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32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32화
신룡전설 2권 - 7화
왕무적은 천천히 묵룡도의 도병을 손에 쥐었다.
꾸욱.
“저게 천하이십육병 중의 하나인 전설의 묵룡도인가?”
“그런 모양인데.”
“묵룡도라… 어떨지 기대되는군.”
왕무적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대단하신 도황의 전인이니 선수는 양보하지 않겠다!”
말과 동시에 눈부신 속도로 귀마도가 도를 휘둘렀다.
쇄애액-!!
복건성에서 알아주는 고수다운 일도(一刀)였다.
깡!
“……!”
언제 도를 뽑았는지, 언제 휘둘렀는지 누구도 보지 못했다.
‘애송이놈… 강하다!’
귀마도는 도끝을 타고 흘러들어온 충격에 왕무적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일성검문의 일이 워낙에 유명해졌기에 왕무적이 어떠한 실력을 지닌 고수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그대로 믿는 무림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일성검문은 당한 입장이고, 그런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세우기 위해서는 상대를 과대 포장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도 일성검문의 말을 액면 그대로는 믿지 않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충돌로 귀마도는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졌다. 전신을 짜르르하게 울리고 지나가는 짜릿한 긴장감은 그가 지금까지 어떠한 상대를 만나더라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본능의 경고 신호였다.
“…….”
“…….”
한 번 휘두른 이후, 섣부르게 공격을 하지 않는 귀마도의 모습에 지켜보던 무림인들은 반수가량이 지루하다는 얼굴로 불만스런 음성을 뱉어냈고, 극히 일부의 무림인들만이 귀마도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도전을 해오는 이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마. 당장은 그게 냉혹하고 잔인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거야말로 적랑이 가장 빠르게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야. 그리고 무림실록의 기록으로 보면 도황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이들에게 절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았었어. 그게 바로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야! 물론 적랑이 천 년 전의 도황 구양무휘를 그대로 따라 할 이유는 없지만, 적어도 무림에서 만만하게 보여선 안 된다는 거야. 강자존(强者存)! 이 말을 반드시 기억해!’
신신당부를 했던 육소빈의 말을 떠올리며 왕무적은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노려보기만 하는 귀마도를 향해서 먼저 도를 휘둘렀다.
“도황의 전인이 드디어 움직인다!”
“오도무적도인가?”
사람들의 외침 속에서 왕무적이 휘두른 묵룡도가 공간을 가르며 귀마도의 허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빠르고 강렬한 기세를 담고 있었지만, 결코 오도무적도는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횡소천군(橫掃千軍)과 같은 베기일 뿐이었다.
쇄애애액-!
깡!
어렵지 않게 도를 들어 막아낸 귀마도.
그는 곧바로 왕무적의 좌측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그를 지금의 위치로 올라서게 만들어준 귀문삼십육도(鬼文三十六刀)를 차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차하아앗-!!”
쇄애액!
귀마도 홍륜의 귀문삼십육도의 가장 큰 자랑은 제일초에서 제삼십육초까지의 초식 전체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귀문삼십육도의 대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귀마도 홍륜은 단순하게 순차적으로 차례차례 일초식에서 이초식, 이초식에서 삼초식 순으로 초식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초식 다음에 곧바로 십초식을 풀어낼 수 있었다. 즉, 한 번 귀문삼십육도가 펼쳐지면 그 끝이 없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허리를 파고드는 귀마도의 도에 왕무적은 슬쩍 옆으로 물러나며 묵룡도를 내밀었다.
깡!
쇠와 쇠가 마찰하며 불꽃이 튀었다.
휘리릭!
귀마도는 튕겨져 나오는 반발력을 이용해서 몸을 휘돌리며 귀문삽십육도의 팔초식인 회원난영(回圓亂影)을 펼쳤다.
슈슈슈슈슉-!
귀마도의 도가 아주 잠시 흔들리는 듯 보이더니 순식간에 4개로 늘어났다. 그리곤 각각 왕무적의 가슴, 어깨, 허리,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캬~!”
“역시 귀마도 홍륜!”
왕무적이 귀마도의 도를 튕겨내기가 무섭게 벌어진 일이었기에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무림인들은 귀마도의 실력에 감탄사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공격을 당하는 왕무적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귀마도의 도를 바라보며 의아한 생각을 지닐 뿐이었다.
