥분한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푹! 숙였다. 곁에서 백서린이 재빨리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의 고생을 완전히 망쳐버릴 뻔한 순간이었다.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너 따위가 내 이야기를 엿들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장추진의 말에 그제야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왕무적은 어째서 이런 황당한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왕무적은 완벽하게 오월상의 모습으로 애원하듯 장추진에게 빌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백서린과 진평남은 나름대로 안심할 수 있었다.

 

왕무적의 능력이면 장추진 정도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오월상으로서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대처 방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흥!”

 

왕무적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장추진은 코웃음과 함께 발을 내질렀다.

 

퍼억! 퍽! 퍽!

 

“우으윽! 어억! 커허억!”

 

사정없이 왕무적의 몸 구석구석을 강타하는 장추진의 발길질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 그 모습에 진평남과 백서린조차도 은근히 불안할 정도였다.

 

[어째서… 은공은 저자에게 저런 수모를 당하면서 참고 있는 것입니까?]

 

진평남이 도저히 모르겠다는 음성으로 백서린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도 모르겠어요. 어째서 왕 소협이 저렇게까지 당하고만 있는지…….]

 

백서린이 보아온 왕무적은 절대로 저런 수모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자존심도 강하고, 무엇보다도 사내다움을 중시하던 그가 저런 수모를 견뎌낸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왕 소협! 도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퍽퍽퍽!

 

“크아아악!!”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죽어라 비명을 질러대는 왕무적의 모습은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천외당 무인들 중 몇몇은 언제부턴가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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