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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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5,09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77화
신룡전설 4권 - 2화
이소요의 검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새하얀 불꽃이 연신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흡사 뇌신(雷神)이 새하얀 번갯불을 들고 휘두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지지직!
치르륵! 콰르르륵!
“크윽!”
흑의 복면인은 번갯불에라도 맞은 듯한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내공을 잔뜩 끌어올렸다. 검기가 조금 더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지만 이미 이소요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새하얀 불꽃이 그의 검신을 타고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
파지지지직-!!
“크아아악!!”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는 새하얀 불꽃, 전광(電光)!
탕!
흑의 복면인은 검까지 떨어트린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팔과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며, 그의 눈엔 강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너, 너는…….”
“어차피 너나 나나 칼밥 인생이거늘, 누구에게 어떻게 죽는다고 하여 무슨 문제가 있겠어.”
이소요는 무미건조하게 말을 마치곤 검을 휘둘러 흑의 복면인의 목을 베어버렸다.
툭!
바닥에 떨어진 흑의 복면인의 머리를 바라보다가 이소요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왕무적을 돕기 위해서 땅을 박차려던 그는 신음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윽!”
주르륵!
입가를 타고 핏물이 흘러내렸다.
“역시… 무리였던가?”
사실, 흑의 복면인과 이소요의 실력은 거의 막상막하. 그럼에도 그가 쉽게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까지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 뇌정검결(雷霆劍訣)을 무리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크으윽……!”
전신 기혈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이소요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신음했다. 당장이라도 운기행공으로 몸 상태를 회복시켜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턱!
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킨 이소요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왕무적을 돕기 위해 한 걸음씩 걸음을 내딛었다.
“하악! 하악! 곧 도와주겠네.”
이번 일이 끝나면 언제고 적으로 만날지도 모르지만, 이소요에게 있어서 지금 왕무적은 자신과 함께 생사의 길을 거니는 소중한 동료였다.
따앙! 까앙!
“젠장!”
“좌측으로 파고들어!”
“제길! 그게 어렵단 말이야!”
4명의 흑의 복면인들은 왕무적의 주변을 배회하며 허공을 날아다니는 그의 검에 가로막혀 좀처럼 다가설 수가 없었다. 한 사람만 그의 비검술을 상대하면 나머지가 달려들어 처참하게 도륙(屠戮)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그들로서는 좀처럼 그 틈을 찾을 수가 없자 점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까지 비검술을 펼치는 자가 또 있을 줄이야!’
흑의 복면인은 눈가를 잔뜩 찌푸리며 연신 뒤로 물러났다.
무림에 있어서 비검술로 현재 가장 크게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절정고수 유성비검(流星飛劍) 조진학!
그는 마검 야율제 이후에 검의 최고 고수라 불리는 독비검성 조무학의 후예. 조무학 이후로 실전되다시피 사라져버린 가문의 무공을 복원하기 위해서 수백 년의 시간을 투자한 지금에야 조진학이 그나마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진학과 비교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비검술을 펼치는 왕무적은 흑의 복면인들에게 있어서는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크아아악!”
비명소리에 왕무적을 상대하고 있던 흑의 복면인들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엔 새하얀 불꽃에 온몸이 휘감겨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료가 있었다.
“명양!”
“저, 저건 또 뭐야!”
동료를 구하기 위해 신형을 날리려던 한 명의 흑의 복면인은 ‘쇄애애액-!’ 소리와 함께 빠르게 날아드는 왕무적의 검에 이를 갈아붙이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이소요를 상대하고 있던 동료의 목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떨어져버리자 흑의 복면인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휩싸였다.
“도, 도대체 저놈은 또 누구야!!”
“명양이… 저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네놈들은 도대체 누구냐!!”
절정고수 8명의 기습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서 그 절반 인원인 4명을 죽인 왕무적과 이소요!
흑의 복면인들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든, 어떠한 물음을 건네든 왕무적은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일을 할 뿐이고, 이소요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았기에 최대한 빨리 이들을 물리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왕무적의 눈에 이채가 어림과 동시에 허공을 배회하며 흑의 복면인들을 견제하던 그의 녹슨 검에서 밝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번- 쩍!!
비산분영검(飛散分影劍)! 육비(六飛)!
낙성비우(落星飛雨)!
섬광이 터지기가 무섭게 왕무적의 검에서 새파란 검기가 쏟아져 내렸다. 마치 하늘의 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라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검기의 비를 피하거나, 받아내야 하는 흑의 복면인들 입장에서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지경이었다.
“피, 피해!”
“우아악!”
“크학!”
세상에 어느 누가 비를 피하겠는가?
퍼퍼퍼퍼퍽!
“으아아악-!”
