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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71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4,7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71화

신룡전설 3권 - 21화

 

 

 

 

 

“이보시오, 소저.”

 

백서린은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내의 음성에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신가요?”

 

“소저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오늘은 상급 생사박일 뿐이오. 특급 생사박의 관람료는 그 두 배인 은자 한 냥이오. 은자 한 냥이면 굉장히 비싸지만, 그만한 돈을 내고서라도 구경할 수만 있다면 아마 수백 명은 몰려들 것이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생사박이 있는 날엔 그날의 경기가 하급이든, 특급이든 그런 것에 상관없이 그날 내기 돈으로 최소 은자 2천 냥은 거래가 된다고 하더이다.”

 

“은자 2천 냥이나요? 대단하네요! 그런데 하급 생사박은 뭐고, 상급, 특급 생사박은 무엇인가요?”

 

아름다운 여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서일까? 아니면 남이 모르는 것을 자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서일까?

 

사내는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생사박은 총 네 등급으로 나누도록 되어 있소. 각각 하급, 중급, 상급, 특급이오. 하급에서 특급으로 올라갈수록 생사박을 치르는 무인들의 무공 수위가 높은 것이오. 즉! 등급이 높은 생사박일수록 눈요기가 된다는 소리요.”

 

“아아! 그렇군요!”

 

백서린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지식을 더 자랑하고 싶어서일까? 사내는 알아서 또 입을 열었다.

 

“오늘은 비록 상급이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특급 생사박 경기에 비교해서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눈요기 거리가 될 것이오! 바로 그가 나오기 때문이오!”

 

“예? 그라니…….”

 

백서린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북소리가 울렸다.

 

둥-! 둥-! 둥-!

 

북소리가 끝나자 비무대 위로 한 사내가 한 마리 비조처럼 올라섰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옷과 등에 매어놓은 한 자루의 검은 그가 꽤나 깊은 수련을 쌓은 검의 고수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 생사박을 위해 모인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오!”

 

사내는 포권을 취하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사박이 있는 날이자,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하고 있는 사내의 생사박이오. 과연 오늘도 그가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또다시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해보시길 바라오!”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차례 북이 울렸다.

 

둥!

 

“우선 오늘 그에게 도전한 도전자를 소개하도록 하겠소!”

 

둥둥둥.

 

사내가 비무대 북쪽의 좌측 전각을 돌아보며 외쳤다.

 

“혈투귀 오무중!”

 

전각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곰과 같은 체구에 두 눈 가득 담긴 강렬한 살기는 보통 섬뜩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사내의 몸에는 검에서부터 시작해서 도, 곤봉, 창, 비도, 철퇴까지 많은 병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혈투귀 오무중은 이미 광동성(廣東省)에서는 알아주는 일류고수로서, 못 다루는 병기가 없다 알려진 사내였다. 싸움에 있어서는 절대로 물러섬이 없고,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져도 끈질기게 싸운다 하여 붙여진 별호가 혈투귀였다.

 

광동성 내에서는 이미 오무중의 독한 근성과 끈기로 동급의 무인들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상대하지 말아야 할 무인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지 오래였다.

 

그런 오무중이 이곳 강서성 혈림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부터가 조금 의외이긴 했지만, 어차피 일정한 소속 없이 떠도는 무인들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무런 이야깃거리도 될 수 없었다.

 

타닥!

 

곰 같은 체구와 다르게 오무중은 비무대 위로 날렵하게 올라섰다.

 

둥둥둥.

 

다시 북소리가 울렸다.

 

비무대 위에 서 있던 사내가 오무중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북쪽 우측 전각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도 기록을 이어나갈 것인가! 광투자 진평남!!”

 

전각에서 거한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햇볕 아래 드러난 상체는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고 끔찍한 상처들이 무수했고, 얼굴마저도 눈살이 찌푸려지기 이전에 겁이 날 정도로 흉측한 상처들로 빼곡했다.

 

“진평남이다!!”

 

“광투자 진평남이 나왔다!!”

 

“오늘도 멋진 혈전을 부탁한다!!”

 

“이겨라! 진평남!!”

 

오무중과 다르게 진평남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큰 소리로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평남은 벌써 이곳 강서성 혈림에서만 가장 짧은 시기에 생사박을 9번이나 펼쳤고, 모두 승리로 이끈 인물이었다.

 

광동성 출신에다가 생사박은 처음인 오무중과는 비교과 되려야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몸에 많은 병기를 주렁주렁 매단 오무중과 다르게 진평남은 어떠한 병기도 지니지 않았고, 심지어는 상의까지 벗고 있었기에 일견하기엔 그가 불리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그런 마음을 먹지 않았다.

 

이는 상급 생사박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류고수라 불리는 경지에 올랐다면, 이미 주먹만으로도 능히 바위를 부술 수 있는 강인한 병기가 되어 있는 상태다. 굳이 병기가 없다고 해서 불리하단 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쿵!

 

오무중과 다르게 진평남은 비무대 위로 투박하게 올라섰다. 한눈에 보기에도 절정고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보잘것없는 신법이었다.

 

“그럼 시작하시오!”

