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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88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5,04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88화

신룡전설 4권 - 13화

 

 

 

 

 

파지지직-!

 

창끝에서 넘실거리는 푸른 불꽃은 흡사 하늘의 번갯불을 강제로 담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소요는 자신의 뇌정검결과 너무나 흡사하단 생각을 가졌고, 뇌적심은 자신의 화기를 쪼개면서 연신 ‘파직!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는 왕무적의 창끝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까아- 아앙!!

 

“흡!”

 

자신의 바로 코앞에서 몸을 띄웠다가 창끝으로 자신을 찍어 누르는 왕무적의 공격을 창대로 막아낸 뇌적심은 온몸을 빠르게 휩쓸고 지나가는 짜릿한 전율감에 또 신음성을 흘려야만 했다.

 

벌써 두 번씩이나 왕무적의 공격을 받고 신음을 흘린 뇌적심은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 더군다나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혈천창명대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더 분노케 만들었다.

 

“이노오오옴!!”

 

고함과 함께 신마열화창을 내지르는 뇌적심의 팔이 마치 수십 개로 변한 듯한 모습이었다.

 

귀영멸영창의 만영쾌섬(萬影快閃)!

 

파파파파파파팟-!!

 

왕무적은 수십 자루의 창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듯한 뇌적심의 공격에 손에 들린 창을 손 안에서 회전시키며 앞으로 내밀었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이초(第二招)!

 

뇌룡선파(雷龍旋波)!

 

 

 

 

 

회전하는 창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기류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더니 푸른 전뇌(電雷)의 용이 되어 밀려드는 수십 자루의 창과 거칠게 충돌을 일으켰다.

 

콰가가가강!!

 

“……!”

 

푸른 불꽃과 붉은 불꽃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름다울 정도로 화려하게 빛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런 장관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축이 된 뇌적심은 신음성을 참아내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푸른 불꽃과 붉은 불꽃의 향연이 끝나고, 폭풍과도 같은 두 기세가 잠잠해지자 각자 서로를 향해서 창을 내밀고 있는 왕무적과 뇌적심의 모습이 드러났다.

 

입술이 터져 입가로 흘러내리는 핏물, 잔뜩 헝클어져 산발이 된 머리카락과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보기 흉한 모습이 되어버린 의복.

 

뇌적심의 모습과 비교해 왕무적은 처음과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지 처음보다 호흡이 약간 거칠다 싶더니 그것조차도 순식간에 안정이 되어버렸다.

 

한참 동안 호흡을 고르던 뇌적심이 물었다.

 

“무슨… 무공이냐?”

 

물음을 건네는 뇌적심의 음성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왕무적은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대답했다.

 

“뇌정칠절창.”

 

“…….”

 

뇌적심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는 왕무적이 펼친 창법이 뇌정칠절창이 아닐까 하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무적의 대답에 다시 한 번 주변을 소란스러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두 사람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끝에서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맴도는 푸른 뇌전의 기운과 창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화염의 기운이 맹렬하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에잉! 독한 놈들!”

 

학천우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6인을 바라봤다.

 

저마다 모진 고통을 받았는지 어느 누구 하나 성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크게 상한 사람은 없었다.

 

“정말로 말하지 않을 건가요?”

 

학천우의 곁에서 육소빈이 물었지만 대답은 지난 열흘과 같았다.

 

“소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니 서로 시간낭비하지 말고 이제 그만 우리를 보내주시오.”

 

“…….”

 

진중악의 말에 육소빈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 열흘 동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보았다. 처음에는 간곡하게 부탁을 했었고, 그 이후로는 학천우와 같이 화도 냈으며 타일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눈물로 애원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진중악을 비롯한 그 누구도 왕무적의 거처를 말하지 않았다.

 

“빈아! 아무래도 이놈들 중 하나는 죽어나가야 사실을 말할 것 같으니 이제는 이 할애비에게 모든 걸 맡기도록 해라. 할애비가 반드시 이놈들의 입을 열어놓을 테니…….”

 

학천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소빈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요.”

 

“빈아, 네 심정은 알겠지만 이대로는 이놈들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으니 아무래도…….”

 

“그렇게 해서 적랑을 찾아가면, 분명 그는 절 더욱 미워하게 될 거예요.”

 

육소빈의 말에 학천우가 눈을 사납게 꿈틀거렸다.

 

“만약 그렇다면 내 그 자리에서 그놈을 쳐 죽여 버리겠다!”

 

“할아버지…….”

 

“빈아! 이 할애비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구나! 도대체 그놈의 어디가 그리 좋아서 네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다. 도대체 그놈이… 그놈이 네게 무엇이더냐?”

 

학천우는 참고 참았던 화를 터트리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그저 육소빈의 마음을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황룡전장을 뛰쳐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왕무적을 생각하는 육소빈의 마음과 그를 찾을 길이 막막해지자 쌓이고 쌓였던 화가 터져버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왕무적으로 인해 마음 상해하는 육소빈의 모습을 보는 것은 학천우에게 있어선 커다란 고통이자 분노의 원인이었다.