온몸에 검기의 비를 맞은 흑의 복면인들은 처참하게 꿰뚫린 모습으로 하나 둘 바닥으로 쓰러져 누구 하나 다시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
왕무적을 돕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발을 내딛던 이소요는 넋을 나간 얼굴로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흑의 복면인들과 허공의 검을 회수하는 왕무적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형! 괜찮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이소요는 여전히 넋 나간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第二章. 낭중지추(囊中之錐)! (2)
“피해는?”
유가보 보주(堡主) 오보절검(五步切劍) 유진명의 물음에, 유가보의 총관인 호치검(虎幟劍) 유태도가 다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혈호당(血虎堂) 무인 아홉 명이 죽고, 열두 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외원 무인 스물하나가 죽고, 일곱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외원 경비를 맡긴 혈림의 무인 다섯이 죽고, 셋이 중상을 입어 더 이상은 어떠한 싸움에도 도움이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
유태도의 보고에 유진명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룻밤 만에 일어난 피해가 너무나도 막대했기 때문이다. 비록 유가보의 정예 무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백호당(白虎堂)과 흑호당(黑虎堂)이 아무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혈호당의 무인 9명이나 죽고, 7명이나 중상을 입은 것은 결코 작은 피해가 아니었다.
“허! 어찌 하루 만에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단 말인가!”
부리부리한 눈에서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낼 것 같은 50대 중반의 중년인. 그가 바로 현 유가보의 호법 중의 하나인 무쌍장(無雙掌) 맹사종이었다.
맹사종의 말에 유태도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맹 호법님은 지금 잘못 알고 계십니다.”
“잘못 알고 있다니?”
무슨 소리냐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맹사종을 향해서 유태도가 대답했다.
“이는 최소한의 피해를 입은 것입니다.”
“……!”
“……!”
맹사종은 물론이고, 현재 회의실에 모인 모든 인물들이 놀란 얼굴로 유태도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뜻인가? 최소한의 피해를 입은 것뿐이라니? 총관의 그 말인즉, 이보다도 훨씬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단 소린가?”
맹사종과 마찬가지로 유가보의 호법이란 중책을 맡고 있는 초광쾌도(超光快刀) 손마량이 물어왔다.
“그렇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유태도의 대답.
“유 총관님,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하얀 영웅건을 머리에 두른 20대 중반의 사내, 앞으로 유가보를 이끌어나갈 대공자 유초백의 음성에, 유태도가 그를 한 번 바라보고는 이어서 유진명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적들이 본보의 담을 넘은 후, 제오 내문까지 침입을 하는 데는 일각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
유태도의 말에 모든 이들은 다시 한 번 놀라야만 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유태도는 유초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오, 대공자.”
“허! 기가 막히는군!”
“도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그토록 신속하게 제오 내문까지 침입할 수 있단 말인가?”
“외원 무인과 혈림에서 고용한 경비무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말을 그저 묵묵히 듣고 있던 유진명이 가만히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선은 총관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도록 하지.”
이내 잠잠해지자 유태도가 고맙다는 듯 유진명을 바라보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적들이 제오 내문까지 침입을 하는 데는 일각이라는 시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이후, 적들은 제오 내문의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
하나같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궁금한 얼굴들이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진 않았다. 그런 그들을 대변하듯 유진명이 말했다.
“총관의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없군. 적들이 외원을 가로질러 제오 내문까지 이른 시간이 일각도 걸리지 않았다면, 마땅히 제오 내문뿐만 아니라 적어도 제삼 내문까지도 속수무책으로 뚫렸어야 했을 텐데?”
유진명의 말이 맞다는 듯 유태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본보를 침입한 적들의 실력으로 보아 제삼 내문이 아니라 제이 내문까지도 순식간에 뚫렸어야 했습니다.”
“총관의 말인즉, 적들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말인데, 그것이 무엇인가?”
유진명의 물음에 유태도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 왕무적이라는 자를 기억하십니까?”
“왕무적?”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태도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혈림에서 고용한 무인입니다.”
“음… 왕무적이라… 아! 기억이 나는군. 신도황 왕무적과 이름이 같아서 총관과 내가 잠시 그를 유심히 살폈던 것이 기억나는군.”
유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자입니다.”
“그자라니? 혹시…….”
“그가 제오 내문의 경비를 맡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유태도의 모습에 유진명이 다소 놀란 얼굴로 물었다.
“총관의 말은, 그가 적들의 침입을 완벽하게 막아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
유진명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유태도를 바라봤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혈림에서 고용한 무인들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그들을 살펴봤을 때, 왕무적의 실력이 그냥 그런 절정고수의 수준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워낙에 이름이 특이하기도 했지만,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신도황 왕무적과 같은 이름이었기에 유심히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왕무적이라는 자가 누구입니까?”
“그자가 홀로 제오 내문을 막아냈단 말입니까?”
“…….”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물음에 유태도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총관! 대답을 해보시오!”
“유 총관!”
“그자를 만나야겠군.”
유진명의 말에 유태도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자리를 마련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