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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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50화
신룡전설 2권 - 25화
第十五章. 은혜를 베풀다
“아… 그러니까 공청석유로 천령신단(天靈神丹)을 만들면 훨씬 대단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왕무적의 물음에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무적은 여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아버지가 해주었던 말에 따라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이 현재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알 수 있다. 왕무적이 보기에 현재 여인은 결코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천령신단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여인이 잠시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날짜를 헤아리더니 말했다.
“정확하게 열흘 걸릴 것 같네요.”
열흘이라는 소리에 왕무적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아쉽지만 허락할 수 없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여인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째서 그렇죠? 단순히 공청석유의 효과도 대단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양이면 천령신단 오십 알 정도는 만들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어느 상황에서든 위급한 사람 오십 명을 살릴 수 있는데 어째서 허락하지 않는 건가요?”
왕무적은 말없이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봤다.
“아!”
그제야 여인도 왕무적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열흘은 저들보고 그냥 죽으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어쩌지? 천령신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열흘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렇다고 저들을 저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고운 아미를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여인의 모습에 왕무적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공청석유를 건네라는 뜻이었다.
“…….”
여인은 왕무적이 내민 손을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공청석유를 건네주었다.
아쉽지만 신왕대 무인들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천령신단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공청석유만큼의 능력을 지닌 영약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녀로서는 깨끗하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인에게서 공청석유를 건네받은 왕무적은 진중악에게 내밀었다.
“어서 복용해요.”
왕무적이 공청석유를 내밀자 진중악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 주군…….”
왕무적은 괜찮다는 듯 밝게 웃었고, 진중악은 기어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손으로 공청석유를 건네받아 조금, 아주 조금만 마셨다.
“…꿀꺽…….”
이윽고 도담우, 상자량, 장량, 엄등, 주자운까지 모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눈물을 흘리며 공청석유를 조금씩만 마셨다.
“주군… 흑! 저,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형조문의 죽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어오른 주자운은 공청석유가 남은 수통을 왕무적에게 건네주며 끊임없이 감사하단 말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어서 운기를 해요.”
“예!”
왕무적의 말에 주자운은 남은 오른팔로 눈물을 닦아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으로만 먹었군요…….”
여인은 왕무적의 곁에서 수통에 남은 공청석유를 보곤 희미하게 웃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도 없어서 어떻게든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그런데 신왕대 무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기적인 마음이 강했다면 공청석유는 이렇게까지 많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여인은 각자 운기에 빠진 신왕대 무인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천고의 영약인 공청석유를 아무렇지도 않게 베푼 왕무적에게도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정도의 양이면 천령신단을 얼마나 만들 수 있겠습니까?”
왕무적이 내민 수통을 받아들며 여인이 환하게 웃었다.
“한 스무 알은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부탁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왕무적의 부탁에 여인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내가 공청석유를 빼돌리고 엉뚱한 걸 만들면 어쩌려고 그러죠?”
여인의 말에 왕무적이 ‘아……!’ 하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모습에 여인은 재미있어 하며 피식 웃었다.
“제 이름은 백서린이에요.”
백서린이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왕무적도 급히 말했다.
“제 이름은 왕무적입니다.”
“이름이 참 독특하네요?”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름입니다.”
자부심 가득한 왕무적의 음성에 백서린은 여전히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악의라고는 하나도 없는 웃음이었기에 왕무적도 그녀의 웃는 모습에 뭐라고 화를 낼 수도 없었고, 솔직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마주 웃을 뿐이었다.
이내 왕무적은 보따리에서 쏟아진 것들을 다시 하나씩 보따리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보물들은 어디서 얻었어요?”
백서린은 주먹만 한 크기의 야광주(夜光珠)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가 알기에 이 정도 크기의 야광주라면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수 있었다.
“그냥… 누가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왔습니다.”
“에? 와아~ 세상에 그런 사람이 다 있어요?”
왕무적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백서린은 수초에 둘둘 말려 있는 둥그런 뭔가를 집어 들고는 깜짝 놀란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이, 이거… 내, 내단인가요?”
백서린의 물음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무슨 영물의 내단이죠? 그리고 어째서 내단을 이런 식으로… 서, 설마 수초에 싸여 있는 것들이 모두 내단은 아니겠죠? 설마…….”
그러나 왕무적은 백서린의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백련거린어의 내단입니다. 그리고 수초에 싸여 있는 것들은 모두 영물들의 내단이 맞습니다.”
“……!!”
백서린은 너무나도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떨리는 음성으로 묻는 백서린을 향해서 왕무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 왕무적이라고 했습니다만…….”
공청석유를 어째서 천고의 영약이라 부르는지 신왕대 무인들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막히고 뒤틀렸던 기혈이 완전히 바로 잡힌 것은 물론, 수십 년의 내공이 단전에 가득 들어찼기 때문이다.
거기에 외상에까지도 어느 정도 큰 효과를 발휘했기에 신왕대 무인들은 왕무적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그에게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 앞에 왕무적은 또 하나의 은혜를 베풀었다.
“이, 이건…….”
진중악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바라보곤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나란히 앉아 있는 신왕대 무인들 모두가 같은 감정이었다.
“주, 주군! 저, 저희는…….”
진중악의 말을 왕무적이 끊었다.
“저는 제 동료가 두 번 다시 이렇게까지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요. 제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싫다면,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다면… 어서 복용해요.”
