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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46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46화

신룡전설 2권 - 21화

 

 

 

 

 

‘나는… 적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아!!’

 

 

 

 

 

바로 직전에 왕무적이 했던 말이 흑월 45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누구든… 신도황의 적은 죽는다.’

 

흑월 45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왕무적은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느릿한 보법을 펼쳐 다가와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묵룡도에서 엄청난 도명(刀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묵룡도의 도신 전체에서, 아니 왕무적의 몸 전체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우윳빛의 기류는 이윽고 하나의 도가 되어가고 있었다.

 

묵룡도를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린 왕무적은 싸늘한 눈으로 흑월 45호를 비롯한 흑월대 무인 7인을 한 번씩 훑어보고는 천천히 묵룡도를 아래로 내리그었다.

 

 

 

 

 

오도무적도(五刀無敵刀)! 제사도(第四刀)!

 

지붕(地崩)!

 

 

 

 

 

거대한 도가 흑월 45호를 비롯한 흑월대 무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오도무적도는 무림 최강의 도법이다!’

 

 

 

 

 

오도무적도 하나만으로 무림 정상의 자리에 우뚝 올라선 도황 구양무휘의 광오한 말!

 

“오, 오도무적도…….”

 

흑월 45호는 자신의 머리 위까지 다가온 묵룡도를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뿐이라는 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강-!!

 

엄청난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이어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의 먼지가 사방으로 솟아올랐고,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강맹한 기의 소용돌이가 곳곳에 생겨나 있었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고, 기의 소용돌이 하나 둘 사라졌다.

 

장내에 서 있는 사람은 오로지 왕무적뿐이었다.

 

묵룡도를 늘어트리고 선 왕무적은 급히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파팟-!

 

한 마리의 비조처럼 허공을 날아가는 왕무적.

 

그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흑월대 무인들의 시체와 하늘에서 벼락이 수십 번 연이어 떨어진 듯 사방으로 쪼개져 있는 땅의 흔적뿐이었다.

 

오도무적도… 어쩌면 진실로 무림 최강의 도법일지도 모른다.

 

 

 

 

 

쇄애액!

 

까앙-!

 

“큭! 헉헉!”

 

바로 눈앞에서 겨우 막아낸 한 자루의 검.

 

주자운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격하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도를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움직임이 느려지면 그대로 끝이었다.

 

죽음.

 

무림인이라면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사는 말. 멀지만, 사실은 아주 가까운 말.

 

“허억, 허억!”

 

“흐흐! 애송이 놈이 제법이로군!”

 

도와 검을 맞대고 있는 흑월 12호는 가소롭다는 듯이 연신 이죽거리며 주자운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놀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겠군. 재미가 없거든!”

 

“윽!”

 

흑월 12호가 검에 힘을 잔뜩 줘 앞으로 밀어내자 도를 맞대고 있던 주자운의 신형이 뒤로 비틀비틀 밀려났다.

 

“잘 가라! 애송이 자식아!”

 

거친 외침과 함께 날아드는 흑월 12호의 검 앞에 주자운은 이를 악 물었다.

 

“난… 난… 애송이가 아냐!!”

 

주자운은 도를 마주 휘두르며 상체를 비틀었다.

 

땅! 스앗!

 

“크윽!”

 

가까스로 심장을 노리던 검의 궤도를 바꾸기는 했지만 왼쪽 팔을 깊게 베고 지나가는 상처까지는 피할 수가 없었다.

 

“애송이 자식이!”

 

작정하고 날린 검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흑월 12호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검을 날렸다.

 

애초부터 주자운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저 가벼운 노리개일 뿐이었다.

 

스걱!

 

흑월 12호의 검이 주자운의 왼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턱!

 

“……!”

 

주자운은 튀어 나올 듯이 부릅뜬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 왼팔.

 

깨끗하게 잘린 어깨 부근에서는 붉은 핏물이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주자운은 자신이 외팔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고통도 함께 밀려왔다.

 

주자운의 비명소리에 흑월 12호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고는 침을 ‘퉤!’ 뱉어냈다.

 

“그러게 그따위 실력으로 이런 험한 곳엔 왜 뛰어들었냐? 이 애송이 자식아! 다음 생엔 네놈의 주제대로 오래오래 살길 바란다!”

