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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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0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9화
신룡전설 2권 - 4화
第三章. 도황 구양무휘의 전인!(3)
무림맹(武林盟).
본래는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기 위한 오검파(五劒派)와 삼도파(三刀派), 팔대세가의 단순한 친목 모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림맹은 무림을 이끌어나가는 하나의 거대 세력이 되어 있었다.
무림맹은 더 이상 오검파와 삼도파, 팔대세가의 친목만으로 모인 단체가 아니었다. 엄연히 무림의 한 방파가 되어 있었고, 그만큼 초창기 무림맹을 지탱하고 있던 결속원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난 지 오래였다.
호북성(湖北省) 의창(宜昌)의 무림맹 총단.
맹주실에서 2명의 남자가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앞에는 그윽한 향을 풍기는 차가 놓여 있었지만 어느 한 사람도 차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도황의 전인이라… 그의 등장이 현 무림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리라 생각하는가?”
하얀 백의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50대의 장년인이 바로 무림 최고의 세력 단체라고 할 수 있는 무림맹의 맹주(盟主) 백의신군(白衣神君) 천우생이다.
“솔직히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림맹의 맹주인 천우생과 이토록 독대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었다.
무림맹의 군사 쌍절서생(雙絶書生) 오경!
오경이 희미하게 웃으며 묻자 천우생이 가볍게 대꾸했다.
“자네가 언제 날 위해 거짓을 말한 적이 있던가?”
“하하하! 그렇군요!”
오경은 밝은 음성으로 웃고는 이내 차를 힐끔 바라봤다.
“맹주님, 애써 끓인 차가 다 식어가고 있습니다.”
“알겠네.”
천우생은 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찻잔을 들었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마주 찻잔을 든 오경이 한 모금을 마시곤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벌써 다 식어버렸군요.”
“이보게 군사, 자네의 솔직한 심정이 무언지 이제는 들을 수 있겠나?”
천우생의 말에 오경은 다시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황의 전인은… 맹주님의 권위를 짓누를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한 답변!
천우생의 입장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오경이었다. 그럼에도 천우생은 조금도 화를 낸다거나, 분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호오~ 그 정도란 말인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가 맹주님의 권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경의 말에 천우생이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두 가지 풀어야 할 과제?”
오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첫 번째로, 그가 도황의 전인임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증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성검문 측에서 그가 도황의 전인임을 밝혔다고는 하지만 무림은 보다 확실한 증명을 원할 것입니다.”
“음…….”
천우생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자 오경이 말을 이었다.
“두 번째로는 도황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수많은 도전자들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도황 구양무휘 이후로 지난 천 년간 ‘도황’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는 무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황의 전인이 나타난 지금은 누구든 그의 도를 꺾기만 한다면 도황이라는 칭호를 물려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됩니다.”
오경의 말에 천우생은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이 조금 전보다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이 만약 도를 들었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 도황의 전인이라는 그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그래, 군사는 어찌 생각하는가?”
천우생의 물음에 오경은 잠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무림실록에 적힌 내용으로만 본다면 도황의 ‘오도무적도’는 사실상 무림 최강의 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 년 전의 기록, 아니 그 이후 부풀려졌을지도 모를 하얀 백지 위에 써진 한 인간의 지껄임에 불과합니다.”
“하하하! 무림의 역사를 기록한 무림실록의 내용을 한 인간의 지껄임이라니!”
천우생은 커다랗게 웃었다.
사실 무림실록의 내용들이 워낙에 대단한 것들이라서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 내용을 불신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오경처럼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천우생의 대소에 오경은 낮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맹주님.”
“하하하! 알겠네!”
천우생이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오경을 바라보자, 그는 조금은 뚱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도황의 전인이라는 자가 얼마나 오도무적도를 완벽하게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도무적도는 천 년 전의 무공일 뿐입니다. 무림은 항상 변해왔고, 발전을 했습니다. 오도무적도가 천 년 전엔 무림 최강의 도법이라 불렸을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군사의 생각은…….”
오경이 고개를 저었다.
“도황의 전인이라는 자는 무림에서 가장 강하고, 위험한 무인을 상대해야 할 것입니다.”
