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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66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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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신룡전설 66화

신룡전설 3권 - 16화

 

 

 

 

 

이심방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사부님께서 반드시 사형을 데리고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심방, 사부님께 전해드려라. 난… 복수를 하기 이전에는 무당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고군학은 그렇게 말을 하곤 자리를 떠나려 했다.

 

척.

 

하지만 이미 작심하고 하산한 그들이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심방과 사제들의 모습에 고군학은 눈가를 씰룩거렸다.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지금의 기분을 어떻게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너희와 이러고 싶지 않다.”

 

고군학의 말에 이심방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역시 사형과 다툴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하지만 사부님께서는 반드시 사형을 데리고 오라 하셨습니다.”

 

“심방!!”

 

이심방은 고군학의 눈빛이 사납게 변하자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사형은 설마 신도황 왕무적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건가요?”

 

“…….”

 

이심방의 물음에 고군학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긍정임을 알기에 이심방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형, 그는 아니에요.”

 

이심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군학이 외쳤다.

 

“놈이 분명하다! 군보가 알려준 인상착의와 놈의 인상착의가 같다는 것을 심방, 너 역시 곁에서 듣지 않았느냐!”

 

고군학의 말대로 이심방은 분명히 곁에서 들었다.

 

하지만…….

 

“사형, 하지만 하루 만에 하문에서 복주로 갈 수는 없어요. 그건 사형도 잘 아는…….”

 

“내 알 바가 아니다! 놈은 분명 아버님을 죽였고, 군보를 그리 만들었다! 나는 확신하고 있다!”

 

이심방은 고군학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말했다.

 

“만약 사형의 말대로 그가 정말로 그랬다고 하더라도 사형은… 사형은 그를 이길 자신이 있나요? 그는 신도황 왕무적이에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난 놈에게 복수를 할 것이다.”

 

“사형!”

 

“심방, 비켜라.”

 

고군학은 여차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길을 열겠다는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해요. 흑사련의 멸문은 그와 관련이 있어요. 그건 사형도 알고 있겠죠? 그 말은 사형의 힘으로는 절대 복수를 할 수 없을 거란 소리와도 같아요.”

 

“상관없다.”

 

고군학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이심방을 지나쳤다.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고군학을 향해서 이심방이 울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사형은! 사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려고 하는 거예요!! 차라리 무당의 힘을 빌리란 말이에요! 사부님께 말해서 도움을 요청하란 말이에요!!”

 

이심방의 외침에 고군학은 작은 소리로 혼자만이 들을 수 있게 중얼거렸다.

 

“나는 알고 있어. 무당은… 날 도울 수 없어.”

 

점점 멀어지는 고군학의 모습에 이심방이 커다랗게 소리쳤다.

 

“사형!! 사형!!”

 

 

 

 

 

5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 시간 동안 왕무적과 백서린은 혈림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고, 왕정의 말대로 혈림이 어째서 중원 무림 최대의 신비지처인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있소.”

 

왕무적 일행은 혈청의 사내가 건네주는 3장의 허가증과 둥그런 나무패를 각자 하나씩 받았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혈림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하오. 알고들 있겠지만 매달 말일에는 은자 한 냥씩을 혈청에 납부하도록 하시오. 최대 여섯 달까지는 기다려줄 수 있지만, 그 이상 세금을 내지 않으면 허가증과 혈림패(血林牌)는 압수를 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혈림 곳곳에 용모파기(容貌疤記)가 붙어 혈림의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오.”

 

“알겠소.”

 

왕정이 대답하자 사내는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일거리를 구하기 힘들다면 언제든지 혈청으로 찾아오도록 하시오.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니. 대신, 수입의 삼 할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걸 반드시 명심하도록 하시오.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거나 하는 건 통하지 않으니. 하하하.”

 

왕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왕무적과 백서린은 혈청에서 일거리도 알선한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지만, 수입의 3할이나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말엔 얼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혈청을 나온 왕정은 말없이 길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백서린의 물음에 왕정은 간단하게 답했다.

 

“일거리를 구하러 가는 거요.”

 

 

 

 

 

왕정을 따라간 곳은 혈곽 외곽에 위치한 허름하고 작은 주루였다. 주루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위태했지만 예상외로 꽤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와아~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아 보이네요?”

 

백서린은 주루에 모인 이들이 결코 그저 그런 무인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군요.”

