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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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31화
신룡전설 2권 - 6화
끼이익!
동시에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헉!!”
누군가의 놀란 탄성!
“…….”
“…….”
문을 열고 나온 육소빈은 자신의 머리 바로 위에서 멈춘 귀마도의 도를 바라보며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계속 이러고 있을 생각인가요?”
육소빈의 말에 귀마도는 그녀의 머리 위에서 멈춰 있는 도를 회수했다.
그토록 강맹한 위력이 담긴 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회수한 귀마도. 그것은 그만큼 귀마도의 실력이 소문보다 못하진 않다는 소리였다.
“네가 학 선배의 손녀로군.”
귀마도의 말에 육소빈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마도 홍륜! 고수다! 그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모자랐다면 큰 화를 당할 뻔했어!’
마음으로 크게 놀란 것과 다르게 육소빈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귀마도 홍 선배께서는 어째서 이런 행패를 부리시는 거죠?”
육소빈의 물음에 귀마도 눈을 매섭게 부릅떴다.
‘건방진!’
만약 육소빈이 환영마신 학천우의 손녀만 아니었다면 벌써 그녀의 목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도황의 전인이란 자가 이곳에 있다 들었다. 그를 만나고 싶으니 당장 나오라고 전해라.”
귀마도의 말에 육소빈은 한쪽 눈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뭐라?”
귀마도가 얼굴을 일그러트리자 그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만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육소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요 맹랑한 계집이!’
귀마도는 도병을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복건성에서 제아무리 잘 나가는 귀마도라고 하더라도 전 중원에서 이름을 떨치는 환영마신 학천우에게는 비할 바가 아니었고, 솔직히 오신 중의 일인인 그가 마음을 먹는다면 귀마도 정도는 언제든지 비명횡사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너무나도 높았다.
“나는 도황의 전인이라는 자를 내 두 눈으로! 내 이 도로! 확실하게 그의 실력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그가 도황의 전인임을 인정할 수 없다!”
귀마도의 말에 육소빈이 맹랑하게 물었다.
“귀마도 홍 선배가 인정해야만 도황이 될 수 있나보죠?”
“이, 이……!!”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지고, 몸을 부들부들 떠는 귀마도의 모습에 육소빈은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더 그를 도발했다가는 정말로 그의 도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번 말은 해보죠.”
귀마도가 어떠한 말을 하기도 전에 황룡전장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육소빈의 모습에, 귀마도는 머리끝까지 치솟은 화를 억누르기 위해서 온갖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호리호리한 몸매의 아름다운 사내, 왕무적이 오른쪽엔 검, 왼쪽엔 도, 등엔 창을 메고 나타났다.
“나타났다!”
“도황의 전인인가?”
“소문대로 정말로 아름답게 생겼군!”
“저런 몸으로 ‘도황’이라는 이름을 거머쥐었단 말인가?”
“그런데 저기 검과 창은 뭐지?”
“특이한 자로군.”
여기저기에서 왕무적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왕무적은 아주 잠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멀뚱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곤, 정문 앞에 우뚝 서 있는 귀마도를 향해서 걸어갔다. 그리곤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왕무적이라고 합니다.”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왕무적의 모습에 귀마도는 의외라는 듯이 마주 포권을 취했다.
“귀마도 홍륜이라 한다. 네가 정말 도황의 전인이더냐?”
귀마도의 하대에 왕무적은 그를 멀뚱히 바라보다 대답했다.
“음… 예!”
“……!”
“정말이란 말인가!!”
“도황의 진전을 이었다니!!”
왕무적이 스스로 도황의 전인이라고 밝히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일성검문의 말만 듣고 도황의 전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과 당사자가 직접 인정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도황은 이미 1천 년 전의 인물!
그런 도황의 진전을 이었다는 것은 꿈같은 일임에 분명했다.
귀마도는 왕무적의 전신을 싸늘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검? 창?’