“군사는 누굴 승자로 지목하겠는가?”
천우생의 물음에 오경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신도무적 나태강!”
“아…….”
왕무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묵룡도가 천하이십육병 팔도의 하나이자, 무려 1천 년 동안이나 그 모습을 감추고 있던 전설의 병기라고 하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다면 묵룡도도 그중의 하나일 텐데…….”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찌푸리는 허풍도.
뒷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말은 한마디로 지금까지 헛물만 켜고 다녔다는 거였다. 묵룡도로 인해서 왕무적은 더 이상 천하이십육병을 찾아다닐 이유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런 게 아니란 소린가?’
왕무적은 용이 자신에게 천하이십육병 중의 하나를 줬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용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아오라고 해놓고 사람들이 말하는, 단단하다는 천하이십육병 중의 하나를 줬다는 건 뻔한 소리였다.
천하이십육병은 용이 찾는 물건이 아니다!
“으음…….”
생각이 복잡해지자 왕무적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제는 뭘 찾아다녀야 할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막연하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단 것은 허풍도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절정 난감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뭐지…….”
왕무적의 중얼거림에 허풍도가 혀를 찼다.
“쯧쯧쯧! 무슨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아다니는지는 몰라도, 이쯤에서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걸세.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라는 것이 뚜렷하게 정해진 것이 아닌 이상, 자넨 평생을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십중팔구니까!”
허풍도의 말에 왕무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정말로 그럴까요?”
“난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네! 에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허풍도의 모습에 왕무적은 맥이 탁! 풀린 모습으로 고개를 떨어Em렸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지 못하면 용을 잡을 수가 없는데…….’
가문의 숙원을 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왕무적은, 그것이 자신만의 생각에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어쩌면… 왕무적의 가문은 ‘용을 잡아라!’에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아라!’로 그 숙원이 뒤바뀔지도 모르는 운명이었다.
“적랑,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을 찾는 것보다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해야 해.”
육소빈의 말에 왕무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앞으로의 일? 무슨 일?”
“적랑이 도황의 전인이라고 알려졌으니 이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 아니야.”
허풍도가 끼어들었다.
“육 소저의 말이 맞네. 자네가 도황의 전인인 이상, 무림은 결코 자네를 가만히 두려고 하지 않을 걸세.”
“……?”
여전히 모르겠다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과 허풍도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황의 전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무림에 몰고 올 파장이 얼마나 클지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육소빈의 말에 허풍도가 동감이라는 듯이 대꾸했다.
“도황의 전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도록 합시다!”
육소빈과 허풍도 두 사람의 머릿속엔 앞으로 왕무적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그 계획이 차근차근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왕무적은 조금씩 세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소?”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물음을 던졌던 남자가 알겠다는 듯, 허탈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어째서… 어째서 매번 나보다 한발 빠른 것이지?”
일성검문의 정문 앞에서 남자는 중얼거렸다.
누더기를 걸친 거한의 사내!
광투자 진평남!
왕무적과의 비무로 큰 내상을 입은 유석군이 거동도 하기 힘들다는 정문 위사의 말에 진평남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문에서 복주까지의 발걸음이 헛되고 만 것이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고함을 터트리는 진평남의 전신에서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꼬르르르륵!
천둥처럼 울리는 굶주림의 소리.
이미 수중에 지니고 있던 돈은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본래부터 비무행을 하며 돌아다녔기 때문에 돈을 벌 시간이 없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던 진평남이었다.
“음…….”
진평남의 시선은 어느새 복주성 너머 우뚝 솟아난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복주성 동문으로 나와 관도를 따라 10리(4km)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제법 산세가 험하다 알려진 동악산(東嶽山)이 보인다.
근 9년 전만 하더라도 천혜의 요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산세가 험한 동악산을 꿰차고 산적질을 해대던 비룡채(飛龍寨)라는, 제법 흉악한 산적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관군의 대대적인 토벌로 인해서 지금은 산적의 머리카락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동악산을 관리하던 비룡채가 사분오열(四分五裂)된 이후로 동악산은 더욱더 험한 산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약초꾼들조차도 쉽사리 들어서길 힘들어할 지경으로 무시무시한 산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그런데 그런 동악산에 조잡한 움막을 쳐놓고 벌써 보름째 지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제법 살이 통통하게 오른 토끼 한 마리를 구워서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우걱우걱! 쩝쩝!”
