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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89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89화

신룡전설 4권 - 14화

 

 

 

 

 

“왕 소제!”

 

“뇌 장로님!”

 

이소요와 양천일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을 크게 불렀다.

 

흐릿하기만 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흐으음…….”

 

묵직한 신음과 함께 뇌적심은 신마열화창으로 땅을 버티고 서 있었다. 그 반면, 왕무적은 혈색 하나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굳건하게 창을 들고 서 있었다.

 

“……!”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드러난 결과!

 

“왕 소제!”

 

이소요는 왕무적의 승리에 기쁨의 탄성과 함께 그를 힘껏 불렀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로 그가 뇌적심을 이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

 

“…….”

 

그 반면, 혈천창명대는 이 믿기지 않는 사실에 넋을 잃고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뇌 장로를 이기다니……!”

 

숨죽여 지켜보고 있던 왕정 역시도 넋을 잃긴 마찬가지였다.

 

“혈천창명대는 뇌 장로님을 지켜라!!”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양천일이 커다랗게 외치며 신형을 날렸다. 뇌적심의 패배에 넋을 잃고 있기보다는 우선 그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양천일의 외침에 혈천창명대 무인 모두가 한꺼번에 왕무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에게 창을 빼앗긴 무인은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모두 물러나…….”

 

뇌적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무적이 먼저 자신에게 달려드는 혈천창명대를 향해서 뇌정칠절창을 펼쳤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사초(第四招)!

 

멸뢰폭풍(滅雷暴風)!

 

 

 

 

 

창의 중간을 잡아 등 뒤로 돌리고 자세를 낮췄다가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키며 일어나자 왕무적, 그 자신이 곧바로 하나의 거대한 푸른 폭풍이 되었다. 더군다나 폭풍의 주변으로 벼락이 치자 그 위용은 감히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나웠다.

 

콰지지직! 콰지지직!

 

“크아악!”

 

“으악!”

 

“아아아악!!”

 

푸른 번개의 폭풍에 휩싸인 혈천창명대 무인들은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 온몸이 처참하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모두… 물러나라!”

 

쿵!

 

신마열화창으로 땅을 찧고 신형을 띄운 뇌적심!

 

“우욱!”

 

허공에서 한 모금이나 되는 핏물을 뱉어낸 뇌적심의 혈색이 눈에 띄고 좋아졌다. 참았던 핏물을 뱉어냄으로써 내상은 심각해질지 몰라도 당장은 속이 시원해졌으며, 내공을 운용하기도 한결 편해졌다.

 

‘끝을 보자!’

 

뇌적심은 모든 내공을 한꺼번에 방출시키자 십이경맥으로 엄청난 양의 내공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귀영멸영창의 최후 절초인 천지멸화폭(天地滅火爆)이 펼쳐졌다.

 

화르르르륵-!!

 

그렇지 않아도 붉은 신마열화창이 더욱더 붉게 빛났다. 아니, 어느새 창 전체에서 엄청난 양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럼에도 창을 쥐고 있는 뇌적심은 불길에 휩싸이지 않았다.

 

“하아아앗!”

 

기합과 함께 뇌적심은 불길이 치솟은 신마열화창을 왕무적을 향해 내던졌다.

 

화르륵!

 

쿠아아아악!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신마열화창의 불길은 점점 거세지더니 끝내는 거대한 화룡(火龍)이 되어 푸른 번개 폭풍이 돼버린 왕무적을 향해 날았다.

 

왕무적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거대한 화룡에 급히 멸뢰폭풍을 거둬들였다.

 

왕무적이 만들어낸 푸른 번개의 폭풍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는 창끝을 비딱하게 늘어트린 왕무적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화룡을 마주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저런 미친!”

 

왕무적의 모습에 왕정은 자신이 숨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제법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왕 소제!!”

 

이소요 역시도 뇌적심의 마지막 공격에 체념한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는 왕무적을 커다랗게 불렀다.

 

‘놈! 무슨 꿍꿍이냐!’

 

뇌적심은 왕무적에게 어떠한 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왕무적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칠초(第七招)!

 

뇌영만천하(雷影滿天下)!

 

 

 

 

 

팟!

 

“……!”

 

“어, 어디로?”

 

왕무적의 신형이 돌연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그의 신형이 세상에서 완전히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모두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왕무적을 찾는 사이.

 

파파파파파팟!!

 

왕무적을 향해 날아들던 화룡의 주변으로 수십 명의 왕무적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그들이 한꺼번에 화룡을 향해서 푸른 뇌전의 기류가 응축되어 있는 창을 내질렀다.

 

콰르르릉! 콰르르릉! 콰르르릉!

 

푸른 번개가 사방에서 화룡의 전신을 꿰뚫고 지나갔다.