 

흑월 12호는 더 이상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주자운의 목덜미를 노리고 검을 날렸다.

 

쇄애애액!

 

“막내야-!!”

 

푸욱!

 

“커헉!”

 

“이 미친놈!”

 

흑월 12호는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주자운을 보호하며 자신의 등을 내민 형조문의 행동에 얼굴을 찌푸렸다.

 

“혀, 형님…….”

 

주자운은 자신을 보호하며 등에 큰 상처를 입은 형조문의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떠 그를 바라봤다.

 

“큭큭! 쿨럭쿨럭! 그, 그냥 형이라고 부르랬잖아. 크으…….”

 

기침을 할 때마다 형조문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고, 그 핏물은 주자운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형님!!”

 

눈물을 흘리며 외치는 주자운의 모습에 형조문이 여전히 장난스럽게 ‘큭큭!’거리며 웃었다.

 

“사내자식이 울기는…….”

 

말을 하던 형조문의 두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빌어먹을 놈들!”

 

신경질적인 음성과 함께 흑월 12호는 팔을 뒤로 빼냈다.

 

“커헉!”

 

형조문이 신음소리를 뱉어내며 핏물을 또다시 주자운의 얼굴에 흠뻑 뿌렸다.

 

“형님… 형님!!”

 

“마, 막내야… 죽지 마라… 넌… 넌… 죽지…….”

 

스걱!

 

“걱정 마라. 네놈의 뒤를 곧 따라가게 해줄 테니!”

 

흑월 12호가 휘두른 검에 형조문은 마지막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죽었다.

 

주자운은 자신의 발 아래로 떨어진 형조문의 머리를 바라보며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혀, 혀어어어엉-!!”

 

“떠들지 않아도 죽여줄 테니 걱정 마!”

 

얼굴을 잔뜩 찌푸린 흑월 12호는 아무런 방어도 하지 못하는 주자운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쇄애액!

 

슈우웅-!

 

“컥!”

 

주자운의 바로 코앞에서 흑월 12호의 검이 멈춰 섰다.

 

털썩!

 

앞으로 꼬꾸라지는 흑월 12호의 뒷목에는 자세히 보면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침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퍽퍽퍽퍽퍽퍽……!!

 

흑월 12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선 상관없었다. 주자운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죽은 형조문에 대한 복수심에 이미 죽어버린 흑월 12호의 얼굴을 남은 한 팔로 내려치고 내려칠 뿐이었다.

 

따앙!

 

“우욱!”

 

도담우의 도에 실린 막강한 힘 앞에서 흑월 8호는 연신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도를 지닌 무인이었기에 검을 사용하는 흑월 8호로서는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닐 수 없었다.

 

“무식한… 큭! 빌어먹을!”

 

깡!

 

아무런 말도 없이 사나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무지막지하게 도를 휘둘러만 오는 도담우의 모습에 흑월 8호는 연신 욕설만 뱉어냈다.

 

‘하필 상대를 골라도 이런 무식한 놈을 고르다니… 빌어먹을!’

 

흑월 8호는 제법 여유롭게 싸움을 이끌어가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불운을 탓하기만 했다.

 

“혀, 혀어어어엉-!!”

 

처절한 울부짖음에 도담우의 시선이 잠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

 

“멍청한 놈!”

 

그런 호기(好機)를 놓칠 흑월 8호가 아니었다.

 

쇄애액-!

 

도담우가 흑월 8호의 검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푸욱!

 

“…크!”

 

그래도 마지막에 가까스로 몸을 비틀었기에 망정이지, 그러지도 못했다면 배 한가운데에 구멍이 생길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으하아압!!”

 

고함과 함께 도담우는 한 손으로 흑월 8호의 검을 움켜쥐곤, 한 손으론 자신의 도를 휘둘렀다.

 

“미, 미친!!”

 

흑월 8호는 도담우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검을 빼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검신을 움켜쥐고 있는 도담우로 인해서 검을 빼낼 수가 없었다.

 

서걱!

 

결국 도담우의 도가 흑월 8호의 머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으으으…….”