 

어떠한 규칙의 설명도, 어떠한 말도 없이 사내는 그렇게 외치고는 비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생사박엔 규칙이 없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상대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생사박의 단! 하나뿐인 규칙이었다.

 

“네놈이로군.”

 

오무중은 진평남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진평남은 말없이 강렬한 투기만을 발산했다.

 

“맨손으로 사천 호랑이를 때려잡고, 박도를 어쩌고 한다는 소리는 들었다. 우습더군. 하하하! 이렇다 할 무공도 없이 그저 외공 하나 믿고 맨몸으로 덤빈다면서? 그러면서 일류고수라 불리다니… 대단해! 만약 그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 용기와 배짱! 근성에 진심으로 감복해주마!”

 

오무중의 말에 진평남은 말없이 그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몸으로 확인해라.”

 

타다다닥!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평남이 오무중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몸뚱이를 가졌는지 견식 한번 해보자!”

 

오무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등 뒤에 메고 있던 창을 꺼내 내질렀다.

 

촤아악-!

 

깔끔한 일격!

 

창날이 막 가슴팍을 꿰뚫으려고 살갗에 닿는 순간, 진평남은 몸을 비틀었다.

 

츄악-!

 

살갗이 찢어지며 허공에 피가 튀었다.

 

 

 

 

 

第十三章. 생사박(生死搏) (2)

 

 

 

 

 

퍼억!

 

“큭!”

 

짧은 비명과 함께 오무중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갔다.

 

“으음…….”

 

고통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왼쪽 늑골(肋骨)을 매만지는 오무중의 행동에 눈치 빠른 이들은 그의 갈비뼈에 이상이 생겼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툭툭툭.

 

고요한 장내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니 핏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 근원지는 진평남의 가슴!

 

피를 흘린다고 중상은 아니다. 비록 진평남의 가슴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가볍게 살갗이 찢어졌을 뿐이다.

 

“세상에!”

 

진평남은 시작부터 피를 뿌렸다.

 

얼마든지 미리 피할 수 있었음에도 진평남은 살갗이 찢어지는 피해를 입어가면서까지 아슬아슬하게 오무중의 창을 피했다. 살갗이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긴 했지만, 오무중은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다. 누가 봐도 진평남이 큰 이익을 얻어냈음을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오무중은 욕설을 뱉어내며 호흡을 골랐다.

 

갈비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금이 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고통이 느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방심을… 했다. 그런 식으로 반격을 해올 줄이야!’

 

예전부터 오무중은 싸움에 있어서 방심을 한 적이 없었다. 그에겐 이렇다 할 대단한 무공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서 빠르게 무엇이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일류고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면 실낱같을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생에 처음으로 방심을 하고 말았다. 창끝에 진평남의 살갗이 닿는 순간에 일어난 아주 찰나의 방심이었다. 그 찰나의 방심을 뚫고 진평남은 일권을 내질렀고, 그것을 얻어맞았다.

 

그나마 마지막에 내공으로 가슴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대번에 갈비뼈가 몽땅 부서져버렸을지도 모를 끔직한 상황이었다.

 

‘진평남… 네놈의 용기! 근성! 배짱만큼은 대단하다 칭찬을 해주지! 하나! 나 역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이 위치까지 올 수 있었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해서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움직임에 있어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한때 내장이 뒤틀리다 못해 파열되고,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 아예 부러졌을 때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서 싸워 상대를 쓰러트린 적이 있던 오무중이었다. 이 정도의 고통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런 요행을 바란다면 그 순간, 네놈은 저승길로 가고 있을 거다!”

 

타닥-!

 

그 말과 함께 오무중은 먼저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가 지금까지 수백 번을 싸워오면서 터득한, 승리에 가장 가까운 방법은 오로지 선공이었다. 물론 선공을 한다고 해서 다 승리를 거머쥐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수세에 몰리다가 어처구니없이 패배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자신이 건제하다는 걸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부상당한 모습을 보여 상대로 하여금 방심을 유도하라고도 하지만, 그건 멍청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상대에게 부상당한 것을 보이면 그만큼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고, 상대로 하여금 무한한 자신감을 지니게 만들어준다. 상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먼저 맹렬하게 공격을 펼쳐 상대로 하여금 위축감을 느끼게 하는 편이 백번 낫다.

 

쇄애액-!!

 

오무중은 손에 쥔 박도를 맹렬하게 휘두르며 진평남을 몰아붙였다.

 

“허! 방금의 일격이 아무런 소용도 없었던 건가?”

 

“그럴 리가! 진평남의 주먹은 바위마저도 박살내는데!”

 

“그럼 저건 뭐냔 말이야!”

 

“그, 그건…….”

 

“저건 그저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이지! 내 생각이 맞다면 오무중의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더래도 최소 금은 갔을 걸! 하지만 그걸 들키면 그 부위가 약점으로 노출되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저렇게 발광을 해대는 거라고.”

 

“오오!”

 

사람들의 말소리에 백서린은 왕무적을 바라보며 물었다.

 

“왕 소협은 어떻게 생각해요?”

 

“허무중이라는 사람은 분명히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백 소저는 못 느끼셨나요?”

 

백서린은 아니라는 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자신 역시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물었던 것은 그저 왕무적과 어떠한 말이라도 함으로써 그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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