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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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4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41화
신룡전설 2권 - 16화
第九章. 사흑련(3)
혈천신교(血天新敎)!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몸을 떠는 악의 집단!
무림에서 가장 많은 마인(魔人)과 마두(魔頭)를 배출하고 보유한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혈교(血敎), 즉 혈천신교를 말한다.
무림의 역사를 기록한 유일한 역사서인 무림실록만 보더라도 혈천신교에 대한 내용은 결코 좋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광신도들의 집단!
무림에 피바람을 몰고 오는 악의 축!
수많은 무림인들은 물론이고, 무고한 양민들마저도 자신들의 제물로 삼는 혈천신교가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어디가 그들의 본거지인지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중략…….
혈천신교의 마인들은 하나같이 무림에 혈풍(血風)을 불러일으킨 최강의 마인들이다. 그중에 무림에서 가장 많은 피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악명 높은 고금제일의 마두를 꼽자면 그를 빼먹을 수 없다.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 혈천신마(血天神魔) 오자량!
혈천신교 4대 교주로서 그가 익힌 천마혈풍장(天魔血風掌)은 무림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위력을 떨쳤다. 그 어떤 무림 4대 금기 수공보다도 위험한 고금제일의 마공!
혈천신마 오자량의 혈수(血手) 아래, 수많은 무림 고수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는 심지어 자신의 수하들인 혈천신교의 마인들까지도 처참하게 살해하는 패악(悖惡)을 저질렀다.
…중략…….
4번의 발호(跋扈)!
혈천신교가 발호할 적마다 모든 무림인들은 정(正), 사(邪)를 떠나 힘을 모아 혈천신교를 상대해야만 했다.
혈천신교의 광신도들과 마인들은 단합된 무림인들에 의해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고, 그들의 악행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혈천신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믿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어딘가에서 숨을 죽이고 우리의 등 뒤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제오혈풍(第五血風)’은 반드시 불어 닥칠 것이다. 그때는… 그때는…….
-무림실록(武林實錄) 문파편.
혈천신교(血天新敎)의 장(章)에서 발췌.
왕무적은 넓게 탁! 트인 포양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혈천신교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오.’
‘아… 그럼 어떻게 찾아야 합니까?’
‘그것 역시도 모르는 일이오.’
만박귀자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물건을 무쌍마황갑과 백령구라 말했다. 하지만 2가지 모두 공교롭게도 혈천신교의 보물이었다.
“…혈천신교를 어디 가서 찾지?”
왕무적은 가슴이 답답했다.
만박귀자와 신왕대 무인들의 말에 따르면, 혈천신교는 근 2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즉, 2백 년 전에 있었던 ‘제사혈풍(第四血風)’을 끝으로 더 이상은 혈천신교가 발호하지 않았던 것이다.
무림을 피로 물들였던 혈풍은 지금까지 총 4번이 기록되고 있었으며, 그 모든 혈풍의 중심은 혈천신교였다. 지금까지 혈천신교가 총 4번 발호를 했는데, 그때마다 무림에 피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무림인들은 또다시 언제고 반드시 혈천신교가 발호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그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뿌리를 뽑고자 노력했지만 어둠 속으로 몸을 꽁꽁 숨긴 혈천신교를 찾는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만박귀자를 만남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 왕무적은 어쩌면 더 어려울지 모르는 혈천신교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차라리… 섬에서 용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영물들을 잡고, 괴물 문어와 싸우던 때가 나을지도…….’
점점 어렵게만 느껴지는 용과의 약속에 왕무적은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살았던 때가 그리워졌다.
포양호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던 왕무적은 문득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흑요석처럼 까만 눈동자와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지만 애써 밝은 웃음을 지었던 아름다운 한 여인의 얼굴. 그리고 일그러진, 울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봤던 한 남자의 얼굴.
“북궁연… 북궁휘…….”
당시만 하더라도 어째서 북궁휘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단지… 부탁을 해도 될 것을, 그러지 않은 북궁휘가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
“그를 찾아가 직접 이유도 듣고… 복, 복…….”
왕무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분명히 북궁휘에게 복수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복수’라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사내는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가 날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죽여야 한다! 그게 짐승이든, 물고기든, 사람이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목숨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죽어주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라! 최선을 다해서 살아라! 그게 사내다!’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 왕무적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가슴을 매만졌다. 심장과는 불과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거리밖에 두고 있지 않았다.
“여기였어…….”
그때 북궁휘의 검에 관통을 당했던 자리였다.
용이 환골탈태시켜주었기에 당시의 상처가 남아 있지는 않았지만 왕무적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번쩍!
왕무적의 파란 눈동자가 반짝였다.
“똑같이… 똑같이…….”
고집스럽게 중얼거리는 왕무적의 머리 위로 붉은 노을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다.
“출발했을까?”
“아마도.”
“으음… 그런데 저런 놈이 정말로 그렇게나 대단하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을 하는 남자.
“소문에 의하면 귀마도 홍륜을 단 일도만에 해치웠다고 하니 대단하겠지. 당시 그 장면을 백 명도 넘는 인원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증언하니 믿을 수밖에.”
