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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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83화
신룡전설 4권 - 8화
“용… 혈… 마검?”
단목초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붉은 검이 용혈마검임을, 난생처음 보는 것이지만 알 수 있었다.
붉은빛에 용의 문양을 가진 검은 단목초가 지금껏 들었던 용혈마검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남천도를 막아내는 병기는 천하이십육병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용혈마검임을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용혈마검?”
단목초의 말에 왕무적은 작게 중얼거렸다.
“용혈마검이라니…….”
“왕 소협의 검이 사신의 검인 용혈마검일 줄이야!”
이소요와 유초백은 단목초만큼이나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단목초의 남천도와 몇 차례나 충돌을 일으키고도 부서지지 않아서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같은 천하이십육병이기 때문이었을 줄이야.
“왕 소제도 자신이 용혈마검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몰랐던 모양이군.”
“그게 무슨?”
“왕 소제의 얼굴 표정을 보니 그러하군요.”
이소요의 말에 유초백은 왕무적을 바라봤다.
‘…정말이군.’
용혈마검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왕무적의 모습은 자신들 못지않았다.
“용혈마검이라…….”
단목초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단목초가 이루고자 하는 꿈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천하이십육병을 하나씩 부숴놓는 일이다. 그 이유는 자신이 지닌 남천도와 같은 동급의 병기가 25개나 더 있다는 사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무공과 남천도를 믿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단목초와 다르게 왕무적은 이미 풍운신검을 부쉈다. 그가 꿈을 꾸고 있다면 왕무적은 이미 그의 꿈을 실현시켜 놓은 상태였다.
단목초는 왕무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첫 번째의 영광을 주도록 하지.”
“……?”
왕무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단목초는 대답 대신 그저 입가에 미소를 더욱 진하게 그릴 뿐이었다.
단목초의 전신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남천도에서 새파란 도강이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한층 상승한 단목초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왕무적은 여전했다.
[조장! 이대로 보고 있을 생각입니까?]
무림 30대 고수이자 남도왕이라 불리는 단목초와 자신들을 어렵게 않게 막아낸 왕무적의 대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조장은 곁에 있던 조원의 전음에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희는 이대로 유가보의 수뇌부를 상대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차피 목적은 묘가장이 유가보를 물리치고 남창을 차지하는 것 아닙니까?]
조원의 이어진 전음에 조장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자신의 임무를 생각해냈다.
[좋다.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당장 유가보의 내원으로 들어가 수뇌부를 척살하라!]
[알겠습니다!]
조장을 제외한 11명의 조원들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제5내문을 통과하려고 했다.
“대공자! 조심하시오!”
“예!”
왕무적과 단목초의 대결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이소요와 유초백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11명의 붉은 무복 무인들의 모습에 재빨리 검을 빼들고 제5내문을 가로막았다.
11명의 붉은 무복 무인들이 제5내문을 통과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졌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왕무적이 아니었다.
비산분영검(飛散分影劍)! 육비(六飛)!
낙성비우(落星飛雨)!
“……!”
“……!”
막 이소요와 유초백을 그대로 뚫고 통과하려던 11명의 붉은 무복 무인들의 머리 위로 붉은 유성과도 같은 수십 자루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급(急)! 퇴(退)! 산(散)!”
멀리서 터져 나온 조장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이미 조원들은 각자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몸놀림보다도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수십 자루의 검이 한 발 더 빨랐다.
까가가가가가가강!!
“컥!”
“크윽!”
“…으윽!”
저마다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리거나,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히는 11명의 붉은 무복 무인들. 이소요와 유초백의 앞에는 용혈마검이 붉은빛을 사방으로 뿌려대며 허공에 떠 있었다.
“대단한 자신감이로군!”
어느새 왕무적의 지척으로 접근한 단목초!
후아아아앙-!
주변 공기가 휘몰아칠 정도로 강맹한 바람을 동반한 단목초의 남천도는 산 하나쯤은 단번에 쪼개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왕무적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왕무적이 서 있던 자리의 땅이 움푹 꺼지며 엄청난 양의 먼지가 치솟았다.
“흥!”
코웃음과 함께 또다시 엄청난 바람이 불어 앞의 시야를 가렸던 먼지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단목초는 자신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해 등 뒤로 돌아간 왕무적을 노리고 다시 연이어 공격을 펼친 것이다.
번쩍!
까아앙!
붉은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남천도가 회전을 끝내지도 못하고 도중에 멈추고야 말았다. 거대한 남천도와 비교할 때 너무나도 초라하다 싶을 정도로 얇은 용혈마검.
“역시 천하이십육병이군!”