토끼 한 마리를 게 눈 감추듯 먹어버린 사내는 모닥불을 헤집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검게 그을린 무언가를 꺼내먹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검게 그을린 뭔가를 반으로 쪼개 뜨거운 김을 불고 있을 때였다.
크르르…….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크와아아앙!!
산을 울리는 거대한 울부짖음!
사내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에서부터 덮쳐왔다.
후우우욱-!
“음!”
거대한 그림자의 습격에 사내는 급급히 바닥을 굴러 몸을 피했다.
턱!
사내가 있던 자리에 사뿐히 착지한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호랑이였다. 몸통의 길이만 하더라도 2장은 될 법했으며, 그 무게만 따져보아도 족히 1천 근(600kg)은 나갈 것 같은, 말 그대로 대호(大虎)였다.
바닥을 구르다 몸을 일으킨 사내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거대한 호랑이의 모습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머금었다.
“하앗!”
말이 필요 없다! 아니, 호랑이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사내는 기합을 내지르며 호랑이에게로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앙!!
호랑이는 다시 한 번 산이 흔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울었다. 마치 ‘제아무리 노련한 사냥꾼이라고 하더라도 날 잡을 수 없는데, 네깟 놈이 날 잡을 수 있겠냐?’라는 듯한 울부짖음이었다.
호랑이는 무식할 정도로 몸만을 믿고 달려드는 사내를 향해서 앞발을 휘둘렀다.
여느 무림 고수의 일권보다도 강맹한 위력!
사내는 피하지 않았다. 날아드는 호랑이의 앞발을 막기 위해서 왼팔을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퍼어- 억!!
“…으음!”
주르르륵!
호랑이의 앞발에 가격당하고 옆으로 주르륵 밀려난 사내.
그의 팔은 멀쩡했다. 물론 호랑이 앞발에 돋아난 발톱들로 인해서 살갗이 깊게 찢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호랑이 앞발의 힘을 한쪽 팔만으로 막아냈다는 사실이다.
크와아아앙!!
자존심에 상처라도 입었는지 호랑이는 두 눈을 번뜩이며 높이 도약했다. 거대한 몸집임에도 불구하고 호랑이의 도약력은 놀라울 정도로 높고 민첩했다.
양발을 좌우로 교차하듯 사내를 향해서 휘두르며 떨어져 내리는 호랑이의 모습에 사내는 크게 호흡을 들이켰다.
“후우우우웁!!”
호흡과 동시에 사내는 고개를 숙이며 상체를 웅크렸다.
우드드드득!
사내의 몸의 근육들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고, 마치 단단한 돌덩이를 넣은 것처럼 딱딱해졌다. 그런 사내의 등을 호랑이는 양발로 힘껏 후려쳤다.
퍼어어- 억!!
“으윽!”
아주 나지막한 신음소리와 사내의 등판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사내가 고개를 들며 오른 주먹을 힘껏 쳐올렸다.
퍼억!
거대한 호랑이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타악!
호랑이의 몸이 뒤로 날아가기 전에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사내는 그대로 양 주먹을 휘둘러 호랑이의 안면을 가격했다.
퍼억!
털썩!
사내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은 호랑이가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자 그때부터 사내의 주먹질이 눈부신 속도로 호랑이의 전신을 때리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퍼퍽!!
일각 동안 퍼부어진 사내의 주먹질에 호랑이는 혀를 길게 빼며 죽고 말았다.
“헉헉헉!”
죽은 호랑이 시체 앞에서 격한 호흡을 뿜어내는 사내.
사내는 죽은 호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역시… 사천 호랑이만 한 놈은 없군.”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사내.
사내의 이름은… 광투자 진평남!
그는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는 듯이 죽은 호랑이를 어깨에 짊어지고 보름간 머물었던 동악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