남자는 동료의 말에 ‘하긴 그렇지.’ 하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그렇게나 대단하다면 흑월대만으로 상대할 수 있을까?”
남자의 걱정스런 물음에 곁에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모르는 모양인데, 흑월대의 진정한 힘은 엄청나다고. 내가 당주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아마도 사흑련 내에서 가장 강한 무력 단체를 말하라면 그건… 흑월대일 것이라고 하더군.”
“…에?”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남자가 사내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백월대(白月隊)보다도 흑월대가 강하다는 말이야? 하지만 백월대의 대주는 누가 뭐라고 해도 련주님을 제외한 최고수인데…….”
남자의 말에 사내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신도마검(神刀魔劒) 장면웅 백월대 대주가 련주님을 제외한 사흑련 최고수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흑월대 무인들을 상대할 수는 없지. 그리고 당주가 말하길… 어쩌면 살귀마검 양도강 흑월대 대주가 장면웅 대주보다도 강할지 모른다고 하더군.”
“……!”
남자는 두 눈을 부릅뜨며 사내를 바라봤다.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물론 당주도 확신을 하진 못했지. 하지만 그런 생각이 당주의 생각만은 아닌 모양이더군.”
“그럼?”
“벌써 일부 수뇌부들 사이에서 꽤나 오래전부터 그런 의심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남자가 두 눈만 껌뻑이자 사내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인즉 어쩌면 예측했던 일이 진실로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뭐, 이런저런 상황을 보면 아무리 신도황이니, 도황의 전인이니 어쩌니 해도 흑월대 전부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지.”
“그, 그럴지도…….”
사내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흑월대의 진정한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백월대의 힘은 웬만한 문파의 무력 단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백월대의 힘보다도 흑월대의 힘이 강하다는 것은 상대가 제아무리 신도황이니, 도황의 전인이니 하더라도 이미 죽음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자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갑자기 왕무적이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지?”
“우선은 쫓아가도록 하자!”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남자와 함께 왕무적의 뒤를 멀리서 조심스럽게 쫓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와보니 역시…….”
60대 중반의 노인은 황룡전장의 정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참 만에 말을 이었다.
“변한 게 없군!”
실망스럽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한 노인은 이윽고 황룡전장의 정문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리곤 이렇다 할 말도,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곧장 문을 열었다.
쾅!
걷어찼다고 해야 하나?
“내가 왔다!!”
노인은 여느 젊은 사내 못지않게 기백(氣魄) 어린 음성으로 황룡전장이 들썩일 정도로 목청껏 소리를 높였다.
“허허허! 오셨습니까?”
황룡전장에서 가장 오래 일을 해온 장 노인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장 노인을 향해서 노인이 얼굴을 찡그렸다.
“팔복이! 자네와 나는 오랜 친우이거늘 그게 무슨 행동인가! 내 그리 말을 했는데도 알아먹질 못하니… 자네는 이제 갈 때가 다 된 모양이야!”
악의적인 감정으로 듣는다면 누구나 화가 날 말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런 감정도 없거니와, 노인의 말뜻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 노인은 그저 푸근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에잉!”
노인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에 다시 한 번 목청을 가다듬어 커다란 소리로 고함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장 노인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빈……!”
“아가씨는 지금 병중이라 아무리 불러도 나오질 못하니 직접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장 노인의 말에 노인이 두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병이라니! 도대체 우리 귀여운 빈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프단 말인가? 의원은! 의원은 뭐라고 하던가? 어디 많이 아프다고 하던가? 도대체 무슨 병이기에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한단 말인가? 언제부터 아팠단 말인가? 도대체! 도대체! 무슨 병이란 말인가!!”
대답을 재촉하는 노인의 눈빛에도 장 노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굳이 그가 아니더라도 대신 대답을 해줄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잠이 든 빈이가 놀라서 깨면 어쩌려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거예요!”
움찔!
학여민의 날카로운 외침에 노인이 가볍게 몸을 한 차례 떨었다.
“나는 방금 잠이 든 줄 몰랐지…….”
노인의 변명에 학여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돌렸다.
“어쨌든 오셨으니 들어오세요.”
들어오든 말든, 상관도 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등을 돌리고 걸어가는 학여민의 뒤를 바라보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 참 성질머리하고는… 여전히 변한 게 없군!”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학여민의 외침에 노인은 자라목이 되어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이쿠! 귀도 여전히 밝구나!”
“…….”
학여민은 고개를 흔들고는 이내 자신의 방을 향해서 걸어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천진스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들어가시지요.”
장 노인의 말에 노인이 씨익 웃고는 이내 ‘험험!’ 하는 헛기침과 함께 진중한 얼굴 표정으로 뒷짐을 쥐었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어험! 어디 들어가 볼까?”
노인의 능청스러움에 장 노인은 여전하다는 듯, 가식 없는 훈훈한 미소를 그려냈다.
무림 오신의 일인인 환영마신 학천우!
그가 오랜만에 황룡전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