‘…이상한 사람이구나. 아무런 쓸모도 없는 그림자만 만들어내고.’
생각과 동시에 왕무적이 손을 움직였다.
깡!
그는 정확하게 허벅지를 노리던 귀마도의 도를 튕겨냈다. 그에게 있어서 귀마도가 펼친 도영(刀影)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이미 무엇이 그 실체인지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눈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하수였다면 대번에 당황해서 이리저리 도를 휘둘러댔을 것이다.
‘놈!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말이로군!’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버리자 귀마도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자신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내는 상대와는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어느새 귀마도는 현란하게 보법을 밟아 왕무적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귀문삼십육도 중에서도 꽤 강맹한 공격인 귀도참홍(鬼刀斬虹)을 펼쳤다.
츄아아악-!!
귀마도의 도끝에서 불그스름한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곤 그 불그스름한 아지랑이가 날카롭게 변하여 왕무적의 사혈(死穴)들을 노리고 날아감과 동시에 도 자체는 그의 등을 쪼갤 듯이 달려들었다.
“헉! 위험하다!”
“절묘한 공격이다! 결코 피할 수가 없어!”
“귀마도의 승리인가?!”
“음…….”
극소수의 제대로 된 눈을 지닌 무림인들마저도 너무나도 절묘하게 왕무적의 뒤를 점하고 다가간 귀마도의 공격이 성공하리라 믿었다.
사혈들을 노리는 도기뿐만이 아니라 등까지도 쪼갤 듯이 펼쳐지는 귀마도의 공격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떠한 절정고수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왕무적이다.
1천 년 전의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를 이어받은 유일한 전인!
왕무적의 몸에서 폭발하듯 내공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느리면서도 빠르게, 빠르면서도 느리게 움직였다.
드디어 오도무적도를 선보인 것이다.
오도무적도(五刀無敵刀)! 제삼도(第三刀)!
천망(天網)!
번- 쩍-!!
따다다다당! 까아앙!
“커헉!”
한 차례 빛무리가 터짐과 동시에 왕무적의 후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공격했던 귀마도가 핼쑥해진 얼굴로 신음과 함께 다섯 발걸음이나 뒤로 비틀비틀 물러났다.
“…….”
“…….”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털썩!
비틀거리던 귀마도의 신형이 무너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귀마도의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빛이 역력했고, 그의 입가에서는 어느새 붉은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째서 공격을 했던 귀마도가 저 모양이 된 거지?”
“누구 본 사람 없어?”
빛무리가 터졌을 때, 눈을 뜨고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아주 잠깐, 눈을 감았을 순간에 귀마도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패배를 하고 만 것이다.
“오, 오도무적도다!!”
한 무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하니 서 있던 또 다른 사내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무림 최강의 도법! 오도무적도다!!”
“오도무적도!!”
“역시 무림 최강의 도법이다!”
“귀마도 홍륜은 그의 일초도 받아내지 못했어!!”
“도황의 전인답다!”
“이제는 새로운 무림의 도황이다!!”
“와아아아-!!”
사람들은 순식간에 흥분해서 열광적인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엔 귀마도와 왕무적의 대결이 너무나도 싱겁게 끝나버렸다는 사실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생각이 들지 못할 정도로 왕무적이 뽐낸 무위는 압도적이었다!
“…….”
귀마도는 진탕이 되어버린 속을 진정시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넋을 잃은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그리고 왕무적은…….
“고맙습니다. 하하하!”
사람들의 환호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 강하다…….”
환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는 남자. 주변에 있는 그 어떤 무림인들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체격에 전신에 새겨진 무수한 흉터들.
광투자 진평남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환호에 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강한 사내다…….”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욱더 강한 자신을 위해서!
비무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광투자 진평남!
진평남의 두 눈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째 좀…….”
허풍도는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대는 왕무적의 모습을 보면서 가볍게 눈을 찌푸렸다. 최소한 도황의 전인이라면 좀 더 과묵하게, 좀 더 강렬하게 인상을 남겼으면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육소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피식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런 모습이야말로 적랑의 본모습이 아닐까요?”
“음… 그래도 저건… 절정 바보 같군!!”
보름이 아니라 1년, 평생을 가르쳐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