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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55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6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55화

신룡전설 3권 - 5화

 

 

 

 

 

덜덜덜.

 

손에 꼭 쥔 도와 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아니, 실질적으로는 장면웅의 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

 

한 마리의 용이 장면웅을 노리고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

 

장면웅은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며 자신의 독문무공인 파랑이십칠검(波浪二十七劍)과 진천십팔도(振天十八刀)를 동시에 펼쳤다.

 

제아무리 수십 년을 연마한 검법과 도법이라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펼치면 그 후유증이 굉장히 컸다. 두 무공이 비슷한 내공 운용을 한다고 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장면웅이 2가지 무공을 한꺼번에 펼치는 경우는 정말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뿐이다.

 

파랑이십칠검의 절초인 검령회풍(劍靈廻風)과 진천십팔도의 절초 회류도천(回流刀天)이 각각 양손에서 펼쳐졌다.

 

후우우우웅-!!

 

푸른 검기의 돌풍과 붉은 도영(刀影)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장면웅의 정면으로 달려드는 용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가가가가가-!!

 

“크윽!”

 

장면웅은 양팔로 전해지는 엄청난 통증에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과 도를 회수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충돌은 이어지고 있었다.

 

콰가가가! 쩌적!

 

충격에 충격이 끊이지 않자 장면웅의 검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커헉!”

 

선홍빛 핏물을 울컥! 쏟아낸 장면웅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도를 든 그의 한쪽 팔이 세차게 흔들렸다.

 

콰가가강!!

 

“크아아악-!”

 

쿠당탕!

 

전신을 강타하는 충격에 장면웅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손엔 도신이 사라진 손잡이만 굳게 쥐어져 있었다.

 

“쿨럭! 쿨럭!”

 

마른기침을 할 적마다 선홍빛의 핏물이 한 움큼씩 터져 나왔다.

 

콰우우우우우우.

 

“……!”

 

장면웅은 아무렇지도 않은 건재한 모습으로 자신을 집어 삼키려는 용의 모습에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콰아앙!

 

순간, 그가 있던 자리는 폭발력이 강한 벽력탄이 터진 듯 땅이 움푹! 꺼진 흔적만이 남았다.

 

“으아아악-!”

 

“커헉!”

 

“우아아아악!!”

 

백월대 무인들의 비명소리만이 장내에 울려 퍼졌고, 반각도 지나기 전에 두 발로 버티고 서 있는 존재는 오로지 왕무적! 단 한 사람뿐이었다.

 

“도황 구양무휘의 전인이라고 하더니…….”

 

왕무적은 음성이 들리는 곳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검은색 복면에 검은색 무복을 똑같이 차려입은 40명의 사내들을 거느린, 은빛 가면의 사흑련의 련주가 한 손으로 만박귀자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서 있었다.

 

“이제 보니 마검 야율제의 전인인가 보군.”

 

“마검 야율제?”

 

왕무적의 반문에 련주는 은빛 가면 속의 두 눈으로 가만히 웃기만 했다.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강력해지는 무공이 바로 팔로용비검이다! 환상(幻想)의 무공! 그 누구도 깨트릴 수 없는 환상의 무공! 그것이 바로 팔로용비검이다!’

 

 

 

 

 

백운산혈루대전 직전, 마검 야율제가 수천 명의 무림인들 앞에서 당당히 외쳤던 말이다.

 

 

 

 

 

第四章. 마검 야율제의 전인 (2)

 

 

 

 

 

왕무적은 가만히 련주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마검 야율제가 누구지?”

 

왕무적의 물음에 련주가 말했다.

 

“마검 야율제를 모른다? 후후후! 지금 나와 장난을 하자는 건가?”

 

“아니. 난 몰라서 묻는 것일 뿐이야.”

 

“…….”

 

련주는 가면 속의 눈을 살짝 찌푸리다가 물끄러미 왕무적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군.”

 

“알고 있다면 물을 이유가 없잖아.”

 

“그도 그렇군. 하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묻는 사람도 꽤나 많지. 어쨌든 마검 야율제를 모른다니 다르게 묻도록 하지. 본련의 무인들을 학살한 네 검법이 팔로용비검이 아닌가?”

 

련주의 물음에 언제나처럼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군…….”

 

련주는 놀랍다는 눈으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오도무적도에 팔료용비검까지…….’

 

1천 년간 잠들어 있던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에 이어서 이제는 수백 년간 실종되었던 마검 야율제의 팔로용비검이 나타났다.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2가지의 무공을 한 사람이 모두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놈의 정체가 무엇이지?’

