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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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8화
신룡전설 3권 - 8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후원(後園)엔 이름 모를 꽃들이 잔뜩 피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꽃들 사이에 수수한 옷차림의 여인과 화려한 옷차림의 노파가 있었다.
“아가씨, 정말로 이대로 계속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노파의 말에 여인은 붉은 꽃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아가씨, 벌써 사흘째입니다.”
“죄송해요.”
여인은 여전히 같은 대답이었고, 그런 일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는지 노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아가씨, 장 공자는 삼가문(三家門)에서도…….”
노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인이 붉은 꽃을 만지던 손을 들어 올리며 몸을 돌렸다.
여인은… 북궁연이었다.
“파파(婆婆), 죄송해요.”
북궁연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노파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아가씨, 제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아가씨의 뜻이 그러하니 제가 다시 한 번 장 공자를 만나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노파는 그렇게 말을 하곤 후원을 빠져 나갔다.
노파가 나가자 북궁연은 다시 후원의 꽃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장 공자!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당장 나가도록 하게!”
노파의 음성이 후원까지 들려왔다. 아니, 후원 바로 앞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당장 북궁 소저를 만나봐야겠소!”
굵직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가벼움이 느껴지는 음성. 하지만 그 음성 안에 실린 기백과 고집스러움은 사내의 성정이 어떠한지를 대번에 알게 해주었다.
“장 공자!!”
“북궁 소저!!”
기어코 후원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섰다.
한 사람은 은근한 노기를 품은 노파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약간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를 지닌, 제법 그럴듯하게 생긴 20대 초반의 사내였다.
사내의 부름이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시선을 돌릴 만한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북궁연은 몸을 돌린 상태였고, 후원으로 막 들어선 사내는 그녀와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
“무슨 일이신가요?”
북궁연의 물음에 후원 바깥에서 고집스럽게 소리를 높이던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붉어진 얼굴로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사내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연신 ‘그러니까’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북궁연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고, 결국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내는 헛기침과 함께 더듬더듬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흠흠! 그, 그게 북, 북궁 소저가 어, 어째서 날 만나주지 않는지 나,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소.”
사내의 말에 북궁연이 차분하게 물었다.
“제가 장 공자님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가요?”
지금까지 이렇게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대놓고 물었던 여인이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인의 말에 마땅히 대답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까? 사내는 또다시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 그야… 그러니까… 부, 북궁 소저를 예, 예전부터…….”
“북궁 소저!”
후원 안으로 밝은 음성이 울려 퍼지며, 또 다른 사내가 들어섰다.
앞서 후원으로 들어선 사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에 훤칠한 키. 그리고 몸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여유로움은 흔희 말해 지나가다 한 번쯤은 다시 바라볼 정도로 잘난 사내였다.
그럼에도 그 모습을 보고 노파는 얼굴부터 찌푸렸다.
“도대체 이곳이 어디라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출입을 하는 것이오!”
“광한파파(曠寒婆婆),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주시구려. 이미 내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왔음에도 세 번씩이나 북궁 소저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음을 파파도 잘 알지 않소이까. 그러니 이번만 한 번만 눈감아주시구려. 하하하!”
사내는 듣기 좋은 음성으로 웃음을 터트렸고, 광한파파는 그저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릴 뿐이었다.
“세 번씩이나 이곳을 찾았다고?”
웃음을 터트리던 사내는 장 공자라 불린 사내의 물음에 웃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자네가 이곳엔 무슨 일인가?”
“그런 건 알 필요 없고! 내가 물은 질문에나 대답을 해! 도대체 세 번씩이나 이곳을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
장 공자, 장추진의 물음에 사내가 눈을 가볍게 찌푸렸다.
“이런, 이런! 자네는 여전히 사나운 기세를 조절하지 못하는군! 그래서는…….”
“닥치고! 내 말에나 대답해!!”
장추진의 거친 외침에 사내, 혁련신이 얼굴을 굳혔다.
“추진! 말투가 영 거슬리는군!”
스릉-
혁련신의 말에 장추진은 어느새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도를 뽑았다. 투박한 듯 보이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도가 얼마나 명도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혁련신의 물음에 장추진이 도를 겨누며 말했다.
“삼 년 전에 미처 끝내지 못한 대결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하하! 그런 것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하지!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곤란하군.”
“곤란하다니?”
장추진의 외침에 혁련신이 슬쩍 고갯짓을 했다.
장추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광한파파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져 있었다.
“장 공자는 당장 도를 거두시오!”
