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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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4,78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4화
신룡전설 3권 - 14화
第九章. 천환역형공(天幻易形功)!
“이걸 받도록 해요.”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은 깜짝 놀란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주, 주군!”
“저희는 더 이상 주군께 이러한 것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어떻게 저희가…….”
왕무적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많이 줄 수도 없어요. 고작 해봐야 한 알씩밖에 못 주는데요.”
“하지만!”
“그냥 받아두도록 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비상시를 대비해서 한 알씩은 지니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뿐이니까. 제가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이니 모두 받아요.”
왕무적은 그렇게 말을 하곤 천령신단을 모두에게 한 알씩 건네주었다.
“주군…….”
왕무적은 이어서 묵룡도와 창을 진중악에게 건넸다.
“이건 다음에 만날 때까지 부탁하도록 하죠.”
“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진중악.
“허 어르신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제 신분을 숨기는 편이 좋을 것 같더군요.”
“신분을 숨긴다는 건?”
“아무래도 지금의 상태로는 혈천신교로 들어가는 것에 꽤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무래도 지금의 모습으로는 원치 않아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기도 하고. 이미 허 어르신과 연이 닿아 있는 사람과도 이야기를 끝내 제 신분을 철저하게 위장하기로 했거든요.”
“그게 무슨?”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은 물론, 백서린까지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기에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왕무적은 뭐라고 말을 하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마친 왕무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무공을 펼쳤다. 햇살에 빛나던 파란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칠흑처럼 검게 변해갔으며, 파란 눈동자 역시도 짙은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우득! 우드득!
호리호리하던 체형 역시도 단단한 근육질로 변해갔고, 아름답던 얼굴 모양도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양새로 변형이 되어버렸다.
“헉!”
“주, 주군!!”
“우와!”
“와아~!”
변화하는 과정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왕무적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모습은 완벽하게 변해 있었다.
무림에 있어서 이 정도로 완벽하게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공은 천하에 있어서 오로지 딱! 하나뿐이었다.
천환역형공(天幻易形功)!
무림 희대(稀代)의 도둑이자 색마(色魔)였던 만면색마(萬面色魔) 두자문!
만면색마 두자문에게는 오로지 2가지의 무공밖에 없었다. 그 하나가 바로 어떠한 모습으로든 변화할 수 있는 무림 최고의 역용공(易容功)인 천환역형공과 전설의 무림 3대 신법 중의 하나인 현천무영신법이다.
만면색마 두자문은 이 두 가지의 무공만으로 천하를 종횡하며 수백 가지의 물건을 훔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여인들을 희롱했다.
그런 두자문의 악행을 벌하기 위해 무림맹까지도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은 그의 그림자조차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림맹을 농락하며 수년을 살아가던 두자문. 그런 그가 우연찮게 막 무림에 출도한 사내의 검 아래 고혼이 되어버렸는데… 그 사내가 바로 마검 야율제 이후로 검에 있어서는 최고 고수라 불리는 독비검성(獨飛劍聖) 조무학이다.
왕무적은 자신의 변한 모습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
“전혀 다른 사람 같나요?”
“예!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주자운의 대답에 왕무적은 환하게 웃었다. 물론 그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서 그저 그런 평범한 사내의 웃음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모습이 바뀌었으니 그럴듯한 이름도 새로 만들어야겠군.”
어느새 다가온 만박귀자의 말에 왕무적은 그건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이미 모습까지도 바꾸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부모님께 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름까지 바꾸어야 한다니… 저는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만박귀자가 곧바로 대꾸했다.
“그렇다고 똑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왕무적보다도 백서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모습이 확연히 달라서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세상 천지에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백 소저의 말이 맞습니다. 주군께서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걸 주시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자량까지 같은 의견을 피력하자 만박귀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긴 이름이 같다고 해서 굳이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
“하지만 주군의 이름이 너무 독특해서…….”
주자운이 아주 조심스럽게 중얼거렸지만, 이미 본인이 바꾸길 원치 않았기에 그의 말은 아무런 효력도 발휘할 수 없었다.
“진 대주는 도와 창을 잘 지니고 있다가 후에 돌려주길 바랄게요. 필요하다면 도는 사용을 해도 괜찮고요.”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이리 귀한 것을…….”
진중악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묵룡도와 창을 받아들었다.
“한데, 주군께서는 검법도 익히고 계십니까?”
도담우의 물음에 왕무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지의 검법을 펼칠 수 있어요.”
“으음… 그렇다면 그것들이 무엇인지…….”
상자량이 조심스럽게 물어왔지만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한 사내로 인해 그의 물음은 자연스럽게 묻히고 말았다.
“오는 모양이네.”
만박귀자의 말에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은 이별의 시간이 왔음을 느꼈다.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헤어져 있어야 할지 모른다.
털썩!
진중악은 왕무적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털썩! 털썩…….
나머지 신왕대 무인들까지도 진중악과 마찬가지로 왕무적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어째서?”
“주군! 저희는 주군을 믿습니다. 혈천신교 따위는 주군에게 아무런 해도 가할 수 없다는 걸 믿습니다. 주군께서 당당히 혈천신교에서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멀리서나마 빌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주군의 앞에 나타날 때는… 자랑스러운 수하가 되어 주군의 힘을 덜어드리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하늘이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외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왕무적은 밝게 웃었다.
“기대하도록 하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무적을 혈림으로 이끌 사내가 장내 도착했다.