 

흑월 8호를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

 

허리엔 흑월 8호의 검이 꽂혀 있었고, 그 검을 뽑지 못하도록 검신을 움켜쥐었던 왼손은 보기 처참할 정도로 찢어져서 한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멍청한 놈!”

 

흑월 8호의 시체를 바라보며 흑월 6호가 말했다.

 

“실력은 없어도 제법 근성이 있군. 하지만 근성도 근성 나름이라는 걸 알려주지.”

 

흑월 6호는 검을 흔들며 도담우를 향해서 걸어갔다.

 

도담우는 흑월 6호를 바라보다 자신의 허리에 꽂혀 있는 흑월 8호의 검신을 도로 강하게 내려쳤다.

 

까앙!

 

“크윽!”

 

상처를 치료하지 못할 바엔 검을 뽑는 것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도담우는 고통을 참아내며 허리에 꽂혀 있는 검을 부러트렸다.

 

흑월 6호는 도담우의 행동에 피식피식 웃기만 했다.

 

“그런다고 네놈이 살아날 거라고는…….”

 

털썩!

 

말을 하다 말고 흑월 6호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

 

도담우는 자신의 앞으로 쓰러진 흑월 6호를 바라보다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왕대 무인들과 흑월대 무인들뿐이었다.

 

‘누가?’

 

도담우는 누가 흑월 6호를 죽였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깡! 채앵!

 

‘주군… 제발…….’

 

진중악은 자신을 향해서 맹렬하게 검을 휘두르는 흑월 19호의 공격에 조금도 물러섬이 없이 도를 마주 휘두르며 한시라도 빨리 왕무적이 오길 기다렸다.

 

사흑련의 일을 방해했으니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발 빠르게 움직일 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진중악이었다. 물론 진중악을 비롯한 신왕대 무인들이 대단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따지고 보면 신왕대 무인들은 무림에서 이렇다 할 명성을 얻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별 볼일 없는 실력들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왕무적이 있기에 진중악은 자신들에게 큰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만의 착각이라면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왕무적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혀, 혀어어어엉-!!”

 

주자운의 처절한 외침에 진중악은 급히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조문!!”

 

왼팔을 잃은 주자운의 앞에는 머리가 잘린 형조문이 있었다.

 

“어딜 보는 거냐?!”

 

흑월 19호의 거친 외침에 진중악은 터질 듯이 붉어진 눈으로 그를 돌아보며 날아오는 검날을 향해서 도를 휘둘렀다.

 

까아앙-!

 

“큭!”

 

“윽!”

 

각각 서로 뒤로 밀려난 흑월 19호와 진중악.

 

“으아아아아……!!”

 

이번에는 상자량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진중악이 고개를 돌려보니 상자량은 자신의 왼쪽 눈을 한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는데, 손은 온통 붉은 핏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크으으윽!”

 

이번에는 장량의 신음소리가 진중악의 귀로 스며들었다.

 

장량은 절뚝거리며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었는데, 그의 오른쪽 다리에선 다량의 핏물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외에 도담우, 엄등까지도 각각 심각한 상처를 하나 이상씩 얻은 상태였다.

 

“큭큭큭큭!”

 

갑작스런 진중악의 웃음소리에 흑월 19호는 검을 휘두르려다 멈칫거렸다.

 

“……?”

 

이상한 눈으로 진중악을 바라보는 흑월 19호.

 

진중악은 쉬지 않고 웃다가 실핏줄이 터질 듯이 팽창한 눈으로 흑월 19호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멍청한 놈이다! 난 멍청한 놈이야!!”

 

“……?”

 

“주군만을 믿고 어깨에 힘이나 줬던 멍청한 놈이야!! 나는… 나는…….”

 

진중악의 눈에선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정말 빌어먹게도 멍청한 놈이야.”

 

그때부터 진중악은 온몸에 상처를 입어가며 흑월 19호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흑월 19호를 죽였을 무렵, 진중악의 몸엔 수십 개나 되는 검상이 생겨나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딜 가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커다란 눈에 안타까움을 가득 담고 치열한 전장을 바라보는 여인.

 

여인의 가느다랗고 하얀 손에 4개의 침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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