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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49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49화

신룡전설 2권 - 24화

 

 

 

 

 

第十四章. 혈투(4)

 

 

 

 

 

쾅!

 

굉음,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뿌연 먼지.

 

먼지가 가라앉자 손을 땅속에 틀어박은 양문의 모습이 보였다. 백발은 사방으로 치솟아 너풀거렸으며, 그의 두 눈은 살기와 투기로 번들거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크… 하아, 하아…….”

 

양문은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왕무적을 노려봤다.

 

벌써 수차례나 공격을 펼친 양문이었다. 그럼에도 왕무적의 옷자락조차도 스칠 수가 없었다.

 

하늘과 땅의 차이.

 

그게 바로 양문과 왕무적의 실력 차이였다.

 

‘흑… 강자… 령… 마공… 이 어, 어… 째서…….’

 

양문은 이제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싸움이 계속되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자신의 필패(必敗)였다.

 

흑강자령마공은 그 위력이 뛰어난 만큼 그 반대로 치명적인 단점이 너무 많았다.

 

우선 흑강자령마공을 익히게 되면 최소 8성의 경지에 오르기 이전에는 함부로 흑강자령마공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버리면 백회혈(百會穴)로 몰려든 마기(魔氣)로 인해서 인성(人性)을 잃기 때문이다. 즉, 광인(狂人)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이다.

 

만약 흑강자령마공으로 광인이 되어버리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오로지 파괴와 살육만을 목적으로 살아가게 되니 제2의 백발귀마 조문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일정 시간 안에 흑강자령마공 사용을 멈추더라도 그 이후의 후유증이 너무나도 컸다. 최소 3일간은 내공을 조금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흑강자령마공을 사용하게 되면 몸속에서 폭발적인 내공 운용이 이뤄진다. 차근차근 수련을 통해 내공의 양을 조금씩 늘려 그 크기에 맞는 내공 운용이 이뤄져야 십이경맥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흑강자령마공으로 인해서 폭발적으로 불어난 내공이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십이경맥을 손상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양문으로서는 어떻게든 남은 시간 안에 왕무적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크… 하아… 하아… 크으-!”

 

양문의 신형이 번쩍이며 왕무적의 전면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파파파팟-!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달려든 양문의 놀랍도록 빠른 속도에도 왕무적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눈을 찌푸릴 뿐이었다.

 

“왜 매번 같은 공격이지?”

 

왕무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고는 슬쩍 몸을 비틀었다.

 

츄아아앙-!

 

공간을 찢어발기는 강한 파괴력을 잔뜩 머금은 양문의 손이 허공을 꿰뚫었다.

 

휘리릭-!

 

양문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휘돌려 왕무적의 가슴을 뜯어낼 기세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공격에 당하고 있을 왕무적이 아니었다.

 

양문의 팔꿈치를 향해서 정확하게 주먹을 내지르는 왕무적.

 

퍽!

 

“크으…….”

 

팔 전체에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에 양문은 신음을 흘렸지만 그는 단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을 더욱더 희번덕거리며 왕무적의 머리와 가슴, 배를 노리고 미친 듯이 양손을 내질렀다.

 

츄아악! 츄아악!

 

당장이라도 양문에 의해서 몸이 처참하게 꿰뚫릴 것만 같은 왕무적.

 

“…….”

 

왕무적은 파란 눈을 빛내며 마주 양손을 내밀었다.

 

퍽! 퍽! 퍽!

 

“크으윽!”

 

뒤로 주르륵 밀려나는 양문의 양팔이 축! 늘어졌다.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왕무적에게 당해서 잠시간 힘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왕무적은 천천히 묵룡도를 뽑아들었다.

 

“이제 끝이야.”

 

더 이상은 양문과 이렇게 한가한 싸움놀이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강… 강… 하다… 이, 이… 길… 수… 없어…….’

 

살기와 투기로 버무려진 양문의 눈동자 속에 공포와 절망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가 치솟았다.

 

왕무적이 천천히 걸음을 내딛어 다가오기 시작하자 양문은 아주 잠시 동서쪽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곤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슬픔, 그리고 미안함.

 

“신… 도… 황…….”

 

타앗-!

 

양문은 쇳소리처럼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땅을 박차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

 

왕무적은 쫓아가면 얼마든지 쫓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공격한 것을 용서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를 쫓아가서 죽이는 것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지금 상황에선 더욱 현명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왕무적은 양문이 사라진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몸을 날렸다.

 

‘어째서… 자신의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그런 무공을 익혔지?’

 

왕무적이 만박귀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흑월 1호와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신왕대 무인들을 발견했다.

 

“진 대주!!”

 

“주군?”

 

왕무적은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의 곁으로 달려왔다.

 

“진 대주! 진 대주!!”

 

“주, 주군…….”

 

진중악은 왕무적의 모습에 희미하게 웃었다.

 

왕무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왕대 무인들을 일일이 바라봤다.

 

왼팔이 없어져버린 주자운. 왼쪽 눈을 잃은 상자량. 허리에 아직까지도 검날이 박혀 있는 도담우. 오른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장량. 곳곳에 검상을 입어 숨을 헐떡거리는 엄등.

 

그리고…….

 

“혀, 형조문…….”

 

왕무적은 목 없는 시체가 되어버린 형조문을 바라보곤 떨리는 음성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형 형님은… 형 형은… 저, 저 때문에…….”