 

련주는 왕무적의 전신을 차가운 눈동자로 훑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의 정체를 알 순 없었다.

 

“이젠 내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질문?”

 

“마검 야율제가 누구냐고 물었잖아!”

 

왕무적의 말에 련주가 ‘아아……!’ 하며 피식 웃었다. 보통은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왔으면 알아서 눈치를 차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네가 익힌 팔로용비검이 바로 마검 야율제의 독문무공이다. 수백 년 전, 무림을 피로 물들였던 희대의 절대검공이지. 마검 야율제가 실종되면서 함께 사라져버려서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왕무적은 그제야 자신이 또 엄청난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용이 준 것들 중에서 엄청나지 않은 무공이 있었던가?

 

‘용은 역시 대단하구나!’

 

“으으…….”

 

속으로 그렇게 감탄하던 왕무적은 그제야 련주의 손에 목덜미가 잡혀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려는 만박귀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 하는 짓이야!!”

 

움찔!

 

“……!”

 

“……!”

 

갑작스런 왕무적의 고함소리에 련주를 비롯한 흑야대 무인들이 한꺼번에 움찔거리며 놀랐다.

 

도황 구양무휘와 마검 야율제의 무공을 모두 익히고 있는 상대인 만큼 행동 하나하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그로 인해 사흑련의 세력이 대부분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더욱더 조심스러웠다.

 

“허 어르신을 당장 놓아줘!!”

 

왕무적의 고함에 련주가 만박귀자의 목덜미를 움켜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꾸욱.

 

“크흠…….”

 

안색을 잔뜩 찌푸리며, 신음을 흘리는 만박귀자의 모습에 왕무적은 두 눈을 더욱더 치켜떴다.

 

“이 나쁜 놈!!”

 

왕무적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만박귀자라는 훌륭한 인질이 있는 이상 련주에겐 어떠한 두려움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계산에 의하면, 현재 왕무적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사흑련의 모든 세력을 상대하느라 그가 소모한 내공은 엄청날 것이다. 물론 몇 차례나 더 팔로용비검 또는 오도무적도를 펼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겐 백월대나 흑월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훌륭한 방패막인 흑야대가 있다.

 

‘흑야대까지도 놈의 손에 전멸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는 어림없지!’

 

최후엔 자신이 직접 나서면 된다고 생각하는 련주였다. 그리고 힘 빠진 왕무적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시 사흑련 정도의 세력을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련주에게는 사흑련 전체와 맞바꾸어서라도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고, 또한 그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돌아갈 길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 계산이 없었다면 이렇게 대놓고 왕무적의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장 허 어르신을 놓아……?”

 

“거기까지.”

 

련주의 말에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하던 왕무적이 우뚝 멈춰 섰다.

 

“으으윽!”

 

“허 어르신!!”

 

련주의 손에 목덜미를 잡힌 만박귀자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그런 만박귀자를 장난감처럼 가볍게 흔들며 련주가 말했다.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인간의 목이 얼마나 쉽게 부러질 수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시켜주도록 하지.”

 

“너… 너……!”

 

“사내라면 나설 때와 물러설 때 정도는 잘 판단할 줄 알아야지. 안 그런가?”

 

“이… 치사한 놈!!”

 

“후후후.”

 

분한 마음에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는 왕무적의 모습에 련주는 우습다는 듯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왕무적은 당장이라도 목이 부러져 죽어버릴 것만 같은 만박귀자의 모습에 어찌 해야 할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왜 련주가 그를 잡아갔는지 궁금해졌다.

 

“도대체 허 어르신을 잡아간 이유가 뭐야?”

 

“이유? 이유라… 간단하지! 만박귀자는 내 야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길로 안내해줄 수 있는 훌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안내자?”

 

련주의 말에 왕무적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련주는 가면 속의 두 눈동자로 웃으며 말했다.

 

“나도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아직까진 숨겨야 할 비밀이라서. 후후후.”

 

“……?”

 

도무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왕무적으로서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이후로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답답해보긴 처음이었다.

 

결국 왕무적이 련주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어쨌든 허 어르신을 놓아줘!!”

 

“이거 영 말이 통하지 않는군.”

 

련주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는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손도 같이 흔들어 목덜미를 붙잡힌 만박귀자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으으으……!”

 

“이 비겁한 놈!!”

 

왕무적이 몸을 움직이려고 하자 련주의 가면 속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으으윽!”

 

“허 어르신!!”

 

커다랗게 비명을 지르는 만박귀자의 모습에 왕무적은 움직이려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련주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후후후.”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답답한 왕무적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해야 이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왕무적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흑련의 련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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