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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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48화
신룡전설 2권 - 23화
“궁금한 것?”
“도대체 광혈투귀 양문은 무슨 무공을 익혔지?”
흑월 4호의 물음에 흑월 1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래? 그럼 대주님도 모르는 건가?”
“그건 모르겠군.”
“으음…….”
흑월 1호도 문득 광혈투귀 양문이 무슨 무공을 익혔는지 궁금해졌다. 아니, 이미 예전부터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것이었지만 좀처럼 물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이번에 련으로 북귀하면 물어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흑월 1호가 천천히 검을 뽑으려는 순간.
“아까 만박귀자의 집을 뒤지다가 뭔가 수상쩍은 보따리를 발견했는데 한번 볼래?”
“보따리?”
“아까는 만박귀자를 생포하는 것이 우선이라 볼 틈이 없었거든. 혹시 모르잖아. 몇 푼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도. 하하하!”
흑월 4호의 말에 흑월 1호도 눈웃음을 지었다.
흑월 1호는 흑월 4호를 따라서 만박귀자의 방에서 약간 떨어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방 안에는 수상쩍게 보이는 커다란 보따리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었다.
흑월 1호가 구석에 있는 보따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건가?”
“그래. 뭐 별 건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흑월 4호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그가 막 보따리의 묶음을 풀려는 순간.
“크아아악!”
“으아악!”
밖에서 들려온 비명소리는 분명히 동료의 비명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흑월 1호가 급히 방을 뛰쳐나가자 보따리의 묶음에 손을 올려놓았던 흑월 4호도 급히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으로 뛰쳐나온 흑월 1호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를 휘두를 힘도 없을 정도로 지쳐버린 신왕대 무인들을 장난스럽게 괴롭히던 흑월 23호와 25호가 각각 허리와 배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자 놀란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도대체 네년은 누구냐?!”
까앙!
흑월 17호의 거친 일갈과 함께 이뤄진 공격을 막아낸 사람은 다름 아닌 복건성 복주에서부터 왕무적과 신왕대의 뒤를 쫓아왔던 여인이었다.
“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여인은 가볍게 눈을 찌푸리곤 오른손을 휘둘러 흑월 17호의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냈다.
여인의 손에는 새하얀 순백의 수투(手套)가 끼워져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결코 평범한 물건으로 보이진 않았다.
까앙!
여인의 손에 의해서 뒤로 밀려난 흑월 17호는 얼굴을 붉히며 또다시 거칠게 말을 뱉어냈다.
“네년이 누구기에 사흑련의 행사를 방해하느냔 말이다!”
여인은 잠시 뒤를 힐끔 보곤 대답했다.
“혹시 혼인했나요? 여인에게 그런 말을 사용하면 혼인하기 힘든데…….”
“이런 미친년!!”
생사를 걸고 싸우는 마당에 혼인 어쩌고저쩌고 해대는 여인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더군다나 여인의 갑작스런 기습으로 인해서 동료가 둘씩이나 바닥에 누워 있지 않은가!
“17호! 도대체 무슨 일이지?”
흑월 1호의 외침에 흑월 17호가 격하게 숨을 뱉어내며 여인을 노려봤다.
“이 미친년이 난데없이 나타나선 23호와 25호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놨어!”
흑월 17호의 말에 여인이 예쁜 아미를 찡그렸다.
“우리 할머니께서는 여인을 소중히 대할 줄 모르는 사내는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했었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인이 흑월 17호를 향해서 왼손을 뻗었다.
슉-!
“17호! 암기다!”
땅땅땅땅-!
흑월 4호의 외침에 흑월 17호는 급급히 검을 휘둘렀고, 가까스로 여인이 내던진 암기를 막아낼 수 있었다.
“이, 이 미친……!!”
말을 하다 말고 흑월 17호의 신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17호!”
흑월 1호와 4호가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도대체 언제……?’
흑월 17호는 분명히 여인이 날린 암기를 모두 쳐냈다. 그랬기에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독이군…….”
흑월 4호는 뻣뻣하게 굳어가는 흑월 17호의 근육과 점점 붉어지는 얼굴에 여인이 독을 사용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무슨 독을 사용한 거냐?!”
절레절레.
흑월 1호의 외침에 여인은 말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땅한 벌을 받았을 뿐이에요. 그래도 걱정하진 말아요.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그 상태로 말도 하지 못하고, 남의 도움으로 목숨을 연명하면 큰 지장은 없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그냥… 한 일이 년만 그렇게 살면 돼요.”
“……!”
여인의 말에 흑월 4호가 검을 뽑아들곤 소리쳤다.
“당장 해약을 내놔라!!”
“해약을 줄 것 같았으면 독을 사용하지도 않았죠.”
“죽고 싶은 년이로군!”
흑월 4호는 여인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치! 갈수록 할머니 말이 맞기만 하네!”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을 보이며 여인은 사뿐히 신형을 날렸다.
슈슈슈슉-!
따다다당!
여인이 손을 뻗을 때마다 가느다란 침 모양의 암기들이 날았다. 단순하게 암기를 쳐내는 것뿐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흑월 17호가 그런 식으로 암기를 쳐냈다가 이미 중독을 당했으니 흑월 4호로서는 암기를 쳐냄과 동시에 호흡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야 했기에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무림에 존재하는 수많은 독공의 고수들 중에선 단순히 암기에 독을 바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암기를 병기로 쳐내거나 부딪혔을 때 그 충격과 함께 독 가루가 날리도록 만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흑월 4호로서는 당장 그 방법밖에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기에 여인이 날리는 암기를 쳐냄과 동시에 호흡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에? 알아차렸나?”
