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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54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54화

신룡전설 3권 - 4화

 

 

 

 

 

휘이이익-!!

 

찢어지는 고음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자 아비규환이 된 장내에 속해 있던 사흑련 무인들이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마리의 용이 정중앙으로 모여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강-!!

 

4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정중앙에서 충돌하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미처 뒤로 물러나지 못한 무인들은 폭발의 여파로 신체가 산산이 조각나 사방으로 분해되고 말았다.

 

투두둑. 투둑.

 

팔다리가 잔인하게 찢겨져 널브러진 장내는 지옥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왕무적이 검을 늘어트리고 서 있었다.

 

덜덜덜…….

 

“으으…….”

 

“이, 이럴 수는… 없… 없어…….”

 

“우욱-!”

 

“우웩!!”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웃고 떠들던 동료가 이제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찢겨져 자신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얼굴을 흥건하게 적신 붉은 핏물도… 동료의 것이다.

 

“도, 도대체 이런 짓을 저지르는 이유가 무엇이냐!”

 

한 무인이 악에 받친 듯한 음성으로 묻자, 왕무적은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내라면 은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아라! 원한을 입어도 반드시 갚아라! 사내라면 이 두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어느 것이든 네가 죽기 전까지만 갚아주어라! 그게 바로 사내다!’라고 했어.”

 

“……?”

 

왕무적의 말에 그에게 말을 건넸던 무인은 물론, 살아남은 무인들 모두가 멍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왕무적이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원한을 갚으러 왔을 뿐이야.”

 

“……!”

 

“……!”

 

왕무적은 그 말을 끝으로 신형을 움직였다.

 

 

 

 

 

‘장부라면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한 번 품은 뜻을 꺾진 말아야 한다! 남의 도움을 빌려서도 안 되며, 두렵다고 도망을 가서도 안 된다! 장부라면! 사내라면! 죽음을 두려워한다 해서 뜻을 꺾진 말아야 한다!’

 

‘장부라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 번 뱉어낸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장부의 일언(一言)은 천금(千金)보다도 무거워야 하는 법!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반드시 이뤄라! 그게 사내며, 장부다!’

 

 

 

 

 

왕무적은 뜻을 품었다. 사흑련에게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고 완고한 뜻을 품었다.

 

왕무적은 말했었다. 사흑련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왕무적은… 오늘 사흑련을 세상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

 

장면웅은 믿을 수가 없었다.

 

흑영당, 월영당(月影堂), 천지당(天地堂)이 모두 전멸하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신도황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련주에게 보고를 한 후에 백월대를 소집해서 오는 동안 일어난 일들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빠르게 일어난 일. 어떻게 막아볼 시간도, 그럴 여력도 없었다.

 

“신도황…….”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사내가 순식간에 사흑련 힘의 6할을 소모시켜버렸다. 아니, 몇 명만 남은 흑월대 무인들을 제외하면 사흑련 힘의 8할에 가까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인이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양도강까지! 이,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어서 련주님께…….’

 

장면웅은 급히 백월 1호를 손짓으로 불렀다.

 

“백월 일 호!”

 

백월 1호가 멍하니 서 있자 장면웅은 그를 불렀고, 그 소리에 백월 1호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다가왔다.

 

“대, 대주님… 이, 이게 도대체…….”

 

“당장 련주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

 

“네, 네?”

 

어떠한 일이든 자신의 곁에서 수월하게 해내던 백월 1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멍청이가 되어 있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장면웅은 용서할 수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쫙-!

 

“……!”

 

백월 1호의 오른쪽 입 안이 터지며 피가 튀어 나왔다. 피 속에 하얀 이물질도 언뜻 보였으니, 이가 하나 정도 나갔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예, 예!!”

 

백월 1호의 눈빛이 침착하게 돌아왔다.

 

“당장 련주님께 이 모든 사실을 알려라! 어쩌면 오늘은… 오늘은…….”

 

장면웅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입으로 ‘오늘은 사흑련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할 순 없었다. 다행이라면 백월 1호가 여느 때처럼 그의 생각을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주님…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전! 저는… 대주님과 련주님을 믿습니다!”

 

백월 1호는 슬쩍 웃고는 몸을 돌려 련주에게로 달려갔다.

 

“하하.”

 

장면웅은 백월 1호의 말에 작게 웃음을 흘렸다.

 

‘백월 일 호… 미안하지만 난 그 믿음을 저버려야 할 것만 같군.’

 

누구보다 양도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장면웅이다. 그런 그가 양도강을 어렵지 않게 상대한 왕무적을 상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는… 속된 말로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상대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여기며 장면웅은 검과 도를 뽑아 들며, 호기롭게 외쳤다.

