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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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47화
신룡전설 2권 - 22화
第十三章. 혈투(3)
파파파파팟-!!
“……!”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가던 왕무적은 멀지 않은 곳에서 길을 떡! 막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굳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남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투기와 살기는 왕무적이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그 정도로 남자의 투기와 살기는 대단했다.
왕무적이 달리는 속도를 늦추기도 전에 남자가 마주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파파팟-!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바람에 뒤로 흩날리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 가득한 상처와 보기 흉하게 주저앉은 코, 뜯겨진 입술은 차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남자, 광혈투귀 양문은 왕무적을 향해서 내달리며 양손을 털어냈다. 이어 양문의 양팔이 묵빛 기류에 둘러싸이더니, 그가 양팔을 털어내자 묵빛 장력이 왕무적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갔다.
후우웅! 후우우웅!
탁!
한쪽 눈을 찌푸린 왕무적은 달리던 속도 그대로 땅을 힘껏 박차며 위로 몸을 솟구쳤다. 그리곤 양문의 머리 위를 지나쳐 앞으로 내달리려고 했다.
왕무적은 양문과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우선적으로 그가 확인을 해야 하는 것은 신왕대와 만박귀자가 안전한가였다.
흑월대 무인이 말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쯤이면 네놈의 멍청한 수하들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을 거다!’
왕무적은 자신의 동료들이 무사하길 바랐다. 왕무적이 느끼기에 자신에게 덤볐던 적들이 동료들을 공격한 적들과 같은 수준이라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무적을 그냥 곱게 보낼 양문이 아니었다.
양문은 자신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려는 왕무적을 향해서 미친 듯이 양손을 털어냈고, 그럴 때마다 묵빛 장력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퍼엉! 퍼엉! 퍼엉!
“……!”
주변의 나무와 바위를 박살내는 양문의 장력은 그 위력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노리고 그런 것인지 양문의 장력에 의해서 나무가 쓰러지고, 사방으로 돌의 파편이 튀어 나갔기에 왕무적은 앞으로만 내달리는 것이 어려워지고 말았다.
속도가 잠시 늦춰지는 사이 양문은 더욱더 미친 듯이 장력을 내갈겼고, 결국 왕무적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왕무적이 멈춰서자 양문은 재빨리 그의 길목을 가로막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와 내 동료들을 공격하는 거지?”
사흑련은 만박귀자를 잡아가려고 했고, 왕무적과 신왕대는 그런 사흑련을 막았을 뿐이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 물어도 잘못은 엄연히 사흑련에 있었다.
“나는… 그… 런 것과… 상… 관… 없다…….”
양문이 뱉어내는 거북한 쇳소리에 왕무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말을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어디 아픈 거야?”
왕무적의 물음에 양문이 왼쪽 눈을 움찔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다시 말했다.
“나… 는… 태어… 날 적부… 터 이… 랬다…….”
“아…….”
안쓰럽다는 눈으로 양문을 바라보는 왕무적.
그런 왕무적의 눈빛에 양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전신에서 투기와 살기를 풍겼다. 잠시 왕무적의 엉뚱한 물음에 휘말리고 말았지만 본래의 목적을 잃지 않은 그였다.
양문의 그런 투기와 살기에 왕무적 역시도 자신은 지금 남 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깨닫곤, 다소 딱딱해진 어조로 말했다.
“난 지금 급하니까 비켜.”
“…신… 신도황… 내… 내가 상… 대… 한… 다…….”
“나는 지금 너와 싸울……!”
왕무적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양문이 신형을 움직였다. 이어 빠른 움직임으로 왕무적의 정면을 치고 들어온 양문은 곧바로 양손을 내밀었다.
후우우웅-!
묵빛 장력이 왕무적의 가슴을 노리고 밀려들어갔다.
왕무적은 자신의 가슴을 노리고 공격을 해오는 양문의 모습에 파란 눈을 빛내며 가볍게 몸을 움직여 묵빛 장력을 피해냈다. 그리곤 곧바로 양문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
왕무적의 빠른 주먹에 양문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리고 양문의 코와 입술이 터져서 순식간에 그의 얼굴이 피 범벅이 되고 말았다.
“…….”
단 한 번의 주먹질로 양문은 자신이 밀려나버리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수많은 싸움을 해왔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 하… 다…….”
양문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투기와 살기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
고오오오오……!