여인은 자신의 수법이 흑월 4호에게는 통하지 않자 감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대단하네요?”
“어린년이 어디서 교활한……!!”
“푸힛!”
흑월 4호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흑월 17호와 같은 독에 중독을 당한 것이다.
“바보.”
여인이 혀를 살짝 내밀며 흑월 4호를 놀렸다.
‘교활한 계집이다! 자연스럽게 4호의 입을 열게 만들면서 하독(下毒)을 할 줄이야…….’
흑월 1호는 여인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확실하게 깨닫곤 신중한 얼굴로 여인을 바라봤다.
눈에 확! 띌 정도로 예쁘장한 이목구비였다. 아직은 성숙한 여인이라고 하기엔 약간 모자랐지만 한 1, 2년만 지나면 능히 미모만으로도 천하에 이름을 떨칠 여인이었다.
‘암기와 독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신분이 범상치 않을 거다. 어디지? 당가(唐家)인가? 아니지, 당가엔 저런 여식이 없다. 그렇다면 어디지?’
흑월 1호가 그렇게 여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릴 때, 여인은 자신을 그저 빤히 바라만 보는 그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내 정체가 궁금한가 보죠?”
“…….”
“하독하지 않을 테니까 말해도 괜찮아요.”
“…….”
여인의 말에 흑월 1호는 섣부르게 입을 열지 않았다.
“당신은 의심이 꽤 많군요.”
생글생글 웃는 여인의 모습에 웬만하면 한마디 말이라도 할 법하지만 흑월 1호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코로 숨을 내쉬는 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기에 여인이 독왕(毒王)이 아닌 이상에야 그를 중독시킬 수가 없었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요. 치!”
이내 여인은 몸을 돌려 한곳에서 쉬고 있는 신왕대 무인들에게로 다가갔다.
모두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큰 부상들을 입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죽은 이는 형조문이 유일했다.
“소, 소저께서 우리를 도와주셨습니까?”
진중악의 물음에 여인이 방긋 웃었다.
“아셨어요?”
“누군가 우리를 몰래 돕고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소저일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처 좀 보겠습니다.”
여인은 진중악의 상처를 이리저리 바라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곁에서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주자운의 상처를 살폈다.
여인은 신왕대 무인들의 상처를 일일이 바라보곤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여인의 말에 엄등이 고개를 저었다.
“소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거늘 어찌 우리에게 사죄를 한단 말이오? 오히려 소저가 우리로 인해서 사흑련에 핍박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서 미안할 뿐이오.”
엄등의 말에 여인은 글썽거리던 눈물을 기어코 한 방울 흘리고 말았다. 흑월대 무인들에게 교활하게 독을 사용해서 중독시킬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여인은 다소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소저가 우리를 도와준 것은 감사합니다만… 주군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듣기 거북합니다.”
“……?”
주자운의 말에, 여인은 동그란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가 있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잖아요?”
“저희는 주군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물론 제 실력이 보잘것없어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주자운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끝을 흐렸다.
여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주자운을 바라보다 이내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얼굴들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여인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슬금슬금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여 거리를 좁힌 흑월 1호가 땅을 박차며 여인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쇄애애액-!
빠르고, 정교한 일검!
제아무리 독을 귀신같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하독할 시간은커녕 암기조차도 날리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런 공격이었다.
“……!”
여인은 크게 당황한 얼굴로 눈앞으로 다가오는 흑월 1호의 검날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년!’
흑월 1호는 이 한 수로 인해서 여인이 무림 초행임을 알 수 있었다. 최소한 몇 년 이상 무림을 굴러먹은 무림인이었다면 이렇게 당황한 얼굴로 두 눈 뜨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
“소저!!”
진중악이 급히 몸을 날려 여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푸욱-!
“커헉-!”
“대주!!”
여인은 진중악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온 검날에 두 눈을 부릅떴다.
“젠장!‘
흑월 1호는 재빨리 진중악의 가슴을 꿰뚫은 검을 뽑아내곤 뒤로 훌쩍 물러났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었다가는 여인에 의해서 언제 중독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진 대주님! 진 대주님!!”
여인은 무릎을 꿇은 진중악의 상처를 급히 손을 틀어막으며 그를 불렀다. 자신 때문에 그가 큰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주! 대주!”
“대주님! 정신 차리세요!!”
진중악은 숨을 헐떡거리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허억! 허억! 괘, 괜찮… 습니다…….”
여인은 급히 품에서 하얀 옥병을 꺼냈다.
여인은 옥병 속에 들어가 있는 액체를 진중악의 입에 흘려 넣었고, 또다시 품에서 꺼낸 하얀 가루를 가슴의 상처에 마구 뿌려댔다.
부글부글.
상처 부근에 하얀 가루가 닿기 무섭게 피거품이 일었다.
상처 부위가 굳어가자 여인은 진중악을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몸을 일으켰다.
사납게 치켜뜬 눈으로 여인은 흑월 1호를 바라봤다.
“당신… 너… 죽여 버릴 거야.”
여인은 싸늘하게 말을 하곤 신형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