 

“백월대는 백월검진(白月劒陣)을 펼쳐라!!”

 

“예!”

 

일사불란하게 백월검진을 형성하는 백월대 무인들을 바라보며 장면웅은 슬쩍 백월 1호가 사라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뺨이 아프더라도 자네가 참아주어야겠네. 하하!”

 

 

 

 

 

처저저저저저적.

 

자신을 감싸고 하나의 진을 형성하는 백월대 무인들을 바라보면서도 왕무적은 그저 가만히 검을 늘어트리고 서 있을 뿐이었다.

 

“…….”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먼저 싸움을 걸어온 쪽은 사흑련이고, 먼저 피해를 입은 쪽은 자신들이다. 왕무적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어째서…….’

 

하지만 한쪽 가슴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올려놓은 것만 같은 답답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사지가 찢겨진 시체를 바라보고 있으면 속이 울렁거렸고, 목구멍까지 토사물이 올라오려고 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춰서도 안 된다!

 

왕무적은 주저하게 될 때마다 억울하게 목이 잘려 죽은 형조문을 떠올렸다. 그래도 안 되면 평생 한쪽 눈만으로 살아가야 할 상자량을 떠올렸고, 외팔이로 살아야 하는 주자운과 절름발이가 된 장량, 커다란 부상을 입고 죽음까지 이르렀던 진중악과 그 외의 도담우, 엄등을 생각했다.

 

‘그들은 내 동료야… 그들은 내 동료야…….’

 

동료를 해친 이들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사내는… 강단(剛斷)이 있어야 해!’

 

왕무적은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꾸욱!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인 검에 힘이 들어갔다.

 

“공격해라!”

 

장면웅의 외침에 왕무적을 감싸고 있던 백월대 무인 하나가 고함을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것이 도화선이라도 된 듯 사방팔방에서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쇄애애액-! 쇄애액!

 

빈 공간이 없었다.

 

백월검진을 형성하고 한꺼번에 검기를 날리는 백월대 무인들의 공격엔 어린아이의 작은 머리 하나 지나갈 틈이 없었다. 마치 거대한 검기의 장벽이 모든 방향에서 밀려들어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압박감도 엄청났기에 왕무적의 몸에선 언제부턴가 방대한 내공이 개방되어 살과 뼈를 짓누르는 압력에 대항하고 있었다.

 

실수라면 실수!

 

백월검진을 형성하고 그들이 공격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둔 것은 분명히 큰 실수였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왕무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벅! 저벅! 저벅!

 

벌써… 왕무적은 팔로용비검을 펼치기 위해 보법을 펼치고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짓누르는 압력을 가볍게 털어내고, 밀려드는 검기의 폭풍 속에서 침착하게 보법을 밟고 있었다.

 

“됐어!”

 

가장 먼저 검을 휘둘렀던 백월대 무인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신이 날린 검기가, 동료들이 날린 검기가 왕무적의 옷자락에 막 닿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왕무적은 묵묵히 보법만을 밟고 있었다.

 

“멍청한 놈! 네놈은……!”

 

번- 쩍!!

 

말을 하다 말고 백월대 무인이 눈을 질금 감았다.

 

왕무적의 전신에서, 그가 든 검에서 눈을 멀게 만들 정도의 강한 섬광이 터져 나왔다.

 

태양빛마저 잠시나마 초라하게 만들 정도의 빛!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육식(第六式)!

 

육룡파멸광(六龍破滅光)!

 

 

 

 

 

왕무적의 신형과 그의 검신에서 터져 나온 섬광은 세상을 집어 삼켰다.

 

콰우우우우우우…….

 

용명(龍鳴)!

 

고막을 터트리는 거대한 용의 울음소리!

 

그리고 섬광 속에서 튀어 나온 6마리의 용들은 곧바로 백월검진을 형성하고 있는 백월대의 무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물어뜯고,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검기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어떤 그 무엇도 6마리의 용을 가로 막을 순 없었다.

 

콰우우우우우우.

 

“크윽!”

 

“커헉!”

 

“악!”

 

6마리의 용이 한꺼번에 울음을 터트리자 수십 명에 이르는 백월대 무인들의 고막이 한꺼번에 터져 나갔다.

 

“으으으……!”

 

장면웅은 자신이 현재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는 없었다.

 

반 시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사흑련의 세력 8할이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2할의 세력조차도 단 한 차례의 충돌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백월대 무인들을 처참하게 죽이는 6마리의 용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었다. 지독한 악몽과도 같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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