 

학천우의 물음에 육소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적랑은 제게 전부예요.”

 

“…….”

 

간단하지만 커다란 의미를 지닌 육소빈의 말에 학천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부라… 허허!’

 

누군가 학천우에게 육소빈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는 육소빈처럼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육 소저.”

 

육소빈과 학천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중악이 그녀를 불렀다.

 

“주군은 찾으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함께 계신다면 언제고 반드시 주군을 만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제가 육 소저에게 드릴 말씀은 이것뿐입니다.”

 

진중악의 말에 학천우는 눈을 꿈틀거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놈! 감히 어디서!”

 

“그 말, 믿어도 되나요?”

 

“빈아!”

 

진중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대답을 들은 육소빈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말했다.

 

“좋아요. 그럼 적랑을 만날 수 있는 날까지 진 대주님과 함께 있도록 하죠.”

 

“빈아!”

 

학천우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육소빈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고집스런 표정에 진중악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놈! 그 말이 정녕 사실이더냐?”

 

학천우는 당장 진중악이 ‘거짓말입니다! 사실은 그냥 해본 말이었습니다!’라고 말하길 원했다. 하지만 진중악은 안심이라도 하라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학 선배님께서는 믿으셔도 됩니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진중악의 모습에 학천우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는 두 눈 가득 강한 살기를 잔뜩 품으며 다시 물었다.

 

“네놈의 목을 걸 수 있느냐?”

 

이번에도 진중악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목을 걸 수 있습니다.”

 

“…….”

 

자신의 은근한 협박에도 굳건한 진중악의 모습에 학천우는 결국 더 이상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 주둥아리를 다 찢어버릴 놈 같으니라고!’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대던 학천우가 입을 열었다.

 

“좋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해보면 알겠지!”

 

“할아버지?”

 

학천우는 노인의 고집스런 얼굴로 말했다.

 

“내 어찌 너만 홀로 이놈들과 함께 있도록 할 수 있겠느냐? 이 할애비도 같이 있어주마!”

 

그렇게 말을 마친 학천우는 이어서 진중악을 사납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노부를 가볍게 보았다가는 네놈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진중악의 말을 번복시키려는 학천우의 뜻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빚나가고 말았다.

 

“물론입니다!”

 

진중악의 음성은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까가강!!

 

벌써 수십 차례나 왕무적과 뇌적심은 맹렬하게 격돌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치열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뇌적심의 얼굴은 왕무적과 다르게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큭!”

 

부딪칠 적마다 팔과 상체를 떨리게 만들 정도의 찌릿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다란 고통이 되어 뇌적심을 은근히 위협하고 있었다.

 

‘뇌정칠절창… 과연 고금제일이란 말인가?’

 

뇌적심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에 있어서는 혈천신교뿐만 아니라 천하의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뇌적심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익힌 귀영멸영창이야말로 고금제일이라고 항상 자신하던 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부심은 뭉개지고 있었으며, 점점 왕무적의 창이 커다랗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천하를 한 자루의 창으로 지배한 절대신창 파도옥의 절기! 그와 함께 역사 속으로 묻혀버린 뇌정칠절창이 수백 년의 세월을 깨고 나타났지만 그 위력은 여전히 고금제일이었다.

 

탁!

 

왕무적은 가볍게 땅을 박차고 신형을 띄웠다.

 

발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뇌적심을 향해서 창을 내질렀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육초(第六招)!

 

천뢰강우(千雷降雨)!

 

 

 

 

 

콰르륵! 콰르륵! 콰르르륵!

 

창을 내지르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듯 푸른 뇌전이 뇌적심을 노리고 수십 발이나 떨어져 내렸다.

 

“음…….”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는 수십 발의 푸른 뇌전을 바라보며 뇌적심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번 공격은 지금까지 왕무적이 펼친 그 어떤 공격보다 사납기도 했지만, 그 위력이 결코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이대로 물러나기엔 아직 이르다!’

 

신마열화창을 하늘로 들어올리며 뇌적심은 곧바로 귀영멸영창의 절초인 만화멸진폭(漫化滅盡爆)을 펼쳤다.

 

화르르르륵!!

 

엄청난 불길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푸른 뇌전과 거세게 충돌했다.

 

콰가가강! 콰가강! 콰가가강!

 

엄청난 기의 폭풍이 주변에 휘몰아쳤다.

 

하늘까지 치솟아 오른 뿌연 먼지는 왕무적과 뇌적심을 세상과 단절이라도 시켜놓겠다는 듯 하나의 거대한 장막이 되어 있었다.

 

“윽!”

 

“크윽!”

 

“으으윽!”

 

제법 떨어진 거리에서 구경하던 혈천창명대와 이소요는 자신들에게까지 밀려들어 몸을 짓누르며 압박하는 기의 폭풍에 신음을 흘리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콰가가강! 콰가강!

 

폭발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반각이나 되는 긴 시간이 흐른 후에야 폭발이 멈추었고, 먼지의 장막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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