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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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5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3화
신룡전설 3권 - 3화
번- 쩍-!!
왕무적의 검에서 푸른 기류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 기류는 곧바로 용의 형상들로 변해갔다. 한두 마리가 아닌 5마리의 용으로 변한 푸른 기류는 왕무적을 감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
양도강의 검기가 한꺼번에 왕무적을 노리고 중심에서 폭발하듯 거세게 충돌을 일으켰다.
“후욱! 후욱!”
강맹한 공격을 연이어 펼쳤기 때문에 양도강의 호흡은 꽤 거칠었다.
‘제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무사하진 못할 거다!’
양도강은 자신이 있었다.
일검난영에 상하광변, 뇌공교격까지 이어진 연속 공격은 제아무리 천하제일인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격이 아니라고 양도강은 자신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앞을 가렸던 뽀얀 먼지 구름과 거세게 치솟았던 기의 폭풍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만히 검을 들고 서 있는 왕무적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럴 수가!!”
티끌만 한 상처도 입지 않은 말짱한 왕무적의 모습에 양도강은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상처는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 옷자락 하나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저, 저게 뭐야……!”
“용… 인가?”
“저, 저런 무공이……!”
흑월대 무인들은 아직까지도 왕무적의 몸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5마리 용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
양도강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왕무적은 기묘한 방향으로 빠르게 보법을 밟아나갔고,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이식(第二式)!
이룡진천뢰(二龍震天雷)!
콰르릉! 콰르릉!
검끝에서 푸른 기류가 벼락같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 역시도 곧바로 2마리의 용의 형상이 되어 양도강을 노리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날아드는 두 마리의 용을 보는 양도강의 두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용…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 용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무공은… 그런 무공은… 오로지 그의 무공뿐이다. 오직! 그… 마검(魔劒)… 야, 야율…….’
콰가가가가-!!
두 마리의 용이 양도강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터엉!
양도강의 손에 굳게 쥐어져 있던 그의 검만이 외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으…….”
“대, 대주가……!”
“어, 어떻게 저런 일이……!”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흑월대 무인들을 바라보며 왕무적은 천천히 예의 어지럽고 복잡한 보법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땡땡땡땡땡-!!
“…….”
요란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왕무적은 보법을 밟던 그 자세 그대로 멈춰서 사흑련의 정문을 바라봤다.
그의 검은… 진정한 마검(魔劒)이다!
그의 등장은 너무나도 공교로웠다.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혈천신마(血天神魔) 오자량이 이끄는 혈천신교(血天新敎)에 의해 일어난 ‘제삼혈풍(第三血風)’의 후유증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가 무림에 등장했으니, 무림으로서는 커다란 타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첫 상대로 당시 천하제일고수라 불렸던 진천신장(震天神掌) 이학명에게 도전했다.
수많은 무림인들은 그런 그를 비웃으며 미친놈이라 불렀지만 그는 묵묵히 비무를 치렀고, 그가 자신의 무공을 모두 선보이기도 전에 진천신장 이학명은 어느새 처참하게 찢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검은 등장과 동시에 무적(無敵)이 되었다. 많은 무림인들은 그를 경외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당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무림 문파들을 찾아다니며 생사비무를 펼쳤으며, 상대를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 잔인함으로 조금씩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그를 경외하는 무림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략)…….
그가 무림에 등장한 지 3년이 되던 해에 그는 전 무림을 상대로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제삼혈풍’으로 인해 쇠약해진 무림과 생사비무로 죽은 수많은 고수들의 부재로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고 4년간 계속해서 이어졌다.
백운산혈루대전(白云山血淚大戰)!
강서성(江西省) 백운산에서 밤낮으로 열흘간 벌어진 이 싸움으로 약 2천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백운산 그 어디에서도 그의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략)…….
필자(筆者)가 후에야 ‘백운산혈루대전’의 처참했던 광경을 확인하기 위해 백운산을 찾았을 때,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백운산 곳곳에 흔적을 남긴 수백 마리의 용(龍)들을!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당시만 하더라도 명실상부 무림 최강의 검공(劒功)!
필자는 도(刀)에 있어서는 도황(刀皇)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五刀無敵刀)’, 검(劍)에 있어서는 마검 야율제의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창(槍)에 있어서는 절대신창(絶代神槍) 파도옥의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을 고금제일이라 손꼽고 싶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마검 야율제가 4년만 앞당겨 무림에 등장했다면, 혹은 혈천신마 오자량이 3년만 더 무림에 남아 있었다면 과연 무림이 어떻게 변했을지 가끔씩 생각하다가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고금제일마 혈천신마 오자량과 마검 야율제의 싸움!
생각만으로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흥분된다.
……(중략)…….