좋다는 듯 소리를 치며 단목초는 남천도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금까지 어떠한 싸움에서도 힘과 내공에선 밀려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니나 다를까?
용혈마검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왕무적은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용혈마검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은 힘으로써 단목초와 겨루는 것이 아니니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검을 쥐고 있는 상황도 아니니 더더욱 상관할 이유가 없었다.
비산분영검(飛散分影劍)! 구비(九飛)!
비검분분(飛劍紛紛)!
허공에서 뒤로 밀리던 용혈마검이 갑자기 사라졌다.
“……!”
단목초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용혈마검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쇄애애애액!!
공간을 가르며 날아드는 용혈마검!
단목초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남천도를 들었다.
까앙!
남천도의 도신에 막혀 뒤로 튕겨나간 용혈마검은 이어서 단목초의 주변을 어지럽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바로 용혈마검의 공격이 이어졌다.
깡! 깡! 까강!!
엄청난 속도로 눈을 어지럽게 만들며 전혀 예측도 못한 방향에서 날아드는 용혈마검은 단목초의 손을 어지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
단목초는 왕무적이 펼치는 비검술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을 이렇게까지 긴장시킬 줄은 몰랐다. 붉은 무복 무인들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과 그들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았지만 막상 겪어보니 그 위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무림 30대 고수라는 명성과 남도왕이라는 칭호는 도박장에서 주사위 던져 얻은 것들이 아니었다. 치열한 무림에서 수많은 상대와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겼기에 얻은 것들이었다.
“하아아압!!”
단목초의 기합과 함께 남천도를 양손으로 굳게 쥐고 땅에 박아 넣었다. 이는 그가 익힌 벽력십팔도의 후반부 초식인 참혈폭(斬血爆)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단목초가 서 있는 자리를 제외한 방원 2장에 해당하는 지역의 땅이 치솟으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헉!”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소요와 유초백이 서 있는 땅이 강하게 흔들릴 정도였다.
폭발력으로 인해 단목초의 주변을 어지럽게 배회하던 용혈마검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왕무적이 급히 검을 자신의 앞으로 회수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튕겨져 나갔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부르르르르…….
왕무적은 자신의 앞에 떠 있는 용혈마검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는 것을 보곤 방금 있었던 단목초의 한 수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먼지가 걷히자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안색이 창백해진 단목초의 얼굴이 들어왔다. 위력이 강한 만큼 엄청난 양의 내공이 소모됨은 당연한 일!
몇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단목초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왕무적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우우우우우웅-!!
단목초의 손에 들린 남천도의 강기가 눈부시게 빛나고, 도명이 커다랗게 울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결코 만만할 것 같지 않은 공격! 어쩌면 방금 펼쳤던 참혈폭보다도 더 강맹한 공격일지도 몰랐다.
“벽력금강참(霹靂金剛斬)!”
벽력십팔도의 공격 중 위력 면에서 있어서는 수위를 다투는 초식이 바로 벽력금강참이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게 힘들 정도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압력과 당장이라도 왕무적은 물론이고, 그가 서 있는 대지까지도 반으로 쪼갤 듯이 날아드는 남천도!
왕무적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비산분영검(飛散分影劍)! 십비(十飛)!
비검광폭(飛劍狂暴)!
번- 쩌- 억!!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붉은 섬광!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폭발!
콰가가가가가가가강!!
“크윽!”
왕무적과 단목초의 경이적인 대결에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던 이들은 방금 전의 신음성이 누구의 것인지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왕 소제!”
“왕 소협!”
이소요와 유초백은 폭발 속에서 흘러나온 신음이 왕무적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보기에 단목초의 방금 공격은 감히 대항 자체를 거부하는 너무나도 강력한 일격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단목초가 지니고 있는 남천도와 왕무적이 지니고 있는 용혈마검이 같은 천하이십육병이라고 하더라도 육안으론 당연히 남천도가 더욱 강력해 보일 수밖에 없으니 이래저래 왕무적이 불리하다 생각될 뿐이었다.
붉은 섬광이 사라지고, 거대한 폭발로 인해 주변을 휘몰아치던 경기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지자, 어른거리던 왕무적과 단목초의 모습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왔다.
“……!”
“……!”
폭발의 여파인지 의복이 이리저리 찢어진 왕무적의 모습은 누가 봐도 낭패를 본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의복만 그러할 뿐이지, 그의 몸엔 어떠한 생채기조차 없었다.
그 반면…….
“쿨럭! 쿨럭!”
백지장과 같은 안색에 연신 마른기침을 해대는 단목초는 거대한 남천도로 인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리고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단목초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남천도의 도신에 미세한 금이 가 있다는 것이다.
“어, 어떻게…….”
단목초는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