 

수십 발의 번개에 화룡은 일그러졌다. 아니, 깨어졌다!

 

파캉!

 

화룡이 사라지며, 신마열화창이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왕무적의 손에 또다시 천하이십육병 중의 하나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장내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왕무적은 신형을 움직여 뇌적심의 심장을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놓았다.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한 뇌적심은 막을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푸욱!

 

“컥!”

 

벌린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왕무적은 그저 처음과 다름없는 얼굴로 뇌적심을 바라볼 뿐이었다. 창을 뽑지도 않고 왕무적은 그대로 창을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악, 하악……!”

 

숨을 몰아쉬며 뇌적심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심장에 박힌 창을 뽑아냈다.

 

푸욱!

 

“크윽!”

 

엄청난 양의 피가 분수처럼 튀어 나왔다.

 

털썩!

 

무릎을 꿇은 뇌적심은 떨리는 입을 가까스로 움직여 말했다.

 

“너는… 누구냐?”

 

대답을 기다리던 뇌적심의 고개가 모로 기울었다.

 

왕무적은 이미 죽어버린 뇌적심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음성으로 대답해주었다.

 

“왕무적. 내 이름은 왕무적.”

 

그렇게 말을 마친 왕무적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한 얼굴로 서 있는 혈천창명대 무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들을 향해서 번개처럼 신형을 날렸다.

 

“노, 놈을 막아!!”

 

양천일의 피맺힌 절규만이 허공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第九章. 다시 혈림으로…….

 

 

 

 

 

“컥!”

 

털썩!

 

외마디 비명과 함께 혈천창명대의 마지막 무인이 생기 잃은 눈으로 쓰러졌다.

 

“…….”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수십 명의 혈천창명대 무인들의 시체를 말없이 바라보던 왕무적은 손에 쥐고 있던 붉은 창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타앙!

 

핏물에 잠긴 창의 모습은 너무나도 허무했다. 지금까지 왕무적의 손에서 수십 명의 목숨을 빼앗았던 창의 최후치고는 너무 허망했다.

 

말없이 서 있는 왕무적의 곁으로 이소요가 다가왔다.

 

“왕 소제, 수고했네.”

 

이소요의 말에 왕무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렇습니까?”

 

“……?”

 

대단한 싸움에서 승리한 승자의 음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힘이 없었다. 마치 패배한 자의 음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소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나?”

 

“내 목적을 위해서 전 언제까지 살인을 해야만 하는 것입니까?”

 

“그게 무슨……?”

 

“과연 제가 하는 일이 옳은 일입니까?”

 

“왕 소제?”

 

“저와 이들이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

 

이소요는 왕무적이 현재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이러한 감정은 그가 아니면 누구도 모를 것이다.

 

하룻밤도 되지 않아서 혼자서 수십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제아무리 그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소요는 가만히 왕무적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혈천창명대 무인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인다는 게 결코 옳지 못한 일임은 분명하네. 어느 누구도 인간이 인간을 죽일 권한은 없기 때문이지. 인간을 벌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오로지 하늘뿐이겠지.”

 

“…….”

 

이소요의 말을 왕무적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일은 있네. 바로 누군가나 나를 죽이려고 할 때이지. 아무리 인간으로서 인간을 벌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 있겠나?”

 

왕무적은 문득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사내는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가 날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죽여야 한다! 그게 짐승이든, 물고기든, 사람이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목숨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죽어주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라! 최선을 다해서 살아라! 그게 사내다!’

 

 

 

 

 

이소요의 말은 왕무적이 들었던 아버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네의 심정을 내 어찌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나 역시 이해할 수 있네. 나도 무림인인 이상 수없이 살인을 해왔으니……. 중요한 것은 자네는 어디까지나 자네를 위해서 싸웠다는 것이고, 저들과는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네. 또한 자네가 먼저 저들을 죽이고자 달려들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왕무적에게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이소요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솔직히 자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지 모르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자네가 두렵기도 하네. 하지만 내가 자네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네가 나를 해칠까 걱정이 되서가 아니라 자네가 지닌 힘을 두려워할 뿐이네.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움이기도 하겠지.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네는 자네의 힘을 이용해 저들과 정당한 싸움을 벌였을 뿐이고, 저들은 자네보다 힘이 약해서 죽었을 뿐이네. 그것으로 끝이네. 자네는 저들에게 죄책감을 지닐 필요도 없고, 저들을 불쌍히 여길 필요도 없네. 자네 힘이 약했다면 죽었을 사람은 자네라는 것만 생각하게. 무림은 그것만 생각하며 살아가기에도 바쁘고 험난한 곳이네.”

 

이소요의 말에 왕무적은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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