주르륵.
왕무적의 말에 진중악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남자가 무슨 눈물이 그리 많으냐고, 계집처럼 왜 그렇게 울어대느냐고 욕을 하더라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주, 주군에 대한 은혜를… 그 큰 은혜를… 저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 주군… 끅끅!”
누구보다 눈물이 많은 주자운은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삼키려 했지만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은혜는 별거 없어요. 내단을 복용하고 강해지면 그게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내단만 복용한다고 단순히 강해지진 않아요. 뭐… 내공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겠지만…….”
곁에서 백서린이 입을 열었다.
“백 소저의 말씀이 맞습니다. 내단을 복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끝이 아니죠. 강해지기 위해선 노력해야 해요.”
왕무적의 말에 진중악이 대답했다.
“저 진중악! 목숨을 걸겠습니다! 주군의 명성에 누가 되는 무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주군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주군에게 다시는! 다시는…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중악을 시작으로 신왕대 무인들은 저마다 똑같이 외쳤다. 그리고 한 사람도 제외 없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천년화리의 내단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일성검문의 풍운신검을 박살내고 그 대가로 주고 왔던 내단도 천년화리의 내단이었다.
그렇다고 왕무적에게 아직까지도 많은 내단이 남은 것은 아니었다. 천년화리의 내단은 이제 더 이상 없었으며, 남은 것은 빙설어의 내단 7개와 백련거린어의 내단 12개, 그리고 가장 그 효과가 뛰어난 태양금인어와 한빙만년인어의 내단이 각각 1개씩 남아 있었다.
물론 지금 보유하고 있는 내단들로만 하더라도 왕무적은 전 무림인들의 표적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가 지니고 있는 내단들만 하더라도 목숨을 한 번쯤은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운기에 빠진 신왕대 무인들.
백서린은 왕무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죽기 쉬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나요?”
“……?”
뜬금없는 소리에 왕무적은 의문스런 눈빛으로 백서린을 바라봤다.
백서린은 그런 왕무적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바로 당신과 같은 사람이에요.”
“내가 왜 세상에서 가장 죽기 쉬운 사람이라는 말입니까?”
“물론 놀리자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단지 내 말은 지금 당신이 지니고 있는 물건들이 하나같이 모든 무림인들이 탐내는 것들이라서 그러는 것뿐이에요. 당신이 지닌 물건들이라면 목숨을 한번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백서린의 말을 들으니 왕무적은 문득 용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지닌 것들에 대해선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마라. 내 존재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말 것이며, 네가 지닌 것들을 함부로 다른 인간들에게 보여주지도 마라.
‘용은 내가 지니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한 거였구나…….’
왕무적은 물끄러미 자신이 지닌 것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내단… 영물의 내단을 단순히 물고기의 알이라 생각하고 생각 없이 먹었던 시절이 떠오르자 왕무적은 슬쩍 웃음을 짓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도 그렇고, 선조들도 그렇고 내단을 마구잡이로 먹었기에 단명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거의 확실했다.
인간의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음에도 그걸 무시했으니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나치면 모라란 것보다 못하다.
왕무적은 확실하게 그 뜻을 이해했다.
“백 소저.”
“네.”
“내단들도 공청석유처럼 천령신단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네?”
백서린이 놀란 눈으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차라리 단약으로 만들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습니다.”
왕무적의 말에 백서린은 어느 정도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백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내단으론 단약을 만들 수 없어요. 물론 한다면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알기론 내단은 내단 자체로서의 효과가 가장 좋은 법이에요. 억지로 내단을 단약으로 제조하려고 했다가는… 내단만 허무하게 낭비할 뿐이에요.”
“그렇습니까.”
왕무적은 다소 실망스런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 백 소저도 내단을 하나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에에?”
“백 소저가 아니었다면 제 동료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백 소저에게 보답할 방법은 그것뿐인 듯싶으니…….”
백서린은 잠시 한빙만년인어의 내단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만 고맙게 받아들일게요. 솔직히 내단이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독공을 익힌 무림인은 함부로 영물의 내단 등을 이용해서 내공을 높일 순 없어요. 자칫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독공의 위력이 약해질 수 있거든요.”
“아…….”
왕무적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무적은 백서린의 독에 중독되어 한쪽에 누워 있는 흑월 17호와 4호를 바라봤다.
“저들은 어쩔 생각이죠?”
중독된 흑월 17호와 4호는 몸을 움직이는 것과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듣고 보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즉, 지금까지 왕무적과 신왕대, 백서린이 했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맡길 것입니다.”
“그렇군요.”
백서린은 그것으로 저들의 죽음이 결정됐음을 확신했다.
“잡혀간 만박귀자라는 분은 어쩔 생각이시죠?”
왕무적은 파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구하러 갈 것입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백서린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이.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왕무적이 백서린에게 말했다.
“무엇입니까?”
백서린이 뭐든 물어보라는 듯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왕무적은 그런 백서린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물었다.
“왜 저희를 따라왔습니까?”
“예?”
왕무적이 다시 물었다.
“복주에서부터 저희를 따라왔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
너무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왕무적의 모습에 백서린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무나 갑작스런 말에 당황했던 백서린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고 계셨나요?”
왕무적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백서린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대답하시길 바랍니다.”
대답을 재촉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백서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