많은 무림인들이 마검 야율제를 무림 10대 마두(魔頭)의 한 사람으로 말하지만, 필자는 야율제가 결코 마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여느 마두들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인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검에 죽은 이들은 그와 생사비무를 벌였던 이들과, 그에게 먼저 덤볐던 이들뿐이기 때문이다.
마검 야율제… 그 역시 짧은 시간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자 중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팔로용비검. 소문처럼 8마리의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날, 무림은 또 다른 절대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무림실록(武林實錄) 무림 10대 마두(魔頭)편
마검(魔劒) 야율제의 장(章)에서 발췌-
땡땡땡땡땡-!!
똑똑!
“련주님, 장 대주입니다.”
끼익.
어떠한 대답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고 깔끔한 인상에 콧수염을 신경 써서 기른 듯한 50대 초반의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특이한 점은 남성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도와 검이 매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등을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사흑련 련주가 어떠한 감정도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시끄럽군.”
“신도황이 왔습니다.”
“신도황?”
련주가 반문하며 몸을 돌렸다.
련주의 얼굴이 은빛 가면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가면 속의 두 눈동자는 꽤나 놀랍다는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현재, 양 대주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백월대 대주 신도마검 장면웅의 대답에 련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양문은?”
양문이라는 소리에 장면웅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살짝 흔들렸지만, 련주조차도 그것을 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 찰나에 불과했다.
“양문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없습니다.”
“음…….”
장면웅의 대답에 련주는 손을 들어 올려 은빛 가면 안쪽의 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련주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신도황부터 해결을 봐야겠지. 장 대주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나가는 장면웅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련주는 그가 문을 닫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흑(一黑).”
턱.
련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에서 검은색 무복에 검은색 복면을 뒤집어쓴 사내가 떨어져 내렸다.
“…….”
복면의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고, 그런 그를 향해 련주가 말했다.
“확실할수록 좋은 것이니… 흑야대(黑夜隊)를 준비시켜놓도록.”
복면의 사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리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련주는 천천히 등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그가 바라보는 창밖은 사흑련의 정문 반대쪽이었기에 현재 어떠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음…….”
낮은 침음성을 흘리며 련주는 가면 속의 눈을 살짝 찌푸렸다.
第三章. 마검 야율제의 전인(1)
왕무적은 두려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흑월대 무인들을 지나쳐 사흑련 정문을 넘어섰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고 선 수십 명의 무인들이 왕무적을 맞이했다.
“…….”
아직까지 제대로 된 상황을 모르기에 적의보다는 호기심이 훨씬 큰 눈빛들로 바라보는 사흑련의 무인들.
왕무적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보법을 밟았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삼식(第三式)!
삼룡난풍무(三龍亂風武)!
번- 쩍-!!
왕무적의 검에서 눈부신 청광(靑光)이 폭사되어 나왔다.
후아아아앙-!!
천지를 집어 삼킬 듯이 폭사되어 나온 청광은 세상 그 무엇이든 휩쓸어버릴 것만 같은 강맹한 바람을 대동했고, 청광 속에서 3마리의 용이 발톱을 휘갈기며,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나타났다.
강맹한 바람과 함께 3마리의 용은 왕무적의 앞을 둘러싸고 있던 수십 명의 무인들을 휩쓸었다.
“저, 저……!”
“으아아악-!”
“우아아아……!!”
퍼퍼퍼퍼퍽-!!
고막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는 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그대로 온몸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으며, 극히 일부는 피와 조각난 신체의 일부를 여기저기 널브러트리며 죽어라 비명을 질러댔다.
광한파파런 선공(先攻)!
그리고 끝나지 않은 공격!
저벅. 저벅. 저벅…….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얼굴로 왕무적은 쉬지 않고 보법을 밟았으며,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엄청난 위력을 선보이는 녹슨 검.
보잘것없어 보이는 녹슨 검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팔로용비검(八路龍飛劍)! 제사식(第四式)!
사룡연환폭(四龍連環爆)!
파파파팡!
녹슨 검끝에서 4가닥의 푸른 기류가 각기 다른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4가닥의 푸른 기류는 곧바로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변해갔고, 이어서 미친 듯이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콰가강!
4마리의 용은 마치 서로 싸움이라도 벌이는 듯 허공에서 상잔(相殘)했고, 그럴 적마다 그 주변은 관부에서도 전시(戰時)에만 사용이 가능한 벽력탄(霹靂彈)이 터지기라도 한 듯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가가강! 콰가가강!!
“으아악!”
“사, 살려……!!”
“우악-!”
“크으윽!”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3마리의 용과 몸으로 버틸 수 없는 강맹한 바람이 없어졌다 싶었더니, 이제는 4마리의 용이 사방에서 서로 상잔하며 폭발을 일으켜 사흑련 무인들을 죽여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