사내는 꽤나 날카로운 인상에 다부진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여느 검법의 무림인들처럼 허리가 아닌 등에 검을 비켜 메고 있었으며, 두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꽤나 심후한 내력을 갈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사내는 완전히 모습이 바뀌어버린 왕무적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보곤 두 눈에 이채를 어렸다.
“신도황 왕무적이오?”
“그렇습니다.”
왕무적의 대답에 사내가 기가 막힌다는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하긴 겉모습이 완전히 딴 사람으로 완벽하게 바뀌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단하군! 그렇게까지 훌륭한 역용술을 펼칠 줄이야…….”
말끝을 흐리며 사내는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제자리에 서서 종이 뭉치를 뒤적거리던 사내가 한 장의 종이를 왕무적에게 건넸다.
“앞으로 당신은 더 이상 신도황 왕무적이 아니라 이 종이에 적힌 자라는 걸 명심하도록 하시오.”
왕무적이 종이를 건네받자 종이에는 황진명이라는 자에 대한 신상명세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한 사내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왕무적이 변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황진명은 황가장(黃家莊)의 셋째 아들이오. 황가장은 대대로 검법에 조예가 있어 그들의 무공은…….”
왕무적은 사내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종이를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나는 왕무적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황진명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왕무적이란 소리입니다.”
사내가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미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끝났다고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모습을 바꿀 수는 있지만 이름까지는 바꿀 수 없습니다.”
왕무적의 단호한 어조에 사내가 만박귀자를 바라봤다.
“그의 뜻이니 어쩔 수 없을 걸세.”
“으음… 어쩔 수 없군. 그럼 신분은 다시 만들어보도록 합시다. 준비는 다 끝났소?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사내의 말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가도록 합시다.”
사내가 막 몸을 돌리자 왕무적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봤다.
“모두 다시 보는 그날까지 몸 조심들 하길 바랄게요.”
“충!”
이내 왕무적은 만박귀자에게도 작별인사를 하곤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럼 몸 건강하세요.”
백서린은 모두에게 그렇게 말을 하곤 왕무적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끝이 나 있었는지 사내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갑시다!”
말을 마치고 사내는 먼저 신법을 펼쳐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왕무적과 백서린이 따랐고, 이윽고 세 사람은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모두들 각오해야 할 거다!”
진중악이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나머지 다섯이 하나같이 외쳤다.
“예! 대형!”
만박귀자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미소를 그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이 그 어떤 날 보다도 화창하기 그지없었다.
강서성 혈림은 옥화산(玉化山)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혈림은 2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혈림목(血林木)을 중심으로 방원 약 6백 장 정도 구역을 혈점(血店)이라 부르며, 그 혈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무제한으로 퍼져 있는 각종 상점들과 낭인, 현상금 사냥꾼들의 주거지를 혈곽(血廓)이라 부른다.
“혈점에서는 어떠한 분쟁도, 싸움도 용납되지 않소. 만약 그곳에서 싸움이나 분쟁을 일으키면 혈림의 모든 낭인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될 것이오. 그건 누구라고 예외가 없는 혈림의 절대법칙이오.”
사내, 자신을 왕정이라고 소개한 그의 말에 왕무적과 백서린은 혈곽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객잔과 주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포양호에서 옥화산까지 쉬지 않고 움직인 왕무적 일행은 이틀도 걸리지 않아 강서성 혈림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혈점과 다르게 혈곽은 분쟁도, 싸움도 용납이 되고 있소.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싸움을 벌인다거나,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그럼?”
백서린의 물음에 왕정이 대답했다.
“모든 지역의 혈림에는 혈곽에 혈청(血廳)이라는 건물이 있소. 반드시 그곳으로 가서 싸워야 하거나,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 사유를 밝히고 승인을 받은 후, 정식으로 상대에게 예고장을 보내야만 하오.”
“예고장을 받은 상대가 도망을 가면 어쩌죠?”
“도망을 가면 끝이오.”
“예?”
백서린이 무슨 말이냐는 듯 왕정을 바라보자 그가 답했다.
“도망을 가든, 맞서 싸우든 그건 각자의 자유요. 단지 혈청에서는 그들의 분쟁을 인정하였으니 혈곽 내에서는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묵인한다는 것뿐이오.”
“혈점이나 혈곽 밖으로 도망을 가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왕무적의 물음에 왕정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혈점으로 도망을 가게 되면 혈점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고, 혈곽 밖으로, 즉 혈림을 벗어나면 그건 상대를 쫓아 자신도 혈림을 나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다르오.”
“…….”
설명을 들을수록 혈림이라는 곳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왕무적과 백서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왕정은 제법 커다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건물의 현판엔 진하디진한 붉은 글씨로 ‘혈청(血廳)’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곳엔 왜 온 건가요?”
“혈림에서 생활하기 위해선 반드시 혈청에 허가를 받아야만 하오.”
말을 마친 왕정은 혈청으로 들어섰다.
“확실히 특이하긴 하군요.”
백서린의 말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섰다.
혈청의 안은 의외로 깔끔했다. 총 3층으로 이뤄진 혈청은 1층에선 왕정의 말대로 누군가와의 분쟁에 대한 승인을 받기 위한 창구가 마련되어 있었고, 2층엔 왕무적 일행처럼 앞으로 혈림에서 생활을 하기 위한 허가증을 받기 위한 창구가 마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