양문의 몸에서 기이한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곧바로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
왕무적은 갑작스럽게 머리카락 색이 변하는 양문을 보고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백발귀마(白髮鬼魔) 조문휘.
무림의 한 시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마두(大魔頭)!
백발귀마 조문휘는 본래 귀주성(貴州省) 금사(金沙)의 청룡표국(청룡표국) 이급 표사(鏢師)였다. 그런데 그가 청룡표국에 맡겨진 하나의 표물(鏢物)을 계기로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은 대마두가 된 것은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흑강자령마공(黑罡雌靈魔功)!
다른 말로는 백발마공(白髮魔功)이라 불리는 이 마공으로 인해서 조문휘는 일개 표국의 이급 표사에서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는 대마두가 되었다.
당시 백발귀마 조문휘에 의해서 중소문파가 무려 30여 개나 멸문을 당했으며, 십대문파(十大門派)에 속하던 곳 중의 하나인 모산파(茅山派)가 거의 괴멸 직전까지 갔던 것만으로 봐도 흑강자령마공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발귀마 조문휘를 잡기 위해서 정, 사를 도외시한 무림고수 1백 명이 꼬박 2년 동안 고생을 했으며, 백발귀마 조문휘를 죽였을 당시 살아남은 무림고수가 고작 40명에 이르렀다는 것이 알려진 후에야 무림은 흑강자령마공을 무림 10대 마공 중에서도 수위에 올려놓았다.
-무림실록(武林實錄) 무림 10대 마두(魔頭)편.
백발귀마(白髮鬼魔) 조문휘의 장(章)에서 발췌.
“크… 하아… 하아… 하아……!”
왕무적은 갑작스럽게 백발로 변하면서 그 기세가 적어도 3배 이상 상승한 양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갑자기 그렇게 변한 거지?”
왕무적의 물음에 대답을 해줄 만큼 양문은 한가하지 않았다.
‘흑강자령마공을 익히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그, 그게… 무… 엇… 입니… 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흑강자령마공의 성취가 팔 성 이상 오르기 이전에는 일다경 이상 유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약속을 어긴다면 넌 더 이상 양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비참하게 온 무림인들에게 개 쫓기듯 쫓기다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네 가족들 역시도…….’
‘약… 약속… 하… 겠… 습… 니다…….’
‘일… 다… 경…….’
양문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왕무적을 향해서 신형을 날렸다.
번- 쩍!!
“와아… 빠르다…….”
왕무적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양문의 모습에 감탄사만 터트렸다.
한쪽 구석에 몰려 이를 악물고 도를 휘두르는 신왕대 무인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양도강은 곁에 서 있는 흑월 1호에게 말했다.
“나는 만박귀자를 데리고 련으로 복귀하겠다. 정리하고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한데…….”
말하길 주저하는 흑월 1호의 모습에 양도강이 괜찮으니 말해보라는 듯이 고갯짓을 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광혈투귀 양문 말입니다.”
흑월 1호의 말에 양도강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고 왕무적을 상대하겠다고 멋대로 자리를 이탈해버린 양문이었다.
어차피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련주를 제외하면 사흑련내엔 그 누구도 없었기에 양도강으로서도 어떻게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양도강은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냥 지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둬라.”
“예.”
흑월 1호의 대답에 양도강은 몸을 돌렸다.
어느새 흑월 2호가 만박귀자를 붙잡아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신왕대 무인들은 제 몸 하나도 지키기 힘든 상황이었다. 만박귀자까지 지킨다는 건 그냥 칼 맞아 죽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가자!”
타다다다닥-!
양도강이 먼저 신법을 펼치자 그의 뒤를 따라서 만박귀자를 붙잡은 흑월 2호를 비롯한 흑월대 무인 15명이 신법을 펼쳐 사흑련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흑월 1호는 천천히 장내를 둘러봤다.
“…….”
장내에 차디찬 시체가 되어버린 동료가 무려 8명이나 되었다. 치욕스럽다면 치욕스런 일을 당한 셈이다. 그나마 만박귀자를 생포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도 못했다면 사흑련으로 돌아가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뻔한 상황이었다.
“버러지 같은 것들.”
흑월 1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으로 도를 휘두르는 진중악과 장량, 도담우, 엄등을 바라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현재 흑월대 무인 3명이 그들을 감싸고 가지고 놀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마음먹고 공격을 시작하면 일각 이내에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번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흑월 1호는 곁에서 말을 건네는 흑월 4호의 얼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