 

주자운이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막내야, 네가 울면… 조문이 얼마나 슬프겠니?”

 

“하, 하지만… 저… 저 때문에… 흑흑!”

 

“울지 마라. 울지 마… 조문은 그런 걸 바라지 않을 거다.”

 

도담우가 주자운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그를 위로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음성은 그 역시도 울음을 힘겹게 참아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제, 제가 늦게 와서… 제, 제가 늦게 와서…….”

 

왕무적이 고개를 떨어뜨리며 중얼거리자 장량이 급히 말했다.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저희야말로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 주군께… 면목이 없습니다.”

 

장량의 말에 왕무적은 그의 얼굴을 슬픈 눈동자로 바라봤다.

 

“주, 주군… 죄, 죄송합니다…….”

 

힘겹게 말을 하는 진중악의 모습에 왕무적은 아니라는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깡-!

 

“큭!”

 

쇳소리와 함께 흑월 1호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왕무적은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서는 가공할 만한 살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흑련…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절대로…….”

 

팟-!

 

왕무적의 신형이 사라졌다.

 

최소한 진중악과 신왕대 무인들은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그들이 왕무적의 모습을 발견한 곳은 흑월 1호의 바로 등 뒤였다.

 

“죽어.”

 

“……!”

 

흑월 1호는 몸의 모든 털들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에 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느새 왕무적의 손이 흑월 1호의 머리를 가볍게 쳤기 때문이다.

 

퍼- 억-!

 

잔인하게 터져나가는 흑월 1호의 머리.

 

얼굴과 옷에 피가 튀었음에도 왕무적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털썩!

 

흑월 1호의 머리 없는 시체가 앞으로 쓰러지자 왕무적은 그의 시체를 차디찬 눈으로 바라보곤 냉정하게, 아주… 냉정하게 몸을 돌렸다.

 

“…….”

 

“…….”

 

왕무적의 저런 모습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신왕대 무인들은 왕무적의 낯선 모습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이 자신들로 인해서 생겨났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반면, 여인은 너무 잔인해 보이는 왕무적의 모습에 살짝 얼굴을 굳혔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아왔던 그의 모습은 착하기만 한 순진한 남자였다.

 

“그렇지!”

 

갑작스럽게 왕무적이 탄성을 내지르곤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그곳은 흑월 4호가 흑월 1호를 데리고 들어갔던 작은 방이었고, 흑월 4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심을 기울였던 왕무적의 보따리가 들어 있는 방이었다.

 

왕무적은 자신의 보따리를 들고 나와선 신왕대 무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주저하지 않고 보따리를 풀어 바닥에 그 내용물을 쏟아냈다.

 

와르르르르…….

 

“……!”

 

“……!”

 

보따리 속에서 쏟아져 나온 내용물에 신왕대 무인들과 여인은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각종 보석들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것들뿐이었고, 수초(水草)에 둘둘 싸여 있는 알맹이와 같은 것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리고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물건들도 잔뜩 쏟아져 나왔다.

 

왕무적은 내용물 속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작은 수통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이건 내가 다쳤을 때마다 마셨던 신비의 약물이에요. 어떠한 상처라도 치료를 해주는 신비한 약물이니까 곧 괜찮아질 거예요.”

 

퐁!

 

왕무적이 수통의 마개를 열자 역한 듯하면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듯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주, 주군, 그게 무엇입니까?”

 

진중악의 물음에 왕무적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신비의 약물!”

 

왕무적은 그렇게 말을 하곤 진중악에게 자칭 ‘신비의 약물’을 먹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행동을 여인이 다급하게 말렸다.

 

“안 돼요!!”

 

“……?”

 

왕무적은 여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십니까? 그리고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왕무적의 물음에 여인은 그런 것에 대답할 여유 없다는 듯이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수통을 좀 보여주세요.”

 

왕무적은 그럴 수 없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빨리 치료를 해야 합니다. 죄송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왕무적은 미안하다는 듯 말을 하곤 진중악에게 신비의 약물을 먹이려고 했다.

 

“안 된다니까요!”

 

여인은 다시 급히 손을 뻗어 왕무적이 들고 있는 수통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호락호락 수통을 빼앗길 왕무적이 아니다.

 

슬쩍 여인의 손을 피한 왕무적은 눈을 찌푸렸다.

 

“왜 날 방해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한 번만 보여주세요.”

 

여인의 부탁에 왕무적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고, 결국 진중악이 그를 설득했다.

 

“주군, 소저는 저희를 목숨 걸고 도와주신 분입니다.”

 

왕무적은 잠시 여인을 바라보다 알겠다는 듯 수통을 여인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여인은 왕무적의 행동에 활짝 웃고는 급히 수통 안에 담긴 신비의 약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인이 놀란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에!! 이렇게나 맑은 공청석유(空淸石乳)가 존재할 줄이야!”

 

“고, 공청석유?!”

 

“공청석유라면…….”

 

여인의 탄성에 신왕대 무인들은 저마다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방울만 복용해도 몇십 년의 내공이 증가한다는 천고의 영약이 바로 공청석유였다.

 

공청석유라는 말에 왕무적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그게 공청석유였구나…….”

 

아마 허풍도와 육소빈에게 많은 지식을 배우지 못했다면 공청석유든 뭐든 왕무적은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공청석유? 아닌데… 그건 신비의 약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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