전신을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차가운 광한파파의 음성에 장추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급히 도를 거둬들였다.
“죄, 죄송하오.”
“흥! 장 공자와 혁련 공자는 당장 후원에서 나가도록 하시오!”
살기마저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광한파파의 말에 장추진은 물론, 유들유들하게 말을 하던 혁련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북궁 소저! 오늘은 날이 아닌 듯싶어 물러나지만 광한파파의 기분이 풀어지면 다시 찾아오겠소. 그때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합시다. 하하하!”
후원을 막 나가기 직전, 혁련신은 북궁연을 향해서 인사를 했고, 그 모습에 장추진은 ‘빌어먹을!’이라고 다소 큰 음성으로 화를 터트렸다.
“흥! 삼가문의 후계자라는 것들이 저 모양이라니! 한심하군!”
광한파파는 아직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싸늘하게 중얼거렸고, 그 모습에 북궁연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第六章. 천마혈풍장!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놈을 잡아라!”
련주의 외침에 왕무적을 포위하고 있던 흑야대 무인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파팟-!
타다다닥-!
저마다 절정의 경지에 오른 흑야대 무인들.
왕무적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
조금의 빈틈도 없이 달려드는 몸놀림과 틈을 노리고 내지르는 검 하나까지도 흑야대 무인들의 솜씨는 훌륭하다 못해 오싹할 정도였다.
쇄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검날은 당장이라도 왕무적의 오른쪽 어깨를 자르고 지나갈 것만 같았다. 빠르고, 정교했으며, 강한 힘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휙!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몸을 틀어 검을 피한 왕무적.
퍽.
“커헉!”
왕무적의 손이 검을 내질렀던 흑야대 무인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입과 코, 눈, 귀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뒤로 날아가는 무인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즉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핏빛 손바닥!
“……!”
“……!”
핏물을 뒤집어쓰기라도 한 듯 붉게 빛나는 왕무적의 손을 바라보며 흑야대 무인들과 련주는 두 눈을 부릅떴다.
“혀, 혈수…….”
련주의 음성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당금 무림에 있어서 저토록 빛나는 혈수의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무림에 있어서 무공을 펼칠 적마다 혈수로 변하는 무공은 정확하게 아주 정확하게 딱! 4가지뿐이다.
무림 4대 금기 수공!
무림 4대 금기 수공이 아니고서야 무공을 펼칠 적마다 손이 핏빛이 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1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증명된 사실!
“네, 네놈은… 누구냐…….”
련주는 세차게 떨리는 눈동자로 왕무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퍼억!
“크아악!”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흑야대 무인.
그리고 흑야대 무인들 사이를 누비는 왕무적.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 제일초(第一招)!
혈풍비(血風飛)!
퍼퍼퍽!
양손을 내지를 적마다 뿜어져 나가는 핏빛 장력에 흑야대 무인들은 이렇다 할 대항도 해보지 못하고 피떡이 되어 사방에 나뒹굴었다.
개중에는 검을 휘두르거나 검기를 날려 핏빛 장력에 맞서거나 재빨리 몸을 피해 달아다는 흑야대 무인도 있었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에 불과할 뿐이었다.
퍽! 퍽퍽퍽!
“크악!”
“으악!”
“컥!”
누구 하나 어김없이 교묘하게 파고드는 핏빛 장력에 의해 얼굴의 칠 공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것이 바로 천마혈풍장의 위력이다.
등에 혼절한 만박귀자를 엎고도 왕무적은 이름 그대로 무적이었다. 제아무리 기회를 노려 틈을 파고들어도 어느 누구 하나 그의 옷자락 하나도 베지 못했다.
거기에 무엇보다도 두려운 점은 단! 한 번이라도 왕무적에게 공격을 당하면 그대로 즉사해버린다는 것이다. 이는 제아무리 수적인 우위를 믿고 달려드는 흑야대 무인들이라고 하더라도 주춤거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하앗-!”
쇄애액!
왕무적의 뒤를 노린 흑야대 무인의 검이 공간을 뚫고 나아갔다. 역시 절정고수의 검놀림처럼 빠르고 정교했으며, 단번에 등에 업혀 있는 만박귀자와 왕무적을 뚫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미 흑야대 무인의 뇌리에는 왕무적과 만박귀자를 생포해야 한다는 생각 따윈 사라진 지 오래였다. 죽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생포를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
등을 노리는 검에 왕무적은 급히 몸을 휘돌리며 천마혈풍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