 

왕무적 역시도 백서린과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리 대단하다 싶을 정도의 고수는 없었다. 그냥 보통의 일류 무인들에 비해 한두 수 정도는 더 뛰어날 정도였다.

 

“에?”

 

백서린이 갑작스럽게 기이한 탄성을 내질렀다.

 

“왜 그럽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백서린이 주루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이들을 가리켰다.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왕무적의 반문에 백서린이 눈짓으로 다시 주루의 무인들을 가리켰다.

 

“주루인데 술과 음식을 시켜놓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제야 왕무적도 괴이쩍다는 생각을 했다. 백서린의 말대로 주루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이들 중에는 어느 누구도 술과 음식을 시켜놓은 이들이 없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하얀 종이 뭉치만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왕무적은 그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왕정에게 물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요?”

 

“우선은 저기에 앉도록 합시다.”

 

왕무적의 물음에 왕정은 그렇게 말을 하곤 한쪽 구석에 비어 있는 탁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왕무적과 백서린도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를 잡고 나자 곧바로 건장한 사내가 다가왔다.

 

“뭘 먹을 거요?”

 

사내의 말투에 백서린이 가볍게 아미를 찌푸렸다. 지금까지 그 어떤 객잔과 주루도 이런 말투를 사용하는 점원은 없었다.

 

왕정이 사내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자 백 냥 이상의 음식으로 주시오.”

 

“……!”

 

왕정 말에 사내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은자 백 냥이라고 했소?”

 

“그렇소.”

 

사내는 잠시 왕정과 왕무적, 백서린을 번갈아 봤다.

 

“…잠시 기다리시오.”

 

사내는 이내 주방으로 들어갔고, 왕무적과 백서린은 이 말도 안 되는 괴이한 대화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자 백 냥 이상의 음식을 달라는 건 뭔가요? 그리고 이 괴이한 주루는 도대체 뭔가요?”

 

백서린의 물음에 왕정이 말했다.

 

“혈림 내에는 굳이 혈점과 혈청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일거리를 제공받을 수가 있소. 바로 이런 곳에서.”

 

“아…….”

 

왕무적과 백서린은 그제야 주루에 들어서면서 들었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그럼 이곳이 주루가 아니라 일거리를 알선해주는 곳이란 말이군요?”

 

“그렇소.”

 

“그렇다면 이곳에서도 수입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거요?”

 

왕정이 손가락 세 개를 폈다.

 

“삼 할이오.”

 

삼 할이라는 소리에 백서린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혈청과 다를 게 없잖아요?”

 

그 말에 왕정이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수수료는 같을지 몰라도 이곳이 혈청보다 나은 점은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다는 거요. 혈청에서 일거리를 받게 되면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가 없소.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얼마든지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 가능하오. 더군다나 이곳 주인과 거래를 트게 되면, 일정한 기간 이후엔 수수료가 이 할로 내려가기도 하니 혈청보다 나을 수밖에.”

 

“아…….”

 

“그렇군요.”

 

왕정의 말이 끝나자 사내가 한 손에 종이 뭉치를 들고 다가왔다.

 

턱!

 

“여기 있소.”

 

사내는 다시 한 번 왕무적 일행을 유심히 바라보곤 사라졌다.

 

왕정은 종이 뭉치를 뒤적거리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종이 뭉치에는 어떤 특정 사람의 얼굴이나, 물건 그림과 글씨가 쓰여 있었다.

 

한참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던 왕정이 종이 하나를 왕무적에게 건넸다.

 

“이걸로 합시다.”

 

왕무적은 왕정이 건넨 종이를 바라봤다.

 

 

 

 

 

<임무:구출(救出)

 

위험도:상(上)

 

장소:강서성 백운산(白云山) 백운산채(白云山寨)

 

목표:임남제

 

기간:무(無)

 

조건:절정고수 이상만 임무 가능

 

인원:관여하지 않음

 

보상:은자 150냥>

 

 

 

 

 

종이에는 이제 갓 13살 정도 되었을 법한 사내아이의 얼굴이 제법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내가 이 소년을 구해야 하는 거요?”

 

왕무적의 물음에 왕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소.”

 

왕정이 말투에 백서린이 물었다.

 

“당신은 함께 가지 않나요?”

 

“백운산 근처까지는 함께 가겠지만, 구출을 해오는 일에선 빠질 것이오.”

 

“에? 어째서 같이…….”

 

백서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무적이 입을 열었다.

 

“내일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왕 소협?”

 

“어차피 이 일은 제 일입니다. 백 소저도 나서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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