왕무적의 오른쪽 허리와 등에 매어져 있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녹슨 검과 창을 바라보며 귀마도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의 눈에 도황의 진전을 이었다는 왕무적이 검과 창을 지니고 있으니 어쭙잖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병기로 대성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것이 무공이었다. 그리고 익힌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절기냐에 따라서 그 가능성은 더욱더 희박해진다.
오도무적도!
1천 년 전만 하더라도 무림 최강의 도법이라 불렸다. 단순히 무림실록에 전해지는 이야기만으로는 그 도법이 얼마나 대단할지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오도무적도가 여느 도법만큼 만만한 무공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오도무적도를 익힌 자가 검과 창까지 수련한다?
귀마도는 눈가를 매섭게 치켜뜨며 말했다.
“네가 도황의 전인이라면… 비무를 청한다.”
귀마도의 말에 왕무적이 그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건방진!”
귀마도의 마음속에서 왕무적은 이미…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져서 참혹하게 죽어 있었다.
보름.
시간의 가장 큰 힘은 변화이다. 그게 1초가 되었든, 하루가 되었든 순간순간 변화하는 힘은 세상 어느 것도 시간을 따라갈 수가 없다.
보름 전의 왕무적과 지금의 왕무적은 엄청나게 달라져 있었다.
허풍도와 육소빈이 그에게 최소한의 개념(槪念)을 주입시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풍도도 그렇지만 육소빈과 같은 경우는 왕무적에게 무조건 도황의 전인 행세를 하라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처음에 왕무적은 어째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해야 하냐고, 또 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 사람들을 속이는 짓은 나쁜 짓이라며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육소빈의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과 허풍도의 논리 정연한 말에 그도 결국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도황의 무공인 오도무적도를 익혔다는 것!
도황의 애병이었던 묵룡도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이 2가지의 사실만으로도 도황의 전인이라는 자격은 충분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따지고 보면 도황의 전인이 맞기도 했으니 결코 남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허풍도와 육소빈은 왕무적이 도황의 전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 보름이라는 시간을 거의 뜬눈으로 지내야만 했다.
왕무적에게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쳐야 했으며, 무림인들의 생각과 그들을 대할 때의 행동 방침 등등을 시작해서 이것저것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욕먹지 않을 수준으로까지 왕무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두 사람이 한 노력은 눈물겹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왕무적은 보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사이에 두 사람의 가르침을 모두 받아들여 새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 본연의 순수함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지만…….
왕무적은 자신의 앞에서 살기를 뿌려대는 귀마도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무림인들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내가 도황의 전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나를 해코지하려고 하다니…….’
이미 그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를 했음에도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윽.
귀마도는 왕무적을 향해서 도를 겨눴다. 당장 비무를 시작하자는 행동이었다.
‘적랑,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오도무적도를 제외한 다른 무공은 사용하면 안 돼!’
‘어째서?’
‘적랑은 지금 도황의 전인……. 사실대로 말하면, 적랑이 익힌 무공들은 하나같이 무림에서 실전된 절정의 무공들이야. 그리고 그중에는 익혀선 안 되는 금기 마공도 있어.’
‘금기 마공?’
‘응. 익히면 인간의 심성을 악하게 만드는 무공을 마공이라고 불러. 그리고 적랑이 익힌 마공은 워낙에 대단한 마공이라서 익히면 무조건 척살 대상이 되는 마공이기도 하거든.’
‘어라? 난 나쁜 사람 아닌데…….’
‘그거야 알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에게 있어서 적랑은 무림에서 금기시되는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이야. 무림인들이란 원래 그렇거든. 도황의 무공에 무림 금기 마공까지 대성했다는 사실을 알면 그 시기심에 어떻게든 적랑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든가, 아니면 죽이려고 할 거야.’
‘…무림인들은 다 그런 거야?’
‘다는 아니지만, 일부가 그래. 문제는 그 일부의 무림인들이 수많은 무림인들을 위에서 거느린다는 사실이고.’
‘…….’
‘어쨌든 내 말을 명심해야 해. 절대로 오도무적도를 제외한 다른 무공은 사용하지 마. 알았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